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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배매아 지음 / 고유명사 / 2024년 1월
평점 :
결에는 많은 의미, 뜻이 담겨 있다.
'겨울' 을 뜻하기도 하며 활 깍지로, 패물로의 뜻도 있지만 영단어 Grain 처럼 나무의 결이 뜻하듯 어떤 무늬나 형상을 이르기도 한다.
그처럼 결은 뚜렷이 정해지지 않은 무늬, 혹은 형상을 말한다고 이해할 수 있으며 인간의 삶이라는 무형이자 유형인 시공 그루터기에서 살펴볼 수 있는 무늬라고도 할 수 있을것 같다.
나무를 잘라 보면 수 많은 나이테가 존재함을 볼 수 있듯이 인간의 삶 역시 희노애락으로 인해 발생된 수 많은 결들이 인생이라는 나이테를 삶에 드리우고 있음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결, 다만 그것이 나 다움과 인간 삶의 방식에 있어 동화되고 있느냐에 따라 이해되는 일도 달라질 것이기에 낯설면서도 기분 좋은 전율로 가득한 소설가 배매아의 첫 소설집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결" 은 우리 삶의 관계가 만드는 세계가 경계의 어우러짐과 그 경계에 대한 서로간의 결들에 대해 투시하는 엑스레이 조사의 느낌으로 읽혀진다.
소설집이지만 '결' 에서 보여주는 나와 관계하는 모든 이들은 이방인이자 타자이며 각자가 이루는 결들에 대한 표현보다 그들이 서로를 향해 빚어내는 모나드( 우주를 무한대로 나눠 더이상 쪼개지지 않을때 까지 쪼갰을 때 남는 최소의 개념)적 정체감으로의 서사를 보여준다.
그러한 의미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장국영의 '바람이 다시 불 때' 와 진숙화의 '결'은 이방인적인 느낌으로 독자들의 의식과 어떤 결합을 보일지 궁금해 진다.
나의 느낌으로는 결합되지 못한 감성으로의 서로 다른 결들의 경계에 대한 느낌만이 강하게 느껴지고 여전히 그들은 자신의 결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나의 경계와 어울리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결국 그러한 결들에 대한 나, 우리의 이해와 받아들임에 대해 저자는 요구하고 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하나의 결로서 존재하지만 그 하나로의 충족되는 완성이 아니라 여러 결들의 경계가 겹치고 물린 영향력 있는 결로서 공존하는 나, 우리의 삶이자 인생의 결들을 생각하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들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독자적인 무늬로서의 영역과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만 타자와 나, 우리의 결은 따로 또 같이 라는 공존의 결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의식에 머물게 되고 이러한 의식은 모나드적 정체감을 가진 나, 우리에게 우리 자신만의 결이자 공존과 공감 차원의 결로서의 존재감을 시위하듯 보여준다고 판단한다.
여섯 편의 소설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결들이 어쩌면 무미건조한 현상으로의 모습들을 담아 낸 결로 이해할 수도 있으리라.
소설에서도 음악적 운율과 의미를 읽어낼 수 있음은 분명 고난도의 사유가 발원이 되어 문자화 되는 일련의 과정이라 판단하게 된다.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세계를 작가의 고뇌와 높은 사유를 통해 닫힌 세계를 열린 세계로 이끌고 수 많은 독자들을 위해 풍성한 결의 모습들을 질감으로 표현해 내는 일은 소설이자 영화라 할 수도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에서 배태된 정교하게 벼리한 칼이라면 장난스럽게 한 번 스윽~ 빗겨 나가도 빨간 핏방울이 맺히듯 선영하게 영역을 드리우는 자욱처럼 결 또한 나, 우리를 그렇게 삶의 족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세상에서의 흔적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낮설지만 매력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저자의 첫 소설집에서 느끼는 결, 그 의미를 오랫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