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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전학
임야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9월
평점 :
인간의 의식은 때론 무모한 이론이나 생각을 마치 진실인양 오도해 실천하는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야 그러한 생각이나 실천이 잘못된 것이고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그러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인간은 무모한 존재임과 동시에 무모함을 넘어서고자 하는 도전적인 존재라는 생각을 거둘 수 없다.
추위나 더위에 견딜 수 있게 인간의 신체를 만드는 일은 환경에의 적응력을 높이는 일이지만 그것이 인간 유전자의 변형을 이끌어 내는 주요 원인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물론 단기간에 그러한 실행으로 유전자의 변형을 이끌어 낼 수는 없지만 수 세기 아니 인간이 살아 온 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때 그런 형질적 변화로의 우월권?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마져도 미심쩍다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통의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남, 북극의 추운지방, 또는 열대의 아프리카 적도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과의 차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함에 환경적 요인을 유전적 요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어쩌면 잘못된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러한 의미를 담아 인간의 환경적 요인을 획득해 형질변경의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소설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악의 유전학" 은 러시아 제국 변방의 땅 투스한스크 변경주 유쥐나야 마을 홀로드나야 수도원에서 벌어진 가히 상상만으로도 이해가 안되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실체화 하려는 리센코후작과 수도원 아이들이 견뎌야 했던 획득형질을 위한 추위 견디기와 아이낳기를 통해 우월한 인간을 만들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조금은 황당스럽지만 충분히 인간이기에 가능할 법도 하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획득형질 유전? 인간의 진화론적 유전 법칙은 종의 특정 형질에 변화가 발생하는 법칙에 대한 것과 변화 이후 수 세대를 전수해 가는 점진적 변화의 법칙에 대한 내용인데 이는 라마르크의 용불용설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즉 어떤 기관을 다른 기관에 비해 자주 사용하거나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그 기관이 점차 발달하고 크기도 커지며 오랫동안 사용치 않으면 기능의 쇠퇴와 사라지게 된다는 주장이지만 이러한 용불용설을 상상력의 소산으로 만든 소설의 등장이 꽤나 개연성이 있는 모습으로 읽혀지고 신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믿음을 주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처럼 추위를 견디는 군인, 강인한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 갓난 아기 신생아 때부터 바구니에 담겨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 광장의 호수물에 '입수기도'라는 특별 의식을 치루고 온전히 견뎌내고 성장한 사람들만으로 성교를 시켜 강건한 아이를 얻게한다는 내용을 통해 획득형질의 유전적 의미를 확인, 실체화 하려했던 리센코 후작의 이야기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한다.
어쩌면 리센코의 이러한 획득형질의 유전은 지금 이세상 어디선가에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를 이론일 수도 있다.
인간의 무모한 생각과 그를 실천하기 위한 무수한 실험적 정신이 인간의 역사에 저지른 수 많은 악행을 면죄해 주지는 않는다.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그러한 무모함과 도전의 양갈래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악의 유전적 형질을 이미 내적으로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것을 실체화 하느냐 아니냐는 드러내 실천하는 과정과 그로 인해 희생될 수 많은 인간의 삶과 생명이 너무도 아깝고 분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에 접하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아마도 상상력만의 소산으로 치부할 수는 없으리라.
실체화된 실화 기반의 이야기임을 생각하면 무모함과 도전의 간극을 저울질하며 살아야 하는 인간의 유전적 형질속에 악의 유전적 DNA 가 오롯이 빛을 발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다듬게 되고 무지함을 벗어나는 일이야말로 그러한 획득형질의 유전적 이론과 같은 농간에 놀아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만들어 준다 판단하며 진화론적 배경의 맛깔스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어본 책을 독자들의 그것을 위해 추천해 본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