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부분 전시는 월요일에 안한다, 가 디폴트다

갤러리의 경우 일요일도 거의 열지 않는다.

일요일 데이트로 삼청동에 갔다가 어 학고재 유명하다던데 왜 안해? 라고 하는 곤란한 경우가 생긴다.

그러니 전시를 보러 가겠다면 화수목금토에만 가면 된다.


월요일에 오픈하는 혜자스러운 곳은 따로 기억하자


월요일에 오픈하는 곳을 먼저 가고, 나머지 주중에 다른 곳을 가야 효과적이다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무휴!

21디자인, 산토리, 국립신 - 월오픈, 화휴무


한국 서울

국공립 중 무휴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서울(청주, 덕수궁, 과천 제외)

상업예술센터는 월운영은

삼성잠실 인근의 롯데뮤지엄과 마이아트

안국의 푸투라, 그라운드


갤러리는 보통 일월 휴무이고

인사갤러리는 월요일에 하고 화요일 전시교체를 사유로 휴무인 경우가 있다

국제갤러리는 7일동안 하지만 전시기간이 아니면 닫기도 한다. 예컨대 국제는 작년 11월 함경아-jina park 사이에는 문 닫았다. 


갤러리는 매번 확인해야한다




2. 

인사동 갤러리를 둘레둘레 다니다가 좋은 전시, 곤란한 전시 하나씩 우연히 마주쳤다


좋은 전시는 나다영의 가죽 조각보로 변산반도의 해식절벽을 표현한 작품




곤란한 전시는 낸시랭의 팝아트 전시였다.




작품 자체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조선 민화에 캐릭터를 새겨넣는다든지 세련된 현대적 미감으로 캐릭터 디자인을 한다든지



그런데 전시 소개가 조금 곤란했다.


"최근 우주가 붐업되고 있는 중.. space art 분야를 개척하며 과거 백남준 작가의 비디오아트와 같은 형태의 우주를 대상으로 한 현대미술 분야를 올해 개인저을 통해 국내 최초로 발표하였다 항공 우주분야 국제학회에 사용될 포스터를 맡겨져 제작 및 기획하였는데 세계최초이자 첫 시도"



작가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고 앞으로 활동을 잘해나가길 기원하지만

백남준 선생님과 비교는 너무 과했다!


백남준은 동서양 언어에 능하고 고전을 탐독해 작품에 사상적 깊이가 있었다. 다음 시대를 예견한 비져너리였다. 그리고 공학적 베이스가 있어 회로도 자기가 디자인했다


우주항공포스터 제작이 아니라 항공역학을 공부해 설계하고 다가올 세상을 예견하고 고전의 어휘로 설명할 수 있으면 그럼 백남준 반열이라고 인정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같은 레벨로 놓기에는 곤란하다





2.

인사아트센터 x 타데우스로팍


인사아트센터 3층 나다영의 전시는 꽤 괜찮았다. 가죽보를 스테이플러로 연결해 변산반도 해식절벽을 재해석한 작품이 대표적으로, 작가가 재료 연구를 매우 끈질기게 한 듯하다. 이렇게 재료와 이미지의 매칭이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비전통적, 비관습적 조합일 때 모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가죽의 물성은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질감과 은은한 광택과 주름이 만들어내는 깊이가 있다. 그 물성을 활용해 바다, 절벽 같은 유성이 있는 장면을 표현한 것은 창의적인 시도다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표면 위로 무두질된 광택이 스며들고 가죽 고유의 주름 사이로 미세한 윤기가 흐른다. 손끝을 스치는 무게감 속엔 강인함이 깃들고 세월이 각인된 표면은 시간의 결을 머금은 채 조용히 숨 쉰다.


그러나 조형이나 구도는 로스코, 윤형근 등을 떠올리게해 다소 아쉽고 설명이 빈약하다



여기서 타데우스 로팍의 알바로 배링턴의 삼베로 만든 석양그림이 왜 위대한지 생각해보게 된다. 왜 세계적인 갤러리가 그를 선택했는지


재료의 선택과 조형적 구도라는 시각적 요소에 역사적 맥락, 개인적 서사, 세계적 아젠다를 잘 연결시켰기 때문


good to great 어떤 것은 좋음에서 그친다. 위대함으로 나아가야한다


나다영의 작품은 재료 스터디, 재료의 물성과 작품의 조형적 요소와 관계, 에서 멈췄다, great이 될 수 있는데


그럼 great이 작품은 뭐냐? 타데우스 로팍 같은 세계적인 갤러리가 선택한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다












알바로 배링턴의 그림을 나는 이렇게 표현해보고 싶다.


지평선 너머 반쯤 저무는 석양을 그린 카리브-아이티계 화가 알바로 베링턴은 열대 바다와 뜨거운 빛을 담아내기 위해 잘 선택되지 않는 매체인 삼베를 사용해 재료와 이미지 사이의 창의적 긴장을 유도한다. 작가의 조상이 생산했던 삼베의 거친 섬유질 표면은 식민 노동의 고된 흔적을 환기한다. 카리브 연안의 바느질 기법을 활용해 전통 직물공예를 계승하는 동시에 조각보를 퀼트로 엮어내 빛과 바다의 갈라지는 표면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낸다. 부조처럼 튀어나온 삼베 조각을 덧대고 삐져나온 실타래를 그대로 남겨 조각적 레이어를 더하며 크기와 색이 다양한 콜라주는 캐리비안 연안의 하이브리드 문화의 융합을 시사한다. 올이 굵은 섬유 조각보의 질감과 화려하고 리드미컬한 색감이 맞물리며 석양이 지는 바다 위 윤슬이 중첩되고 반사되는 낭만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나다영의 이런 작품은 알바로 배링턴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작품 자체는 좋다. 부족한 것은 서사다. 


왜 가죽인가? 재료와 조형은 어떻게 호응하는가? form인가 function인가? 가죽을 선택한 개인적 이유와, 그 개인적 선택이 자신을 둘러싼 역사, 전통과 어떻게 호응하는지, 그 논의는 사회적 아젠다와 전세계적 이슈와 어디서 접속하는지, 를 고민하고 쓴 글과 이를 국제 학술 용어로 잘 다듬어진 영문설명이다.




타데우스 로팍 알바로 배링턴

https://ropac.net/exhibitions/736-alvaro-barrington-soul-to-seoul/


인사아트갤러리 나다영

https://www.insaartcenter.com/bbs/board.php?bo_table=exhibition_current&wr_id=107&futur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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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라이팅 - 생각을 완성하는 글쓰기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1
이연대 지음 / 스리체어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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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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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로그인
우샤오러 지음, 강초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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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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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oreajoongangdaily.joins.com/news/2025-03-28/culture/artsDesign/Multimedia-artist-Kim-Ayoung-weaves-personal-tales-into-Koreas-recent-past-with-Plot-Blop-Plop/2271882


오늘 배송된 코리아중앙데일리 신민희 기자의 글이다. 업로드는 28일인데, 종이신문 배송일은 31일이다.


Multimedia artist Kim A-young weaves personal tales into Korea's recent past with 'Plot, Blop, Plop'

28 Mar. 2025, SHIN MIN-HEE


글은 이렇게 진행된다. 아주 짜임새 있는 좋은 글이다. 


1. 김아영 작가 소개와 전시 주제 소개(아빠가 사우디가서 지은 아파트 방문기)

→2. 작품 특징(왔다갔다 회상기)

→3. 제목 특징(플롯은 스토리라인, 영상에 나오는 평면도, 블롭과 플롭은 석유 떨어지는 소리)

→4. 작가 커리어 조망(회상기가 처음 아니고 2015년의 연장선)

→5. 작품 의의(2025년는 김아영의 해, 뉴욕 홍콩 등에서 전시 중)

→6. 전시 소개(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6월 1일까지)



1.  Shortly after the first oil shock in 1973, Korean construction companies won contracts to build infrastructure in the Middle East, including roads, houses and ports. Many workers were sent to live in the region for several years or more.

 

Although this period aided in boosting Korea’s struggling post-war economy, it was also a sad time for children who grew up in the absence of their fathers.


Multimedia artist Kim A-young, who turns 46 this year, was one of those children.

 

2. Her latest solo exhibition at the Atelier Hermès in Gangnam District, southern Seoul, historically documents this phase, adding layers of her own personal stories, in the 20-minute single channel video, “Al-Mather Plot 1991.”

 

The video centers on the Al-Mather Housing Complex in Riyadh, Saudi Arabia, which was built by a Korean architecture firm that Kim’s father worked at. The apartments served as a temporary residence for Kuwaiti refugees during the Gulf War (1990-91).

 

“Al-Mather Plot 1991” shuttles back and forth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Scenes overlap with Kim’s numerous visits to the site and interviews with current residents, and they include old photographs of her father during his Middle East days.

 

This disconnected narrative is intentional, with the artist explaining in a recent press conference at the exhibition that she prefers to create “holes” in her work to leave room for interpretation.


3. The exhibition’s title, “Plot, Blop, Plop,” also alludes to Kim’s joy and interest in utilizing the word “plot.” The word’s multiple meanings — a storyline, unit of land and a scheme — are depicted throughout the exhibition, such as the segmented lines arranged on the floors of the venue space, which Kim explained as actual blueprints of the Al-Mather Housing Complex.

 

“Blop" and "Plop” sound similar to “plot” and describe drops of thick liquid falling to the ground, such as petroleum.

 

4. It’s not Kim’s first time creating works of “speculative fiction,” which Atelier Hermès’s artistic director Ahn So-yeon explains as “rethinking a given piece of history and supplementing it with original stories.”

 

“Al-Mather Plot 1991” is an extension of her trilogy sound performance piece from 2014 and 2015, titled “Zepheth, Whale Oil from the Hanging Gardens to You, Shell.” The third piece was presented at the Venice Biennale’s main exhibition in 2015.

 

As the piece initially lacked visuals and emphasized sound, Kim always wanted to create a video for it, which she finally did 10 years later for this exhibition.


5. It wouldn’t be an overstatement to say that 2025 is Kim’s year. The artist is the latest recipient of the LG Guggenheim Award. Previous winners are Brooklyn-based Stephanie Dinkins and Taiwanese American Shu Lea Cheang.

 

She has a busy schedule for the rest of the year, including an upcoming solo exhibition at the MoMA PS1 in New York. She will also exhibit a site-specific commissioned work at the landmark M+ Facade in Hong Kong.

 

6. “Plot, Blop, Plop” continues until June 1. Atelier Hermès is open from 11 a.m. to 7 p.m. every day except Wednesdays. The exhibition is free.



뉴욕타임즈 구독하니까 한국 소식용으로 중앙데일리를 끼워주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기사가 있었다. 그런 기사는 몇 달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다. 신민희 기자가 그 중 하나.


글 중간에 작품의 특징을 설명할 때 보며 고급 영작 기술인 패러프레이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동의어를 적절히 활용하여 반복적인 표현을 피하고 있다. 




“Al-Mather Plot 1991” shuttles back and forth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Scenes overlap with Kim’s numerous visits to the site and interviews with current residents, and they include old photographs of her father during his Middle East days.

 

This disconnected narrative is intentional, with the artist explaining in a recent press conference at the exhibition that she prefers to create “holes” in her work to leave room for interpretation.



배울만한 좋은 표현이 많다. 기자의 의도를 문법적으로 보면 이렇다.


1. (과거와 현재를) (셔틀콕처럼) 왔다갔다 한다 shuttle back and forth라는 동사와

분절된 서사 disconnected narraitive라는 구(phrase)는 같은 의미를 다른 품사로 표현한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니까 서사가 과거에서 현재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분절됐다는 것.


2. 과거를 파란색으로 표현하고 현재를 빨간색으로 표현해보면 문체적, 문법적 특징이 정확히 보인다.

과거와 현재를 대비한 후, 바로 뒤에서 현재 시점의 장면을 묘사했다. 빨간색 명사(present)가 바로 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며 뒤에 나오는 것(latter)을 공간적으로 가까운 다음 문장에 연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장 끝에 present가 나왔으니 바로 다음 문장에서 그 현재 장면을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Al-Mather Plot 1991” shuttles back and forth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Scenes overlap with Kim’s numerous visits to the site and interviews with current residents, and they include old photographs of her father during his Middle East days.


영어는 새로운 정보보다 이미 언급된 정보를 앞에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new information보다 given information이 먼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present가 문장 끝에 제시되었으니 그 present가 어떤 모습인지 주어진 정보를 먼저 바로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말 감각에서는 past and present라고 썼으므로 past가 먼저인 것 같지만, 영어식 감각에서는 공간적 위치관계상 present로 끝났기에 주어진 정보(given information)는 present로 본다.


만약 다음 문장이 present가 아니라 past로 시작하고 싶다면 추가적인 연결어(Meanwhile, In contrast, Back then)를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


다른 말로 설명하자면, 영어에서 후행 명사는 다음 문장에서 바로 그 내용을 서술한다.

예를 들어 former/latter와 같은 표현을 사용할 때도 항상 더 가까운 것을 latter로 연결하는 경향이 있다.

I like coffee and tea, but I prefer the latter이라는 문장에서 tea가 바로 앞에 있어서 latter가 tea를 가리킨다.


이 former과 latter를 한국어에서는 보통 전자(前者)와 후자(後者)라고 번역하지만 영어와는 다르게 쓰인다.


위의 영어문장을 번역하다면 이런 식으로 해야한다.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된다. 전자는.. 후자는.. 

한국어에서 전자는 과거, 후자는 현재를 가르키기 때문. 문장의 공간적 위치관계와 관계없다.


다시 정리하면


영어는 given information(이미 언급된 정보) → new information(새로운 정보) 순으로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 

문장 끝에 present가 나왔으니, 그 present가 어떤 모습인지 먼저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말 감각에서는 "과거와 현재"라고 했을 때 과거가 먼저 설명될 것 같지만, 영어에서는 공간적 위치 관계상 마지막에 언급된 것이 더 가까운 대상이 되므로 present에 대한 설명이 바로 이어진다.


우리말은 우리말의 특징이 있고 영어는 영어의 특징이 있다. 각 특징을 잘 분별하고 섞어서 쓰지 않는 게 중요하다.


즉,

✔ 과거 다음 현재를 말했으니, 다음에 나올 내용이 과거일 것 같다 → 한국어식 사고

✔ 과거 다음 현재를 말했으니, 전자는 과거이고 후자는 현재이다. → 한국어식 사고

✔ 마지막에 나온 말이 현재니까, 바로 현재부터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자연스럽다 → 영어식 사고

✔ 과거-현재를 말했으니, latter(후자)은 위치상 마지막에 나온 현재다. former(전자)는 위치상 앞에 나온 과거다 → 영어식 사고


그래서 이 문장에서는 "present"를 언급하고 바로 현재의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영어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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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근처 김달진자료박물관 1층에서 서울미술관 아카이브 전시(3.7-5.2)가 열리고 있다.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를 발간하는 연구소가 위치한 건물이다. 전시가 시작하자마자 다녀왔는데 오늘 3월 31일 자 조선일보에 허윤희 기자가 전시를 소개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5/03/31/QJ6BQZOTLNGIJGVUSLO3RJIC64/


전시에서 다루는 서울미술관은 1981년부터 20년간 운영되고 이제는 폐관된 서울미술관이다. 지금 '서울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거의 서울미술관은 구기동 88-2번지에 위치했고 유럽문화를 소개해 한국미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곳이었다.


서울 구기동 서울미술관 전경. 1981년 촬영.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전시 장소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옛 서울미술관 건물이 있는데 네이버 거리뷰를 보면 사유지 출입금지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판넬이 세워져 있고 건물은 흔적도 없이 황폐화된 상태다. 



전시는 김달진자료박물관 1층에서 열리고 있다. 단독 전시로 보기에는 다소 아쉬울 정도로 규모가 작으니 성북동이나 평창동의 갤러리들과 함께 방문하는 것이 좋다.






구기동의 서울미술관이 개관한 지 1년 후인 1982년에 열린 프랑스 신구상회화전은 한국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외국 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당시 서울미술관은 유럽 미술과 서양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신속한 전파를 경험하는 지금은 체감할 수 없는 시절의 감각이다. 프랑스 유학파 화가인 임세택과 강명희 부부가 사재를 털어 운영했고 15년간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다가 결국 폐관하고 말았다. 강명희는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3.4-6.8)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바로 그 강명희다. 중국해에서 쓴 프랑스어 편지라는 아카이브를 보면 프랑스어 작문실력이 아주 좋다.






강명희 화가가 쓴 위의 프랑스어 편지를 번역해보면 대충 이런 말이다.



마침내, 저편에서 우리를 비추는 신비로운 전리품처럼 동양을 붙잡는다.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높은 곳을 향해 여행을 밀어붙인다. 뒤흔들리는 몸과 뒤집힌 눈은 헛되이 돌아가며 얇게 다문 입술이 감춘 비밀을 찾는다.

여기서는 오래된 바다가 사라진다. 해독할 표식도, 찬양도 없다. 여기서는 속삭임과 인간의 비명이 물속에 잠긴다. 창백한 팔로 배와 죽은 도시를 감싸는 폭풍 속 난파선들이 여기 있다.


답을 남기지 않은 해안들이

화강암 같은 얼굴을

파도에 내민다.

연회석 위에 팽팽하게 펼쳐진 강철 매트처럼

식인종들의 만찬을 위하여.

한여름 곤충 떼처럼

성가시게 몰려드는 기억들,

거지 오우거들이 입에서 입으로 건네며,

손이든, 눈이든

미소의 윤곽을 내게 건네준다.

물 위를 떠도는 스테인리스 요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전쟁의

투구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연에서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삼킨다.

마치 메기 같은 예의를 갖춘 채.



미술관의 폐관을 막기 위해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를 비롯한 예술인과 지식인 10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김대중 대통령 앞으로 보내기도 했다. 그만큼 구기동의 서울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한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었다. 선진 유럽 문화의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문화가 한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가 있었다. 학교에서는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수 있었고 사범대 입학정원에서도 불문학과 독문학 TO가 있었다. 1980년대 구기동 서울미술관의 흥성은 유럽 문화에 대한 동경과 우위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런 맥락에서 같은 미술관의 1990년대 이후 조용한 몰락은 유럽 문화의 쇠퇴와 함께 미국 문화의 압도적인 부상을 방증할 것이다. 구미 열강 중의 하나가 아니라 패권국가로서 미국이라는 확실한 대안으로 인해 영어 외의 외국어는 점차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고 한국인이 향유하는 문화의 중심도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했다. 물론 유럽문화의 맥이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적인 방점 이동, 시프팅은 분명 있었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오늘 3월 31일 코리아타임즈 기사에서는 1990년에 한국에 와서 30년 넘게 거주 중인 제프리 밀러가 미국 음식이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과정을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소개했다. 

https://www.koreatimes.co.kr/www/nation/2025/03/177_394317.html


이제 버거킹, 도미노, 피자헛 같은 프랜차이즈는 이제 지방 곳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지만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문화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제프리 밀러는 처음 TGI Friday's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아니, 밥이 없잖아!"라는 재밌는 반응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또한, 명지대로 가는 길에서 KFC인 줄 알고 봤더니 간판에 Kentucky가 아니라 Kenturky라고 다르게 적혀 있던 웃픈 해프닝도 있었다고 한다. 불과 30년 전만해도 스타벅스, 맥도날드, 버거킹을 모르던 사람이 대다수이던 시절이라니. 소재도 재밌고 저자의 자전적 회상과 함께 잘 엮인 글이었다. 


Still, old habits die hard. Once, in 1996, I was having lunch with students at a newly opened TGI Friday's near Hongik University when a middle-aged woman and her mother walked by our table. The older woman stopped, stared at our spread of breaded chicken strips, spinach and Cajun chicken salads, barbecue ribs and burgers, and then exclaimed in horror to her daughter, “There’s no rice!”


Sometimes, efforts to hop on the Western food bandwagon veered into the downright odd. In 1997, while riding a bus to visit friends behind Myongji University, I glanced out the window and thought I saw a familiar Kentucky Fried Chicken facade. A second look revealed it was actually “Kenturky Fried Chicken.” I couldn’t help but laugh at the creative imitation.


By Jeffrey Miller

https://www.koreatimes.co.kr/www/nation/2025/03/177_394317.html



구기동 서울미술관의 흥망성쇠에서 본 80년대 유럽미술의 흥성과 90년 후반의 몰락

90년대 미국식문화의 진입과 대중적 확산

이 두 기사를 겹쳐 읽으면 문화적 수용과 확산이 마치 주가 그래프처럼 등락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표전쟁을 언급한 지난 글에서 문화의 전파는 질량이 작은 매체부터 퍼진다고 주장했다.

즉, 만드는 에너지가 적게드는 순서대로 말 → 글 → 이미지 → 영상 → 기술 → 대중 상용화 순으로 확산된다. 

비저너리들이 처음에 예언가처럼 말도 말하고, 조금 시간을 들여서 글로 정리한 후 출판되고

출판된 책을 읽은 예술가들이 그 아이디어를 이미지로 표현하고, 배우와 미디어 기술로 영상화가 된 후

기술자들이 실용화를 하는데 제작비가 비싸서 상용화는 안되다가 코스트를 낮추는 기법이나 물질이 개발되어 기업가들이 대중에게 팔아먹고 상용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배터리, 우주, 로켓, AI, 디스플레이 등등. 과거에는 마법이라고 생각된 것들이 이제 과학이다. 고도로 발달된 과학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하나 더 추가해서 생각해볼 것은 한 문화의 전파에 있어서 같은 언어권 내에서는 빠르게 퍼질 수 있지만, 다른 언어권으로 번역되어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스페인어권 국가들 사이에서는 문학작품, 음악 등이 빠르게 확산되고, 중국어로 쓰여진 작품은 중국뿐 아니라 대만, 홍콩 등에도 쉽게 퍼진다. 영어는 말할 것도 없다. 영국, 미국뿐 아니라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아프리카의 영어권 나라들... 


그런 의미에서 언어는 일종의 관세와 같은 것이다. 한국어의 관세는 매우 높다. 외국의 한국동포를 제외하고는 퍼질 곳이 없고, 진입장벽도 매우 높다. 폐쇄적인 언어권의 문화가 퍼지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 조금 그 문화가 퍼질려는 조짐이 보인다. 


먼저 언어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음악, 춤, 이미지가 퍼진다. 음악과 춤은 언어가 아닌 보편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kpop이 한국어 가사 때문에 퍼진 게 아니라 정확하고 파워풀한 안무와 세련된 멜로디와 아름다운 패션과 뮤비에서 일차적으로 자극되어서 퍼진 것이다.


그 다음 자막과 더빙의 도움을 받아 영상이 확산된다. 드라마나 영화. 이후 시간이 지나 점차 노래 가사나 대사를 번역해 이해하던 단계에서 원어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계로 발전하다가 결국 배경이 되는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아마 정말 마지막으로 한 문화가 다른 문화권에 들어가는 두 개가 있다면

그 지각쟁이는 하이컬쳐로서 식문화와 미술일 것이다.


식문화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조미료와 소스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조리법의 전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효식품은 그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다른 문화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떤 향과 맛을 맛있다고 느끼고, 장내 미생물군이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어릴 때부터 먹어 버릇한 식습관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고수, 취두부, 홍어, 염소치즈, 골수, 내장 등을 맛있게 느끼려면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김치, 된장 등 한국의 발효식품이 해외에서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는 기사가 들려온다. 하지만 김치와 된장이 요즘 처음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한인마트를 통해 조금씩 들어가 있었다. 오징어게임이나 한국드라마를 통해 수요가 생기면서 유통망이 확산되고 외국의 평범한 사람들도 먹기 시작해버릇하는 것이다. 


미술 전시의 확산 속도가 느린 이유는 미술계가 보수적이고 미술관의 전시 스케쥴이 몇 년간 꽉 차있으며 상대적으로 소수의 문화층이 소비하는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 맥락에서 한 문화의 사상, 미술, 식문화는 전파속도가 비슷한 시기에 겹치는 것도 같다. 우리나라 80년대 유럽 미술과 유럽 사상이 유행하던 시기에 제빵 문화와 에스프레소 커피가 함께 퍼졌다. 마찬가지로, 해외 레스토랑에서 고추장 버터 스테이크가 인기 있는 현상과 외국 미술관에서 한국 민화 전시가 늘어나는 현상이 비슷한 시기에 겹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고 통계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나 그런 흐름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한국 미술이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흥행하는 단계에는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덧붙이자면 문화는 처음에는 소수의 전유물이지만 점차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 등장한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이 처음에는 상류층의 문화였던 것이 이제는 누구나 즐기는 패스트푸드가 되었고 미국에서 온 원어민과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과거에는 엘리트층의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깡촌 시골에서도 디즈니 비디오를 보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혔다는 자서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에 따라 기존 소수들의 차별화 전략이 등장하는데 이제는 본토 스타일의 수제버거(쉑쉑, 인앤아웃) 같은 F&B브랜드를 소비하고 일반 표준 영어가 아닌 legit 같은 미국MZ의 슬랭을 구사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적 차별화 요소가 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시절도 지나간다. 정점을 찍은 것은 모두 하향하게 되어있다. 삼성도 테슬라도 코인도 유럽문화도 미국문화도. 하향한다고 멸종하는 것은 아니고 분명 누군가에 의해 맥은 유지된다. 그러나 모두가 보편적으로 향유하던 지배적인 헤게모니는 아니게 되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는 부모세대와 다른 문화를 원하기 마련이고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찾게 되기 마련. 2040년에는 15년 전 오늘의 문화가 유치하고 촌스러워보일 것이다.


최근 세계정치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이슈를 찬찬히 따라가고 있는 교양인들이라면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블록화, 미국의 보호무역, NATO와 EU의 분열, 유럽 재무장, UN의 무능, 아랍이스라엘갈등, 미중갈등, 러시아부상 , AI와 양자컴퓨터, 데이터센터, 전력망의 기술지정학, 우주시대과 같은 테마에 익숙할 것이다. 이런 여러 복잡한 실타래 속에 한국 문화는 어느정도까지 포지셔닝할 수 있을까? 국내의 지배적인 헤게모니는 어떻게 변할까? 70-80년대 유럽문화, 90-00년대 미국문화였는데, 또 다른 해외문화가 한 자리 차지하게 될까? 혹은 신토불이 문화가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구기동 서울미술관의 흥망성쇠와 문화의 전파


🖼️ 서울미술관 아카이브 전시 (3.7-5.2)
📍김달진자료박물관에서 폐관된 서울미술관을 다룬 전시가 진행 중. 조선일보 기사에서도 오늘(3/31) 소개 📰

🎨 선진 유럽 문화의 창구였던 서울미술관
과거 구기동 서울미술관은 유럽미술을 한국에 소개하며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겪고 폐관.

🍔 90년대 후반, 미국 문화의 급부상
같은 날(3/31) 코리아타임즈에서는 미국인 밀러가 90년대 한국에서 미국 F&B브랜드가 어떻게 정착했는지 회고. TGI Friday’s에서 밥이 없잖아! 하고 충격받던 반응이 흥미롭다.

📈 문화 전파의 흐름 = 주가 그래프 📉📈
80년대 유럽 문화 → 90년대 후반 미국 문화

🛤️ 한국 문화의 확산, 이제 시작?
언어 장벽이 높은 한국어 문화는 확산이 더뎠지만, 음악(K-pop) → 영상(드라마·영화) → 문학, 미술, 음식으로 확산되는 중. 한국 문화도 글로벌 무대에서 자리 잡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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