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의 꿈
아라이 료지 지음, 엄혜숙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3월
평점 :
이곳 저곳에 사는 고양이들의 시선을 쫓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곳에 있든 '언제나 꾸고 있는 각기 다른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크고 작은 집에 살고 있는 '꿈'이와 '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집 '안'에 있는 고양이들은 자주 창밖을 본다.
저 '밖'은 어떤 곳일까, 저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안정되고 정돈된 집 안이 아닌, 크고 질서없는 험란한 '정글' 길을 걸어보고 싶다. 깊은 산 속 광장에 열리는 '축제'를 구경해보고 싶다.
커다란 공원에 살고 있는 '날름'이와 '산'이와 '야옹'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집 '밖'의 공원에 있는 고양이들은 자주 가정집 '안'을 궁금해 한다.
저 '안'은 어떤 곳일까, 집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사람이 오가고 혼잡한 공원 벤치가 아닌, 봄처럼 화창하고 안정되고 정돈된 집 안을 누리며 안락한 포근함을 느껴보고 싶다.
사막에 사는 '선장'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사막 '너머'에 본적 없는 바다, 본적 없는 커다란 물고기를 타고 멀리 가는 꿈을 꾼다.
평야에 사는 '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
끝없이 펼쳐지는 들판 '너머', 구름 마차를 타고 넘어간 이 하늘 아래있을 더 넓은 세계를 궁금해 한다.
실체 없는 그리움, 그러나 반드시 있을것 같은 확신, 만나고 싶은 누군가가, 따스한 무언가가.
이들은 모두 따스한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
언제나, 앞발로 꾹꾹 눌러가며
어디서나, 앞발을 번갈아가며
따뜻한, 누군가의 '꿈'을 꾸며 잠이 든다.
고양이들은 사냥 본능이 있어서 움직이는 물체를 좋아하고 잘 쫓는다.
호기심이 많아 작은 틈이나 열린 문으로 언제든 밖으로 나가버리려 한다.
자기 노출은 꺼리기에 자기보다 작은 크기에도 아랑곳 않고 상자나 바구니 속에 잘 숨는다.
방관하는듯, 관찰하는 듯 알수 없는 눈빛으로 한곳을 지긋이 응시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고양이는 늘 '꿈'을 꾸며 사는 생명체같다.
고양이의 평화로은 꿈 속 세계들을 다채로운 색감과 선명하지 않은 형태로 잘 표현해낸 책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평화로운 잠과 아름다운 꿈' 이라고 말하는 황인찬 시인의 소개글이 이 책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 곳에선 평화로운 잠을, 다만 다른 곳을 언제나 꿈꾸며.
그런 마음들을 언제나 잃지 않으려 손짓 발짓으로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주변을 살피고, 상상하고, 그러다 잠이 들고, 다시금 꿈꾸고.
이 아름다운 고양이들의 꿈을 들여다보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꿈들도 안녕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편안히, 그리고 아름답게 그렇게 지내고 있는가를.
고양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