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다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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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존재의 증명과도 같은 근거처럼 느껴진다.

인간이든 사물이든 그림자는 존재하는 법이고 보면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것은 생명이 없음이거나 또는 그림자를 생기게 만드는 빛을 접할 수 없는 존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세상에 그런게 어딨어? 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보고 있으면서도 그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는 '죽음' 은 그림자를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고 적잖히 외면하고자 했던, 아니 외면하고 싶었을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된다.

죽은 존재에게도 그림자는 존재한다. 빛이 비춘다면 영혼 없는 존재의 물질 덩어리는 그림자를 가지겠지만 영혼이 존재하는 존재로의 그림자는 죽음을 대하고, 죽은 마당에는 절대로 그림자를 만들고 싶어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이세계와 저세계를 가르는 철칙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선다.

그런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책을 만나 읽어본다.


이 책 "우리는 그림자가 생기기 않아" 는 독특한 살인사건, 죽음을 다룬 소설이다.

독특하다는 표현을 하는 이유는 대부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듯 살인이나 죽음에 얽힌 사건은 그 과정과 상황에 대한 내용을 상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의 내용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사건, 죽을 수 밖에 없는 사건이나 살인사건도 그러한 과정과 현상에 대한 설명이 없이 단촐하게 드러나는 '완벽하게 죽였다" 는 문장으로 갈음되고 있다.

뭐야? 이게..이렇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살인 또는 죽음에 대한 상황과 현상을 이야기 한들 상상력의 제고일 뿐 오히려 이후에 연결지어지는 맥락과 흐름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면 그러한 부분을 생략하고 완벽한 죽음을 선사한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은 잠시 황당함과 함께 이해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고등학생 때 담임선생님을 첫 살인 대상으로 삼고 완벽한 계획과 실행을 통해 시체조차 찾을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박종혁, 그렇게 시작한 완벽한 살인은 이어지는 또다른 살인을 부르고 그에 얽힌 검은 악의 실체들은 종혁에게 다가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한 살인을 종혁에게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며 선택을 종용한다.

종혁의 존재는 마치 완벽한 죽음을 선사하는 사자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죽음이라는 존재를 피할 수 없는 나, 우리에게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사자의 기운과 그 느낌을 이해하는데 종혁의 존재감은 꽤나 묵직하게 스치는 영감을 준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인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보여진다.

그러한 의식이나 마음이 적절한 타이밍과 마주친다면 그야말로 종혁이라는 사자처럼 타인을 완벽하게 죽이고야 마는 괴물을 만들어 내는 근원이 되기에 충분하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 군상들의 욕망에 얼룩진 모습들은 결국 약육강식의 세상임을 그려내며 시대가 흐르고 달라지는 세상이 와도 여전히 그들의 욕망은 끝을 보이지 않고 지속된다는 사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10년 후 일개 검사와 국회의원의 담합으로 대한민국을 먹겠다는 당찬 야욕의 밑바닥에는 사자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사악함이 드러나 있기에 이러한 악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은 사자인 종혁의 

결자해지의 과정만이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해 본다.

그것이 또다른 살인과 죽음을 부르든 혹은 자신이 그 모든 것의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낸 자체를 인식하고 맺힌 매듭을 풀듯 종혁의 목숨을 걸고 그들에게 그림자를 만들수 없게 만들고 자신 역시 그러한 길로 종막을 고하는 길만이 악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길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해 보게 된다.


** 출판사 델피노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개인적인 

                      생각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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