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이상한 미술 시간 - 아는 만큼 재미있는 예술 인문학 쫌 이상한 시리즈
이종원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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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뭐지? 어떤걸, 왜 명작이라고하지? 그 가치는 누가 만들고 미술 작품은 왜 비싸게 팔리고 전시되는거지? 그렇다면 나도 미술을, 작가가 될수있는걸까? 미술의 역사, 가치, 해석, 전시, 판매, 저작권, 복원, AI시대 도래, 치료, 직업군 등 자주듣는 질문들(Q)을 모아모아 대답(A)해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는 책이다. 하나같이 다 어디서 물어보기엔 애매하지만 머릿속으로 한번쯤은 궁금해했던 순수하고 단순한 질문들이다.

미(美)이라는 것이 아름다움을 넘어 선함,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라는 '통찰'까지 담고있고, 예술(藝術)이라는 것이 생명을 움트게 만드는 '기운'을 의미한다는 뜻풀이가 좋았다. 그것이 '발전'해 왔다는 것은,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었다는 말이고, 재료와 방법들이 달라져왔지만 결국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고민'을 제시하고 있는것이라는 말도 좋았다.

최근에도 한 전시를 다녀왔는데 벽면해설들이 전부 "이것과 저것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던가 "~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있어서 아 미술은 "내 얘기 좀 들어봐 함께 고민 좀 해주라"며 제안하는 매체이구나 싶었던 기억이 겹쳐지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책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렇게 질문 할 수도 있겠구나. 혹시 이런 경험(예시)은 없었는가. 그뜻은. 그의미는. 그과정은. 동서양에서는 각각.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떤가. 등의 흐름으로 질문에 답하면서도 마지막에 다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남긴다.

예체능에서 빠질수 없는 '재능'과'노력'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재능이 벽(선천적)이라면 노력은 문(가능성)이 아닌가. 1만시간의 법칙을 알고 있는가. '잘했다'는 말은 재능을 칭찬하는 것인가 노력을 칭찬하는 것인가. 전자라면 재능있는자는 노력하지 않는가. 후자라면 재능있는자가 노력할때 어떻게 상대할수있는가. '잘' 그린 작품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수 있는가.

미술작품의 감상 '기준'과 '가치'에 대해서도 나온다. 작품의 가치는 일정한 기준들에 의해 정해지겠지만 그 기준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대중적 이론이나 시장 가치보다 개인적 공감과 위로가 더큰 가치를 발휘할 때도 있으니까. 기준은 방향성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폄훼와 고집이 될수도 있다는 것을.

'이것봐 세상은 너무 아름답지않니'라는 작가 앞에서 틀렸어 세상을 모르는군 실은 이기적이고 추악하다며 훈수두거나 '세상은 너무 우울해. 사람들은 비정해.'라는 작가 앞에서 네가 나약해서그래 라고 비난할수 없는것 처럼.

작품 해설은 꼭 작가의 의도만이 정답은 아니다. 의미를 가지는건 각자만의 방으로 데리고가는 것이니까. 마찬가지로 내 해석이 전부가 될수 없는 것처럼 풍부한 경험을 위해선 늘 열린마음이 중요한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지만 다시 질문을 던지는 책, 호기심이 이어져 관심이 되고 열정이 되어 행동으로 이어질수 있는 가이드가 되는 '이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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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때마다 명랑해진다 - 오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습관 20
이은경 지음 / 나무의마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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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삶을 마주하고 전환하고 해방하는 과정이다."


이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명랑함은 치유의 과정을 거친 후의 감정을 말한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의 엄마로서 작가가 직접 겪었던 우울과 고립의 깊은 터널을 빠져나가게 했던 치유의 기록과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내게 찾아온 삶의 무게에 짖눌려 침잠의 시간이 찾아올때마다 글쓰기로 극복해온 작가는 글쓰기를 "내 감정들을 마주하고, 전환하고, 해방하는 과정에서 얻은 흉터이자 훈장"이라고 표현한다. 나의 경험이, 사건이, 사연들이 '글'을 통해 가라 앉게 하거나, 제자리를 찾거나,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일들로 정리되어 내 안에 '명랑'하게 남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글쓰기 습관'을 알려주는 책으로 '명랑'하게 만들어내는 글쓰기 요령을 차곡차곡 담아낸 비법서이다.


'본깨적 독서법'이라는 것이 있다. 독서가 간접경험이나 지식축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게 만드려면, 책이 준 메시지 중에서 내 것으로 만들 것을 '추출'하여 내 삶에 '적용'하여 개선하여 제대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독서법이다.  


S(socratic opening) 질문이나 의구심에서 출발

M(memoir moment) 내 경험을 솔직히 꺼내어 나누기

I(insight integration) 그 안에서 작은 깨달음 얻기

L(lightness shift) 유머와 거리두기로 가볍게 전환

E(emopowered expression) 명랑한 다짐으로 마무리


이은경 작가가 제안한 쓸때마다 명랑해지는 '스마일 글쓰기법'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했다. 명랑해진다는 것은 내 안에 어떤 갈등과 고민이 치유되면서 얻어지는 감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기억과 고민을 꺼내어 제대로 마주하고 질문하면서 스스로 다독이고 회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명랑한 글쓰기 노트'에서는 열등감, 질투, 자책, 좌절, 위선, 후회 같은 불편한 감정들을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해소 할 수 있는지, 배려, 이해, 공감, 인정, 도전, 용서 같은 긍정의 감정들은 또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예를들어,


-상처를 기록할 때: 감정이 아니라 상황적 장면을 적는다.

-기쁨을 묘사할 때: 색깔, 냄새 등 구체적인 감각으로 이름을 붙인다.

-마음이 복잡할 때: 하루를 거꾸로 거슬러가면서 추상적 마음을 구체화해본다.


이런식으로 터널 안에 있는 감정과 기억을 꺼내어 터널의 끝인 빛을 발견하게 한다면 내 안의 나를 돌아보며 더 덤덤히 맞서게 되면서 보다 단단해지고 명랑해질 수 있다는 원리이다.


"글쓰기는 인생과 닮았다.

처음엔 어설프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서서히 다듬어진다.

때로는 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놀라울만큼 술술 풀리기도 한다.

원하는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괴롭지만

그럼에도 쓰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조금씩 명랑해진다.

가슴 속에 오래 묻어둔 뜨거운 이야기를 꺼내 보이며 살아가기를

그리고 쓰는 동안 여러분 역시 스스로를 구원하기를."


책은 감정 마주하기, 전환하기, 해방하기의 세가지 파트로 나뉜다.


표면에 드러난 감정이나 장면을 글쓰기를 통해 속내까지 들여다 보다보면 결국엔 그 안에 숨어있는 갈망과 소망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더 들여다보면 그때까지의 자신의 '수고'도 동반한다. 즉 감정, 장면, 시간들을 잘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이고, 어떤것에 반응하고 어떤 목표를 위해 또 얼마나 애썼는지 등을 알수 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수고했어', '애썼어' 라는 한마디 말을 건내주는 것이 더 필요했음을 깨닫게 된다. 글쓰기는 이렇게 스스로가 부족하고 모순되고 모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감정이 아니라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애썼던 것이구나라는 것을 담담해 말해주는 과정으로서 필요한 소재였던 것이다.


"왜그랬을까", "했다면/하지않았다면" 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생했네", "수고했어"라고 담담히 말해주는 글쓰기들은 '치유'에 앞서 '감정의 진실'을 파악하는데 필요하다.


"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엔 단서가 있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 스치는 인연 하나에도 의미가 숨어있다.

무심코 던진 말한마디가 마음에 오래남았다면

그것은 삶이 우리에게 보내는 어떤 신호일지 모른다.

순간을 되돌아보며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해독해보라.

그 모든 일은 결국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아쉬움은 대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순간 정체를 드러낸다"


"어떤 '다짐'은 '미래'를 향하는것처럼 보이지만 그 뿌리는 언제나 '과거'에 있다."


"사람의 마음은 단순하지가 않다."


"글 쓰기는 곧 감정을 길어 올리는 훈련이다."


과거의 사건을 탐색하고 그때의 감정을 정리하고 조금 더 다정한 마음으로 화해하여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쳐야만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진다. 사랑과 상처, 기대와 포기, 희망과 절망, 도전과 두려움 등 상반되는 감정을 하나의 문장안에 담아내며 상처가 단일한 감정이 아니라 복잡하고 겹쳐있는 마음임을 깨닫게 하는 모순을 직면하는 글쓰기가 필요하다.


치유적 글쓰기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것을 갈망하고 어떤 것들에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인지 행동과 말투와 사건들 속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글감은 멀리 았지 않다. 일상 속 모든 순간이 글쓰기 재료가 될 것이다. 하루하루를 여느날과 똑같다며 지나치지 않고 순간을 붙잡아 들여다보면서 나라는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며 아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는 것,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나간다는 것이 될 것이다.


쓸 때마다 명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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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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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어떤 사건'으로 남게되는 그 사건 사건들은 

길기도 짧기도 하면서 다툼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외면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다.

이해받는 것과 차별받는 것,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

사회가 바뀌고, 사는 모습도, 중요시 여기는 것과 치워둔 것, 바뀌는 입장과 인권 그 속에서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했던 그 사건들 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의 이면에는 늘 아픈 손가락들이 존재하고, 그 손가락들이 법 앞에서 평등이라는 치유의 시간을 당당하게 가질 수 있도록 변론이 멈추지 않는것은 그런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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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지음 / 나무사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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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유'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멋지다'고 말해주는 표제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를 읽었다.


100세 인생을 논하는 지금, 오십은 딱 절반이다. 지나온 절반의 좋았던 부분을 상기시키고, 나머지 절반 또한 유쾌하게 보내기 위해서 잠시 멈춰, 자신을 즐겁게 했던것들과 앞으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1장에서는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2장에서는 좋았던 것/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3장에서는 취미생활리스트 작성하기, 4장에서는 함께하면 좋은사람들 떠올리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list)'을 적어가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책이 알뜰살뜰히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적어나가기 위해서 몇가지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 보아야 하는데, 첫번째는 살면서 생기는 '트라우마'와 '상처'라는 열차가 지나가도록 기다릴 것. 몇번을 지나가도 매번 통과되기를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올라오는 감정을 당연하다가 여겨주며 인정해 줄 것 이다.


둘째는 '현재를 살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세심하게 관찰하여 돌보는 것이다. 감사일기(기념일기)는 '오늘'의 감사함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해옥하게 만들고, 배움일기은 스스로의 지금을 점검하게 만들어 겸손하고 성숙하게 성장시킨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편지쓰기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칭찬,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현실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하루하루 친절하면 내면에서의 기쁨과 즐거움이 새어나오고 그렇게 타인의 행복도 빌게되어 저절로 친절하게 되어진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잘 울어야 잘 웃을 수 있다'는 말도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다보면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인생의 순위, 가치관, 성취감등에 대해 한발자국씩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좋은 의도가, 최선의 노력이 꼭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할지언정 내게 있었던 일 중에 살면서 이거 '정말 잘 했다' 싶은 일은?

-내게서 '이것'만큼은 '1순위'라 아무리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은?

-나의 어떤면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은?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은?



"재미있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재미있게 살겠다고 결심한다고 재미있게 사는게 아니다. 재미와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다보니 재미있고, 하다보니 행복한 것이지 행복하자고 힘준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다른사람의 욕구를 무시하고 나만의 쾌락을 느끼며 사는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 위에서 무엇에도 통제받지 않고 내 마음가는대로 사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에 내가 흔쾌해지는 일상을 사는 것이다.


"내 묘비명에 적고 싶은 한 문장

'이번 생은 요기까지 (깨닫고 갑니다)'"


결국 생은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 안에서만 인지하고 깨닫고 가는 것.

'이번 생에서 깨달은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나머지는 다음생에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생에선 전 이만큼 즐겼고 저만큼 아픔이 있었기에 딱 여기까지만 깨닫고 갑니다.


좋아하는 것 리스트 작성과 남은 생의 버킷리스트 작성, 그리고 묘비명까지 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완벽한 질문들을 해주는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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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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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일하는 나에게 다가와, "저 혹시 하시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글로 써보실 생각 있으세요?" 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면 어떨까? 노동이 글이 되고 목소리가 되고, 그리하여 숨은 노동과 그림자 노동, '투명인간' 노동자들의 노동이 모두 드러나 주변의 노동을 다시 보기 시작하게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이 지치고 힘들땐 새벽시장을 한번 가보라는 말이 있다. 내게 닥친 어떤 이유로 낙담과 좌절을 겪고 있을 때조차도 누군가는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4호선 첫 지하철, 6411번 첫 버스를 타보고 그들의 발자취와 움직임을 한번 구경해보라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A4 한장 분량으로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한 '6411의 목소리'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부터, 대리운전기사, 건설노동자, 봉제, 농부, 번역, 작가, 복지사, 전업 주부까지 각자의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든, 사회가 규정하는 일자리가 아닐지라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75명의 노동자들의 글이 목소리가 되어 그들이 겪은 내밀한 사연들을 알려준다.

이전 TV프로그램이였던 <체험 삶의 현장>이나 요즘 유튜브 채널인 <워크맨>처럼 다양한 직종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 들으며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사회가 그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온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누리던 것이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였고, 마찬가지로 나의 노동이 누군가의 지나침이 되었을 수도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모든 스치던 곳곳에 '노동'이 스며들어 있고, 우리는 그 노동 속에서 울고 웃으며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결국 우리는 모두 닮아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연민'이며 이 끄나풀들이  '공존'과 '공생'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 '같이 잘 살자'라는 메아리를 남긴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는 노동 속 일화에는 휴머니즘과 유머, 억울함, 호소, 감동 등을 실어 한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지녀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로 노동 현실의 인식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직업의 우위를 자본이라는 가치에 두고 아직도 귀천을 따지며 매몰되어있는 세상을 향해, 그럼에도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고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해 달라는 묵직한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매일 입에 대는 식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누군가가 세운 집에 살고, 누군가가 지은 옷을 입고,
누군가가 움직이는 전철을 타고 일하러 간다.
난 충분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어.
인간은 고독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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