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 폭군의 셰프가 순항 중이다.
1위를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잠재력이 있는 대박 컨텐츠다.
먹방 유투브 조회수가 폭등하는 현상을 보면 푸드 포르노는 조회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이 잘 하는 사극풍 조선시대를 판타지화해서 섞었는데, 사극은 우리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이국적인 세계로 여행같아 낯설게 보는 효과를 준다. 사극은 사료로 고증된 <조선왕조실록>부터 현대퓨전판타지사극까지 한국에서 계보가 두터운 장르이며 최근엔 글로벌 관객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주인공은 아름다운 배우이자 여성인 윤아로 이미 아이돌 팬덤이 두터워 고정 시청자가 확보된다. 또한 남성 중심 세계인 왕궁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성장드라마는 많은 여성향 웹소설 웹툰에서 차용하는 익숙한 플롯이다. 이전에는 <대장금>이 있었고 머리의 가리마가 히잡과 같이 여겨져 종교적 계율이 엄격한 이란에서 심의를 통과해 방영이 되고 8-90% 시청률을 기록한 적이 있다. 사회필수인력을 제외하고 그 시간대의 전국민이 다 봤다는 놀라우 일이다. 히잡을 쓴 이국문화 영상에 엄격한 사회적 위계라는 상황에 이란인들이 이입해 몰입도가 높았던 모양이다
한 가지 이 드라마에서 더 주목할 점은 오은영 박사가 쏘아올린 작은 공, 금쪽이 콘텐츠가 버무려졌다는 점이다. 금쪽이인 폭군을 음식으로 달랜다는 점.
후각과 미각은 스크린을 통해 전달될 수 없다. 따라서 먹는 사람의 리액션이 중요한데 배우들이 이를 아주 잘 살렸다. <요리왕 비룡>급이다. 먹방은 촬영자의 ASMR, 음식 대결 프로그램의 경우 관객이나 참여자의 감탄하는 표정 등의 리액션이 영상의 매력을 높이는데 정작 시청자는 당장 맛볼 수 없기 때문에 만족이 지연되어 비슷한 음식을 찾아나선다. 그럼 기업으로서도 이윤이 된다. 넷플 <흑백요리사> 방영 이후 참가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의 예약이 폭주하고 여러 편의점에서 콜라보 상품이 대박난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니 배우로서도 출연을 마다할 필요가 없는, 아니 보따리싸서 찾아가 꼭 하고 싶다고 매달려야하는 콘텐츠다. 첨예한 사회이슈나 정치논란이 없으니 리스크는 적은데 리워드는 많다. 로우 리스크 하이 리워드다. 이 아니 좋을 쏘냐
한일 비교문화적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도 이와 비슷한 먹방 콘텐츠물이 있는데 양산형 라노베를 거쳐 애니화되었다. 같은 영상물이라고 해도 한국은 현실 인물이 나오는 드라마, 일본은 2D 작화가 나오는 애니를 시각적으로 선호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세계의 몬스터 요리법을 완전히 프랑스 레시피화한 <던전밥>은
운디네로 끓인 텐타클루스와 켈피 스튜, 아이스 골렘 알찜과 골렘 속에 들어있던 생선을 익힌 것 같은 이름이 프랑스 요리풍이다.
몸은 중세유럽풍 이세계에 있으나 일본 슈퍼 사이트에 접속해 식자재 무제한 쇼핑 배송해서 요리하는 <터무니 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 밥>으 록버드(치킨대용), 오크(돼지고기 대용)에 양념을 넣어 일본 서민음식을 만들어먹는다.
야근때문에 자기 시간이 없고, 노동은 많이 하는데 세금으로 많이 떼어가 가처분소득이 부족한데 물가도 올라 현실이 팍팍해진 일본 회사원들과 취업빙하기에 낙담해 히키코모리로 살아가게 된 일본청년들의 대리만족에서 흥행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외에도 <자동 판매기로 다시 태어난 나 이세계를 방랑하다>같은 특이한 설정도 있는데 현실을 잊고 아예 기계로 태어나고 싶다는 마음을 반영한다.
모든 회빙환, 이세계물이 다 현실도피적 성격을 갖고 있다. 그만큼 살아간다는게 너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약이나 도박 같은 범죄에 빠지지 않고 상상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점은 그나마 위안이다. 이런 모든 이세계물에서 식욕, 재물욕, 성욕 같은 일차적 욕구를 빠르게 해소하고 나면 결국 이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 타인에게 도움을 주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나머지 서사를 이끌어간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사실 이세계물에 빠진 이들도 적절한 사회적 도움과 금전적 보상만 있다면 이 사회에서 자기의 고유한 역할이 있는 재원이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그저 자신의 때가 아직 찾아 오지 않았고 제도적인 문제로 넘쳐나는 자원이 제대로 분배가 되지 않아 불필요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모든 일본 먹방 픽션 애니의 공통점은 지금 내가 누리는 현대사회의 가장 평범한 식품이 다른 곳에서는 선진 물품이라는 일종의 위치 에너지의 격차로 발생하는 효과다. 선진국의 평범한 제품은 후진국의 최첨단 제품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이세계물은 기본적으로 부자나라의 가난한 시민이 즐기는 뒤집어진 국뽕 콘텐츠다. 뒤집어졌다는 것은 현실을 직접 반영하는게 아니라 대상 시공간을 중세유럽풍 이세계 혹은 조선시대처럼 바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상 속의 서양인, 과거의 선조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통해 충분히 만족스러울 수 있다.
물론 국뽕물의 문제도 있다. 한국의 문화, 기술, 제품을 외국인이 너무 좋아한다는 영상이 유투브에 범람하고 있다. 이는 어느정도 사실이긴하나,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계속 보는 사람들은 확증편향 속에 국뽕에 중독된다. 단선적 서사에 익숙해진 뇌는 반례를 무시하고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진영논리에 휘말리며 자기와 다른 시각이나 의견을 맹목적으로 반대한다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무엇보다 현실에 안주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게된다. 또한 외국에서도 일부의 사람들만, 특정한 시간에, 어떤 장소에서만 한국의 특정 제품에 호의적인데 이런 부분집합을 정교하게 일별하지 않고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일 위험성이 있다.
예전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스즈메의 문단속> 인터뷰차 한국에 와서 한국에서는 세월호 같은 사회적 재난을 픽션에서 다루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 영상이 있었다.
그만큼 일본은 현실에서 충돌을 거부하고 현실과 핍진하되 상상계에 별도의 시공간을 만드는 픽션을 선호하며 그 픽션의 세계에서 액션으로 충돌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반면 한국은 바로 현실에서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에서 <원더풀데이즈>이후로 국산애니는 황폐화되었다. 한국의 영상물 장르는 대개 현실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다. 서로의 공간에서 비주류 마이너라는 점에서 한국의 애니감독은 일본의 실사물감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일본의 드라마시장이 한국의 애니처럼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수요층과 꾸준한 작품은 있다. 일본은 취향이 다이묘시대처럼 분화되어있고 한국처럼 일극중심적으로 통일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이 일본의 현실을 마주하고 문제를 충돌시키는 감독은 드문 편.
봉준호 감독의 700억원 짜리 애니의 성패로 한국의 애니시장이 투자가치가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될지도 모르겠다. 올해 나온 <퇴마록>도 팬은 많은데 흥행은 못했다. 50만 관객이다. 귀칼이 일본에서 2천만명을 동원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폭군의 셰프에서는 시금치 된장국(4화), 동래파전(7화) 같은 전통한식에
고추장 버터 비빔밥(1화) 쌀머루주 비프 부르기뇽(8화)같은 퓨전한식이 특이하다. 일본 애니에서는 오크고기 돈까츠, 데리야끼 덮밥 아니면 자판기 콘수프가 등장한다. 폭군의 셰프에서 오뜨 뀌진 같은 외국음식이 있는 것에 비해 일본 음식 위주라는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은 내화된 전통음식만 다루고 (돈까츠는 독일의 함박스테이크, 라멘은 중국의 국수를 통해 들여왔으나 일본적으로 전환)
한국은 한국문화도 좋고 글로벌 오리지널 자체도 좋지만 전통과 현대의 퓨전, 한국과 외국의 하이브리드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