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불의 잔 4권 14장 용서받지 못할 저주(The Unforgivable Curses)의 한 구절이다. 론이 매드아이 무디의 암흑방어술 수업에서 부모를 죽인 저주를 실견하고 놀란 해리의 눈치를 보는 장면이다.


But Ron fell suddenly silent at the look on Harry's face, and didn't speak again until they① reached the Great Hall, when he said he supposed they② had better make a start on Professor Trelawney's predictions tonight, as they③ would take hours


이 문장에서 they가 세 번 나온다.


첫 번째와 두 번째 they는 Ron and Harry 둘 다 가리키고 세 번째 they는 과제물로서 predictions를 지칭한다. 영어 대명사 형태는 동일해서 때론 지칭대상이 불분명해 문맥으로


파악해야한다. 프랑스어나 독일어에서 남성/여성/복수 등 성수가 많고 일반명사를 대명사로 받아줄 때 성수일치를 해야해서 언뜻 영어보다 복잡해보인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것은 그만큼 선명하고 정교한 구분을 한다는 뜻이다.


다른 외국어로 번역했을 때 이 they 가 어떻게 처리될지, 더 정교해질지 더 불명확해질지 살펴보자


한국어는 이렇다.

론은 해리의 표정을 보고 갑자기 말을 멈췄고, 둘이① 그레이트 홀에 도착할 때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제야 론이 "(우리②) 오늘 트릴로니 교수 예언 해석 과제, 이제 시작해야 할 거 아냐? (그것은③) 몇 시간은 걸릴 테니까"고 말했다.


①은 살리고 ②는 대화문 속에 우리로 빼고 ③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어는 주어를 여러 번 반복하지 않으며 대명사의 활용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어도 마찬가지인데 번역본에서 살펴보니


그러나 해리의 얼굴을 보자, 론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

しかし、ハリーの顔を見て、ロンは急にだまりこんだ。


그 후로는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①) 대광장에 도착하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それからは一言もしゃべらず、大広間に着いてからやっと、


"트릴로니 선생님의 예언 숙제는 몇 시간이나 걸리니까, 오늘 밤이라도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トレローニー先生の予言の宿題は何時間もかかるから、今夜にも始めたほうがいいと思う」と口をきいた。


"둘은 대광장(그레이트홀)에 도착했다"라고 할 수 있을 주어 1번도 생략

우리가 숙제를 시작해야해의 2번도 생략, 과제물의 주어 3번도 생략

모두 생략했다. 없다. 그래도 의미가 잘 통한다.


프랑스어와 독일어의 경우 명사의 성수일치가 영어보다 엄격하니 언뜻 3번 they를 더 정교하게 직역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프랑스어는 어미가 시옹tion일 경우 여성명사이고 트릴로니 교수의 예언과제(predictions)이 여성명사로 판별될테니 원문 영어 "as they③ would take hours"에서 elles로 받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직역을 해보자면 예컨대


il dit qu’ils feraient mieux de commencer les prédictions de Trelawney ce soir, parce qu’elles prendraient des heures.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정작 번역본에서 보니 대화문으로 풀었다.


Mais Ron s’interrompit soudain en voyant l’expression de Harry et ne prononça plus un mot jusqu’à ce qu’ils① soient arrivés dans la Grande Salle.

그러나 론은 해리의 표정을 보자 갑자기 말을 멈추었고, 그들이① 그랑살(대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더 이상 한 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 On② ferait bien de commencer le devoir pour le professeur Trelawney dès ce soir, dit alors Ron. Ça③ va nous prendre des heures pour arriver au bout…

"오늘 저녁부터 트릴로니 교수의 숙제를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고 그때 론이 말했다. "끝내려면 우리에게 몇 시간이 걸릴 거야"


프랑스어는 ①은 남성 그들(ils, 일, s는 묵음)로 성별 상관없는 영어의 they보다 더 정확하고 ②는 대화문 속에 무인칭 주어 on(옹, 우리, 사람들 등을 의미)으로 우리로 변환했으며 ③은 문장을 끊고 그거(Ça 싸)로 받았다. 싸는 해석 안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이를 영어로 직역하면

①until they had arrived...

②"We would do well to start the homework for Professor Trelawney this evening,"


③Ron then said. "It is going to take us hours to finish…"

이다.


프랑스어에서 영어의 they 세 개를 다 직역할 수 있으나 역자는 조금 더 잘 읽히게 문장을 끊고 다듬었다.


독일어의 경우는 어떨까?


Doch Ron verstummte, als er den Ausdruck auf Harrys Gesicht sah, und sprach erst wieder, als sie① in die Große Halle gelangten, wo er vorschlug, am Abend schon mal mit den Voraussagen für Professor Trelawney anzufangen, da sie③ sicher Stunden dafür brauchen würden.


로망스어 계통의 프랑스어와 달리 그리스라틴어의 명사곡용이 남아있어 격 구별이 명확한 독일어의 특징이 보인다.


독일어는 영어처럼 한 문장으로 처리했는데 우리에 해당하는 ②번 they는 문장 안에 포함해 생략했고, 예언과제에 해당하는 ③은 mit(with)에 수반되는 3격(여격 Dativ) 복수여성명사 den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론은 해리의 얼굴에 있는 표정을 보자 말을 잃었고, 그들이(소문자 sie①) 대광장에 도착할 때까지 다시 말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그는 트릴로니 교수에게 제출할 예언들을(mit den Voraussagen) 저녁에라도 미리 시작하자고 제안했는데, 그것들에는 sie③ 틀림없이 몇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영어로 직역하면

But Ron fell silent when he saw the expression on Harry’s face, and did not speak again until they① reached the Great Hall, where he suggested starting the predictions for Professor Trelawney already in the evening, since they would surely need hours for them


독어와 영어는 모두 한 문장이지만 차이는 이렇다


영어는 시간 접속사로 연결했다. "도착했을 때 말했다. 그들이 시작하는게 낫겠다고"

when he said he supposed they② had better


독어는 장소 접속사로 연결했다(wo) "그곳에서 그는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where he suggested starting the predictions


영어와 달리 they를 한 번 더 쓰지 않고 suggested starting(vorschlug + anzufangen)으로 풀었다. 참고로 영어 suggest+to는 틀렸다.


이때 anzufangen은 to start로 분리동사(trennbare Verben)이며 방향, 시작을 의미하는 분리전철 접두사(an)와 동사어간(fangen)으로 구성되었다


1과 2의 they는 론+해리

3은 숙제인데


같은 유럽어라도 영어를 기계적으로 직역하지 않고 어순과 문맥에 더 알맞은 표현을 찾아 문장을 다듬는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다.


원문과 다른 문법구조를 지닌 도착어의 결을 잘 살려 각기 다른 방식으로 명확성과 가독성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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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오리 지음, 이서경 감수 / 용감한까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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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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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다르게 붙여진 세계의 거울상


자본주의에서는 광고비와 마케팅비가 시장을 움직이는 윤활유다.

독재정권에서는 뒷돈과 뇌물이 같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게 왜 필요하지 싶은, 본질과는 관련없이 관계자들에게 찔러줘야하는 돈이다. 체제가 돌아가려면 늘 보이지 않는 비용이 따른다. 최근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은 제작비 2억, 마케팅비13억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다. 탈북하려면 찔러줘야하는 온갖 브로커비, 구사회주의블록에서 사업하려면 꽌씨에게 줘야하는 와이로(뇌물)와 같ㅇ느 포지션이다.


신문을 보면 이런 것도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주가 폭락, 환율 요동이 공포를 증폭시키는 신호다. 블랙먼데이

독재정권에서는 권력자의 실각설, 갑작스러운 병환설, 친위세력의 이상한 움직임이 같은 풍파를 일으킨다.

경제지표냐 소문이냐, 시장그래프냐 권력자의 요동이냐

현상적 차이는 있어도 같은 충격파를 일으킨다.

두 체제는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지만 함의는 같다. 기표는 다르나 기의는 같다.

숫자로 흔들리거나 소문으로 흔들리거나

불안과 공포로 체제가 유지된다.


자본주의에서는 신뢰자본이 중요하다.

소비자의 신뢰, 브랜드 평판, 기업의 투명성이 시스템을 앞으로 굴러가게하는 양질의 연료다.


독재정권에서는 충성자본이 중요하다.

충성 맹세, 권력 핵심부의 내부 결속, 서열의 안정성이 같은 역할을 한다.


자본에 대한 신뢰냐 권력에 대한 충성이냐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이 얼어붙고 충성이 흔들리면 권력이 무너진다.

어떤 방식으로든 붕괴되면 시스템이 삐걱인다.


그러니까 IMF외환위기, 모기지사태와

소비에트 개혁개방으로 인한 공산주의 블록 내부의 연쇄적 붕괴, 연개소문 사후 내분으로 인한 고구려 멸망은 같은 셈


자본주의에서

현금흐름이 튼튼한 기업, 불황에도 쓰러지지 않는 브랜드는 건강의 신호다.


독재정권에서는

권력 핵심이 장기간 교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버티는 것이 긍정적 징후로 여겨진다.


하나는 기업의 생존력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의 생존력이다

둘 다 체제가 괜찮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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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리커버) - 메리 올리버 시선집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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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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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고니아> 보고 왔다. <가여운 것들(Poor Things, 2023)>를 연출한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이다. 막이 전환될 때 스틸컷과 함께 저음의 호른이 울려펴지는 브라스음과 폰트의 특이한 활용이 주특기다.


<유전(2018)> <미드소마(2019)> <보이즈어프레이드(2023)>을 연출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가했다. 시대를 잘못 만난 희대의 명작 <지구를 지켜라>에 둘의 취향이 버무려졌다.


엔딩 크레딧에 보니 로케는 영국 런던과 미국 애틀랜타 그리고 그리스의 마일로스섬이다. 애틀랜타 유닛과 그리스 유닛이 나뉜 것을 보니 애틀랜타에서 테디네집을 많이 찍고 그리스 유닛은 엔딩에 나열된 죽은 사람들 컷을 많이 찍었을 것 같다. AT필드 깨트리는 것처럼 톡하고 지구 대기권의 방어막을 뚫자 모든 인류는 전멸한다. (이때 등장하는 지구 모형도 구형 지구가 아니라 지구평면설에 의거한 납작한 대륙이다) 이 허망한 죽음을 정지장면으로 잘 표현했다. 모스크에서 기도하다 죽고 성관계하다 죽고 결혼식 준비하다 죽고 회의하다 죽고 선탠하다 죽고 수술하다 죽고 생선팔다 죽고 배달 패키징하다 죽고 배 운항하다 죽는다. (또 뭐가 있었더라)


에코 채임버 이펙트 등 여러 심리학 용어로 진단할 수 있는 고립된 저학력 저임금 계약직 지방 청년 테디와 약간의 지능 장애가 있는 돈은 넷플 <소년의 시간>의 주제가 생각난다. 


사람 납치해서 지하에 가두고 잘 짜인 대사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스콧 벡 브라이언 우즈 듀오감독의 <헤레틱(2024)>도 생각난다. <노팅힐>의 그 휴 그랜트가 나오는 영화로 마지막에 끔찍한 납치감금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도 동일하다. 미쉘이 발 잠금 장치를 풀고 비밀 장소에서 안드로메다인 둘을 죽인 결과를 보고 각성해서 총든 테디를 위협하는 신에서 테디와 미셸의 얼굴이 교차편집되며 공룡부터 노아의 방주에 이은 외계인의 인류실험사를 구술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인류진화사 시나리오를 묘하게 닮았는데 리처드 셴크만 감독의 <맨프롬어스(2007)> 같은 대체역사다. 


차이점은 후자는 시드니 루맷 감독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처럼 카메라 위치를 바꾸어가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사 나열에 연출적 리듬을 준다. <부고니아>는 시각적 임팩트를 위해 강한 렘브란트식 강한 음영을 미셸 위에 쏘아 각진 그림자를 만들고 피랍자에서 외계인 여황으로 전복된 권력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엠마 스톤 얼굴을 로우 앵글 샷으로 잡았다. 이는 초반에 작당 모의하며 화학적 거세 약물 투입할 때 모닥불 앞에서 테디와 돈의 얼굴이 같은 카라바죠식 강한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chiaro陽+oscuro陰)로 연출된 것과 대조적이다. 영화의 방점이 테디와 돈에서 미셸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극장에서 들은 이 화학적 거세약물(chemical castration substance)는 메드록시프로줴스테론..어쩌구로 였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아세트산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Medroxyprogesterone acetate이고 테스테론 생성억제 및 성욕감퇴용이고 약물투여중지하면 효과는 없어진다. 돈이 투여 후 마음이 들쑥날쑥하고 조금 슬프다고sad하다고 말했을 때는 리비도 감소효과 때문에 그럴 것이다. 과거 궁정출납을 위한 환관처럼 아예 물리적으로 거세하는 것은 아닌데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그저 피랍자에게 성적 관심을 끊고 더 숭고한 이유(외계인 알현)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물론 이런 어려운 그리스어가 포함된(화학물질명에서 합성어 연결시 o를 활용하는) 약물명을 읊는 것은 자신의 그리스 출신임을 드러내면서 일상 속에서 관료적이며 건조한 공포를 만드는 란티모스 감각과 맞물려있긴하다. 그러나 픽션 내부적으로는 개인의 생식 능력을 포기해야 외계인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연출적 장치다. 이게 무슨 말이냐?


화학적 거세약물을 투여해 인간의 생식 능력을 자발적으로 끄는 행위가 곧 외계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행증이라는 말이다. 재생산의 중단이 외계 지성에 접근하는 문턱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그리스도교의 수사나 불교의 스님이 번식 능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항백룡의 방식(강호동양학자 조용헌의 표현)으로 신에게 가까워지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 속 외계인은 인간의 개체보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 전체가 어디로 흘러가는가에 더 관심을 둔다. 양봉업자 테디의 고민과 결이 같다. 벌 하나 하나보다는 벌 전체의 개체수 감소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그 원인을 살충제의 사용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태학자 최재천의 사유 방식이다.


개체보다 집단의 동역학에 초점을 두는 냉정하고, 통계적이며, 무차별한 번식논리다. 그런데 이때 개인적 성적 기능을 비활성화했다는 것은 인간 개체의 번식 욕구를 잠시 제거함으로써 인간을 외계인의 관찰 스펙트럼 안으로 끌어들인다. 성적 본능, 후손을 남기려는 충동, 자신의 유전적 계보에 대한 애착 같은 종의 번성에 대한 사적 욕망이 억제된 상태로 호모 사피엔스 종의 번식 체계에서 일시적으로 이탈한 존재다. 이렇게 개체적 욕망을 걷어내야 외계인이 마주하고 싶은 순수한 관찰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생존과 번식이라는 동물적 충동에서 잠시 벗어난 테디와 돈은 외계인의 실험환경을 교란하지 않고 종 전체를 바라보는 외계인의 관점과 더 가까운 위치로 이동한다.


어떤 점에선 자연 선택과 성 선택의 질서에서 잠시 분리된 인간이 되어 외계인이 논문 작성하듯 다루기 좋은 표본이 되는 셈이다. 영화의 초중반은 테디를 납치범에 잘못된 음모론에 경도된 캐릭터로 그리고 있기에 이 부분이 주목되지 않으나 사실 영화 안에서는 중요한 장치인 것이다. 테디의 바람대로 함으로써 외계인 황제를 알현할 수 있었다. 화학적 거세약물 투입은 그냥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생식, 종족, 지속성에 대한 은유로 정교하게 읽어낼 수 있다.




대사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상 필요했다. 성공한 CEO가 할만한 배운 영어로 각본을 아주 잘 다듬고 엠마 스톤이 훌륭한 딕션으로 잘 전달했다.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2014)>때 부터도 이미 대사 딜리버리는 좋았었다. 테크, 경영, 심리학, 화학 등 고급 영단어가 많아서 뭉개면 그 의미가 퇴색되는 대사다. 또한 엠마 스톤은 납치된 것을 깨닫고 정확히 상황파악한 후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지지 않고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피랍범과 대화하는 장면도 잘 살렸다. 마취에서 깨어나는 클로즈업 장면에서 눈 연기가 훌륭하다.



미셸 풀러의 회사 Auxolith는 어벤저스 헤드쿼터나 최근 개봉한 <F1더무비(2025)>의 회사를 닮았다. 이런 저층에 유리로 된 깔끔한 회사건물은 아마 애플 건축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과거였으면 메트로폴리탄의 고층빌딩이었을 것이다.


테디와 돈의 집은 <원배틀애프터어나더(2025)>의 집도 생각난다. 전형적인 미국 목조주택이다. 돈은 억양에서 r이 강하게 묻어나는 남부 사투리다. 영화 로케를 미국 동남부 조지아주의 애틀랜타로 잡았기 때문이다. 총기로 집을 지키는 것도 그러하고.


윤기나는 검은색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지프에서 내리는 미셸을 납치하며 티격태격하는 신은 미국의 전형적 우왕좌왕 B급 코미디로 처리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감독의 스타일이 지향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 심장을 죄여오는 듯한 과한 긴장감도 지양한 편이다. 영화에서 질리는 맛이기에. 대신 테디의 믿음에 대한 의심과 불신에서 미셸의 태세변환으로 정황상 믿음, 그리고 확신으로 넘어가는 크레셴도가 좋다.



<가여운 것들>에서는 장소명으로 <부고니아>에서는 월식 3일전, 2일전 하는 스틸컷으로 막을 표현하는데 전혀 끊긴다는 생각이 없고 거슬리지 않는다. 또한 인물과 전체 관계를 대각선에서 3D 카메라구도로 표현했다. 주특기다



흘러나오는 노래는 Marlene Dietrich의 Where Have All the Flowers Gone? (1963)다. 생태위기로 재해석되는 노래다. 영화는 외계인 음모론에 담았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kveooWmqqr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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