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자 가로수 이야기
박윤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11월
평점 :
일상적인 우리 삶의 시간들은 평온과 혼돈이 얽혀든 시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시간의 연속선상에 존재하는 나, 우리의 일상에 작은 파문 하나는 그것이 행복의 밑거름 일수도 있고 또한 벌어지지 않아야 할 사건의 단초가 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러한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의 삶, 일상을 이루는 과정이라 생각해 보면 순간의 상황이 이뤄진 상태에서의 나, 우리가 갖는 감정의 고양, 놀람, 슬픔, 서운함,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지만 순간과 이어진 시간의 흐름으로 말미암아 일상 라이프의 통찰적 관점을 유추해 볼 수 있음은 대부분의 나, 우리가 하는 생각을 역설적으로 만들어 주는 부분이기에 새롭고 의미 있는 기쁨이 될 수도 있다.
소설집이지만 작가의 놀랍고도 역설적인 상황포착을 통해 유추의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야자 가로수 이야기" 는 작가의 습작과도 같은 소설 작품 7편을 모아 펼친 소설집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스개 소리로 하는 말에 '개가 꼬리를 흔드는게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 이라는 말이 작가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품이고 보면 왜 그럴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의 소설 속에서는 유독 일상의 우리 삶의 모습들이 존재하지만 그 가운데 사건과 사고로 이어진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번뜩이고 있어 자칫 사건의 정황과 관련 이야기에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묻혀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일상이라는 생활속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사고들을 접하는 화자들은 그러한 상황의 불가피한 발생을 통해 역설적인 유추를 가능하게 하고 종국에는 그러한 일이 벌어졌음을 시인하게 하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맥락 없이 이어지는 삶이나 생활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삶이자 생활이 어찌 맥락이 없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마주하는 매 순간 순간 마다의 상황들 역시 어떤 계기를 동반하고 그 과정들이 모이고 맺힌 결과로의 상황을 우리가 순간에 맞아들게 되었다 판단할 수 있게 되고 보면 꾀나 고단수의 사고법을 가진 작가라 말할 수 있을것 같다.
김씨 할아버지가 안치된 봉안당에 설치된 조화, 동진 아파트에서 뛰어 내린 여자의 시신을 덮었던 테이블 보, 사라진 마사지사인 희주, 미필적 고의감이 묻어나는 손 등 소설의 흐름을 꿰뚫는 핵심적 의미를 소설의 종장에 이르러 유추하게 되며 이는 다시 거슬러 올라가 소설의 전체를 이해하게 하는 의미로 작용한다.
그야말로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격이랄까 하는 느낌의 기시감을 전한다.
소설들은 일상에서 접하는 죽음을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한 죽음이 직접적이라기 보다 간접적으로 느껴지며 죽음을 바라보는 바, 우리는 피험자로의 느낌을 고스란히 작가의 소설, 이야기를 통해 만나게 된다.
더불어 의문이 남는다. 왜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닌 피험자, 즉 곁에서 지켜 본 사람의 시선으로 죽음을 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죽음은 삶의 또다른 면이라고 하지만 우리 삶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감을 갖는다.
그러한 죽음이 일상적인 삶으로 들어와 나, 우리에게 피험적 의식으로 읽혀지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세부적인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으로 자리매김 한다.
어쩌면 죽음을 통해 가해자, 피험자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그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저자는 무얼 말하고자 함인가? 죽음이 가까이 있듯 삶 또한 그러하면 견조한 삶의 순간들이 마치 영원한 죽음인 양 매순간을 충실하게 살아야 함을 일깨운다.
그러한 의미를 담아 저자의 이야기, 죽음과 삶의 조율을 담은 이야기를 읽어보면 느낌이 색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