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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
안보윤 외 지음 / 북다 / 2023년 9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0924/pimg_7974361234028038.jpg)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 이효석이라는 존재를 그의 문학적 소산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해마다 다양하고도 많은 작품들이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한 도전으로 몰려든다.
어쩌면 그러한 경향이 이효석문학상의 정체성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효석 그의 작품 [메밀꽃 필 무렵]에는 소설적 특징의 구성과 서사에 의존하기 보다는 시적 운용에 가까운 서정적 묘사가 두드러지기에 소설을 배반한 소설가라는 칭호를 악담으로 이해하기 보다 소설가이면서도 소설가를 뛰어넘는 존재감을 지닌 칭찬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것 같다.
매년 수상작이 발표되는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들의 그 면면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은 이효석문학상뿐만 아니라 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대상들은 저마다의 정체성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설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정체성을 체화해 내는 방식의 색다름으로 인해 소설같지 않은, 아니 어쩌면 소설 역시 우리 삶의 연장 선상에 놓인 상상력의 산물이라 치부하지만 삶의 시의성과 개연성들을 파악해 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길 수 있어 이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의 대상 수상작품 '애도의 방식'을 읽어본다.
이 책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은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으로 대상 수상작 '애도의 방식' 과 수상작 자선작, 수상소감, 작품론과 인터뷰로 책 분량의 4분의 1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고 우수작품상 수상작인 5명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포진해 있으며 기수상작가 자선작으로 1편의 작품과 심사평에 대한 글이 소개되고 있는 책이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은 갈수록 심화되고 교묘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온전히 피해자는 피해자로의 삶으로 영속되는듯 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고통으로 뜻하지 않는 복수의 화신을 사회속에서 마주할 수 있게 되고 보면 학교폭력에 대한 원인, 발생상황, 경과, 결과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있는자들의 편에서 흘러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이율배반적인 삶으로 이어지고 있다.
나는 아니겠지 하는 마음은 잠시, 언제 어디서 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일은 이제 안심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에 충분하다.
소설속 동주 역시 학교폭력의 피해자로 나타난다.
하지만 보편화된 학폭 피해자처럼 폭력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동주가 아니라 저항적 의미를 뿜어 내는듯 한 결기가 느껴지는 동주의 학폭피해는 지속된다
성동터미널 내에 위치한 미도파 찻집에서 알바를 하지만 미도파 역시 정체성 모호한 동주와 닮은듯 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서민적인 콩나물국밥, 함박스테이크를 파는데 서민적인 돈가스를 팔지 않는다니...
학교 폭력을 당하는데 당한다고 생각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원인제공자처럼 행동하다니...
어쩌면 이러한 정체성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시의성은 뜻하지 않은 폭력행위자 승규의 죽음으로 전개되고 그 결과 승규의 엄마는 미도파를 찾아와 진실을 말해 달라고 한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하는 그 마음을 알게 된다면 승규의 죽음에 실린 진실을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이면에 학교폭력의 행위자였던 승규와의 불편한 관계를 그저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어쩌면 그러함이 자식 잘못 키운 부모에게 고통을 주는 서사로 읽혀질 수도 있지만 동주 스스로에게도 커다란 충격으로 느껴졌을 승규의 죽음에 대한 저항적 의식이 동주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귀결됨을 느끼게 된다.
복수와 애도는 별개가 아닌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다.
학교폭력으로 얼룩진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복수는 누구나 꿈꿀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하다.
마치 동주가 거듭되는 상상 속에서 수없이 승규를 붙들고 수없이 밀쳤듯이 진심을 담아낸 복수지만 애도는 존재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에 자신을 밀어 넣거나 한 걸음 떨어져 슬픔만을 조우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동주가 보여주는 애도의 방식은 트라우마적 상황에 의한 애도보다는 승규 자신보다 그를 위해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승규엄마를 위한 애도의 방식이자 자신을 위한 복수의 애도방식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애도의 방식은 일견 저항적 의식의 애도로 비춰질수도 있거나 다양한 의미를 덧씌워 새로운 방식으로의 애도를 뜻하는 복수(複數), 두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아 낸 것으로 인식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소설이되 소설을 배반한 이효석의 작품 정체성을 닮은듯 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도 싶다.
그 느낌의 시의성은 온전히 독자들의 몫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출판사 북다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