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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노인들의 일상을 유쾌하게 담다. 실버 센류 모음집
사단법인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 포푸라샤 편집부 지음, 이지수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평점 :
문학적 서사는 어쩌면 우리가 느끼는 신체적 감각과 마음이 느끼는 감정에 의해 빚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사랑과 부정맥이 일으키는 현상은 어쩌면 그리도 꼭 같은지, 또 그러함을 깨닫고 그러한 느낌을 고스란히 표현해 낼 수 있음은 문학적 센스가 상당히 뛰어난 인물임이 분명하다 생각하게 된다.
센류 ( 川柳 )는 5·7·5조의 음율을 가진 일본의 정형시다.
시(詩)라고는 하지만 지긋이 나이드신 노인분들의 삶의 통찰에서 빚어진 느낌을 시로 만든 일은 웃픈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두근거리는 마음, 설레는 마음처럼 다가 온 센류, 부정맥이 아닌 문학적 감수성을 한 껏 채워 줄 센류 공모전 수상작들의 시를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 시리즈 누계 90만부의 페이지 마다 웃음이 터저 나오는 실버 센류 걸작선이라 지칭하는 정형화된 시집이다.
시집 치고는 대부분의 시들이 노인분들의 의식에서 비롯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시적 표현으로 하고 있어 노인들이 세상을 유쾌하게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왠지 웃기지만 슬프고 서러운 느낌으로의 감정이 자리한다.
물론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하는 시들도 존재한다.
"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 시가 그렇고 "우리 마누라 한때는 요정 지금은 요괴'가 그렇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감정과 부정맥의 현상이 그렇게나 꼭들어 맞을 수가, 마누라의 어제와 오늘이 한 글자 차이로 달라지는 모습에서 웃음을 머금게 되듯 노인들 역시 웃음꽃 피는 해학의 의미를 전해주는것 같다.
그런가 하면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시로 표현한 내용들도 눈에 띄게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연명 치료 필요 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가 그렇고 "[미련은 없다] 말해 놓고 지진 나자 제일먼저 줄행랑" 이 인간의 생명에 대한 애착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가슴 한 켠이 짠하기도 하다.
노화에 대한 노인들의 생각도 서글픔과 안타까움을 보여준다.
"일어섰다 용건을 까먹어서 다시 앉는다" 가 그렇고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찾기"가 그렇고 "국민연금 부양가족에 넣고 싶다 개와 고양이" 라는 시가 그렇다.
젊어서와는 다르게 하루만에도 자신의 변화를 살갑게 느끼게 되는 노인들의 노화는 정신의 부재에 대한 기억과 가족조차 등지고 난 후 개와 고양이에게 연금을 들고 싶다는 서글픔 가득한 느낌으로 전해진다.
저자는 11만 수 이상이 공모한 공모전에서 가르고 뽑아 여든 여덟수의 시를 수록해 놓았다.
책의 전, 후면에 표현한 유쾌하고 웃음이 터저 나오는 센류로의 시집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센류로 지칭하는것이 더욱 올바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노인들이 지은 시들이라 노인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다.
만물의 영장임을 자처하는 인간이지만 노화하는 단계에 접어든 인간의 모습에서는 만물의 영장을 그리기 보다 작고 왜소하며 스러져 가는 자신을 부여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노인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그러한 모습이 가까운 미래든 먼 미래든 나, 우리에게도 다가 올 미래라 생각하면 마냥 유쾌함으로 시를 읽어낼 수는 없을것 같다.
일본의 많은 노인들의 현실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담은 시들이니 만큼 우리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판단해 보고 싶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