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신간과 AI와 인공지능, 데이터 노동에 대한 여러 책을 읽고 내 안에서 천천히 발효되고 있는 생각의 단상
경량문명 시대에 AI 에이전트를 사용해 일당백의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은 곧 유능한 개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서비스 제공자의 일을 서비스 사용자가 갖고온다는 말과 동의어다. 관련해서 포스팅을 여럿 올렸었다. 키오스크는 홀서버의 업무, 교통카드발급 및 충전은 매표소의 업무, 지도앱에서 행선지 확인은 버스안내양의 업무 등등
오늘은 비행기 관련 유투브를 보다가 좌석 뒷면 디스플레이에 제공되던 엔터테인먼트가 OTT 구독하는 개인의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옮겨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켓값에 포함이 되어 장시간 착석의 무료함을 달래줄 영화인데 이제 리스트업이 진부하게 느껴진다. 극장개봉, OTT를 거친 3차 시장이기 때문이다. 바비나 디즈니 같이 모두가 다 좋아하고 많이 바이럴된 플래그 콘텐츠 몇 개로 눈가리고 아웅하려고 하나 대부분은 볼 만한 게 없다.
홍수가 나면 정작 마실 물은 없듯이 뭔가 많이 차려놓았는데 딱히 끌리는 영화가 없다. LCC는 이런 서비스를 제외해 수익을 맥시마이징한다.
최신 한정판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넷플에서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을 다운로드해와서 시청하고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이용하지 않는다. 설령 좋은 작품이 있다고 해도 디스플레이가 낡아 해상도가 낮은데다 기장의 방송시에 자동 정지되니 몰입이 뚝뚝 끊긴다. 에어쇼 켜두거나 아예 끈다. 넷플은 어떤 의미에서 여행시 필수재가 되었다.
교통카드,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여행하는 개인은 몇 십, 몇 백 년 전에 수많은 전문가가 붙어서 해주던 일을 스스로 하고 있다. 편리함과 신속성이라는 이름으로, 즉 기다리지 않고 내가 원할 때 즉각 대응맞춤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서비스 제공자의 업무를 자기가 대신하고 있다. 그림자 노동이다.
그만큼 또 자신의 취향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고 있어야한다. 백인들이 레스토랑 예약시 온갖 알레르기와 음식취향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처럼
여행지에 대해 전문가이드에게 맡기지 않고 미리 다 조사해온다. 맛집에 대해 타베로그나 구글지도에서 찾는다. 20년 전만해도 초급 어학교재에 현지에서 길 가던 현지인에게 길을 물어보는 대화문이 있었는데 이제는 번역앱을 쓰거나 아예 물어보지 않는다.
일당백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100명치 업무를 혼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쓸 것이 많아 뇌가 포화상태가 되고 필연적으로 정신질환이 수반된다. 명상, 요가, 심리치료는 성행할 것이다. 보건복지가 국방 외교와 더불어 국가의 필수업무가 될 것이다.
덧붙여 심리 하니 문득 생각나는 것은, 향후 사회적 의제가 되어 국가제도적 관리가 필요할, 현재는 개인적 질병관리로 내버려두고 있는 것들이다.
세 가지인데, 마약중독문제 대사질환(비만) 우울정신질환이다. 그런데 이때 마치 위급상황대처가 마을의 상부상조에서 교회와 절 같은 종교조직의 영역에서 국가보험과 연금으로 넘어왔다가 사보험/스타트업이 담당하게 된 것처럼 공공성은 부에 따라 개인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