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되는 차별은 없다 - 인권 최전선의 변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 '어떤 사건'으로 남게되는 그 사건 사건들은 

길기도 짧기도 하면서 다툼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외면되기도 하지만

그 속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이 사는 이야기이다.

이해받는 것과 차별받는 것, 그럼에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것,

사회가 바뀌고, 사는 모습도, 중요시 여기는 것과 치워둔 것, 바뀌는 입장과 인권 그 속에서  

따뜻하기도 차갑기도 했던 그 사건들 속에서는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회의 이면에는 늘 아픈 손가락들이 존재하고, 그 손가락들이 법 앞에서 평등이라는 치유의 시간을 당당하게 가질 수 있도록 변론이 멈추지 않는것은 그런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서원 지음 / 나무사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만의 이유'와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멋지다'고 말해주는 표제가 눈길을 사로잡는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를 읽었다.


100세 인생을 논하는 지금, 오십은 딱 절반이다. 지나온 절반의 좋았던 부분을 상기시키고, 나머지 절반 또한 유쾌하게 보내기 위해서 잠시 멈춰, 자신을 즐겁게 했던것들과 앞으로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1장에서는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2장에서는 좋았던 것/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3장에서는 취미생활리스트 작성하기, 4장에서는 함께하면 좋은사람들 떠올리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ite list)'을 적어가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책이 알뜰살뜰히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을 적어나가기 위해서 몇가지 마음의 상태를 점검해 보아야 하는데, 첫번째는 살면서 생기는 '트라우마'와 '상처'라는 열차가 지나가도록 기다릴 것. 몇번을 지나가도 매번 통과되기를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열차를 보며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걸고 올라오는 감정을 당연하다가 여겨주며 인정해 줄 것 이다.


둘째는 '현재를 살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마주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자기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 모두 세심하게 관찰하여 돌보는 것이다. 감사일기(기념일기)는 '오늘'의 감사함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를 해옥하게 만들고, 배움일기은 스스로의 지금을 점검하게 만들어 겸손하고 성숙하게 성장시킨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편지쓰기는 스스로에게 위로와 칭찬,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렇게 꾸준히 현실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하루하루 친절하면 내면에서의 기쁨과 즐거움이 새어나오고 그렇게 타인의 행복도 빌게되어 저절로 친절하게 되어진다.

그리고 비슷한 맥락에서 '잘 울어야 잘 웃을 수 있다'는 말도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잘 쉬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다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이 질문에 하나씩 대답하다보면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인생의 순위, 가치관, 성취감등에 대해 한발자국씩 더 가까워 질 수 있다.


-좋은 의도가, 최선의 노력이 꼭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할지언정 내게 있었던 일 중에 살면서 이거 '정말 잘 했다' 싶은 일은?

-내게서 '이것'만큼은 '1순위'라 아무리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것은?

-나의 어떤면을 알아봐주길 바라며, 그렇기에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가장 '기분 좋은 말'은?

-내가 생각하는 관계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은?



"재미있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재미있게 살겠다고 결심한다고 재미있게 사는게 아니다. 재미와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다보니 재미있고, 하다보니 행복한 것이지 행복하자고 힘준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산다는 것은 다른사람의 욕구를 무시하고 나만의 쾌락을 느끼며 사는 것을 말하는 것 또한 아니다.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 위에서 무엇에도 통제받지 않고 내 마음가는대로 사는 것이다. 나의 생각과 행동에 내가 흔쾌해지는 일상을 사는 것이다.


"내 묘비명에 적고 싶은 한 문장

'이번 생은 요기까지 (깨닫고 갑니다)'"


결국 생은 내가 경험하고 느낀 것 안에서만 인지하고 깨닫고 가는 것.

'이번 생에서 깨달은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나머지는 다음생에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생에선 전 이만큼 즐겼고 저만큼 아픔이 있었기에 딱 여기까지만 깨닫고 갑니다.


좋아하는 것 리스트 작성과 남은 생의 버킷리스트 작성, 그리고 묘비명까지 나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완벽한 질문들을 해주는 책, 『오십,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 갑자기 일하는 나에게 다가와, "저 혹시 하시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글로 써보실 생각 있으세요?" 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면 어떨까? 노동이 글이 되고 목소리가 되고, 그리하여 숨은 노동과 그림자 노동, '투명인간' 노동자들의 노동이 모두 드러나 주변의 노동을 다시 보기 시작하게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이 지치고 힘들땐 새벽시장을 한번 가보라는 말이 있다. 내게 닥친 어떤 이유로 낙담과 좌절을 겪고 있을 때조차도 누군가는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4호선 첫 지하철, 6411번 첫 버스를 타보고 그들의 발자취와 움직임을 한번 구경해보라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A4 한장 분량으로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한 '6411의 목소리'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부터, 대리운전기사, 건설노동자, 봉제, 농부, 번역, 작가, 복지사, 전업 주부까지 각자의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든, 사회가 규정하는 일자리가 아닐지라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75명의 노동자들의 글이 목소리가 되어 그들이 겪은 내밀한 사연들을 알려준다.

이전 TV프로그램이였던 <체험 삶의 현장>이나 요즘 유튜브 채널인 <워크맨>처럼 다양한 직종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 들으며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사회가 그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온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누리던 것이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였고, 마찬가지로 나의 노동이 누군가의 지나침이 되었을 수도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모든 스치던 곳곳에 '노동'이 스며들어 있고, 우리는 그 노동 속에서 울고 웃으며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결국 우리는 모두 닮아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연민'이며 이 끄나풀들이  '공존'과 '공생'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 '같이 잘 살자'라는 메아리를 남긴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는 노동 속 일화에는 휴머니즘과 유머, 억울함, 호소, 감동 등을 실어 한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지녀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로 노동 현실의 인식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직업의 우위를 자본이라는 가치에 두고 아직도 귀천을 따지며 매몰되어있는 세상을 향해, 그럼에도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고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해 달라는 묵직한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매일 입에 대는 식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누군가가 세운 집에 살고, 누군가가 지은 옷을 입고,
누군가가 움직이는 전철을 타고 일하러 간다.
난 충분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어.
인간은 고독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거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능 해킹 - 사교육의 기술자들
문호진.단요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중고의 공통 교육과정을 마치면서 대학에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될만한 '수단'이 필요했다. 그것이 이전에 예비고사(암기형 지식)와 본고사(논술형)가 있었고, 학력고사와 내신(교육과정 이수 충실)을 통해 대학을 가게 되는 과도기적인 과정을 거쳐, 수능에 이르렀다. 예컨데, '00에 대해 알고 있느냐?'와 같은 질문을 던진것이 학력고사라면, 수능은 '기존에 알고있는 00이란 개념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낯선 지문을 이해할 수 있는가?'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 과정에서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 수준에 머물지 않고 자료의 해석, 원리 적용, 현상이나 사실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판단 등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출제하여 가장 공적하고 탁월하게 우수한 수험생의 줄세우기가 가능한 시험으로 등장한 것이 수능이다. 줄세우기에 실패한다면 제일 큰 손해를 입는 것은 사실 수험생들 자신이다. 내가 1등인지 20등인지 확실히 정해 30등, 40등과 뒤섞이는 상황은 피해달라는 것을 받아들이며 시작하는 것이 수능이므로 따라서 수능에 응시한다는 것은 생존 게임의 규칙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 책은 그러한 수능에 대한 분석 및 '어떻게' 변화하는것이 좋을지 그 방향성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책이다.

때문에 수능이 반교육적인 시험이 되었으며 노동 집약적 산업으로 바뀌게 된 것에 대한 공교육의 책임과 사교육의 고도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힘껏 실은 1부와, 수능을 왜 반교육적 시험이라고 주장하는지에 대한 논증과 수능 해킹이 이루어지는 방식을 다루는 2부, 관료 조직과 사교육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살피는 3부, 마지막으로 수능은 어떤 시험이 되어야 하며 변화에 무엇이 필요한지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옛날의 시험은 인재를 얻으려는 방법이었지만,

오늘날의 시험은 그 반대다.

시험 보는 법만 가르쳐서 평생의 정기를 시험에 소진했는데도

운 좋게 시험에 붙으면 배운바를 모두잊고 정작 쓸곳이 사라진다.

박제가 『북학의(1778)』


18세기의 박제가의 글귀로 시작하는 이 책은 21세기인 지금도 별반 달라지지 않은 '시험'제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1993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11월 세번째 목요일로 시험이 고정되었기에 11월은 그야말로 수험생의, 수험생을 위한 달이다. 전국민이 '수능'을 위한 배려에 혈안이기 때문이다. 합격을 위한 기도, 선물, 시험장까지 실어주는 경찰들의 대기, 듣기평가를 위해 비행기 착륙 지연, 수험자를 위한 할인 등. 고등학생을 위한 시험이 명절만큼이나 중차대한 연례행사로 자리매김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청소년들은 주당 60시간 이상 공부에 할애하는 학생이 23.2%에 달하고, 따라서 대학 이수율은 OECD 국가 평균(47%)을 훨씬 웃도는 (69%)인 만큼 '대졸'이 보편적인 발달 과업이자, '최종학력'으로 남는 인생의 성적표이자 '소득'의 지표, '학연'으로 남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주는 큰 과정이다.

즉, 수능이란 청소년을 한국인으로 완성시키는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이쯤에서 우리는 책의 제목이기도 한 『수능해킹』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수능은 OMR카드에 마킹해서 채점해야 하기에 오지선다 객관식이다. 이는 문제 유형이 표준화 되어 정리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의도치않았겠지만 전형성과 예측가능성이 올라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제 원리를 역산하여 유형을 파아학하는 훈련을 숙달하면, 복잡한 문제도 쉽게 풀 수 있게 된다. 이런 작업을 수능해킹이라고 부른다. 문제 유형의 고착화=수능해킹의 가능성 과 동일어이기 때문에 평가원들이 문제를 낼 때, '고착된 출제 경향'을 유지한다는 것은, 수능 해킹을 암묵적으로 용인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것이 시험이 끝나면 뉴스를 장식하는 단어들은 정해져있다. '수능 난이도', '1등급 커트라인', '불수능/물수능', '편차', '출제오류'등 평가원에게 큰 책임을 묻는다. 때문에 평가원은 더욱 예측가능한 문항, 정형화된 문항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는 사교육 의존도와 큰 상관관계를 보이게 된다. 기존 퍼즐 공략법이 봉쇄되고 난이도를 올리려 까다롭게 만들어 새로운 유형의 퍼즐법을 만들어도 곧 이 공략법이 개발되면서 평가원은 늘 진퇴양난의 길에 서있게 되는 것이다.


수능해킹으로 인한 우리사회의 모습은 네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수능'은 오히려 사고력이 제한되는 '반교육적'인 시험이 되었다.

  2. '수능해킹'의 만성화는 사교육계를 '노동집약적 사업'으로 만들었다.

  3. '사교육'열풍은 서울(대치동)/N수/의대에 집중하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만들었다.

  4. 학교수업(내신)과 수능의 괴리, 논술과 면접까지의 복합성을 도외시하고 있는 '공교육의 책임'이 커졌다.

수능과 관련된 이 네가지 정리들은 단선적인 접근만으로 해체할 수 없는 결합과 고리를 가지고 있다. 사교육계와 평가원이 맞물리면서 수능 난이도는 기형적으로 상승해왔고, 드러나지 않은 폐단도 상당하다. 이러한 수능은 공정을 내세우며 개개인의 교육의 유의미한 성취 등의 디테일에는 점점 멀어져갔다.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순 없겠지만 한쪽에서의 최선, 즉 주관하는 평가원의 최선이 한국 사회의 최선도 아니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최선도 아니다. 이전의 '국어'가 아닌 '언어'영역일때의 시험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어왔는가'가 관건이었다. 경험과 센스가 고득점의 핵심이고 학습은 부차적이였다. 지금의 '국어'시험의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능력은 독해력이 아니라 '안력, 순간 기억력, 연결력'이다. 곁눈질로 눈알 굴리기 테크닉을 시현하여단어와 단어가 맺는 관계를 피상적으로만 파악하는 태도를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영역인 수학, 영어, 탐구에서도 모두 마찬가지로 '아무생각없이, 기계적으로, 누구나' 풀 수 있는 반교육적인 시험이라고 이 책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목적'을 두고 '인지'하고 '사고'하는 과정을 '추론'이라 한다.

'규칙'에 따라 '명제'간 논리적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추리'라 한다.

'목적'없이 형식만 존재하는 추리를 '퍼즐식사고' 라 한다.

'그읽그풀'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읽고 그냥 푼다는 것으로 '재빨리 관계를 파악하고 키워드를 이리저리 끼워맞추는 작업'능력을 '퍼즐식 사고'라 부르고, '공식'과 '접근법' 자체를 외워 접근하는 능력을 '사고의 외주화'라고 부른다. 사고의 외주화는 사교육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규격화된 형테로 제공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득점을 거두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가 바로 이 '사고의 외주화'에 기대는 것이고, 하나는 '발상과 논리'를 기르는 것이다. 전자인 사고의 외주화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움직임만큼 정확하게 해내는 훈련으로 즉각적으로 고득점을 맞는 효과를 보여준다. '성취'보다는 '승리'에 목적을 둔 이 사고방식은 아무래도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유형별 공부는 신유형이 추가되거나 기존 유형에 변동이 생길때마다 새로운 암기가 필요하므로 완성이 불가능할 뿐더러 정작 '수능'시험판을 벗어나면 그 조차 제대로 풀지 못하는 아이들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고는 지식의 맥보다 기술을, 교육의 내용보다 교육 자료(수능의 콘텐츠)를 받아들이려는 태도로 이어지기에 학생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사고'하기보다 '문제풀이'가 적혀있는 답지를 원하고, 범위를 확장하면 '이런건 수능에 안나온다'는 기준을 둔다.

"중요한 것, 좋은것을 배워야 할 시기에 아무 쓸모도 없는 기술을 배우는게, 그리고 그걸 몇년씩 하는게 너무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내가 고등학교때 배웠던 내용이 대학과정에 도움이 되었어"라고 말할 친구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교육을 소화할 역량을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현실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치뤄지는 시험이다.

학습범위가 줄어들고 시험이 테스트하는 지식이 얕은 수준에 머무른다고 해서 학습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며 그렇게 구성된 시험의 경쟁 압력이 강해질 경우 시험의 정당성이나 적절성은 오히려 퇴보한다. 따라서 학습에는 기준선이 존재해야 하며 대입 시험에서 어려움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대학교라는 고등학습기관으로 향하는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목적지에 걸맞는 사고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험이 어려운 것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대목에서 어려워지고(형식의 난해함), 정작 학습 목표를 최소한이라도 달성했는지 면밀히 검증할 필요가 있는 (지식과 논리의 깊이) 부분에서는 멀어지면서 교육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는 것이야 말로 잘못이다.

  • 학습 수준을 검증하는데 어떤 문항 유형이 적합한가?

  • 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가?

  • 이 시험에 준비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해야 바람직한 학습과 발달을 유도하는가?

를 물어 볼 수 있는 교육철학을 정립하여 서로 공유하여야 한다.

결국 교육의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족 대입만 잘 넘기면 입시 고민은 끝난다'는 마음가짐으로 '한순간, 손쉽게' 끝마칠 일이 아니거니와 끝마쳐선 안된다.

새 시대에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만큼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그 기준을 통해 지금의 제도를 감시하는 작업은 언제나 새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거기엔 한국이라는 조건을 직시하고 공동체의 지속을 염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쾌도난마'라는 말이있다. 어지러운 것은 베어야 한다는 말이다.

쉽지 않겠으나 수능은 바뀌어야 한다. 시대는 계속 바뀌고 있으니 수능 또한 변화의 흐름 가운데 놓여있다. 새로운 시대가 오면, 새로운 교육 철학과 함께 새로운 교육으로 맞이 거기엔 새로운 기준과 제도가 뒷받침 되야 한다. '내 시험', '내 자녀의 시험', 만 끝나면 끝이 아닌 것이다. 때문에 공동체의 지속을 염려하는 태도로 우리 교육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현실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길을 제시하기위해 먼저 수능을 해킹하는 책, 수능 해킹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의 여름에게 에세이&
최지은 지음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었던 순간들에게

최지은 작가의 첫 산문집 『우리의 여름에게』가 출간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의 내가 어린시절의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산문으로 풀어썼다고 한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어린이'인 채로 남겨져 있는 습관이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서 계속해서 어린이인채로 있는 그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건내며 손을 내밀어야 아이는 대답할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내 안의 어떤 상처나 두려움을 갖고 숨어 있을 어린 아이에게 '너는 숨길 수 없는 나의 모든 이야기'가 되어 있다며 어루만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른'의 내가 돌아보건데 모든 어린 날들 곳곳에 숨어있던 '사랑'을 깨닫게 하여 아이에게서 사랑받기를. 어떤 경우에도 혼자가 아니였음을. 그리하여 어른의 나도 모든 것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내용이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의 틈을 가지고 있다. 지금의 나는 변해있고, 과거의 어린 내가 될 수 없기에 서로 달라진 모습은 그 틈을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 틈은 오롯이 혼자 메꿔야 하는 부분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럼에도 혼자의 영역을 지고 있는 혼자의 옆에 혼자로, 각각의 무게를 잃지 않으면서 존재하는 세계들도 분명히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없지만 '있었던'순간들을 들여다보는 그 멈춤은, 산책의 멈춤과도 같다. 산책은 멀리 나갈때보다 거리에 널려있는 반짝임들에 마음을 뺏기며 자주 멈출때가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 멈춤은 과거로 차있던 마음의 방에서도 반짝거리는 작은 기쁨의 순간들이 분명히 존재했고 그것들이 나를 지켜왔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되어주기도 한다.
내 마음속에서 접착력을 가지고 있는 짧은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붙들어 매게 하는지도 모른다. 친밀하고 다정한 마음의 유대들은 그렇게 내 안에서 아이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을 터이다.

상실과 재회와 사랑의 굴레 속에서 서로를 지켜주며 '우리'가 '우리'여서 다행이였다고 우리에게 '있었던' 순간들을 기억하는책, 『우리의 여름에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