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강 세븐
A. J. 라이언 지음, 전행선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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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억이라는 존재는 시간 속에 발생한 이전의 인식이나 경험을 의식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기억이 인간을 변화하게 하는 실체가 된다면, 우리는 기억을 기억하고 싶어할지 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마치 코로나 19 또는 그와 유사한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만연한 펜데믹처럼 인간의 기억이 인간을 위협하는 세상이 되면 과연 인간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야말로 생각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는 가정이 등장하고 생각은 기억과 연결된 모든것을 없애는 역할을 하지만 기억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역설적인 부분도 존재한다.

기억에 의해 전염되는, 영상으로 만나볼 가능성을 염두해 볼 수 있었던 새로운 아포칼립스 세상을 목도하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붉은 강 세븐" 은 안개 속에 쌓인 움직이는 배 한 척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깨어나고 그들은 자신만이 아닌 또 다른 사람들 역시 머리에 동일한 상처가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이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고 모종의 실험에 참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기에 이르는 과정을 시작으로 독자들의 읽는 순간을 흥미롭게 영상화 시키는 책이다.

자신들의 몸에 쓰여진 이름들이 자신의 이름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지금 이전의 기억들이 모조리 지워진 상태이지만 몸이 기억하는 상태로의 모습으로만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전문가 집단이라는 사실을 유추해 낸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 살아 온 이전의 기억만을 지운다는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물론 비약적인 뇌과학의 발전이 이루어 지고 있지만 기억을 조작 삭제하고 몸에 기억된 상태만으로 삶을 살게 한다는 가정은 참으로 놀라운 상상력의 발상이며 그러한 상상력으로 이끌어 나가는 소설은 꽤나 흥미롭고 신비롭다.

적절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전적 요소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장면 전환을 이루고 일곱 사람들은 기억해 낸 한 사람을 죽이게 되고 서로의 생존을 위해 기억이라는 존재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는지를 목도하고 그에 대한 두려움에 휩 싸인다.

기억을 떠 올린 사람의 신체 변화, 기억을 떠 올린 사람을 죽여야 하는 그들, 어딘가로 계속 나아가는 배, 그들에게 전달된 위성전화를 통해 하달되는 명령, 괴물처럼 변화한 존재가 가지고 있던 노트북에 담긴 비밀 등 꽤나 빠른 속도감으로 읽혀지는 소설은 그들의 앞길을 더욱 호기심에 쌓이게 하는 역할자로의 기능을 충실하게 한다.



기억에 의해 전염되는 새로운 공포는 어쩌면 현실세계에서 맞이하는 치매와 같은 의미를 환기 시켜 주는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자신이 누구고 이전까지 무엇을 한 존재인지를 망각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상황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삶을 연명해 나가는 상황등을 생각하면 작가는 어쩌면 그러한 부분을 모티브 삼아 작품을 완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기억이라는 존재가 기억하고 싶다고 기억되는것도 아니고 기억하고 싶지 않다 해서 기억나지 않는 것도 아닌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항력적인 존재임을 생각하면 기억으로 전염되는 공포스런 감염병은 읽는 내내 의문과 호기심으로 증폭된 마음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해소적 방안들을 보여준다.

기억을 잃은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미션? 과연 그들은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그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수 많은 전염병들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인간이 자신을 넘어서는 능력의 전염병을 마주 했을 때의 대응법에 대한 이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 즐거운, 그러나 공포스런 느낌으로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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