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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꽃망울이 벌어졌네 ㅣ 푸른사상 산문선 53
권영민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2월
평점 :
물(가)에 사는 선녀 혹은 신선을 의미하는 수선화는 자기애, 고결, 자존심, 신비, 외로움이 꽃말이다.
그러하듯 꽃의 자태 또한 수수하고 청초한 모습으로 고결한 자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수선화 꽃의 개화시기는 12월에서 3월로 겨울과 초봄으로 사람의 인생에 비견하면 초로의 나이, 즉 노년에 접어드는 나이로 이해할 수 있다.
과거에는 40~50대를 일컬었을 수도 있으나 지금과 같이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100세 시대를 넘는 목표를 둔 시대에는 50~60대에 도달한 사람들의 삶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수도 이거니와 꽃망울이 벌어졌다는 것은 여물어 익어 벌어진 상황을 그리게 한다.
인간의 삶에서 인생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장의 시간들이 쌓이고 응축되어 인생의 꽃이 피어나는 시기를 생각하면 노년은 나이듦이라는 서글픈 시절만을 생각할 것이 아닌 새롭게 의식하고 받아들여야 할 시기임을 깨닫게 한다.
오늘 노년을 통해 수선화 꽃망울을 터트린 이의 삶과 인생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수선화 꽃망울이 벌어졌네" 는 저자의 지금까지의 삶 속에 드러나는 많은 이야기들 속에 인생의 달고 쓴 맛을 여미고 있으며 그 가운데 오롯이 독보적으로 보이는 저자의 어머님의 지극한 정성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가 하면 여전히 나이를 먹으나 않 먹으나 어머니 앞에서는 노년을 맞은 저자 역시 아이와 같은 모습이 된다는 사실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의 삶과 인생은 다양한 일들, 사건들로 이뤄져 있으며 나, 우리는 그러한 일과 사건들을 나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면 해결치 못하고 어정쩡 하게 끌려가게 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도할 수 있다.
나는 명쾌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젊은이들도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인생길에서의 삶은 수 많은 불분명한 일, 사건들로 이루어져 맹쾌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 이다.
다만 명쾌하고 픈 마음을 갖는 일은 젊으나 나이들어서나 매 한가지라 할 수 있는 일이다.
생활의 다양한 면들에서 저자의 대응은 명쾌하기보다 미온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나약함이 아닌 신중함을 무기로 한 조율적 의식과 행동이 많아 보이지만 그 때마다 저자의 어머님의 생각과 행동은 자식을 일깨우고 세상을 먼저 살아 낸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행복한 가정이자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부러움과 찬탄이 섞이 마음이 든다.
아들을 박사님이라 지칭하는 어머님의 마음,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럽기에 그럴까 하는 생각이면에 사회적으로 활동을 많이 하는 자식의 안위를 앞서 걱정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지칭할 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해 보게 된다.
그런 저자의 삶에도 어머님과의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 도래하고, 마치 나의 부모님과의 이별처럼 기시감이 느껴지는 아픈 마음에 울컥하는 마음과 시큰거리는 눈시울이 뜨겁게만 느껴진다.
사랑이 충만한 사람들, 뜨겁고 아늑하며 그리운 마음이 드는건 저자의 삶이 보여준 가족사랑과 문학적 기량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갖는데 있어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오롯이 한 사람의 인생, 삶을 살아내는데 있어 부모의 역할은 고이고이 키워 세상에 필요한 인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마치 한 떨기 수선화처럼 외롭지만 자존심있는 고결한 인물로의 나, 우리를 위해 우리 부모님들의 애정어린 삶의 시간들은 소진되었다.
잠시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마음 속에만 존재하는 그 시절의 모습들이 그리워 진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