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석원 전경


자하문로에 있는 목석원에 다녀왔다. 석파정 서울미술관과 환기미술관 근처다. 자고로 목석원과 자하를 걸어서 갔다오지 않은 사람은 전시애호가 고급과정 입학시험에서 자격미달로 탈락하리라. 차가 아니라 걸어서다.

사실상 등반코스인 이 무지막지한 언덕길을 올라가면 고생을 깨끗하고 선명한 하늘로 보상받는다.

자하 1층에는 발의 각질마저 흰색으로 그린 윤위종 작가의 극사실적 그림이 걸려있고, 2층에는 김창열의 물방울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마주한 그림이 걸려있다. 윤형근식 된장색 옛 장지에 하이퍼리얼리스틱한 물방울을 그리는 것은 같으나, 물방울을 혼합제재로 입체감을 돋우기도 하고, 김창열이 그리지 않은 무당벌레나 네잎클로버, 초록새 혹은 거대한 먹빛 필획을 쓰기도 한다.

디테일, 윤위동_영광7_모래에 레진, 아크릴물감_180×60cm_2017


자하 윤위동전 2층 전경



자하와 목석원 둘 다 북한산과 평창, 부암 일대가 원경에 잡히지만 조금 각도가 다르다. 삼세영, 세줄, 자인, 가나아트 있는 평창의 특이한 잠망경 잠수함집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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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일과 날 보았다. 9명의 노동하는 순간과 그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담은 서정적인 다큐다. 박민수와 안건형 감독은 내레이션 없이 노동자의 삶 자체를 화면에 담는데 집중했다. 엔딩 크레딧에도 출연자 이름이 먼저 나오고(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직장명과 직종명은 제외한 듯) 감독이 아닌 연출자 이름으로 나중에 등장할 정도로 출연자를 중심에 두었다. 기승전결의 서사가 없기에 배역이나 주인공은 아니다. 존재를 대우했다는 뜻이다.


사실 그리 특별한 것 없는, 아무 것도 아닌 삶의 단면을 나열한 것 같으나 묘하게 흡입력있다. 유투브에 공장 메이킹 영상을 롱테이크로 담는 채널이 있는데 그 댓글에 보면 시각적으로 만족스럽다 visually satisfying이라고 댓글이 달려있다. 그런 느낌이다.


맨 처음에 스틸컷으로 영화제목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기원전 7세기 헤시오도스의 글이 인용했다. 위키피디아를 인용해보면, 《일과 날》(고대 그리스어: Ἔργα καὶ Ἡμέραι, 에르가 카이 헤메라이, 라틴어: Opera et Dies, 노동과 나날로도 번역)은 헤시오도스가 쓴 약 800편의 그리스어 운문으로 이루어진 시가 작품이다.


영화 초반에 언급된 인용문과 그 글의 원전에서는 농업 위기, 노동 소외, 환경 우려 등에 대한 레퍼런스를 약간씩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평범한 유투브 메이킹 롱테이크 영상으로 환원될 수 있었던 영화가 이 인용문과 이에 해당하는 출연자의 혼잣말로 인해 지적 고민이 있는 영화로 환골탈태했다.


언뜻 디즈니식의 명확한 서사와 갈등구조 없이, 과거 제철소 근무했던 염전노동자, 전국을 돌아다니는 프리랜서 PD, 육아휴직 중인 두 아이 엄마의 가사노동, 마라톤 풀코스 40번 완주한 재활용분류, 백반집 요리하는 할머니, 40년 매일 출근한 동네 전파사 할아버지, 독실한 기독교인 영어학원 데스크 사무직, 양조장에서 일하고 영어공부 주경야독하는 청년, 아이가 보고 싶어도 단가를 맞추기 위해 주말출근해 마네킹 합성수지 제작하는 9명의 노동을 카메라에 담았다.


등장인물이 모두 임금노동자는 아니다. 자영업자도 있고 영세업자도 있고 노동이라고 분류되지 않은(현재 사회적으로 논의가 진행중인) 가사노동자도 있다. 따라서 부여되는 노동과 자기가 자기에게 주는 노동을 모두 포함해 노동의 외연을 넓게 담았다.

연출적으로도 잘했다. 감독은 이들의 하루를 브이로그로 담는 안일한 선택을 현명하게 피하고, 순서대로 반복해서 병치해서 지루함을 주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약간씩 초점이 정합적으로 맞춰지는 부분이 있어서 거칠고 느슨하게 영화를 세 등분해보자면, 처음은 노동의 순간, 두 번째는 노동의 의미, 세 번째는 노동의 미래와 과거다.


출연자는 각자의 언어로 일의 의미를 정의하고, 하루의 일과에 대해 평가한다. 직업의 귀천에 관계없이 향후 AI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해 고민한다. 나아가 지금-여기의 노동을 어떻게 버틸지, 그리고 앞으로 삶은 어떻게 꾸려할지 각자의 방식으로 고민한다.


느릿하니 서정적이고 보통 우리가 볼 수 없는 일거리의 모습 자체를 알 수 있는 좋은 다큐다. 육아, 요리, 코팅, 복사, 다듬기, 밀고 닦기, 물청소하기, 자기, 유투브나 뉴스보기, 운동하기 등 선명한 동사로만 구성된 다큐다. 김훈의 건조하면서 생동감있는, 단단한 술어로만 구성된 문장 같다.


다만 9명의 노동은 어떤 노동이지 노동의 일반명사가 아니다. 중저임금 노동을 위주로 담았기에 부분집합으로서 '어떤 노동'이지 모든 노동이 아니다. 노동의 귀천이 없다는 말이 맞으려면, 투자자의 노동, 엔지니어의 노동, 외화내빈인 재벌의 노동 이 모든 것도 노동이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도 하루의 태스크를 쳐내는 자의 일이란 모두 동일하게 귀하고 소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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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오브 킹스 : 상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이야기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원작, 양떼친구들 구성, 서창희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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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 곽아람기자의 어제 칼럼에서 이런 표현이 눈에 띈다.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5/07/19/NE2CVJQG3VABVMI2YLCZZV442E/


“관찰한 바에 따르면 현재 라디오를 듣는 사람 중 다수는 ‘미처 이탈하지 못한 자’들이다. 오래전부터 라디오를 듣는 게 습관이 되었고 다른 오디오 콘텐츠의 존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 한마디로 듣던 걸 계속 듣는 분들이다.”


라디오 PD 최다은의 에세이 ‘비효율의 사랑’(김영사)을 읽다가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유튜브 등 수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가운데 아직도 책을 읽는 사람들 역시, ‘미처 이탈하지 못한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독서가 오랜 습관이 되어 ‘읽던 걸 계속 읽는 사람들’ 말이지요.


10여 년쯤 전엔 20~30대 여성이 출판 시장의 ‘큰손’이라고 했었는데, 요즘은 30~40대 여성들이 주 독자층입니다. 읽던 이들이 계속 읽는 셈이죠. 앞으로 10년 후엔 40~50대 여성이 서점가의 주 구매층이 되지 않을까요?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자면


70년대 최신 기기였던 라디오를 듣는 한 세대가 그대로 나이가 들어 70대에도 라디오를 듣고


00년대 책을 읽는 큰 손이 2025년에도 2050년에도 책을 읽는다면


2020년에 유투브를 보는 이들은 2040년에 메타버스 홀로그램으로 옮겨갈 것인지 계속 구식 갤럭시 S25 스마트폰에 매여있을 것인지


80년대 카세트 플레이어 90년대 CD 플레이어와 00년대 mp3플레이어를 지나 이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고


휴대용 카메라는 폴라로이드에서 캐논을 지나 스마트폰으로 대동단결했다.


어떤 시청각 매체는 진화를 해서 기존 향유층을 흡수하는데


책만 그 매체 자체에 고정되고 있는 것 같다. 4천 년 동안. 그만큼 책이라는 형식 자체가 완성되었다는 뜻일 수도.


신간 쓰는 인간이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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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여행하는 에세이가 있다. 잡지사 청탁 받아서 틈틈히 한 것.


"47도도부현 여자혼자서 가보자"라는 책이다. 한국어 번역은 없다.


47도도부현은 일본 행정지명으로 일본전국과 동의어다.

한국으로 치면 팔도유람과 비근하다.


나는

일본 47도도부현 미술관 박물관 한국인 혼자서 가보자


쓰려고 1년 전부터 생각을 하고 돈이 생기면 저예산으로 틈틈히 갔다. 예컨대 나라, 기타큐슈, 후쿠오카, 도쿄, 오사카, 교토 정도.


그리고 철도 시스템과 각 지방의 역사와 지리에 대해서 공부해두었다. 보통 미술관 박물관은 시내에 있는 경우가 많아 철도로 이동하는 게 편하고 빨라서 IC카드 에어리어, JR패스 등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지식은 유용하다.


자연경관, 관광지는 관심없고 맛집도 있으면 가고 없으면 그냥 발 가는대로 마트에서 사 먹고 오직 미술관 박물관을 중심으로 다닌다


일본관광 사대장 도쿄 교토/오사카 홋카이도 후쿠오카 뿐 아니라

소도시 현립, 시립 미술관까지 가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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