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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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창 『#트렌드코리아2024』 

평균이 사라진,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상품개발과, 소비보다 공간 경험을 추구하던, 인덱스 관계망으로 정리된 2023년을 짚어보고, 다가올 2024년도에 대응할 자세와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12년전 드래곤볼에서 다시 용의 해가 다가오면서 드래곤아이로 키워드를 잡은 2024년의 키워드 10가지는 다음과 같다.  

D-분초사회
바쁘다며 가성비를 외치는 사회, 틈새시간, 적시성, 정시성을 중요시여기며 파고들어야 비지니스를 개척할수있다.

R-호모프롬프트
AI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만큼 똑똑해질수있다.
정답자판기를 모두 쥐고있기때문에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람의 역량에 강점을 둔다. 모라백의 역설(사람과 AI는 상보적관계)
(ex) 제이슨 엘런의 그림은 900번의 질문에서 도출된 작품. 질문역량을 키울 것. 사색. 해석.
(ex) 디지털 디바이드현상이 사회적문제로 대두. 디지털 사각지대 돌보기.

A-육각형인간
이것까지 할수있어, 원래부터 이랬어, 라고 말할수있는 다가진 완성형인간을 추앙하는 사회.

G-버라이어티 가격전략
일물일가가 아닌 가격의 유동성을 소비자가 미미 받 시간에따라, 데이터에 기반한 시시각각 변하는 가격알고리즘, 옵션 버라이어티, 구독경제

O-도파밍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이끄는 재미추구, 랜덤, 비상식, 무모한, 기괴하고 가학적인 재미를 대하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

N-요즘남편 없던아빠
새로운 시대의 남성상과 남편. 반반결혼, 가사분담, 육아분담, 슈퍼대디, 주고받는 내조와살림, 협조력과 함께함이 정착한 가정(역할과 책임의 변화)

E-스핀오프 프로젝트
다양한 영역에서 파생, 분리, 확장, 번외.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빠르게 적응하기위해 파생시키고 적응하는것만 살림.

Y-디토소비
다른데 더 좋은 선택이있으면 어떡하지(fomo) 하는 두려움에 오히려 따라하는 소비로 변화. 내껏도. 사람, 컨텐츠, 커머스를 따름.

E-리퀴드 폴리탄
정주 인구(상주인)보다 관계 인구(외부인)를 늘리는것을 중요시 여기는 것. 통근, 통학, 관광객까지 모두 포함해 생활인구를 늘려 다양한 사람들의 시너지로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해볼수 있는 열린도시
(ex) 양양서피

S-돌봄경제
배려, 정서, 관계, 환경 등 소비사회가 돌봄에서도 경제를 창출할수 있도록 업무공조, 시스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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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 매혹과 권태, 상실 그리고 성장의 심리학
주현덕 지음 / 나무의마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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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마지막 맺음말이 인상깊다. 그리고 그 맺음말은 이책에서 내내 했던 말이기도 하다. 사랑의 답을 나에게서부터 찾고 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내 삶을 밝히고 다른 사람에게도 그냥 줄 수 있는 것들을 늘려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때 그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될 것, 그것이 곧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하는 것이기에.

이끌림, 지속, 선택, 온전한 사랑, 그리하여 남는 것들에 대해 차례로 서술한 이 책을 공부하듯이 정리하면서 읽어보았다.

사실 내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대는 내가 아니다.' 그리하여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독립적은 두 객체로 만났기에 관계 맺기를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대는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애쓰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랑은 얻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고, 사랑의 질은 두 사람의 성품과 적합성, 좋은 의도와 시간을 들여서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랑을 할 권리가 있다.' 자신에게 먼저 진실할 것, 상대에 대해 알아차릴 것, 자신과 상대 모두에 단계와 속도를 조절하며 정성을 다해 돌볼 것.

완벽한 인연, 기막힌 운명, 환상적인 결합은 없다. 수많은 균열과 얽힘을 사이에 두고 적당한 거리두기와 내 삶의 가치(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를 확고하고 견고하게 가다듬어가는 것이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대가 나를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었기에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할 뿐.

우리의 사랑은 우리를 닮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사랑과 성장의 심리학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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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라틴어 인생 문장 -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 줄의 희망
한동일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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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교황청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이자, 前 사제이자, 교수인 한동일 작가가 『라틴어 수업』 『라틴어 산책』 등에 이어 『라틴어 인생 문장』을 펴냈다.

책 머리에 한동일 작가의 필기체 프린트가 이 책의 전부를 얘기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살아가는 방법들을 선택하기를, 그래서 끝까지 가기를'
그렇게 7장으로 구성된 라틴어문장들 속에서 "이것이 끝입니다 (Iste finis)"가 마지막 문장이 되었다. 2022년 세바시 1566회의 강의 내용이 이 책의 마무리 문장이 된것이다.

이 책의 부주제가 아무래도 '삶의 고비마다 나를 일으킨 단 한줄의 희망'이기에, 내가 지금 긴 터널에 들어와 있구나 하는 삶의 고비를 느낄때, 터널의 끝을 알리는 한줄기의 빛이 나는 결국 끝까지 걸어 그 고비를 넘겼구나 싶은 순간일 것이다.

터널에 끝까지 가봐야 터널이였다는것을 알게되는 것
끝까지 가야 끝낼수 있다는 것
'끝내 버릴까', 라는 멈춤이 아닌, '끝이구나'라는 끝끝내 다다름으로 이르라는 말.

인생 에 대한 위로의 문장들 답게, 적절한 '끝' 문장이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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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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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마음 사전』 시리즈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 박사’로 등극한 저자가 이번에는 『마흔살 위로 사전』을 통해 청장년층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해주는 단어들로 또 하나의 ‘사전’을 편찬했다.
ㄱ의 '가득차다'부터 ㅎ의 '힘차다'까지 100개의 단어를 골라 직장인의 삶, 가정 내의 삶, 혹은 일상에서 한번쯤 마주 했을만한 상황들이 예시와 비유를 들어가며 가득 담아 놓았다.

처음 책을 펼쳤을때 목차를 보며 책을 읽기 전 그 단어에 대한 나만의 뜻과 표현을 찾아 적어보고 싶어서 쭉 적어본 뒤에야 책을 읽었다. 비슷한 점과 다른 점들을 찾아보기 위해서다.

책은 사전적 단어의 뜻풀이가 아닌, 상황적 단어로서 공감 갈만한 에피소드 몇개만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지친 마음을 들여다 보고 어루만저 주며 위로해줄 수 있는 글귀들로 장식하여 독자들의 '마음 정리'를 돕는다.

우리는 종종 몇가지 단어 뒤에 수많은 감정을 숨기거나 때때로 마음 속 감정을 드러낼만한 적절한 표현구를 찾지 못할때가 많다. 그런 어렴풋한 마음 마음들을 구체적인 표현들로 그리고 문학적인 표현들로 드러내고 감싸준다.

독자들의 하루를 어루만지며 “위로와 격려와 사랑의 인생사전(정호승) ”으로, 어떤 단어가 머물다 가는지 같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관대하다, 끄떡없다, 단단하다, 서글프다, 괜찮다, 힘차다에 오래 시선이 머물렀다. 다들 그런 단어들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힘듦을 알아주는 말, 다독이고 위로 해주는 말, 깨닫고 통찰하게 된 괜찮다, 힘차다는 말들로 이루어진 단어의 힘과 그 단어에 실린 자신의 마음가짐을 확인하고 싶다면 읽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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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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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전문기자 룰루 밀러의 논픽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베스트 셀러다.

작년에 내내 들리는 책방마다 1위에 머물러있던 책이었다는걸 안다. 그럼에도 손이가지 않은건 '과학'분야에 있던 도서였기 때문에. 독서모임이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스스로 찾진 않았을 책이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과학'책이라는 범주로 분류할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큰 두가지 줄기를 띈다.

첫번째 줄기는 한 과학자(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전기문(위인전)'의 형태이자 '과학적 모험담'적인 성격을 띈다. 스탠퍼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자연계에 질서를 부여하려 했던 19세기의 분류학자(생물학)인 그의 일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평전'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줄기는 그를 탐구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회고록'적인 성격을 띈다. 작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 탐구하는 '자서전'이자 '에세이'면서도, 과학적으로 반문하고 접근하는 자신만의 '탐구 연구서'이다.

자연과학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비판과 의견을 담은 책이기도 해서, 역시 '자연과학 교양서적'인가 하다가도, '심리학'적 접근과 '철학'적 접근도 상당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과학과 반대된다고 생각하는 철학책인가 하는 생각이 넘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이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읽을 수록 "아니 도대체 과학도서에서 추리소설에나 쓸 수 있을법한 '반전'이라는 말을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이 들게한다는 점이다. 중반부 지나가도록 '가나다'를 배우다가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갑자기 사회비판적인 '랩'을 쏟아내는 듯한 구성과 필력은 다 읽고난 후에 파도가 휩쓸고 간듯한 신기한 경험을 가져다준다.


01

문득 그럴 때가 있다. 나는 흘러가는대로 살고있구나, 싶어서 잠시 멈춰서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걸까" 라는 생각 들때. 이런 의문은, 현재에만 적용되는 의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할까. 뭘 해야 내 삶에 가치가 있을까. 내 삶의 의미는 뭘까."로 확장되는 의문이다. 그래서 곁에있던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인생의 의미가 뭐예요?"

그런데 이런 딸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의미는 없어!"라는 대답을 하는 아버지. 딸에게 이 기억은 매우 강렬하게 남는다.


02

'실재'하는 세상에는 모든 이름이 있고, 범주가 있고, 질서가 있고,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실은 혼돈 속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일뿐, 세상은 '혼돈' 뿐이라는 말은 그 모든 자연과 생명의 '질서'에 대항하는 대답이였다.

그러나 그 질서라는 것이 사실 자연스러운이 아니라 작위적이고 인위적인것이라면 어떠한가. 아버지는 '종교 중심'적 사고로 신의 존재를 맹신하는 사람과, 인간이 다른 생명체에 비해 우월하다고 믿으며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 중심'적인 사람들 모두를 비판하고자 하는것은 아닌가. 그런사고에 휩쓸려 각자의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중요도'와 '순위', '쓸모', '구원'을 논하는 것이 진정한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길인가.

이 세상엔 신도 없고, 운명도 없고, 계획도 없어.

우리 (이승의) 삶에 의미는 없어

때문에 내세(저승의) 삶도 없지.


넌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마찬가지겠지)

그러니 너 좋을대로 살아.

'혼돈'은 거기에 있을뿐,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무엇에도 관심없다. 꿈, 의도, 특별하다 여기는 가치와 사고, 행동, 그 무엇에도.

개인적인 읽기로는 아버지의 말이 매정하게 들리진 않았었다. 다만 어린딸에게 할 말이었는가 하는 시기의 문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을뿐. 이 부분에 대해 독서모임에서 첫번째 의견을 나누었다.


"아버지, 이책은 아버지를 위한 책이에요"로 시작하는 이 책은 나이 지극한 성인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말에 해명하듯, 대앙하듯, 투정부리듯 뒤늦게 대답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와있다. "아버지, 전 중요하지 않다고 하셨죠? 아니예요! 전 중요해요. 그리고 우리 모두가요."


03

철학에는 어떤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있다. 그것들의 '이름'이 만들어질때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의 존재를 '발견'하고 바라봐주는 다른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야기고, 나아가 그 존재와의 '인연'이 단발성이 아니라 계속성을 띄어야 한다는 소리다.

"우리 '앞으로' '무엇'을 무엇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렇다. 모든 명명은 사람과의 '관계맺기' 약속이다.

이부분에서 자연스럽게 김춘수의 '꽃'을 떠올릴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자 비로소 꽃이되었고 의미가 되었다는 서사를.

그리고 두번째론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떠올렸다. '이것'이라는 글자가 파이프를 가리키는지 알 수 없고, 가리킨다해도 '파이프'는 실재의 파이프가 아니라 '파이프 그림'이고, 모든 나라에서는 각각의 언어를 쓰기 때문에 이것을 파이프라 '부르지' 않을수 도 있다.

이것은 명명과 존재, 실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이름 붙여주지 않아도 이 세계에는 실재인 것들이 존재한다.


이쯤 읽었을때 들었던 생각은, 아아.『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물고기'라는 명명이 실재 물고기(들)을 하나하나 지칭 할순 없으니, 이건 명명과 관계맺기에 관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책인가보다, 했다.

정말로 '물고기'라는 <어류>가 분류학적으로 존재할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철저한 과학책의 성격을 아직은 잘 보여주지 않은것이다.


05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민들레'라는 풀은 잡초일 수도 있고 약초일 수도 있다. 꽃가루가 날리며 알러지를 유발하는 유해한 존재일 수도 있고, 구석구석 꿋꿋하게 피어나는 불굴의 상징일수도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민들레의 원칙'에서 말하고자 하는 상대성과 다양성을 경험으로 느낀다.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알겠소?"라는 새옹의 말처럼, 인간만사는 새옹지마이다. 득실과 화복은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

그때는 맞는 것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사실 잡초이건 약초이건 민들레는 민들레로 있을 뿐이다. '꽃이 져도, 씨가 맺혀도, 바람이 불어 그 씨가 휘익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명명과 자신에게 부여되는 의미 이전에 '존재' 가 있다. 이름, 분류, 종류, 서열, 의미, 이런것들이 없어도 존재하는 것들은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계속 그런것들을 얘기한다.

우울한 삶의 와중에 우연히 알게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당시 알려진 어류의 ⅕이나 직접 물고기를 발견하여 '이름'을 붙였다. 그렇게 명명하며 수집한 수많은 표본들이 화재(벼락)와 지진으로 파괴되는 경험에도 굴하지않고 혼돈에 맞서 싸우는 모습에 매혹되어 그의 삶을 추적해나가며 ‘물고기는(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그의 이 무모한 열정이 자신의 우울함이라는 역경의 시간을 헤치고 끝내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줄 교훈이 될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가 그에대해 연구하며 알아낸 것들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펼쳐진다.

명명하기 위해 수집하게 되고, 그 수집과정은 무자비했으며, 분류하고 순위 정하기가 되어, 그 끝은 우수함과 열등함을 믿게 하여 장애인, 성소수자, 부적합자를 '제외'하여 가장 우수한 종만을 남기기 위해 '인간의 분류', 가장 위험했던 범주, <우생학>으로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녀가 기대했던 그의 '업적'은 그런것들이 아니었으리라. 명명, 분류, 순위, 우열. 그 '범주'에는 '다양성'과 '다름', '존재'는 없었다.

이 책은 분기학자 캐럴 계숙 윤의 『자연에 이름 붙이기』에 영향을 받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업적에 대해 다시 논해보는 책이다.

<분기학>은 종은 사다리 타기가 아니라 '진화'하며 얻은 새로운 특징들로 계통학적 '유연함'을 알아내는 학문이다. 분기학에 의하면, '물' 속에 살아 '아가미'가 있고 '비늘'이 있다는 특징으로 만들어진 <어류>라는 범주는 수많은 물고기들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는 분류이며, 오히려 심장이나 폐, 뼈 등의 구조등의 특징들을 비교하다보면 다른 종과의 유사성이 많다는 것이다.

물속과 비늘이라는 장소나 생김새로 단순한 특징을 내세워 종을 묶는 오류를 다른것에도 적용해보자. 색이라는 특징으로 묶으면 우리가 흔히 아는 원숭이(엉덩이는 빨개)와 (빨가면) 사과는 같은 종인가. 바나나처럼 긴 기린(목이김)과 뱀(몸이김), 홍학(다리가김)을 같은 종이라 묶는다면 어떠한가. 이것이 범주의 오류이다.

그렇게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물고기들을 묶어둔 <어류>라는 범주는 사실 없다는 결론.


06

성장한다는건 다른사람들의 말을

더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오직 인간만이 자기만의 울타리를 만들고 자기 편을 만들고, 내것을 만들어 '목표'와 '의미'를 찾아 헤매며 산다. 자기연민, 자기확신, 자기기만, 긍정적인 착각 속에 빠져 많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무엇을 위해', '그 다음은'을 외치며 살아간다.

그렇게 맺어가는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오명과 오진과 오류를 받고 범한다.

'혼돈'은 무질서가 아니였다.

'옳음'이라는 '믿음', '확신'에 대한 '의심'이다.

때문에 "인간은 원래 곧잘 틀리잖아. 성장한다는 건 '무조건'이라는 말에서 벗어나는 거야" 라는 말이 좋았다.


07

명명, 순위와 우열의 사다리, 선과 악, 옳고 그름, 주류와 비주류, 관습과 도덕성,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우리의 잘못된 범주의 오류가. 또 어디에 있을까. 아니, 어디에든 있지 않을까.

'세상'은 "더 오래 검토할수록,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민들레의 원칙'처럼 "잡초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때, 나는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약속'을 얻었다. '희망에 대한 처방'이다. " 라는 맺음말이 좋았다.

물고기를 선택한 남자의 삶을 쫓아 나도 함께 구원을 얻으려했으나 구원을 물고기를 쫓는것에 있지 않았다. 물고기를 포기하는데 있었던 것이다.


08

모든 범주는 상상의 산물이다.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 무한한 가능성의 장소를 보았다.

저자는 자신이 이성애자의 범주에 속해있다고 알며 살아오던 삶에서 이성과 동성아라는 범주 안에 속하지 못하는 양성애자라는 것을 알았을때 괴로워했다. 그러나 글의 끝에 "나는 범주를 부수고 나왔다." 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에서 그녀의 괴로움이 치유되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 글이 '양성애자'인 자신을 항변하기위한 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분기학'의 프레임과 함께 자기 보호적인 글을 쓴것이 아니냐고. 그럴수도 있겠다.

우리 삶에 의미는 없다고, 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던 아빠 보세요,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고요!” 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건, 누구이건, 내 존재를 인정해주세요. '나란 존재'는,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지구에게, 이 사회에게, 서로에게 중요해요! 항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나'보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 아니 그 속에서도 작고 적은 '범주' 속에 묶여있는 '존엄'한 사람에 대해 포괄적으로 얘기하고 싶었을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생학, 사형제도, 성소수자, 장애인, 요즘 발생하고있는 무차별 살인예고자 등 사회에서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는 '비정상'과 '부적합'에 대해 논했다. 그러다보면 사회적 '쓸모'와 '생산성'과도 이어졌고 '포용'과 '상생'과도 이어졌다. 결론이 나지 않는 얘기들이였지만 '모두 함께','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뜨겁게 논쟁했다.

우리는 의미와 가치부여 이전의 '존재함'을, 부여한 후에라도 얻게되는 '다양성'에대해 얼마만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나. 그것은, 우리에게 얼마만큼 '중요한' 일인가.


09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그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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