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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하늘길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1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을좋아하는사람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15/pimg_7974361234531111.jpg)
흑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93km 떨어져 있는 섬이며 대흑산도와 소흑산도로 나뉘어져 있다.
과거에 흑산도는 다산의 형인 정약전의 유배지로 알려져 있고 유배문화공원이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앞서 저자 한승원 작가는 작품 다산1,2를 통해 다산 일가와 천주교와의 관계, 그로인한 노론과의 당쟁으로 인한 귀향에 이르기 까지의 내용들을 살펴볼 수 있었는바 다산 1,2를 통해 다산의 관점을 그렸다면 이번 작품은 오롯이 손암 정약전의 관점으로의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손암 정약전은 아마도 다윈의 종의 기원에 비견될 수 있는 '자산어보'를 지음으로써 자신의 유배생활의 고행을 잊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다산 역시 강진에 유배되어 유배생활을 하면서 수 많은 책들을 집필하는데 정력을 쏟았듯 약전 역시 그러함으로 무료함과 불충의 죄를 삭이고자 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작가 한승원 역시 전남 장흥 율산에 해산토굴을 짖고 유배지에서 죽어 간 정약전의 삶을 투영해 내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한 삶의 가치가 있을까? 아니 왜 그러한 삶을 추종해 따르고 있는가가 더 궁금해 지는 부분이다.
이 책 "흑산도 하늘길"은 그렇게 저자 한승원이 정약전의 삶을 투영하고자 한 의미를 인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투명성에서 찾고 있으며 나, 우리의 정체성을 되돌려 어떤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이다.
손암의 유배, 작가의 해산토굴에서의 삶이 드러내는 동질감은 보통의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적 인물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투영시켜 우리 안에 들끓는 욕망들을 잠재울 수 있다면 그러한 방법으로의 역사적 인물과 현실의 나의 동질감 있는 행위로의 투영은 의미있는 일이 될것으로 판단해 볼 수 있다.
모든것이 풍족하고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사는 나, 우리의 삶을 과연 목숨조차 부지하기 힘든 유배지 인물의 고뇌와 삶에 대해 끈을 부여 잡은 그의 정체성에 부합시키고자 하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선듯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바다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한 근원이자 생명체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정약전은 그의 유배생활 내내 바다에서 우리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근원적인 생명체가 나온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 바다에 대한 것을 보다 자세히 알고자 했고 그 결과로의 '자산어보'가 탄생했다.
몰입의 힘은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좋은 약이다.
유배자 신분으로의 고통과 죽음에 맞서 생명 창조의 바다에 천착하는 일은 오롯이 생명에 귀의하고자 하는 정약전의 의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산 1,2 에서도 정약용은 죽음의 위기를 몰고 온 천주교와의 관계를 생명과 맞 바꿀 수 없는 대상으로 여겼고 강진에서의 유배 시간을 500여권이 넘는 책들을 집필하며 생명을 보존했다.
정약용이 그러했듯 정약전 역시 같은 의식을 가지고 있었을 것으로 파악해 볼 수 있다.
함께 유배를 갔고 형인 정약전이 더 멀리 흑산도로 가는것을 본 정약용과 헤어지는 정약전의 마지막 모습은 예의 형제들의 이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들이 생명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다산1,2와 흑산도 하늘길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한승원 저자 자신이 유배되어 온 정약전의 삶을 재현해 내고자 하는 깊은 의미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책으로 기억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