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평점 :
역사적 의의를 다는데 있어 가해자인 암살자는 어떤 측면에서 피해자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볼 때도 있다.
암살자 당사자야 피해의식 또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거사를 치뤘을지도 모르지만 그와 결부된 가족, 친지 등의 피해자로의 상황은 쉬 우리가 짐작커나 알 수 없는 부분이 틀림이 없다.
특히 부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라면 세상의 비난과 질타를 외면치 못하더라도 오롯이 그들만의 애틋함과 사랑이 드러난다 할 수 있다.
그러함을 우리는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범죄자와 그들 가족의 모습을 통해 조금은 이해하고 있지만 더 이상의 관심과 애정은 보여주지 않는다.
범죄자와 범죄자가족이란 주홍글씨는 보이지 않지만 낙인 찍힌 냉엄한 세상속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그런 가운데 세상의 시선보다 범죄자 가족의 시선으로 그려보는 색다른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부스" 는 미국 초대 대통령 링컨을 암살한 미국 역사상 가장 악랄한 악당으로 지명되는 존 윌크스 부스와 그의 가족, 가문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 범죄자보다는 관련된 가족 역시 돌봄과 애정어린 시선을 주어야 할 존재들임을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범죄의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단 그와 관련된 가족내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모습, 이야기로 번져 나간다.
어쩌면 그들은 범죄 이전이라면 보통의 사람들 처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일 이후에는 스스로의 선택권은 제압당한 채로의 삶을 살게 되는 형국이 안타깝기도 하다.
더하여 가족끼리도 차별하고 받는 관계가 된다면 성장하는 아이들의 인성, 성격 등에는 씻지 못할 커다란 상처와 고통스런 문제로 자리하게 될 수도 있다.
로절리가 엄마의 사랑을 갈망하는 모습은 나, 우리 역시 그러한 부모의 사랑을 원한다는 동질감과 안타까움을 선사한다.
희생과 봉사는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일에 다름이 아니고 보면 2년 마다 태어난 동생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빼앗긴 그녀의 입장으로서는 시기와 질투를 가질 법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사랑으로 동생들을 돌보고 떠나 보냈다.
온전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한 그녀의 눈물은 애증의 눈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의 주요인물로 나의 가족 누군가가 된다면 과연 나,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고 또 어떤 선택의 삶을 살게 되었을까? 궁금해 지는 부분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이는 비단 나, 우리 개개인에만 국한되는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변혁을 이끌어 내야 하는 의식의 변화를 종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범죄자 가족이지만 그들이 범죄자는 아니지 않는가 생각하면 포용과 돌봄의 지혜로 더욱 민주사회를 조성하는데 이바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저자는 에이브럼 링컨의 살인자를 이야기로 삼고 있지만 주요 핵심적 서사가 아닌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로 우리의 양가감정적 의식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들의 원망을 사면서도 가족으로서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애증의 대상, 어떤 선택을 따라 우리의 삶을 형성해야 하는지는 모두 각자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의미를 따라 다르겠지만 저자가 나,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는 보통의 나, 우리가 보일 수 있는 모습과는 다른 모습과 생각으로 사건을 해석하길 원한다고 느껴진다.
집단이 아닌 온전히 한 사람의 주체적인 인간으로 가족 사랑의 중심에 선 인물, 세상 사람들에게 지탄과 원망을 받았을 지언정 그는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진하게 느끼고 떠난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판단도 해 보게 된다.
역사적 사실을 통해 가족, 가족사랑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접해 볼 수 있었던 수작이다.
첫 페이지에 수록된 문구 '이름이 무엇이면 어때?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달콤한 향기는 그대로 인것을'가 이 소설을 꿰뚫는 중의적 표현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해 보게 된다.
독자들 역시 가족에 대한 뜨거운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진한 사랑의 감정을 느껴 보길 추천해 본다.
**네이버 카페 컬처블룸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