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기점으로 국현미 하반기 전시가 쏟아져나온다


국현미 상반기 가장 핫한 전시 론뮤익은 더워지기 전 봄에 갔어야했다. 


그러나 하반기 전시는 너무 급하게 갈 필요는 없고 더위가 사그라들고 나들이겸 가을겨울에 가는게 좋다.


우선 정리하면

과천은 지금부터 8.17 혹은 10.12까지

청주는 8.20-11.16 사이(혹은 8.20-9.7사이)

덕수궁은 8.14-11.9 사이

안국은 8.29-12.21 사이에 가면 가장 많은 전시를 볼 수 있다.


1. 과천은 모두 오픈해 전시실 풀방이다. 와엘샤키 아크람자타리 영상을 안 봤으면 8.17까지, 이집트무대영상 볼 생각이 없다면 젊은 모색 보러 10.12까지 가면 좋다. 한국현대미술 상설전은 2027년 6월까지 앞으로 2년 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윤형근 김환기 이중섭을 볼 수 있는 작은 독방들과 함께. 과천의 좋은 점은 시간순삭이 된다는 것이다. 한 번 들어가면 볼 게 많아서 풀가동 중일 때 가는 게 좋다.


개관부터 폐관까지 있을 수도 있을만큼 과천 지금 전시는 모두 만족도가 높다.


2. 청주는 특별수장고 드로잉 및 일본현대판화소장품이 7.22에 연다. 지난 드로잉전처럼 1시간 단위 입장이겠지만 2027년 12월까지 2년 넘게 전시하므로 시간은 넉넉하다.

충북, 청주시립과 공동개최하는 벙커전은 장소특정적 전시라 당산 생각의 벙커와 청주시립을 일일이 찾아가야하는데 8.20부터 11.16까지 하니 날 선선해지고 10월쯤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청주는 7~8월에 새로 오픈해도 가을 겨울에 가도 무방

물론 수채전을 안 봤다면 9.7까지는 가야한다.


3. 덕수궁은 광복 80주년 기념전시(8.14-11.9)를 하는데 근대 산수에서 근현대 풍경화로 전환해가는 과정을 담은 마일드하고 편한전시다. 덕수궁에서 하는 전시는 대부분 중장년층을 타겟으로 한 된장찌개 스타일, 익스트림 마일드한 맛이다. 이번 초현실주의전이 가장 실험적일 정도다. 난리부르스를 피는 현대예술입장에서는 이정도 초현실성은 고인물의 정물화에 불과할지도. 덕수궁도 날 선선해지고 낙엽 지기 시작할 10월 중하순에 산책삼아 가는게 좋겠다.

4. 안국은 2025년 LG OLED 작가 추수가 8.1, 김창열이 8.22, 올해의 작가상 8.29에 연다. 8월에 쏟아져 나온다.


추수작가는 지하공간 오픈스페이스에서 여는 장소특정적 작품이라고 하니 단독으로 보러가기보다는 다음 전시 열리면 함께 가는 게 시간 세이브가 될 것 같다.

추수작가+작가상 4명을 같이 보는게 취향이 맞다.

추수와 김창열을 동시에 좋아하기는 힘들다.

사이트 김창열전이 어느 전시실에서 하는지 안 써있는데 아마 높은 확률로 정영선 조경가 전을 했던 7전시실이 아닐까 싶다. 6전시실 지하로 끌고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다. 7전시실 앞의 중정이 있는 조경 공간과 함께 봐야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감상 경험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냥 추측이다.


그러니 합쳐서 8.29부터 12.21까지 세 전시 보기 위해 가을겨울 하반기에 한 번 가면 좋겠다.


2025년 국현미 안국 상반기는 론뮤익, 기울인몸들 그리고 한국미술 하이라이트가 테마였는데 론뮤익에 아주 큰 방점이 있었고 한국미술이 곁가지로 보조적으로 언급되는 데 그쳤다.


기울인몸들은 장애, 신체접근성이라는 주제의 중요함에도 전시DP가 친화적이지 않아 전달이 더뎌 이해가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광주ACC, 부산현대, 서울시립과 함께 네 전시가 신체, 장애, 접근성을 다룬 유의미한 전시였다. 국현미 기울인몸들은 7.20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진다.


하반기에 새로 열리는 추수+올해의 작가상과 김창열, 그리고 지금 열리고 있는 한국미술 하이라이트전 이렇게 세 트랙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리움과 비슷하게 불닭맛, 진한맛, 순한맛을 동시에 여는 셈이다. 붉닭맛은 컨템포러리 예술의 최전선, 진한맛은 조금 이전의 현대예술, 순한맛은 옛미술.


리움의 피에르 위그가 너무 어려운 현대예술,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는 불닭맛, 그 앞의 현대미술전은 로댕도 있고 유명작가도 있어 진한맛이며, 순한맛은 분청사기 있는 고미술 상설전이라 비유해볼 수 있다. 익히 아는 이 순한 맛을 싫어할 사람은 거의 없지만 불닭맛은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공부할 게 많아 어렵고, 보기 쉽게 다가오는 그림이 아니라 대중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대사회의 첨예한 이슈를 정면에서 충돌하는 승부사들이다.


뚝뚝 떨어지는 이물감, 퀴어성, 임신한 아바타 캐릭터의 추수

소리와 청취를 탈식민사, 이주이산 공동체의 맥락에서 탐구하는 김영은

데이터셋, 생성신경망을 발전주의사와 다루는 STS과학기술사회학의 언메이크랩 콜렉티브

미신 종교 외계를 다루는 임영주

동양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김지평.


그런 의미에서 추수+올해의 작가상4명은 불닭맛, 김창열은 순한맛이고, 진한맛은 진행중인 한국미술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해볼 수 있다.


5. 참고로 추수 작가는 베를린과 뉴욕 등에서 주로 소개되다가 2023년 8월에 WWNN에서 Humanism Reimagined: Embracing Change 단체전으로 조명하고 상히읗에서 그해 12월에 개인전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2024년에 국현미 청주에서 예측 (불)가능한 세계 단체전으로 김아영과 함께 단체전으로 국공립 메이저 미술관에서 소개되고

이제 2025년에 LG 8K 올레드 콜라보로 서울까지 올라왔다.


누크갤러리가 오종 작가를 발굴하고 서울시립에서 전시를 연 것처럼 어떤 안목 있는 갤러리는 작가를 미리 입도선매하듯 발굴한다. WWNN과 상히읗의 안목이 시대를 앞서갔다는 것을 방증한다.


6.

아래 사진은 2023년 녹사평 상히읗에서 했던 추수 작가에 대한 영상 아카이빙



아래 설명은 2023년 WWNN에서 했던 단체전 중 추수작가 설명


추수는 컴퓨터에 인류의 의식을 업로드 하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합니다. Ai generator 로 만들어낸 버추얼 인플루언서 '에이미'는 가상 세계에 주체적 존재로서 물리적 세계에 통용되는 정형화된 사고 체계를 부정하고, 탈인본주의를 지향하고자 탄생되었습니다. 그의 '에이미' 세계관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 진 근미래의 인간 정체성에 대해 조망합니다.

https://wwnn.kr/exhibitions/past/2

https://www.tzusoo.com/ko/cv


https://sangheeut.net/Alma-Redemptoris-Mater-sangheeut-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평창 갤러리 세줄에 다녀왔다. 유리 통창의 크기로는 중견 갤러리 중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20걸음 정도 걸어야하는 폭의 거대한 통창에 서림 방지도 넣고 하려면 몇 억 정도 지불했을 것이다. 그것도 국내에는 공장이 없고 중국에 특별 주문해서 가져왔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큰 가마가 없어 큰 도자기를 구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북한산 중턱, 고도 높은 평창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만끽할 수 있는 통창이다. 방문할 가치가 높다.

작년에는 김수자 개인전도 했고 New Blood 새 피라는 이름의 젊은 작가전도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은 거대한 풍경 속에 작디 작은 인간을 그려 존재의 본질적 고독을 표현하는 손정기전을 하고 있다


보통 대형 그림은 소형 화폭을 확장한 것이다, 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크기는 더 키우고 색채는 더 알록달록 다채롭게 하고 조형은 더 추가하고 더 큰 붓으로 거친 스트로크를 하면서 세필붓으로 섬세하게 보완한다. 그런데 이래서야

디지털 픽셀 크기 변환에 지나지 않는다. 어린이를 어른의 축소형으로 그린 중세회화와 다를 것이 없다. 몸은 작고 얼굴은 늙어 있어 어린이만의 묘사가 결여되어있다. 대형 작품은 정말 소형 그림의 거대 버전에 불과한가? 소형 페인팅은 대형 회화의 가성비 있는 선택에 지나지 않는가? 대형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소형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 어른은 어른 답게 어린이는 어린이 답게 그려야하지 않을까?

지난 겨울 마곡 스페이스K에서, 지금은 한남 바톤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는 최민영처럼 소형화보다 대형화가 더 좋은 작가가 있다. (내일 별도 포스팅 예정) 손정기도 그렇다. 2층에는 양측 벽에 두 뼘 크기의 드로잉 10점 앞에 큰 페인팅 대여섯 점이 마주보고 있는데 대형 소형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다.


작가는 사람이 외롭게 걸어가고 있는 일관적 모티프에 배경와 오브제를 황량한 산, 울창한 숲, 침엽수 한 그루 혹은 여러 그루, 늘어진 그림자, 이강소 같은 스트로크감의 바람, 라푼젤처럼 높은 건물에 홀로 나있는 창, 정원의 다듬어진 나무, 눈밭의 발자국 등으로 묘사하고 구도를 대각선, 삼각형, 수직 수평을 조합한다. 과장된 크기의 자연, 인공물을 그리고 이에 대비해 1/30크기로 축약된 손톱만한 사람을 그려 주변 세계의 압도감과 그 안에서 외롭게 걸어가는 사람의 고독과 막막함을 그려냈다. 한 화면에 비어있는 공간을 많이 만들어 적막한 여백의 미을 부여하면서 산수화나 색면추상과는 달리 평면 레이어감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깊이와 원근감이 느껴지게 했다. 유럽 회화식의 지평선을 기준으로 하는 원경과 근경이나 수학적 계산에 근거한 소실점을 일부 활용하면서 유럽 풍경화적인 느낌을 솜씨좋게 피했다. 정원의 끝에 꺾여있는 구도라든지 스키장 같은 설산의 언덕 라인과 그림자 대비라든지.


측면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구도, 즉 심시티샷 혹은 롤러코스터 타이쿤샷 같은 구도를 사용해 확장된 너비감을 주어 풍경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다만 게임처럼 사람이 사물화, 아바타화되는 것은 아니다. 화면 안의 사람은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랑하고 자신의 인생을 걷고 있는 구도자다.

손정기 작가는 대형화는 소형화를 느슨하게 확장하지 않고 대형화에서만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 기존 모티프를 합치기도, 큰 크기에 들어갈 수 있는 오브제와 구도를 실험했다. 그 결과 대형화가 보는 맛이 더 좋다. 멀리서 보면 소형화와 비슷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보는 시선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디테일이 다르다.


손정기, My Own Silence, Acrylic on canvas, 145.5x112.2cm, 2025, 갤러리 세줄 2층

기울어진 산의 우거진 숲, 지그재그 산맥 앞에 방풍림 같은 높은 침엽수 군락, 설산에 그레이계열의 미점준으로 박아넣은 원경의 나무, 모네의 수련처럼 물 위에 비친 그림자,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지 않는 두 사람과, 대각선 길의 엇갈림 등 여러가지 다채로운 접근방식이 확인된다. 사람보다 큰 대형화는 보는 시선, 위치, 각도, 초점에 따라 한 눈에 담기는 화면이 달라 마치 퀼트처럼 엮여있는 것처럼 느껴져 이리저리 뜯어보는 맛이 남 다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은 샘플에세이


미국 학생들 에세이 채점할 때 어려운 것은 문법이나 내용이 아니라 필기체를 알아보는 것이다. 선생으로서 이게 더 고역이다.

처음 연수받을 때 뉴저지의 교사에게 몇 명 클래스에게 얼마나 작문숙제를 주는지 물었는데 대략 30명의 3쪽짜리 에세이를 거의 매주 채점한다고 했다. 그렇게 시켜야 실력이 는다고 했다. 본인은 힘들어도 학생들을 위해서란다.

어렸을 때부터 자판 타이핑과 엄지로 스마트폰 글자입력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학생들이다. 원래 손으로 필기를 잘 하지 않아서 학교 수업에서만큼은 노트필기하도록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태블릿은 종이대신 허용할 수 있다.

학생은 표현 일부를 암기하고 탬플릿을 익힌 다음 글을 쓴다. 최근에는 GPT로 인해 타이핑된 글은 모조리 첨삭받아서 낸다. 출력물은 교수 뺨치는 퀄리티인데 발표나 손글은 어설픈 베이비 수준이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서 앉혀놓고 전자기기 없이 손으로 쓰게 해야 본디 실력이 나오는데 손글씨를 읽는 채점자만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타트라인 - 작가들의 빛나는 시작
김기태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것은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술도입 후발주자의 발전단계 징검다리 뛰어넘기


비동시성의 동시성. 전세계의 모든 국가가 다함께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시기 메트로폴리탄 뉴욕은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에 비해 외계문명급의 신천지였고. 60년대 한국과 일본은 현해탄을 기점으로 이세계나 다름없었다. 저개발국가의 외교관이 선진국에 파견되는 것은 자기나라보다 부유한 별나라에 가는 것으로 흡사 왕이 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엘리오 같은 일이다.


벨이 전화기를 발명하고 국토에 통신선을 깔기 시작한다. 해저케이블도 깔면서 국제전화가 가능해진다. 도시에는 공중전화망이 깔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전파망을 사용한 무선전화기가 개발이 된다. 도입 초기에는 경쟁을 하지만 더 빠르고 안정적인 통화품질을 보장하게 되고 유선전화기가 하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면서 그간 거액을 들여 깔았던 전화망은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그동안 지하를 뒤엎어 통신망을 깔지 않았던 국가가 경제발전을 시작하면 이전단계를 뛰어넘고 무선전화기가 보급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섬이 많은 인도네시아, 사막지형 아랍, 국토가 길고 숲이 많은 베트남 등에 스마트폰이 보급된다. 영화 트랜스포머에서도 사막에서 도피하는 미군이 아랍 마을에 들어가 스마트폰을 빌려 전화해 미군 본부에 탈출사실을 알린다. 


물론 저임금으로 노동집약적 경제구조를 추구하기 때문에 아직 가계소득이 많지 않아 제품은 저가형이어야 알맞다. 영어로는 feasible. 이를 간파하지 못해 라인의 초기 진출이 실패했다. 타이밍은 정확히 계산했는데 보급형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고급형으로 들이밀었다. 비싸더라도 좋은 거 써! 공돌이들의 흔한 실수다. 경제성장하는 나라는 우수하고 좋고 비싼 제품이 아니라 싸고 적절한 가격의 제품이 비교우위에 있다.


컴퓨터도 비슷하다. 수퍼컴에서 퍼스널컴퓨터로 성능이 진화하면서 소형으로 각 가정에 보급된 컴퓨터는 노트북이 되어 이동성까지 보장한다. 20세기 후반 미국과 일본은 이 발달 단계를 온전히 겪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PC를 뛰어넘고 노트북을 먼저 받아들였다. 섬이 많아 PC는 무겁고 운송이 불편하기도 하고.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PC를 본 적도 쓴 적도 없다고 한다. 일부는 랩탑에서 타이핑을 해본 경험도 없다. 엄지로 스마트폰 자판으로 입력하는 것만 알고 있다. 이런 나라에선 캠코더, 캐논, 필름 카메라 등과 연관된 집단의 문화적 기억이 없고 바로 스마트폰 인스타그램으로 건너뛴다.


교통도 비슷하다. 메이지시대(1872년)부터 전차가 다녔다는 일본은 60년대에 도카이도 철도를 깔아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등 철도망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210km/h 정도를 견딜 수 있게 깔았는데 이정도도 당시에는 매우 빠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신칸센이 발전해 360km/h로 주파할 수 있게 되었는데 철도노선이 속도를 버티지 못해 최고 285km/h로 감속해서 주행한다. 노선도 터널을 뚫은 산요신칸센에 비해 곡선구간이 많아 우회해서 시간을 많이 소모한다. 인프라는 초기 도입시 설계에 이후 계속 제약을 받는다. 우리나라도 선구적인 비저너리가 마이카시대를 예상하고 경부선 8차선, 테헤란로 10차선을 깔지 않았다면 지금쯤 멕시코시티, LA, 자카르타, 테헤란 같은 엄청난 교통체증을 겪고 있었을 것이다.


교통은 아직 통신에서 유선→무선으로 바뀐 정도의 전환점이 완전히 구현되지 않았다. 내 생각에는 퍼스널 모빌리티와 드론 등이 그 하나의 밴티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유선전화 시대에 도심에 공중전화 부스를 곳곳에 배치하고 각 가정의 유선전화기를 위한 통신망을 깔았지만 무선전화시대에는 필요없게 되고 다 들어엎게 된 것처럼. 교통도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선로망이 아니라 개인맞춤형으로 이동하게 될 것 같다. 고속도로와 차가 있지만 별개이면서 보조적인 역할을 할 것 같다.


지금 인구가 폭발하고 경제 발달 초입에 들어갔는데 인프라가 깔리지 않은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혹은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서는 거대한 투자가 필요한 공공 인프라를 점프하고 스윙, 다트 같은 앱기반 개인형 이동장치로 이동하는게 보편화될 것 같다. 마치 무선전화기처럼 편리하고 간편하고 가볍게.


울퉁불퉁한 흙길 위를 편하게 달릴 수 있는 좁은 트랙은 필요할 것 같고 그정도는 깔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호버처럼 부유해서 공기중을 이동할 수도 있겠다. 그럼 목적지에서 목적지까지만 이동할 수 있고 터널도 안 뚫어도 되어서 환경친화적이다. 도착해서 호버를 개인집 태양열 전기충전소에서 고속충전시키고.


금융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출생증명 신분증명 등 사회적 신뢰와 제도를 바탕으로 한 통장거래 기반의 은행금융이 보급되지 않고 핸드폰이 바로 신분증명서의 기능을 하게 되면서 통장 개설을 건너뛰고 모바일 거래로 전환되었다.


요지는, 세계의 나라는 같은 시간선에 살고 있는게 아니라 각자의 경제기술발전에 따라 다른 시대를 살고 있어, 2025년에도 선사시대 초기부족국가를 살고 있는 섬나라가 있을 수 있고, 산업화 전 전근대를 살고 있는 나라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세계에서 어떤 나라가 경제발전의 후발주자로서 뒤늦게 기술을 도입하면 브레이킹 포인트 이전의 기술은 무시하고 간편하고 가볍고 싸고 기동성이 좋은 기술을 먼저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다 경험한 선진국의 발달단계를 그대로 밟는 것이 아니라.


후발주자는 패스트 팔로워라 기존 롤모델의 모든 것을 답습할 필요가 없다. 한국은 이제 후발주자가 아니다. 우리는 선도적 모델을 고민해야할 때다. 후발주자는 이제 자신의 때가 오고 있는 저개발국가다. 바로 스마트글래스, 자율주행, 우주스페이스, 푸드테크, 바이오기술, 피지컬AI로 넘어갈지 모른다. 후발주자가 선진국을 뛰어넘는 일은 많이 힘들다. 선진국의 초기모델을 뛰어넘는다는 말일 뿐이다. 선진국은 기존의 모델과 씨름하느라 사회적 비용과 철거 비용을 지불하며 넥스트 테크놀로지 기회를 놓치고 기력을 소진하는 동안 후발주자는 허허벌판에서 최신 모델을 도입해 급성장을 할 것이다. 물론 선진국은 여전히 기술을 선도하고 제품을 고급화하겠다. 100년 전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얼마나 인류문명이 천지개벽을 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