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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평점 :
레임덕 현상은 현실이나 과거나 똑같은 양상으로 일어났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읽을 수 있다.
비단 정권 창출자만의 레임덕 현상에 촛점을 맞추기 보다 그들을 떠받든 백성들의 모습에서 그러한 레임덕의 모습들은 가감없이 드러나기에 혼란스러움을 명확히 느낄 수 있는듯 하다.
정권의 교체기 혹은 혁명과 전복으로 인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은 항상 혼란의 장이었음을 생각할 수 있고 그 틈을 타 자신의 배를 채우려는 얄팍한 술수를 펼치는 이들도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구미호, 불가사리, 처녀귀신 등은 우리의 오랜 이야기 속에 전해지는 상상속의 존재들이지만 얼마나 시대가 흉흉하고 혼탁했으면 그러한 속설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집고 불안에 떨게 했을지를 곱씹어 보게 한다.
다양한 함의를 느끼게 하는 이야기들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다.
그런 이야기의 힘은 나, 우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삶의 근원으로 자리하고 있어 그 속에서 나, 우리의 옳바른 삶의 방향성 탐구에 대해 고민해 보게 한다.
이 책 "아홉 꼬리의 전설" 은 고려시대 말 최영장군과 위화도 회군으로 권력을 잡은 이성계의 난 이후 백성들의 불안과 그들이 놓인 삶의 모습을 오롯이 드러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금행이라는 감문(고려시대의 미관 말직)과 과거시험을 준비하지만 정치에 회의적인 한량 정덕문이 만나 백성들의 삶 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괴담과 불안에 드리운 모습을 쫒아 백성들의 삶을 위해 어떤 존재가 필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책이다.
아홉 꼬리의 전설은 구미호라 일컬을 수 있는 바 우리는 상상속의 구미호로만 알았지 그 누구도 구미호를 보았다거나 확인한 사람이 없었던 바를 생각하면 세상의 흉흉함이 기폭제가 되어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삶이 벼랑끝에 서 있는듯 한 마음을 갖게 되는 모진 세월을 의미하기도 한다.
계급과 신분을 떠나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아니 소설적 이야기라 치부할 수 만은 없다.실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 드러난 이야기들은 그렇게 계급과 신분을 초월해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 이뤄낸 친구관계를 유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혹적이라는 말은 나, 우리 자신의 친구관계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는 바이기에 더 이상의 추언은 불필요하다.
백성들로 부터 세를 받아 배를 채우는 호장가와 감무사이의 알력, 끔찍한 살해대상이 된 사람들의 죽음이 몰고 온 실태를 통해 구미호와 처녀귀신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흉흉함으로 얼룩진 그들의 삶의 모습들이 안타깝지만 그들에게도 따듯하 마음과 정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멀리 떠났다 돌아 온 감문 금행과 호장가들의 갈등, 권문세족과 사대부간의 미묘한 알력과 세대교체에 대한 희망, 백성들의 숨겨진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 빼곡히 아홉 꼬리의 전설을 채우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라의 혼란이 발생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바로 백성이자 국민이다.
그런 백성과 국민을 위해야 할 정권 창출의 인물들의 면면이 성군으로의 면모를 지닌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많다.
사대부로 정치적 술수로 자신의 출세길을 찾는 이들 보다는 백성들을 놀라게 하고 두렵게 하는 아홉 꼬리의 전설을 찾아내 해결해 주고픈 마음을 갖는 덕문의 마음처럼, 금행이 본 덕문처럼 우리의 곁에도, 우리의 정치 판에도 그런 인물들이 존재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구전설화나 상상력의 존재로만 치부할 대상들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는데 아홉 꼬리 전설은 제 몫을 다한 멋진 작품이라 판단할 수 있을것 같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