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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무너뜨린 정신의학사의 위대한 진실
수재나 캐헐런 지음, 장호연 옮김 / 북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신체적 병증은 물리적 병증과 정신적 병증으로 구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걱정스러움을 안고 사는 분야는 정신적 분야가 아닌 물리적 분야로의 병증들임을 생각하면 어쩌면 우리는 정신병증에 대한 무지로 일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정신이 멀쩡하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신이상자와 정상자로 구분하기는 하지만 그 기준이라는게 참으로 모호하기에 실체를 드러내 놓고 보면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수준이라 판단하게 될 수도 있다.
암이나 기타의 병증은 물리적인 부분으로의 치료와 관리를 통해 병증을 낫게 하지만 정신병증은 과연 어떻게 판단해 정신병자로 인정하고 또 그러한 사람들을 어떤 방식으로 치료하는지는 무수히 많은 의학분야 중에서도 극히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듯 한 느낌을 지금까지 보여 주었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진짜환자와 가짜환자를 구분할 수 있는지 실험을 해 결과를 얻은 역사상 논란거리가 된 미스터리 실험과 관련한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가짜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는 자가면역 뇌염이라는 병증을 정신병증 조현병으로 오진해 정신병원에 강제 수용되었던 저자인 수재나 캐헐런의 경험을 통해 1960년대 미국 스텐퍼드 대학 심리학자인 로젠한이 실시한 실험과 맥을 같이 해 우리가 정신과 의사들의 의료적 행위에서 온전한 정신과 정신이상을 구별할 수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투입된 8명의 환자들의 이야기와 저자의 정신병증으로 오인하게 된 조현병에 이르게 된 사연의 교차 시점을 오가며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우리사회에서는 물질적인 병증에 대해서는 일말의 안타까움이나 동정의 여운을 느낄 수도 있으나 정신병적 소견을 가지고 있거나 진단을 받은 상태라면 그야말로 현실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에서 동떨어진 존재로 전락하는 느낌을 갖게된다.
그야말로 미친사람 취급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 뒤 재보지 않고 그 결과만을 두고 판단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우리 자신이 정신병에 대한 무지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거니와 또한 다른 물리적 병증을 치료하는 의사와 의료행위 보다는 정신병을 치료하는 의사나 의료행위에 대한 무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그러한 느낌 조차 가질 수 없는 사회적 시스템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사회가 더 발전하고 인간의 공동체화가 느슨해 져가는 미래가 되면 온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정신이상자로 몰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음을 뉴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보면 물질적 병증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고 고치려고 하는 의식과 노력들이 따르고 있지만 정신병증에 대해서는 그러한 기미를 환자나 의사의 의료행위에서 여타의 병증을 대하는 시선과 사뭇 다르게 느낄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들이 비단 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오래전부터의 문제였음을 이야기 하며 정신의학계의 치료과정을 지뢰밭이 가득한 세계라 지칭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자유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마치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듯 갈망한다는 느낌을 얻는다.
온전한 정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정신병동에 입원하면 보이지 않는 강압과 구속으로 인해 무기력증을 느끼게 되고 갈수록 자신의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로젠한 실험의 로젠한 역시 자신의 공책에 '무기력하다' 라는 단어를 자주 쓴 것으로 보아 구속된 상태에서우리의 존재감은 보통의 자유를 가진 인간이 아닌 정신병으로 인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미명하에 구속과 압박을 당해야만 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는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이 정상인이라고 대변하려 해도 분노를 느끼는 정신병자를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고 있기에 자제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껴안게 되면 정상인이라도 쉽게 정신병원을 온전히 나가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
정상인에 대한 구속과 판단에 대한 의심이 그러할진데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에 쌓인 의식을 보이는 의료계의 대응은 보지 않아도 그려질 정도라 하지 않을까 싶다.
로젠한 실험은 정신의학계에 진단의 신뢰성과 타당성에 대한 문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정신의학 분야에서 다양한 정신이상에 대한 병증을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진단과 치료에 있어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우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뚜렷이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지에 대한 타당성 있는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면 적어도 가짜실험을 통해 정신의학의 지뢰밭을 거니는 행위는 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여러분의 정신은 지금 정상입니까? 아니면 비정상입니까? 그에 대한 기준과 대답을 스스로 내려보길 바란다.
**출판사 북하우스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