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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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정한 시공간을 하나의 주제로 소설화 하는 일은 순간의 찰라를 순간에서 영원으로 탈바꿈 시키듯 하는 마법과 같은 일이다.

하루라는 시공간, 오늘을 사는 누군가에게는 지극히도 모자란 시간일 수도 있고 어제 생을 마감한 누군가에겐 단 하루만을 더 희구했을 시간일 수도 있으며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겐 과거와 미래를 잊는 오늘의 시간으로 무미건조하게 지나가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나, 우리가 있기까지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역사의 이면에는 무수한 삶의 편린들이 아픔으로 도사리고 있으며 혹여 눈비빈 누군가의 들춰냄으로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는 일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잊혀진 사람들이 되어버린 잃어버린 사람들이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통곡의 한을 품어내고 있을지 모를 일을 우리는 정말 외면하며 살아왔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순간의 시공간에 녹아든 수 많은 사람들의 삶의 이면이 오늘을 있게 한 역사의 한 자락이 될 수 있었던 사유에 대해 이해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잃어버린 사람" 은 깃털처럼 가벼운 무수한 날들 중 하루인 1947년 9월 16일의 시공간을 녹여낸 작품으로 역사속에서 보면 그날 하루는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하루라 하지 않을 수 없고 그 하루의 삶에 모든것을 부려낸 우리의 녹진한 삶의 모습들이 반짝이는 물빛의 윤슬처럼 아름답게 빚나기 보다는 삶의 끝없는 여정의 자양분으로 자리매김한 서글픔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1947년은 해방 후 한국전쟁 발발 전의 중간 시기로 과도기적인 시대의 삶을 고스란히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일제 강점기의 잔재와 같은 영향력이 곳곳에 미치고 무엇보다 먹고살기 힘은 민초들의 삶의 모습은 가히 지금으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수준으로 그려진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오랜 세월 살아 온 나이이기에 부산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적잖은 기대를 걸고 만나보게 된 작품이지만 생각보다 찰나의 삶이 비춰주는 삶의 역동성이 서글픔으로 얼룩져 있는듯 해 가슴이 아련하게 아파 온다.

일본 열도의 제련소, 탄광, 조선소에 끌려갔던 귀환동포와 가족들, 원자탄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징용뿐만이 아니라 전재산을 빼앗긴 사람들, 고아원의 아이들, 구걸하는 걸인 등 생각할 수록 억울함을 느끼게 되는 그들의 빚바랜 삶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삶에의 희망을 노래해야 할까 하는 의심을 갖게 된다.

소설에 등장하는 무수히 많은 인물들의 삶이 하나같이 애환에 젖어 있는 모습이라 그 시절의 삶을 견뎌내 온 사람들이라면 월등히 세상 삶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수 많은 인물의 삶을 그리며 그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의 모습과 삶에의 애환을 덤덤히 그려내고 있지만 시대를 품고 있는 역사의 격랑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 온 우리의 어제를 소환해 지금의 나, 우리의 의식을 일깨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판단하게 된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국제시장을 보아도 그 시절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작품을 통해 지금껏 몰랐던 부산만의 아픔과 우리의 드러나지 못한 정체성에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1947년 9월 16일, 찰나의 하루의 시공간과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었던 지난 우리의 모습들이 1800여장의 분량에서 아우성을 치듯 가쁜 호흡으로 읽혀진다.

지금의 현실을 흡족해 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따윈 문제가 될 소지가 없겠지만 과거에 연연하거나 과거의 삶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시절의 이야기들이 서글프고 아픈 기억으로만 남겨지지 않은 그립고 안타까운 시공간으로 기억될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시절의 삶을 위로하거나 연민하지 마라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 속의 삶이 오늘의 나, 우리를 있게 한 삶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어 오롯이 나,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해주기에 그렇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몰입감을 느끼며 읽어 본 작품이고 특히 부산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이야기라 더더욱 독자들의 탐독을 권유해 보고 싶다.


**네이버 카페 북뉴스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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