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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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와 타인이 아는 나의 관계에서 진실은 무엇인지 결국 내가 아는 나만이 그걸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게 된다.

인간에게는 수 많은 페르소나가 존재한다고 한다.

내 안의 또다른 나라는 가면들이 나를 이루는 존재라면 그 중의 어느 하나를 지목해 나라고 지칭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런 수 많은 페르소나를 통해 진정한 나의 모습을 살피는게 올바른 일일까?

뜻하지 않게 내가 나를 납치한다면?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 같은 소설이 등장했다.

그런데 읽으며 생각해 보니 이게 전혀 얼토당토 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번져간다.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은 흔히 사건 현장을 파헤치는 형사나 경찰들이 말하는 자작극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나라는 존재에게는 삶의 이유를 갈망하게 하는 신호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으로 전해진다.

그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라 치부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30일의 밤" 은 현실과 SF적 상상을 가미한 꽤나 독특한 작품이다.

아내, 아들과 함께 누구 보아도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는 물리학 교수인 '제이슨'은 어느날 누군가로 부터 생각지도 않은 납치를 당하게 되고 가까스로 도망쳐 쫓고 쫓기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부분이 현실적인 모습이라면 경찰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지만 제이슨의 중단된 연구 '거시 물체를 양자 중첩 상태에 놓이게 하는' 결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추리할 수 있게 하는 SF적 의식이 추리의식과 결부되어 나타난다.

양자중첩 상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중우주, 다중 시간이론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맥락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보면 그의 연구 중단과 그의 절친한 친구 라이언의 말처럼 되어야 할 결과가 뜻하지 않은 상황의 변동으로 단절된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건 아닌지, 그러한 모든 일들이 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혼자만의 일이라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되겠지만 내가 나를 납치해 지금의 내 삶을 빼앗으려 한다면 이걸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소설을 통해 생소하지만 양자역학과 다중우주, 평행이론, 다중시간이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이 만족스럽다.


현실의 나의 존재가 또다른 우주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과연 그런 우주는 얼마나 있는걸까?

그래서 신은 인간의 모습을 내면 속에 감춰진 페르소나로 드러내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지만 지금의 나, 우리에겐 평행이론의 다중우주, 다중 시간이론 속에 속하는 나 보다는 현실, 지금이 더욱 소중함을, 현실의 나를 진정 나로 인정하는 인식이 간절하게 필요하다.

T.S엘리엇의 '일어날 수도 있었던 일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은 한쪽 끝을 가리키고, 그 끝은 언제나 현재' 라는 말의 의미가 묵직하게 가슴을 내리 누른다.

그렇다. 우리에겐 평행이론 속의 존재나 미래의 어떤 모습으로의 나의 존재 보다 현실적 존재로의 나의 실존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늘 우리가 그리고 사랑했던 존재들에 다가가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열어가는 지금이 최고의 행복한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음을 깨닫게 해주는 소설임을 인정해 본다.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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