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 - 우리 시각으로 다시 보는 서양미술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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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의 차이를 넘나드는 긍정적인 감각의 경험

곰브리치부터 젠슨, 이은기 까지, 서양 미술사관련 책은 전부 다 읽어보았다.

The Story of Art가 원문인데도 Western Art란 타이틀로 번역되어 있는지 한번도 의심하지 않은채, 서(西)쪽에 있는 양(洋)이라는 단어가 이미 동양에서 서양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쓰는 말이라는 것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채 서양미술사는 곧 Histroy of Art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을 의식하고 있는 시선에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왔던 것들에 대해 '서양은 왜' 이렇게 그렸는가에 대해 더 깊이있게 다가가기 위해 서양 문명의 본질과 성격, 장단점 자체에 대한 이해를 돈독히 하려는 책이 바로 이주헌의 『서양미술 특강』이다.
한 사회의 문화는 주변 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한다. 주체성과 정체성의 관점에서 문화를 바라본다고 할때 서양미술을 낳은 서양인들의 사고 방식과 정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고 설명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술은 양식이기 이전에 정신이다. 그런 점에서 서양미술의 이해는 서양인들의 정신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을 중심으로 우리 미술과 대비되는 점을 찾아 비교의 과정을 겪으면 우리 미술을 이해하는데도 유용하기에 실익이 많은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정신적 ·문화적·산업적 가치까지 통찰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서양미술사 책임에도 도판으로 우리나라 그림이 많이 실려있으며 이를 비교·대조 하면서 서술해 나가는데, 그래서 여느 서양미술사책보다 매우 쉽고 빠르게 서양미술사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어쨋든 미술 감상은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감각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감각의 경험은 우리의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긍정적인 자극에 따른 긍정적인 심리상태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창의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분방한 감각적 표현으로 긍정적 자극을 주는 미술작품은 감상자에게 그만큼 자신의 잠재력을 성장시킬 기회를 준다.

미술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전해주는 예술로 모든 문명은 나름의 방식으로 발달해왔다. 우리는 그 차이를 넘어 현대 사회에 대한 성찰을 우리의 가치와 서양의 가치를 잘 결합하며 미술작품과 함께 생각과 사고를 향상시킬수 있도록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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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포인트 그림감상 - 원 포인트로 시작하는 초간단 그림감상
정민영 지음 / 아트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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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감상, 세계의 확장

한때 미학공부를 하며 그림을 감상·비평하는 방법으로 형식주의, 맥락주의, 인상주의, 의도주의, 전체주의 등을 공부할 적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비평방법은 '인상주의 비평'이었다. 감상자의 입장에서 감상자의 느낌과 인상에 따라 작품의 의미 변화와 차이를 이해하고 내용을 중심으로 체험하는 방법으로 개인적 경험을 중시하며 작품 속 인물의 입장에서 묘사된 세부 사항을 관찰하고 반응을 기록하는 방법을 말한다.

창작자의 의도와 욕구 표출의 기능을 알고 보면, 그냥 보는 것과 그림은 확연히 달라보인다. 아 그래서 이렇게 그렸구나(표정, 색감, 소품, 장소, 위치 등)를 구체적이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나 그 의도는 한번에 전달되기 힘들다. 누군가의 설명이나 작가 노트를 통해서만 알수 있다. 때문에 각별히 관심이 있는 작가이기에 먼저 찾아보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한 눈에 인상에 남느냐 아니냐로 나뉜다. '이 그림 마음에 들어'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림을 감상할 때의 주관성은 어떤 '포인트'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달려있고, 이 책은 그 포인트를 인간, 자연물(동식물과 풍경), 기물(소품), 조형요소로 나누어 '슬로우 감상'의 길로 안내한다.

'포인트' 요소에 집중해서 관찰하고 천천히 생각해 보는 그 과정은 이미 작품을 내것으로 만드는 감상법이자 세상을 깊이 사랑하는 법이기도 한다. 감상 방법이 일률적일 수도 없고 항상 같은 포인트에서 공감하는것도 아니다. 동일시의 불가능을 알고 차이를 인정한다면 감상법은 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책은 인간, 자연물(동식물과 풍경), 기물(소품), 조형 요소로 나누어 포인트 감상법을 알려주며 예순점의 그림(서양회화 17점, 한국화 19점, 한국 근현대미술 15점, 동시대 미술 9점) 을 예로 들었다.

개인적으로 고흐의 드로잉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두점을 꼽으라면 <슬퍼하는 노인>과 <슬픔>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제1장 인간에 눈길을 보내다> 의 첫 예시작품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다.

생의 버거움을 고스란히 짊어진채로 인생의 바닥에 주저 앉아 무너진 인간의 운명과 고통을 처연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을 설명하면서 작가는 그녀의 못생긴 새끼 발가락에 주목하여 설명하였다. 생기다 만것 같은 못생긴 발가락에 그녀의 생이 압축된것 같이 애처롭게 다가오며, 그옆에 상승하며 생성하는 풀과 하강하며 소멸하는 그녀의 슬픔이 극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다고. 그녀의 슬픔에서, 그녀의 발가락으로, 그리고 그 옆의 풀로 시선을 옮기며 대비되는 분위기(조형적인 요소)에서부터 화가와 그녀와의 관계성(맥락적요소)까지 천천히 훑는 감상법을 제시한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 3대 풍속화가 김득신, 김홍도, 신윤복의 그림에서 인물과 동작, 시선등에 집중하며 그림과 그 시대를 동시에 읽고 나아가 인물간의 심리묘사까지 파고드는 감상법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시대의 거친 파도를 느끼게 하는 이응노와 오윤의 그림도 소개되어 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데, '예술가는 시대와 무관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이 두 그림의 '제작 시기'를 주목하게 한다. 소재도, 표현 방법도 시대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구체화 된다. 남북전쟁 직후의 일거리 가뭄속에서의 고달픔을 그린 사내들은 궁핍한 시대를 산 서민들의 초상과 신군부와 맞서는 민주 항쟁의 불안한 시대에서의 민중의 정서와 가장의 무게를 가장 효과적인 표현방법으로 분위기를 표현하였다.

'원포인트 그림감상'은 '원포인트 글쓰기'로 완성된다. 그림 감상을 마쳤다면 몸속에 묵혀두지 말고 바로 글로 써보자. 보기만 하는 감상은 반쪽짜리 감상이다. 감상의 완성은 글쓰기이다. 글쓰기는 작품을 더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하게 해 작품을 두 번 감상하는 것과 같다. 흐릿했던 느낌이 비로소 선명해지며 감상이 정밀해지고 체계화 된다.

한 점의 작품에서 모든 요소는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어서 하나를 중심으로 보면 결국 전체로 통한다. 시선이 가는 곳에 집중하여 관찰하면, 결국 연결된 지점과 맥락이 보이고 그림을 더 폭넓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그림은 비로소 내게 다가오고, 작가의 세계관이 함께 따라오며,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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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 청소년 심리와 자기 돌봄 발견의 첫걸음 2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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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우리가 자주 혼동하며 사용하는 감정표현들의 차이점들을 짚어주며, 그때 느꼈던 그 감정에 무엇이였고 앞으로 어떻게 다스릴것인지 표현하고 연습하는 법을 제시한다. 감정은 우리의 판단과 행동을 지정해주는 방향키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에 어떤 감정의 스위치를 켜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그 상황에서 나를 지켜내고, 앞으로 어떻게 에너지를 사용해내야 나란 사람의 건강한 마음상태를 유지할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나란 사람의 에너지 소모와 전력 조절을 위해 감정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알면 분명하게 표현하게되고 그렇게 분출된 감정은 더러 해소되기 때문이다.

슬픔(원통하여 괴롭다)과 우울(근심하여 답답하다), 불안(안전하지않아 긴장된다)과 두려움(무서워 공포를 느낀다), 분노(대상과 목표가 분명한 상태에서의 화가난다)와 짜증(대상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화가나는 상황이 답답하다), 죄책감(스스로 반성하여 벌 받을까 두렵다)과 수치심(스스로의 기대에 못미쳐 부끄럽다), 서운함(과거의 쌓아온 관계에 비해 돌아온 미래가 희망적이지 않았다는 예측의 오류)과 아쉬움(더 분발하면 원하는 것을 실현할수 있었을것이라는 행동의 오류), 허세(견제를 위한 전략적 강한척)와 용기(어려운 상황에서 두려움 조절을 위한 본능적 해결의지), 홀로있음과 외로움, 미움(원하는것을 들어주지 않는 대상에 대해 실망스럽다)과 혐오(극단적 미움으로 위험함을 느껴 거리를 두고싶다), 안도감(비교감정 위에 아래를 내려다본다)과 부러움(비교감정 아래서 위를 올려본다), 질투(인정할수 없는 열정), 비관(부정 예측으로 곱셈)과 불행, 낙관(긍정 예측으로 나눗셈)과 행복, 그 사이의 다행

감정은 카메라의 화소와 같은것이여서 선명한 화질을 위해서는 자신이 쓰고있는 감정들을 자세히, 그리고 많이 알고있어야 제대로 쓰인다. 뭉뚱그린 감정이 아니라 '작은 감정마다의 차이'들을 잘아는 사람이 다채롭고 선명한 화소로 타인과 자신을 대할때 비로소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거듭날수있다. 내가 어떤 감정 상태인지 알아야 적응, 선택, 탐색, 계획, 조화 등을 이루며 살아갈수있는 것이다.

<자존감>은 나 자신이 (과거의 나와) 비교의 대상이되어 가치와 신뢰에 따라 자가발전이 가능한 감정이라면, <자존심>은 남과 비교하며 현재의 나를 평가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끼며 약점과 결점에 집중하여 그걸 들키지 않으려 하는 감정이다. 둘다 높낮이보다는 안정적인 단단함을 유지하는것이 중요하며 이 과정이 곧 "자신과의 관계맺기"를 하는것이다.

<감정>은 타고난 <기질>에 맞춰서 불쑥불쑥 강한 형태로 표현되는데, 서로의 기질이 다르다는것, 그리고 그 기질에 따라 나타나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감정 조절과 "타인과의 관계맺기"에 큰 도움을 줄수있다.

나와 타인과의 관계맺기는 내가 마음먹는다고 그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감정을 알아 차리고 느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내 감정은 알고, 공감을 성장시킨다.
사랑도 우정도 용기가 필요하다.
감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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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멈추자 당신이 보였다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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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에서 살고있는 작가가 영국과 한국이 펜데믹 상황을 겪으며 '방역'을 잘하는 것과 '삶을 지켜내는 것'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시작된 글이다. '방역'과 '교육'분야에서 각 나라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한겨레21』에 연재했던 글에 추가로 몇편을 더해서 '선택, 성장, 반성'이라는 총 3부의 목차로 엮어 출간된 교육 칼럼의 성격의 에세이다.


2020년과 2021년 읹지 말아야 할 시간을 내 자리에서 기록했다.

『세상이 멈추자 당신이 보였다』, 프롤로그 中


1,2,3부로 구성된 책의 목차

1부는 팬데믹 상황에서의 사람들의 '선택'을

2부에서는 팬데믹 시기의 아이들의 교육 경험과 '성장'을

3부에서는 팬데믹 시기를 돌아보며 '반성'을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계가 잘 작동하지 않을때 사람들은 흔히 전원을 껐다 켠다. 어떤 문제는 정말로 단지 그것만으로도 해결이 될 때도 있다.

우리의 사회는 '감염병'으로 잘 작동하지 않았고, '봉쇄', '격리', '제한'과 '거리두기'등으로 일상을 멈추는 '전원'버튼을 껐다. 이 사회의 전원을 다시 켤 때, 이전의 모습과 그대로 똑같이 그저 다시 작동하게 될까? 아니면, 그동안 끌거왔던 여러 잘못된 관성을 멈추고 우리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삶을 다시 세팅해야 하는 걸까?

코로나 19로 삶의 형태가 바뀌고 여러 제약을 받으며 방역, 경제, 공정, 평등 문제 등이 제기되었다. 우리는 그 생각을 찬찬히 나눌 필요가 있다.


이것은 수능처럼 '주어진 보기'가운데 정답을 하나 고르는 시험이 아니다. 정답은 없다. 좋은 답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이 '묘사와 서술'로 긴 답을 쓰려면 감각을 예민하게 하고 사람과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감정을 깊이 이해하여 좋은 스토리 텔러가 되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그리고 우리의 앞으로의 세상에서 바이러스는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사는 법 목록'에 무엇을 적고 있을지 궁금하다. 단지 어렵고 긴 목록이 아니라면 좋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이전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우리가 알고있는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 아닌, 앞으로의 '새로운 정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어렴풋하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이 과정을 어떻게 겪어 나가는지에 따라 꽤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이 시간이 '역사'가 된다면, "당시 사람들은 무엇을 믿었고, 어떻게 행동했나, 어떻게 변했나?" 라는 질문을 받을 미래 학생들이 무엇을 쓰게 될지 궁금하다.

미래'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도래'하는 것인지, 궁금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래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세대가 '만들어' 내는 '오늘'이 모여서 '미래'가 될 것이다.

그 오늘을 함께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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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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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창비 온라인 플랫폼 스위치에서 연재한 짧은 글들과 함께 언덕 위의 작은 집으로 이사간 이래 틈틈히 썼던 일기같은 글들을 편지처럼 모은 산문집이다. 그리고 이 편지같은 글을 받은 독자는 작가의 말을 '독백'으로 듣지 않고, 나의 '이웃'으로 여기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는 건 자기 집을 찾는 여정같아. 타인의 말이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있을 수 있는 상태를 찾아가는 여정말이야."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걷는 여행자들이고 흐르다 한 곳에 잠시 한 곳에 고이는 이웃이 되었다 다시 저마다의 행복을 찾아 또 유유히 걸어갈 것이다.

사람의 인연도 스쳐지나가거나 얽히고, 모든 사물도 순환하며 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넘어 개인적이고 고유한 특별한 불멸성을 가지려 한다. 작가 역시 이 말에 깊이 공감하며 자신 역시 이전에는 '죽어버린 것들', 이를테면 사랑을 주고 애쓰고 소중히 여겼던 것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낙담하거나 슬퍼했던 마음에 집중해왔던 인생에서 '살아 있는 것들', 이를테면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피어나는 마음과 뜻밖의 선물같은 시간과 생명력 들로 시선을 옮겨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긴 시간동안의 글들을 모아보니 작가는 세월이 흘러 변한것들과, 상실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과, 사소함의 소중함이나, 지나온 감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볼 수 있는 감사한 기회였다고 말한다.

나의 터전과 이웃과 그곳의 아름다운 사소한 기억들을 담아낸 <나의 작고 환한방>, 반려견과의 아름답고도 슬픈 기억들을 담아낸 <산책하는 기분>,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고 있는 삶의 기억들을 담아낸 <멀리, 조금 더 멀리> 3부로 된 글들을 읽으면 함께 동네 어귀를 산책하며 작가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은 여러가지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존재들이고 매일같이 흔들리며 어디론가로 향해 나아간다. 그 궤적은 단호하고 일정한 보폭으로 이루어진 행진의 걸음이 아니라 앞으로 뒤로, 잠시 멈췄다가 다시 리듬을 타는 춤의 스텝과 같은 방식으로 아주 천천히 나아간다.

내일은 또 어디를 걸어볼까? 세상의 일부인 내가 세상의 일부를 걷기 위해 여전히 아침마다 운동화를 찾아 신는다. 개인적인 특별한 불멸성을 외치는 나 자신이 사라지기 전에 담고 싶은 풍경이 있고 걷고 싶은 풍경들이 있어서이다. 그리고 그 풍경들 도처에는 저마다의 빛을 품은 채 자라고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나로 존재하기 위해 날마다 분투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 아주 가끔이라도 아주 오랜만이라도 좋다. 소소하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줄 안다면, 매일의 나를 사랑해주진 못하더라도 괜찮다. 행복하다고 채워진 페이지는 존재하며, 앞으로 살아가며 채울 새하얀 페이지들에는 더 많은 존재들에 대한 사랑과 행복을 적을 수 있을테니.


단지 바랄뿐이다. 촘촘한 결로 세분되는 행복의 감각들을 기억하며 살고 싶다고.

결국은 그런것들이 우리를 살게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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