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다운 게 뭔데? 창비청소년문고 43
저스틴 밸도니 지음, 이강룡 옮김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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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라는 말의 '틀'은 '솔직함'과 '있는 그대로' 라는 말과는 꽤 거리를 둔다.

특히나 사회 안으로 편입되어가는 청소년 시절 '사회적 분위기'라는 '옷'을 걸치게 될 때 우리는 '나다움'보다는 성별로 인한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한 '편견의 옷'을 가장 먼저 입게 된다.

작가는 이 편견과 압박의 옷을 '대본'이라고 표현한다.
남성성이라는 대본을 받게 되면 그 역할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가 되야 한다고.
작가는 스스로가 연기를 잘 하지 못하는 배우였던 순간을 고백하며, 자신의 '연기'보다 쥐어졌던 '대본'에 문제가 있었음을 하나하나 짚어본다. 그러니까 남자답지 못해서 괴롭힘을 당했던 작가 자신의 청소년기의 경험담을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에피소드 처럼 풀어 놓은 이야기이다. 하나하나의 이야기 속에 남성성이라는 이름으로 스며들었던 편견, 압박, 가부장적ㆍ남성 중심적 고정 관념을 짚어주며 이러한 고민들은 사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솔직하고 용기있게' 자신의 생각과 자신 다움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생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목차에 그 많은 편견들이 적혀있다. 용감해야지, 멋있어야지, 커야지(힘이 세야지), 똑똑 해야지, 사랑할땐 이래야지 등 '남자애가 다 그렇지(Boys will be boys)'라는 생각이 들게하는 각각 주제마다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팁과 조언, 도움말, 명상법, 극복법들을 잔뜩 선사한다.

몸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렴, 지금 이미 충분하니 스스로를 만족시키렴, 옳다고 느끼는 일을 하렴.
무엇보다 자신에게 친절할 것.

그리하여 '남성인'이 아닌, 그저 건강하고 인간적인 '성인'이 되어 '남자다움'이 아닌 '나다움', '인간다움'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응원해주는 책이다.

📚#도서제공 #저스틴밸도니 #남자다움 #청소년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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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컬러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5
김시습 지음, 한동훈 그림, 김풍기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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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뒤 내 무덤에 무얼 적으려거든, 
꿈꾸다가 죽은 늙은이라고 해야 마땅하리라'

김시습은 신라 알지왕의 후예로 강릉을 본관에 두고 있다. 1435년에 태어나 8개월만에 글자를 알았기에 시습(時習)이라 불리웠고 3살에는 시를 엮어내었으며 5살에는 '중용'과 '대학'에 통달하여 '김오세(5세신동)'이라 불리웠다.

사리의 옳고 그름을 물어서 의논하는 것과 글을 짓는 일에 대해서는 감히 마음을 다하고 속마음을 열지 않았다. 
무릇 선비의 본분이란, 자기 자신과 세상사이에 모순이 있으면 물러나 살아가면서 스스로 즐거워하는 것이다. 

곧은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았으며 시대를 마음 아파하고 세상일에 따라 살수 없다 생각하여 산천마다 발길 닿는대로 서성이며 슬프게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여러날을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번잡한 것을 벗어 던지고자 중이 되어 설잠(雪岑)이라는 법호를 썼다.1465년 금오산에 들어가 '은거'하며 『금오신화』를 지었으며 '후세에 반드시 나를 알아줄 이가 있으리라' 했다고 한다. 

이 책에는 김시습이 세상에서 커다란 상실감을 느낀 후 불교에 깊이 천작하는 한편 그 속에서 현실의 대안이 될 가치를 찾으려 애썼던 시기의 작품이다. 명나라 『전등신화』에 영향을 받아 창작한 단편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5편이 실려있다. 주요 이야기마다 컬러 일러스트를 수록해서 딱딱할 것만 같은 고전문학을 환상적인 동화처럼 판타지 문학 소설로 분위기를 바꿔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고려와 조선을 배경으로 당대 현실을 반영한 주제 의식과 한국만의 소재들은 우리 문학사에 중요한 성과로 남는다.

양생과 아가씨가 초당에서 맺은 사흘간의 인연이야기인 <만복사저포기>와 , 이생과 최랑이 죽은 뒤에도 다시 만나 3년을 더 살게 된 <이생규장전>은 인간과 귀신이 얽힌 남녀의 사랑이야기이다. 개경부자 홍생이 평양에서 아름다운 선녀를 만나서 그리워하는<취유부벽정기>, 과거에 낙방하던 박생이 꿈속 '남염부주'라는 섬에서 염왕을 만나 후임이 되어달라는 전언을 듣고 그곳으로 다시 가게 되었다는<남염부주지>는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 이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왜구와 홍건적의 난으로 민족에 상흔을 남긴 '역사'를 다루기도 하고, 단군 역사성을 중시여기며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는 당대 '정치' 얘기이기도 하면서 유불도를 하나로 엮어내며 이기론과 각종 '논설들의 토론'을 담은 복합적 당대 '현실' 이야기라는 특징을 갖는다. 환상적 소재의 전기(傳奇)이자 뛰어난 한시소설(詩小說)이자, 열띈 토론소설(討論小說) 인 만큼 작품속에서 풍성한 사상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러한 시들을 쉽고 더 서정적인 분위기가 들도록 해설해 놓았기에 감수성 높은 러브레터를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하다.

어떤 작품이든 그 속에는 작가의 삶을 반영한다. 김시습이 경험했던 궁궐이미지, 왕에대한 사모의 정, 왕의 찬탈에 대한 반감, 시대 불화에 대한 울분등을 자기만의 아름다운 문체로 현실의 냉혹함과 사랑의 숭고함, 방랑의 길에 들어선 고된 삶과 세상에 대한 소망 등을 작품에 담아내었다. 이러한 김시습이 삶을 같은 강릉 출신의 김풍기 교수의 고전문학 해설 강의를 듣듯 편안하게 옅볼 수 있는 책, 금오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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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꿈
아라이 료지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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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저곳에 사는 고양이들의 시선을 쫓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곳에 있든 '언제나 꾸고 있는 각기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고 작은 집에 살고 있는 '꿈'이와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집 '안'에 있는 고양이들은 자주 창밖을 본다.
저 '밖'은 어떤 곳일까,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안정되고 정돈된 집 안이 아닌, 크고 질서없는 험란한 '정글' 길을 걸어보고 싶다. 깊은 산 속 광장에 열리는 '축제'를 구경해보고 싶다.

커다란 공원에 살고 있는 '날름'이와 '산'이와 '야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집 '밖'의 공원에 있는 고양이들은 자주 가정집 '안'을 궁금해 한다.
저 '안'은 어떤 곳일까, 집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사람이 오가고 혼잡한 공원 벤치가 아닌, 봄처럼 화창하고 안정되고 정돈된 집 안을 누리며 안락한 포근함을 느껴보고 싶다.

사막에 사는 '선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사막 '너머'에 본적 없는 바다, 본적 없는 커다란 물고기를 타고 멀리 가는 꿈을 꾼다.

평야에 사는 '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 '너머', 구름 마차를 타고 넘어간 이 하늘 아래있을 더 넓은 세계를 궁금해 한다.

실체 없는 그리움, 그러나 반드시 있을것 같은 확신,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따스한 무언가가.
이들은 모두 따스한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
언제나, 앞발로 꾹꾹 눌러가며
어디서나, 앞발을 번갈아가며
따뜻한, 누군가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

고양이들은 사냥 본능이 있어서 움직이는 물체를 좋아하고 잘 쫓는다.
호기심이 많아 작은 틈이나 열린 문으로 언제든 밖으로 나가버리려 한다.
자기 노출은 꺼리기에 자기보다 작은 크기에도 아랑곳 않고 상자나 바구니 속에 잘 숨는다.
방관하는듯, 관찰하는 듯 알수 없는 눈빛으로 한곳을 지긋이 응시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고양이는 늘 '꿈'을 꾸며 사는 생명체같다.
고양이의 평화로은 꿈 속 세계들을 다채로운 색감과 선명하지 않은 형태로 잘 표현해낸 책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평화로운 잠과 아름다운 꿈' 이라고 말하는 황인찬 시인의 소개글이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곳에선 평화로운 잠을, 다만 다른 곳을 언제나 꿈꾸며.
그런 마음들을 언제나 잃지 않으려 손짓 발짓으로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고, 상상하고, 그러다 잠이 들고, 다시금 꿈꾸고.

이 아름다운 고양이들의 꿈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꿈들도 안녕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편안히, 그리고 아름답게 그렇게 지내고 있는가를.
고양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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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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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미래의 어느시점, '신체 임플란트'의 도래로 노화된 장기를 교체할수 있게 되어 이론적으론 어쩌면 영생을 누릴수도 있는 시대가 오게된다. 자본만 갖춘다면 주기적으로 신체 부분들을 구독하여 바꾸어가며 오래도록 살아갈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끝'까지 가지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은 두렵다기보다 아쉽다.
시간이, 기억이, 남겨질, 하지못한 무언가들이.
영원한삶이 아니라 연명하는생,
기억하는 삶이 아니라 기록되는생,
남는것 새로운것들 뿐이고, 새로운것도 결국 남게되지않겠지만, 그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죽음을 앞에 둔 사람 곁에 필요한 사람은 마중나와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남겨진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은 남은 시간을 함께해줄 다른사람이라고도 한다.

단언할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겪어봐야 알게되는 것들에 대하여.
못해본것보단 해본것들에 집중하는게 좋다는
그말의 의미를 알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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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다듬기
이상교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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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지금 마른 멸치가 되었지만 바닷속을 헤엄치던 널 상상해'라는 작가의 머릿말에서 은비늘 반짝이며 날렵하게 헤엄치는 멸치를 생각해본다.

춤추듯 바닷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어디로든 갈수있고 모든곳이 모험장소가 되었던 멸치의 꿈.

가족끼리 멸치국수를 먹기로 한날 아들과 아빠는 국물을 내기 위한 멸치 다듬기 역할을 맡았다. 부자가 나란히 앉아 두 접시에 멸치 대가리와 내장, 몸통을 구분하며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사이, 신문지 위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멸치들은 신문 기삿거리들 사이에서 다시 유유히 헤엄친다. 바닷속이 아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와 피서지, 도심한복판, 공연장, 전시장을 유유히 헤엄치며 또다시 어디로든 갈수있고 모든곳이 모험장소가 되어 잠시나마 꿈을 꾼다. 멸치 육수로 우려지는 몸통들은 다시 은비늘은 반짝이며 꿀렁꿀렁 춤을춘다.

육수가 우려지는동안 가족 모두 역할분담을 하며 요리를 한다.
식탁 위에 모락모락 김이나는 완성된 멸치국수를 후후불며 쪼로록 나눠먹는다. 멸치의 여행도 끝나고 가족들이 함께 요리를 해나갔던 여정도 마무리된다.

한 식탁에서 음식을 나눠먹는 일은 잦지만 그 음식을 요리하기 위해 가족 모두가 모여 함께 역할분담을 하며 같이 만드는 일은 결코 잦은 일은 아니다. 멸치다듬기는 바닷속에서 다 펼치지 못했던 멸치의 여정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아이가 먹는 한끼의 식사가 이렇게 손이 많이가는 정성스런 조리의 여정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멸치 다듬기는 가족의 소소한 추억 다듬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조금 더 자란 아이는 나중에라도 깨달을 수 있을까. 바닷속에서의 꿈을 신문지위에서 잠시 떠올려본 멸치들처럼 훗날 어린시절을 떠올려본 아이가 따뜻했던 멸치국수만큼 따뜻했던 시간을 같이 떠올릴수 있길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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