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루이즈 글릭 지음, 정은귀 옮김 / 시공사 / 2023년 12월
평점 :
시를 읽기 좋아하면서도 시의 어려움에 고개를 흔들게 되는 일들이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를 멀리하는 일은 나 스스로가 좋아함을 배반하는 일과 같기에 그러하지도 못하는 상태임을 생각하면 적당한 타협?과도 같은 내 나름대로 식의 이해를 통해 시(詩)를 이해하고자 한다.
수 많은 시인들의 시들이 존재하며 그들 나름대로의 시상으로 녹여 낸 시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라면 다양한 시들을 음미하고 즐겨 하겠지만 그러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유명세가 부착된 시들은 한 번 쯤은 하는 기호적 의미로라도 만나볼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판단해 볼 수 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시, 세계인의 눈과 귀, 마음을 훔친 시인의 시는 과연 어떠할지 기대해 보며 만난 시집을 읽어본다.
이 책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은 20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루이즈 엘리자베스 글릭의 열 세번째 작품으로 시인 삶의 마무리를 의식할 수 있는 의미를 찾아볼 수 있는 시집이다.
표면적으로 시인의 시만을 읽게 되면 시가 내포한 함의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시적 감흥이나 정서가 풍부한 사람들이라면 시의 내용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계제라 할 수 있지만 보통의 나, 우리와 같은 이들은 시인의 시를 설명하는 역자, 옯긴이들의 설명을 통해 시에 담긴 중의적인 함의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
시의 제목이 '협동 농장의 겨울 요리법' 이다.
협동 농장은 인간 세상의 삶이 이뤄지는 사회이자 나, 우리의 삶이 이뤄지는 현실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서의 겨울 요리법이라니, 겨울은 인간 삶에서의 겨울로 열망과 성장을 지나 성숙과 안정을 넘어 삶의 종착역으로 가는 과정을 이름이기도 하다.
그런 종착역으로의 요리법은 과연 뭘까?
시를 통해 읽어내는 흐름으로는 소년이라는 성장의 기운과 겨울로 읽혀지는 죽음에의 모습을 함께 그려 내는 시인의 삶의 마지막을 목도하게 되는 현상을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하튼 시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표면적인 시의 이해가 아닌 설명이 들어간 시의 이해를 접해보는 일은 어렵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시의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다른 시인들의 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을 갖게 되는 문구들이 있다.
'치아바타 반 갈라 그 사이에 채워 넣었다: "상쾌한 겨울 샌드위치" 라고 불렀다, 하지만 아무도...(page19)
싯구의 맺음에 이어진 콜론의 사용이다. 콜론은 시, 분, 장, 절 따위를 구별할 때 쓰이는 문장 부호의 하나이지만 그것을 후속 싯구와 연결지어 매끄럽게 이어주는 역할자처럼 쓰고 있음은 여타의 시들에서는 볼 수 없는 시인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싯구에 사용된 내용을 설명하거나 할 때 쓰이는 부호의 의미를 알면 이어지는 싯구와의 연결이 매끄러운 하나의 싯구가 된다는 느낌을 이어준다.
보통은 끊어지는 단락처럼 여겨지기 마련인데 루이즈 글릭의 작품에서는 많은 시들이 그러한 형식을 따르고 있어 새로운 느낌과 의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여진다.
그와 같이 생각해 본다면 콜론 보다는 세미콜론이 더 합당한 부호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명확한 사용법에 대한 의미를 조금은 다르게 의식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 삶은 겨울이 있으면 봄도 있고 여름과 가을도 존재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시인이 말했듯이 겨울, 봄, 그 어느 계절이라도 다시 오지만 같은 시간은 아니기에 어쩌면 우리 앞에 놓인 삶이 더욱 처연한가 하면 찬란히 빛내어야 할 그 무엇으로 인식하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