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동 신라호텔 지하에 있는 조현화랑 서울에 다녀왔다. 이 근처는 페이토 갤러리, IAH, 충무로 오재미동이 있지만 함께 가기에는 다소 어렵고 중간에 이동시에 들르는 것이 좋다. 이태원한강진에서 나오면서 한 번 들리던지, 북촌서촌인사동 갤러리 빠져나오면서 들르거나 하면 좋다. 단독으로 하나만 가기엔 동선이 아쉽다. 중간 기착지로서 좋다.


신라호텔 올라가는 경사가 험하니 이 험한 더위에는 더더욱 무료 호텔셔틀버스를 기다렸다 타면 편하다. 한때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가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가 이제는 섞여 들린다. 이곳 노신사 도어맨이 모든 정재계 관계자 얼굴을 안다고 한다.


이번 주말 더코리아타임즈 주말판에 큰 사진으로 소개해서 겸사겸사 갔다왔다. (인터넷링크는 없고 종이사진 실물첨부)


강강훈 작가와 그의 딸 세밀화 작품이다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작가다. 유화인데 사진보다 더 정교하다. 해상도 높은 사진을 찍고 이를 더 확대해서 그림을 그린다. 모델은 딸이다. 놀라울 정도로 세밀한 인물화다. 딸 초상화로는 세계 1등이다.


2017년에 베이비 얼굴이 남아있는 때 그림도 있다. 지금은 청소년 즈음되었다. 그림에서 성장하는 과정이 여실히 보인다.

그러나 언제까지 딸이 모델이 되어줄까. 아니, 이보다 더 큰 질문은, 자기 모공마저 그린 세밀초상화를 남기는 것이 딸의 의지일까 아니면 아빠가 하자는 대로 따른 결과일까


아마 자의식이 없었을 때부터 판소리, 국악, 댄스, 서커스 등 예체능을 배우기 시작해서 어느새 자기의 아이덴티티가 그 분야에 국한되어버린 아이들과 고민의 결이 같을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에는 본인의 기술은 없고 그려지는 모델이라는 점이 차이가 있을 뿐. 모델은 스스로 자기 삶에 대해 규정을 내리기 전부터 초리얼한 얼굴로 공인이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해 딸의 선택을 우선시하는 등 작가는 아버지로 여러 배려를 하고 고민을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시작에는 어린 딸의 결정이 들어가지는 않았고 차츰 이는 이슈가 될 것 같다.


이대로 아이가 늙어가는 모습을 그리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도로 한 사람의 발달, 성장을 시계열로 추적하면서 극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은 많이 없다.


https://www.johyungallery.com/ko/exhibitions/179-kang-kang-hoon/overview/


작가가 딸을 작품에 등장시킨 것은 2016년부터로, 작품에는 딸의 성장과 변화하는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긴다. 섬세한 붓질로 기록되는 이러한 작업은 전통적인 가족 초상화의 범주를 넘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정체성과 정서적 연결, 그리고 기억의 층위를 포함하는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다만 실재와 재현, 구상과 추상 사이의 관계를 탐험(신문소개), 혹은 정체성과 정서적 연결, 기억의 층위, 관계의 본질을 던진다고 하기에는 더 깊은 메시지나 작가의 철학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에 걸맞는 문맥적 분석과 글로벌 아젠다와의 관련성을 더하면 좋을 것 같다. 


극사실 기법에 개념과 확장으로 보완하기. 제일 쉬운 것은 딸아이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그리는 것이다. 소수, 약자면 더 좋다. 아무런 잘못한 것 없는데 선진국들의 탄소배출로 가라앉고 있는 미래가 없어 절망하는 투발루섬의 아이, 러시아면서 몽골이면서 시베리아인 부라트야 공화국의 아이, 전쟁난민, 카레이스키, 다문화아이 등. 언젠가 딸이 사춘기가 와 모델을 거부하게 되어도 충분히 다른 모델이 있고 그런 아이들을 그릴 때 나름 정치사회문화적 의미가 있다. 지금으로서는 딸바보 화가라고 밖에 할 수 없기 때문. 물론 나는 이 작품 이외에 다른 작품은 모르기에 다른 기획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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