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로역의 역사 안에 오재미동이라고 하는 특이한 갤러리가 있다.
네이버 지도를 보고 처음엔 역사 바깥인 줄 알고 나가서 도로명지도를 보면서 한참 헤맸다. 바깥에서 찾는 것을 단념하고 혹시 역안에 있나 싶어서 찾아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역사 안에 있었다.
좋은 점은 비행기 경유지처럼 3-4호선 환승하면서 잠깐 들리기 좋다는 점, 나쁜 점은 올해 12월 운영종료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화의 역사라는 전시제목으로, 영화 오프닝, GV, 제작사 사무실 풍경 등을 드로잉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닌 20-21세기를 풍미했던 영화도 사진기처럼 한 때 한 시절의 매체로 저물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상매체가 유투브, OTT, 스마트글래스 등 다른 매체로 진화하고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제작하던 환경은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 전시가 제일 재밌었다. 환풍구의 먼지들이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영상작품. 환풍구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리고 때에 맞춰서 점프하는 장면이 인상깊다. 낡은 커피 자판기가 변해버린 까페 트렌드를 한탄하며 과거 좋았던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도 재밌었다. 자판기를 나이든 노동자로 의인화해서 비인간 행위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꾸몄다. 대사가 맛깔스럽고 비유가 참신했다.
생산자(프로듀서)와 소비자(컨슈머)를 합친 프로슈머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사실 별 뜻은 없는데 경영학,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바이럴시킨 용어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면 제작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제작까지 가게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사람들이 영화를 많이 보다가 스스로 영화제작자가 된다. 유투버가 되어.
TV를 많이보다가 스스로 아나운서, PD가 된다. 라방 등으로.
시청도 소비의 일종이니, 시청경험이 많이 쌓인 사람들은 기술, 장비와 플랫폼만 갖추어지면 얼마든지 컨슈머에서 프로듀서가 된다. 더 좋은 프로듀싱을 할 수도.
KPOP도 무대, 노래, 댄스를 많이 보다가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고, 그림도, 글도 다 그런 수순을 밟는다. 앞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