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했던 대구현대미술가 협회의 격물개신전이다. 제목이 격물치지가 아니라 격물개신. 사물을 열심히 궁구해서 지식을 극진히 하는게 아니라 사물을 성실히 탐구해서 새롭게 바꾼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반도의 동남 대구분지는 푄현상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더워 대프리카라고 불린다. 강원도 속초 양양 같은 영동도 태백산맥으로 인한 푄현상은 매한가지인데 대구는 위도가 낮고 강원도 해안지역과 달리 해풍이 저녁에 더위를 식혀주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더위가 사우나 습기처럼 축적되는 느낌이다. 특히 요즘처럼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열돔현상이 지속되면 대프리카의 온도는 불법사채 이자마냥 불어나 끔찍한 열기로 사람을 압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오븐 속 베이커리같은 무더위에서 과일은 무럭무럭 자라고 달달구리해진다. 자연의 섭리는 무차별하고 무법칙적이니, 무엇이 좋다 나쁘다 단식판단할 수 없다. 사람은 그저 현상을 해석하고 대응해나갈 뿐. 어느 서울사람의 시각에서 대구는 과일이 무럭무럭 익어가는 화려하고 무성한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특히 대구문화예술회관 앞 성당못의 우거진 녹음과 마구 자란 부레옥잠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과일과 식물이 무성하듯 문화예술이 융성하는 대구. 직물산업을 기반으로 화려한 패션을 자랑하는 대구. 아직도 삼덕동 2세대 장인의 개량한복전시를 문화센터에서 여는 대구. 전통의복관이 국립박물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구.



전시에서는 Ai 사이보그와 합쳐 한복 저고리를 입은 신미인도 작품이 눈길을 훔친다. 피지컬 에이아이에 유교의 삼강오륜 법칙이 입력되었는지 인체발부 수지부모라, 생후 단 한 번도 자르지 않은 풍성한 머리숱을 고정시키기 위해 비녀를 고정했다. 한국형 에이아이 로봇은 우리나라 문화적 관습을 감안해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법칙, 즉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킨다는 보편법칙보다 유교의 윤리를 더 상위에 올려놓을지 모르겠다. 특히 대구제작 AI로봇이라면 더 한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이족보행 로봇의 워킹과 러닝은 머신러닝의 힘을 입어 이제 실현되었다. 그런데 그냥 걷는 것에 비해 한국무용의 그 살랑살랑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에 더 어려울 것 같다.


로봇의 얼굴에 철판 덧댄 느낌이 남아있어 인간과 구분된다. 이후 세대는 로봇과 인간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포스트휴먼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예쁘고 단아한 분위기는 로봇에 한복만 입혔는데도 가능한 것인가? 옷의 힘이 놀랍다.


몇 년치가 쌓인 잡지가 눈에 띈다. 예술수첩. 예술신조, 미즈에 같은 외국잡지를 열독했다. 이것이 문화적 저력의 기원이자 비밀일테다. 문화예술이 번창하려면 다른 아이디어를 섭취하고 다른 시각적 자극을 받고 다른 접근방식을 배워야한다

잡지의 소장용 구매는 일시적이되 유통과 열독은 무제한이다. 누가 한 번 사서 타인이 얼마든지 읽도록 공유할 수 있다. 대여점이나 도서관 같은 구매주체이자 소유자에 비해 이용객이 더 많다. 그런 무료 오픈액세스가 비로소 지식의 권력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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