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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만나자
심필 지음 / 서랍의날씨 / 2024년 7월
평점 :
죽음 체험이라는 경험을 해 볼 수 있었던 몇 년전의 나의 기억을 떠 올려 보면 진짜 관 뚜껑을 덮고 못을 치는 일이 아니었음에도 관 안에서의 상황과 어찌할 수 없는 나를 견디지 못하고 울음을 터드렸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소설의 첫 부분에서 보이는 산 채로 관 안에 갖혀 버린 주인공의 기억에서 주마등 같은 과거의 현실들이 빛을 발하는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산 채로 땅에 묻거나 관에 묻히는 경우는 종종 뉴스나 영화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던 바이지만 소설로 만나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갖게 된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인물의 뇌속에선 주마등처럼 과거의 환영들이 필름처럼 돌아간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 그러한가? 하는 물음에 답하듯 산 채로 묻힌 주인공의 기억 속에서도 지난날의 기억들이 소환되어 마치 어둠 속에 빛이 명멸하듯 그렇게 타오르다 사라지곤 한다.
관 속에 갖히기 까지 8일간의 기억들, 죽음의 출발점이기도 하면서 어쩌면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어제 만나자" 는 어감이 아니 표현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느껴진다.
'어제 만났다'가 아니고 과거를 만나자라고 예언하는듯 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음에 적잖히 상상력을 발동하는 타임슬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 작품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수, 동호는 형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백수 동수에 비해 동호는 보기만 해도 겁먹을듯 한 거구에 몸집을 가진 존재로 지독히도 가난함을 벗어나기 위해 발을 디딘 격투기장에서 예의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하나의 사건은 또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며 그들이 겪어야 하는 가중되는 범죄의 사슬은 점점더 광폭해져만 간다.
마침내 그들에게는 가진 몸뚱아리 외에 먹고 죽을래도 없는 빚이 남았고 동수는 동생 동호를 데리고 7년 전에 한국에서 사라진 마약제조자 월터를 만나야 하는 지경까지 흘러가게 된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월터를 눈여겨 보는 동수와 동호는 마혁수의 지시로 항구에 숨어들고, 경찰들과 마약상들, 총집결된 눈들을 뚫고 동호가 끌고온 차를 통해 월터와 차주인 장반장을 데리고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월터를 마혁수에게 넘기고자 하는 동수와 동호, 월터의 극심한 마약중독 사례를 본 후 월터를 장반장과 함께 창고에 가두게 되고, 약에 취한 월터는 장반장을 고문하다 죽이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그런 저런 이유로 동수와 동호는 계속 쫓기는 신세가 되고 계속 이용만 당하는 모자란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읽는이로 하여금 속이 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적잔히 저자의 그러한 구도가 독자들을 책에 붙들어 매 놓는 효과를 발휘 한다 말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동수는 도망자가 되고 동호는 미간에 총알이 박혀 죽음을 맞게 되곤 월터의 새총 진실의 세럼에 맞아 지난 시간을 되돌리는 환각에 걸리고 만다.
하지만 마뜩치 않다. 오늘 있었던 일들의 효과들이 고스란히 몸에 남아 있는 상태로 시간만이 어제로 되 돌아가는 시간의 역진성을 보여주는 상태에서 동수는 더이상 동생 동호가 살아나지 못하는 상황을 통해 복수의 칼을 갈게 된다.
우리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마약으로 인한 문제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소설 역시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벌어지는 마약파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 주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약을 통한 현실의 전복은 꿈꾸지 않는게 좋다.
관 속에서 마주하는 지난 시간으로 역진하는 8일간의 시간을 통해 가진것 없고 배운것 없는 동수 자신은 어쩌면 현실의 나, 우리의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도 된다.
하지만 그가 결국 죽음 앞에서 8일간의 역진 시간을 통해 하려는 일은 삶에 대한 복수와 다름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다.
어쩠거나 벽돌과도 같은 책이자 오타도 많고 엉성한 부분도 많은 소설이지만 그 맥락만큼만은 또렷하게 전달되고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던 작품으로 평해도 좋을것 같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