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토피아2> 보고 왔다. <국보>와 더불어 N차 관람각이다. 물론 두 영화를 다 좋아하는 사람은 6시그마 밖이겠지만. <주토피아2>를 극장에서, OTT에서 계속 반복 관람하고 싶은 까닭은 네 가지다. 한 프레임 안에 중심이 되는 피사체 외에 꼬물꼬물 움직이는 동물 캐릭터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고(화면 안의 디테일 확인) 대사가 너무 찰지며(창의적인 영어 각본) 수많은 문화,영화 레퍼런스가 보이기 때문이다.

1. 갈라 쇼에서 카메라가 뒤로 빠지며 라라랜드 같은 노란 원피스를 입은 토끼와 여우를 부각시키는데 조그마한 쥐들이 화면 좌측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파충류 구역이나 카체이스신, 축제, 시골 토끼 부모네 애들 노는 장면 등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지만 프레임 하나에 수많은 동물 디테일이 보인다. 디즈니플러스로 나오면 정지시키고 하나씩 보고 싶을 정도다. 자세한 설명 생략. 본 사람은 모두 동의할ㄹ 듯

2. 대사는 영어음성과 한글자막 여러 개를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들었는데 다 기억나지 않는다. 예컨대 함께 일하다를 인간입장에서는 work in group이라고 하는데 동물입장이므로 무리라는 뜻의 in pack을 골랐다.

토끼가 깡총거리다는 홉인데 이를 희망하다, 원하다 호프라는 동음이의어를 골라 잰말 놀이를 했다. any bunny hoping/hopping to).. 깡총거리며 원한다는 느낌을 준다.

구글 아니고 zoogle 투게더 아니고 together

여우네집은 코끼리가 데드리프트하고 런닝머신 뛰는 헬스장 아래 뉴욕풍 반지하인데 헬스장 이름은 elephant trunks gym이었다. 트렁크는 팬티도 되고 코끼리 코도 된다. 아마 코끼리들이 빤쭈만 입고 있었던 것 같다

경찰 선배들은 여우에게 orange dog이라고 비하하는데 놀랍게도 여우는 고양이가 아니라 개과다.

viper는 독사인데 여우는 농담삼아 윈도우 와이퍼로 언어유희했다.

말 시장이 각성하고 하는 대사는 이건 이제 애들 장난이 아니야라는 more than horseplay다.

비버 음모론 유투버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캐릭인데 유투브제목이 라임을 맞춰 스케일스 테일스(파충류 껍데기 이야기)다. scales tales of the weird

플로리다풍 파충류 구역에서 곤돌라 운영하는 사팔뜨기 물개는 헤이 밥! 이라며 같은 말 바보같이 반복하는데 자막에서 그 멍청한 느낌을 살려 칭구, 칭긔, 칭규로 잘 살렸다. 번역자 칭찬한다. 이에 더해 핑크빛 케이터링 트럭로고는 아무즈부쉬로 프렌치 코스요리에서 식전 입맛 돋는 전채류인데 자막에서 입에서 살살녹는이라고 재밌게 번역했다.

3. 인종 젠더 관련 모티프도 많다.
산양은 스위스 독일 억양으로 말한다. 야(ja), 사랑(liebe)같은 독일어가 영어대사에 섞여있다. 깨알같은 디테일로 보행 보조기 앞에 테니스 공을 끼워두었다.

전작에서도 나왔던 마피아 쥐와 조직원 곰의 조합이 재밌다. 뉴욕 이탈리아 마피아 억양이 영화 <대부>나 마티 스코세지 영화에서 보이는 캐릭터 연출이다. 가족적이고, 과묵하며, 딸/손녀를 과보호한다.

새로 등장한 파충류 구역 재즈바의 도마뱀 두목은 멕시코 챙 넓은 모자에 멕시칸 억양이다.

경찰서 동료들은 모두 젠더 인종이 짐작된다. 지브로 브라더스는 청바지에 자켓이 고졸로 경찰 취직한 20대 백인 남성. 하마는 맨날 무료 도넛 먹어서(경찰이 자주 순찰오도록 유인하는 매장 전략이다) 배나온 50대 경관(인종관계없음). 멧돼지는 깐깐하고 터프한 여성 4-50대 백인여성. 등등

진한 눈화장의 뷰티퀸 산양 가수는 유명 가수 샤키라가 대사와 노래를 담당했는데 그녀와 함께 상탈한 콘푸로스트 호랑이 4명은 어째 그 업계의 LGBTQ 인상이다. 엔딩크레딧에 보니 젠더이퀄리티와 인클루션 스텝이 2명이나 포함되었고 캘리포니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서 마이너리티가 리프레젠테이션이 안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시골출신 ENFP 토끼여자와 대도시에 찌든 INTP 여우남자의 만남이다. 마지막에 러브유 파트너도 했고 20년 전 디즈니였다면 뮬란이나 신데렐라처럼 결혼식 장면을 넣었겠지만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다.

시험부터 온갖분야에 대해 쉽게 설명한 노란 표지 페이퍼백의 <멍청이(dummies)를 위한.. 시리즈>는 미국 문화레퍼런스다.

심리학 박사가 수준 높은 가스라이팅을 하는 테라피 세션도 현대 미국 문화를 반영했다. 이혼, 상실, 트라우마, 공황장애, 전후PTSD, 부모자식 위기 등 여러가지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기 위해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아 테라피 세션이 여러군데 만들어졌는데 질 나쁜 테라피스트들은 내담자를 학위논문이나 학술논문의 소재로 사용하며, 치유없는 상담을 하고, 상담 코스를 쪼개 2년차(year 2)까지 오도록 결제를 유도한다.

영화 레퍼런스는 정말 많다.

일단 툰드라 링슬리 가문의 갈라쇼에서 뱀이 도망갈 때 지나치는 주방은 할리우드 클리셰다. 한국 일본에 이렇게 주방이 길고 넓은 곳은 없다. 그 특유의 탄성있는 경첩의 알루미늄빛 주방문까지. 이때 지나치는 장면에서 바람에 사자 머리 위에 요리사 모자가 날리자 쥐가 머리카락으로 조종하고 있었다 (아이 뉴잇!) 라따뚜이 레퍼런스다.

전작의 빌런이었던 어시스턴트 메이어(부시장) 던 벨웨더는 감옥탈출할 때 보는데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많이 흑화해서 <양들의 침묵>의 R등급 연쇄살인마 한니발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둘 다 여성경관의 이름이 주디 느낌이다. (토끼 이름은 주디, 양들의 침묵에서는 클라리스인데 배우 원래이름이 조디)

뱀의 증조할머니네 집 찾아갈 때 추위를 막기위해 하얀 북극곰에게 목도리를 뺏어 두르는데 곰은 코카콜라를 들고 있었다. 이외에도 디즈니 자체 레퍼런스도 많았다. 라푼젤처럼 띵하고 프라이팬으로 뱀 게리 머리를 때린다는지, 니모를 찾아서의 기울어진 잠수함 같은 곳에 숨겨진 브이아이피 전용 재즈바에 들어갈 때 거북이 등껍질을 겨울왕국 노크 리듬으로 두드린다든지.

또 뭐가 있었을까 이탈리아 마피아 반지키스는 대부, 포버트가 미로로 걸어가는 장면과 미로 공간은 샤이닝. 게리 쫓아가려고 레드라인 지나서 긴 물배수관으로 들어가는 것은 닌텐도 마리오 같은 게임 느낌이다. 테라피 파트너 상담 받는 장면은 <버즈라이트이어>에서도 있었다. 영향관계라기보다 그냥 일반적 미국문화로 보이지만.

아 아까 깜빡했는데 비버 유투버 화면이 2번 잡히는데 2번째에 우측 하단에 (want?) convo? 대충 이렇게 적혀있었는데(앞단어만 기억이 안남) 콘보는 conversation의 준말이다. 엠제트용어라고 볼 수도?

아 그리고 아까 대사에서 깜빡했는데 (쭉 글자수 제한 댓글로 이어서 써서 돌이킬 수가 없음) 토끼에게 엄빠가 문자메시지보낼 때 납치? 당했다고 하니 상황에 부적절한 이상한 이모티콘 보내다가 This is Dad(여기까진아빠야) Mom taking over(이제 엄마가 쓴다) 라고 현실 핍진한 대화를 잘 구성했고 번역도 적절했다.

또, it was honest mistake를 정직한 실수야라고 직역하지 않고, 고의는 없었어라고 상황을 고려해 번역해서 인상깊었다.

가오잡고 지렁이 통과의례시킬 때 reckon이라하는데 의미는 생각하다지만 미국 남부 아저씨 사투리가 물씬나는 단어다. 아이 렉콘 소, 를 들으면 미국 남부 백인 아저씨가 자동 소환된다.

스토리는 여러 사람이 신경써서 매만진 티가 난다. 장점이자 단점으로 한 감독의 색깔이 부각되지 않고 여러 연출스타일이 섞여있다.

기승전결의 전에서서 두 번 트위스트를 주는데 전력공급실에서 포버티의 배신과 토끼의 구사일생, 하면서 한 템포 쉬고 그리고 특허증 발견하고 악당 소탕 결말까지 질주한다. 호감이 공회전하던 토끼와 여우가 우다다 투머치 소통하는 신도 그러려니한다.

다만 특허증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지, 미로를 보여주고 불도저로 다 쓸어버리면 무슨 임팩트인지 모르겠고 경찰이 동료를 쫓다가 급화해하는게 너무 초등애들이 싸웠다가 다음 날 다시 노는 것 같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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