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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쓴 메일함 - 아버지와 아들의 말로 못한 진짜 이야기들
김기우 지음 / 창해 / 2024년 12월
평점 :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 그릴 수 있는 가슴 따듯함이 있듯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도 가슴 먹먹한 눈시울이 뜨듯해 지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모두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았기에 그러한 모습을 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지만 오늘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건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나를 기준으로, 나와 함께 살 부비고 사는 아내를 기준으로 보아도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앞서 말한것 처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단 나만이 그러하다 말할 수 없는 일이 오늘을 사는 나, 우리의 모습이고 보면 모두가 그렇다 말할 수도 없지만 그러한 시대이자 그 시대 속을 사는 나, 우리의 마음이 불편함으로 뭉쳐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을 낳아 준 부모들과의 관계가 왜 우리는 불편할까? 아니 불편한 관계로 나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그야말로 자식과 부모의 관계가 애증의 관계가 되어야 하는 물음에 쓰디쓴 보약을 먹은듯 인상을 쓰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증의 관계에서 조차 부모들의 사랑과 자식들에 대한 관심의 모습은 닦아도 지울 수 없는 눈물로 흐른다.
이 책 "네게 쓴 메일함" 은 아버지와 아들의 소원한 관계를 조금을 이해할 수 있듯이 그러한 관계를 개선해 보고자 하는 아버지의 메일을 시작으로 아들의 메일 교환으로 인해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 가족에게 드리운 안타까운 모습들을 목도하게 한다.
젊어서 부터 가족에게는 무관심하고 평생을 기타 줄 뜯거나 대금을 불어 대며 유랑으로 인생을 살아 온 아버지라면 그 아들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감정이입이 이뤄진다.
아마도 저자와 마찬가지로의 애증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며 마지막 남은 선산과 논을 가족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고 사회단체에 기부하려는 아버지라면, 우리는 쉽게 아버지를 인정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행위는 그렇다 할 수 있지만 아버지를 생각하는 나, 우리는 지나친 감정이입을 하고 있지 않는가? 또는 재산에 대한 권리에 일말의 욕심이라도 있지 않을까 싶기에 저자가 아버지에게 느끼는 서운함과 아쉬움 등이 드러난 글들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한 아버지이지만 자식의 잘못됨 보다 잘 됨을 바라마지 않는 부모의 마음은 언제나 동일한 사랑의 표현이다.
나, 우리가 가족에게, 부모에게 상처받고 고통받는 일은 감정의 앞세움이 먼저기에 그러한 느낌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감정을 배재한 상태에서 관계를 바라볼 수 없을까?
가전회사 A/S 기사에서 재활용 수집가, 골동품 감정사라는 길을 걸어 온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아버지의 첫 메일에서 '추풍' 선생의 이야기로 마주할 수 있어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아버지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일상은 진짜, 가짜에 대한 구분을 통해 가치를 매기는 예술품 시장이 존재한다.
추풍선생의 딜레마를 아버지는 아들 역시 겪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섞어 들려주고 있다 생각하면 물질적인 유산만이 재산이 아니라 정신적인 유산이 더 큰 재산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가는 대중의 파트론이다. 대중의 심미안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는 관계임을 말하지만 작가 자신으로의 요중선,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생활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수행하는 소설가가 되기를 기원하는 아버지의 따듯한 마음을 읽으며 울컥하는 마음의 동요와 그리움이 묻어난다.
이렇게 메일을 쓸 수 있는 아버지라도 계시니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아버지의 마음이 녹아든 전복파스타를 맛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