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읽었던 두껍고 두꺼운만큼 유익한 미술사책은
윌 곰퍼츠의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400쪽)이고
지지난 달엔 유홍준의 모두를 위한/외국인을 위한 한국미술사(600쪽/500쪽)이었다

이번 달은 이 책이다
할 게 많은 연말이라 다행히 백팔십과 이백칠십쪽밖에 안해서 빠르게 읽기 좋다

그런데 미술사로 분류된 책이 아니라 인문교양과 예술일반으로 분류된 책이라 찾기 힘들어 타겟독자에게 노출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국현미에서 공공성을 테마로 저자 7명의 글을 편집한 책은 정치사상사학자 김영민 건축학자 최춘웅 예술영상학자 조선령 말레시아사 큐레이터 카이루딘 고고학과 헤리티지(유산)학자 로드니 해리슨 예술사회학자 심보선 그리고 김남인 학예사의 글이 모두 다 접근방식이 다르고 한영번역이 함께 베풀어져 공부하기 좋다

서경식의 일본미술은 근현대작가 도판이 좋고 팔레스타인이나 오스카 와일드 아우슈비츠와 성경 토마스(도마) 등을 종횡무진하며 건축 회화 드로잉에 엮어내 지식의 너비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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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3편 부정적 리뷰, 댓글, 평을 보고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아 한국관객 수준이 정말 높구나
온갖 미드 한드 일드로 단련된 최상의 감식안을 지닌 평론가 민족이다

작년 천만영화가 잘 안 나온 건 영화 퀄리티가 떨어져서라기보다 관객을 만족시킬만한 프레시하면서 완성도 높은 영화가 없었기 때문일 수 있겠다

작년 평이 박했던 한국영화는 사실 다른 나라에선 충분히 흥행하고 티켓 팔릴 작품이었던건 아닐까

파묘는 캐릭터와 스토리 빌드업이 신선했다 뜬금 수직 일본 오니가 나와 으잉했어도 짜임새는 괜찮았다

그러니까 이제 납치 추적 구원 같은 서사는 진부한 것

유령과 외계인 싸움이라는 단다단과
전개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체인소맨이 필요한거다 한국작품에

시그니처를 만든 후 시그니처를 버린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선승의 가르침과 같다

1탄에서 끝나지 않고 시리즈물로 성공을 이어나가려면 자본으로 인한 스케일업(세트 무대 필선 배우진 로케) 뿐 아니라 가일층 새로움을 보여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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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
한승혜 외 지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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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뷰는 2020년에 시작했던 원년 멤버의 글이 갈수록 덜해지며서 약간 힘이 빠졌다고 생각했던 시기도 있지만 그래도 정말 다양한 필진을 구해 여러 기고문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호는 극단적이라고 평해본다. 여성학에 관심이 많으면 필수적으로 사야하는 도서이고 관심이 없다면 읽을 만한 꼭지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특집리뷰도 여성학이고 심지어 1년에 한 번 있는 리뷰상 수상작 마저 역사에서 잊혀진 여성의 의미에 대한 글이다.


특집리뷰1은 조지 오웰의 지워진 아내 에일린이 가장을 보필해서 작가 커리어가 가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슷한 류로 한국여성미술가 아카이브인 그들도 있었다도 생각난다)

특집리뷰2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에 대한 글(상호구성에 대한 함의)이다.

특집리뷰3은 자연의 다종다양한 암컷을 조명하며 인간사회에 주는 의미를 도출한 글(리뷰어는 9장이 재밌었다고 했다)이다.

특집리뷰4는 커리어와 가정의 양립, 성의 일터에서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글이다


이에 이어 리뷰상 최우수상 수상작은 미 콜로라도주 총기난사사건의 가해자 엄마에 대한 리뷰다

그다다음 현시원의 힐마아프클린트 부산현대미술관 전시와 왜위대한여성미술가는없었는가 린다노클린의 고전을 언급한 글까지 사실상 한 호의 반 정도가 여성학에 대한 읽을 거리로 풍부하다.


만약 김보국의 헝가리 밀란 쿤데라를 조명한 글, 리뷰 우수상 수상작 난민의 삶을 다룬 글, 박종령의 노예제에 대한 글을

지역적, 사회문화적, 역사적 소수자까지 포함하자면 억압과 구조적 폭력에 대한 글감으로 알찬 한 호다.


이번 호의 지향점이 선명하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 있다. 한 분야에 관심있는 마이너 독자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필독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책에 관심있는 다양한 취향의 광역 독자를 겨냥한 대중잡지로 시작했다면 이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홍성욱의 과학기술사회학(STS)과 루시 쿡의 사회생물학에 대한 글이 아니라면 기존에 자주 다루던 과학서 리뷰는 사실상 없기에 이탈의 사유가 될 수 있다. 매 호 판매량이 중요하다면 독자의 반응과 추이가 궁금할지도


색깔과 지향점이 선명했고 개별 꼭지는 유익했다. 다만 리뷰 잡지인데도 다루는 책의 주제가 한쪽으로 쏠렸고 이번 겨울 시즌에 나온 좋은 책들이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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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작가가 이온 플럭스라는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들어서

어제는 일본계 미국인 카린 쿠사마가 2005년에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를 보았고 오늘은 한국계 미국인 피터정(정근식)이 1996년, 1998년에 MTV에서 방영한 원작 애니를 보았다.


에곤 쉴레풍으로 몸이 길고(영어로 하면 elongated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한) 가학성애(새디스트)취향의 가죽벨트착용 백합 캐릭터들이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벌이는 첩보물이다.


96년 방영분은 Gravity, 긴 제목(대충 monicans), Leisure, Last time for Everything, Tide(형세변화로 번역), Purge(숙청), War, Isthmus Crypticus의 8개 단편으로 구성되었다. 같은 설정과 배경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느슨한 옴니버스 모음이다. 옴니버스라고 함은 도라에몽, 코난과 같이 스토리 베이스라인에서는 심해처럼 나아갈 지향점이 있는데 개별 에피소드는 연결되지 않는 여러 이야기로 구성되었다는 뜻이다.


아마 세기말 우리나라에서 볼 때는 18세 이용가로 상당한 성적 수위라고 생각했겠지만 적나라한 베드신은 없고 암시가 되며, 혀를 섞는 딥키스에서 혀의 섞갈림을 자세하게 묘사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대신 SM스러운 디자인과 신음소리와 분위기가 묘하게 야한 편이다.


한편 사회분위기는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생태거버넌스의 독재정치다. 그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Trevor Goodchild는 매트릭스2의 메로빈지언과 마블 로키역의 톰 히들스턴같이 부드러우 저음으로 고급 영단어를 쏟아낸다.


영화에서도 I am not at the liberty of telling.. which.. 어쩌구 하는 빅토리아풍 영어를 썼었고

애니에서도 Moderation necessarily connotes use (직역하면 중용은 필연적으로 사용을 수반한다, 이고 내용상으로 절제하다보며 쓰기 마련이지 같은 의미였다)


유럽어는 중용/절제 같은 추상명사가 주어가 될 수 있으나 한국어에선 그렇게 할 수 없다.

"연속성이 ~ 하였다" 보다는 "연속적으로 하다보니.. 하였다" 같이 다른 술어로 풀어야한다. 유명 유럽철학책을 직역하면 사람들이 못 읽는 이유다. 우리와 말쓰임새가 같지 않다.


애니에서도 캐릭터가 언제 갈거야? 라고 물어보느 부분에서 Circumstances 띡 하고 나왔는데 번역은 "상황을 봐야지" 로 했다.


라임 섞인 언어 유희가 좋다.

For schedule and for pleasure

ecstatic nestling feathering(새인간하고 성적교감한다는 부분에서 황홀하게 둥지에서 날개짓하며 버둥버둥거리겠네 정도의 뜻이다)


또 egghead boyfriend가 있었는데 이는 계란머리가 아니라 매우 아카데믹하지만 현실머리 없는 사람을 뜻하는데 20세기 초 시카고 매거진에서도 용례가 있던 어휘다. 

https://www.etymonline.com/word/egghead


To your right (너 오른쪽을 봐)

Too you re right (네가 역시 맞아)

처럼 같은 발음을  공유하는 언어 유희도 재밌었다.


영화는 애니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접합해서 일관적인 네러티브를 만들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영화의 처음에 등장하는 인상적인 눈썹 파리 장면은 애니 마지막이고

정원 침투도 애니 후반부며

발을 손으로 교체한 스캔트라는 독일억양에 이중스파이인데 흑인으로 바꾸었고 침투장면을 길게 잡았다.

원작 애니에 없거나 간략히 등장한 양쪽 세계의 마스터마인드 대결구도를 만들고 결말에서 세계의 비밀을 노출하고 폭파했다.

또 일본계 감독이라 그런지 다다미방, 사쿠라 정원 등을 연출에 추가했다.


전반적으로 설정이 특이하고 대사도 유식한 부분 성적 부분 등 잘 다듬었는데 한 큐에 기승전결로 엮이는 서사가 없어 옴니버스라고는 해도 용두사미 같다

특히 98년 방영분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왜 주인공이 마지막 5분에서 갑자기 총 맞아 죽는지 알 수 없다.


다 보았는데도 김아영 작품에서 설정상 오마주나 레퍼런스는 찾을 수 없었다. 모르겠다. 미드저니 연출에서 경계흐릿해지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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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단상

워너비와 추구미가 다르면 고민이 된다.

자신 안의 두 가지 모습이 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내가 정말 원하는 부분은 외면할 때
해결할 수 없는 트랩에 걸린 것 같다.

예컨대 싱어게인4 61호 공원가수는 첫 곡 <나비효과>와 패자부활전 <달팽이>같은 발라드를 부를 때 대중과 심사위원의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몽환적 사이키델릭락인 슈게이징을 할 때는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아무리 목소리를 부각시키는 파트를 타협해봐도 매한가지다.

혜리도 대중이 원하는 여동생 이미지와 자신이 바라는 세련된 도시녀 이미지가 다르고 박보영도 간호사 이미지만 계속 소비되고 있다. 워너비와 추구미가 불일치해 고민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나를 좋아해줄 때와

보이고 싶은 나는 좋아해주지 않을 때

이 극복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어쩔 수 없이 전자를 위해 살아간다. 대부분의 인플루언서, 배우, 유명인이 그럴 것이다. 우울의 한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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