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백건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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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네로~하는 노랫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수 많은 애묘인들이 존재하지만 왠지 고양이의 눈을 보면 뭔가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고양이의 생각을 알 길이 없으니 나만의 생각으로 치부하지만 예로부터 인간은 고양이의 그러한 감시자로의 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해 왔음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감시사회는 언제나 존재했고 현대에 와서는 더욱 그러함이 일상화 되다 싶이 되어버린 모습속에 살고 있는 나, 우리를 마주하게 된다.

수 많은 CCTV가 오늘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역기능적 의미를 가진다면 오늘 우리의 삶은 자발적으로 발가벗겨진 모습에 경악해 마지 않아야 하지만 '안전' 이란 순기능적 의미를 부여해 역기능적 의미를 상쇄하거나 잊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감시에 대한 이야기로 적잖은 대화의 물꼬를 터 볼 수 있는 백건우 작가의 작품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검은 고양이" 는 고양이와 쥐라는 존재에 투영된 감시자로의 의미를 곱씹어 보고 오늘 우리의 현실이 어떠한 의미로 읽혀 질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볼 수 있는 책이라 느껴진다.

첫 소설 검은 고양이는 우연히 구입해 걸어 놓은 검은 고양이 액자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게되고 액자 뒤편과 내부에 기록된 1941년, 알 수 없는 주소를 발견하고 궁금증이 샘솟아 전라도 광주를 찾아 헌책방 주인을 통해 호남서원에 대해 묻는데...

해방 이전의 독서회와 관련된, 그런가하면 두번째 소설 '쥐의 미로' 는 CCTV속 사람의 표정을 관찰, 기록하는 직업을 10년째 한 주인공에게 현실의 세계는 감시의 대상으로만 존재할뿐 자신과는 상관없던 세계에서 자신의 아내와 남자의 만남 장면을 통해 방기했던 세상을 직접 경험하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눈을 포기하며 감시자로의 역할에 종말을 고한다.

고양이의 눈은 시시 각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듯 해 적잖히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섬뜩하게 하는 묘한 구석이 있다.

그런가 하면 쥐의 사각거림이나 무언가를 갉아대는 소리는 사람의 신경을 긁는다는 점에서 고양이의 눈과 동질감을 가지고 있다 보여진다.

어쩌면 소설의 구성이나 흐름이 다르게 느꺼질지도 모르지만 같은 것을 다르게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작품속에 녹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감시, 감시사회는 나,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줄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세상임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감시의 대상은 아니고 보면 불평등한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만인을 위한 감시라는 목적적 감시라 하더라도 인간 개인의 비밀스런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은 나,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하는데 오히려 더 가까운 모습으로 읽혀질 수 있다.

속속들이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마음, 아마도 인간에 대한 믿음이 간절한 갈구의 대상인 사람들이 벌이는 연극같은, 연극이지만 나, 우리가 속한 세계의 사람들과의 농밀한 관계는 조작될 수 밖에 없는 일이 된다.

그런 조작과 '나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어' 와 같은 느낌으로 이어지는 관계라면 더이상의 '함께'나 공동의 연대감을 통해 우리 삶을 바꿔 나가는 일은 부질없음을 경계하는 의미를 찾아보거 된다.



**네이버 카페 책과콩나무의 지원으로 

               개인적 의견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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