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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먹이 -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ㅣ 쏠쏠 시리즈 2
들개이빨 지음 / 콜라주 / 2022년 3월
평점 :
셀 수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멋짐을 크게 떠드는 이 세상에서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역시 '꿔보'(꿔다 놓은 보릿자루)다. 들개이빨 『나의먹이』 intro
『먹는 존재』의 작가 들개 이빨의 책
'생존'을 위해 우리는 매일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느순간부터 음식에 '노동'이나 '가치'를 대입시켜서 '먹을값'을 하는 존재인지 여부를 따지기 시작했다. 오늘의 노동이 고되거나 꽤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다면, 그에 따른 포상이나 대가처럼 음식을 '선물'하고, 오늘의 노동이 큰 도움이 되지 못했거나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다며 '박탈'한다.
'그러고도 밥이 넘어가냐', '뭘 잘했다고 먹어'라니, 참 애처로운 말이다.
남의 인생에 신경을 끄지 못하고 들여다보는 것도 모잘라, 기어코 자신과 비교해버리고마는 '상대적 박탈감'을 지닌 그대는, 그럼에도 매일 먹어야 하는 존재이다. 음식 마저 박탈할 순 없다. 그렇다면 몸과 마음을 축내지 않고 지갑도 지키는 최적의 생존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하루하루를 '자격지심'을 딛고 일어나 버티기 위해서는 그것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서 살아가는 전략을 짜야한다.
'팍팍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간소한 먹거리 생활' 이란 한 줄 소개와,
'몸과 마음을 축내지 않고 길게 버티려면 좋은 먹이를 싸게 확보해야 합니다.'라는 홍보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콩, 계란, 우유, 견과류, 아보카도, 고구마, 밥과 김치, 빵과 고기, 술을 소재로 다루며 재료의 성질과 요리하는 법, 이를 먹게된 계기 등이 담긴 에피소드들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는 이 책은, 지나치게 솔직한 내돈내산의 리뷰같은 화법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쉽게 읽힌다. 한탄하기도 하고, 험담하기도 하면서 쉴새없이 몰아치는 화법이지만 그래도 나는 제일 마지막 문구가 마음에 든다.
이만하면 엄청 복 받은 인생이네요.
가능하면 오래도록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날 꿔보취급해도, 그래서 자꾸 스스로를 진짜 꿔보인가보다 하고 잠식되는것 같아도 가만히 돌이켜보면 괜찮은 인생이였던것 같다는 행복한 꿔보의 '나의 먹이' 의 책 내용을 파트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채소와 친해질 것
- 채소의 장점: (가격이) 싸다. (칼로리가) 낮다. (영양소가) 많다.
- 채소의 단점: (보관이) 짧다. (맛이) 없다.
- 채소의 단점 극복: 데친 후 냉동실에 보관한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튀긴다.
2. 저렴한 양질의 단백질인 '콩'과 친해질 것
-콩의 장점: (종류가, 맛이, 색이, 모양이) 많다.
-콩의 단점: (방귀가) 잦다.
-콩의 종류: 강낭콩, 쥐눈이콩,완두콩, 작두콩, 호랑이콩, 울타리콩, *아이돌콩…
*메주콩 (만년센터 초메이저 멤버, 가장 애용되는 베스트 셀러, 대중적인 맛)
*서리태 (다재다능하고 잘생긴 귀족이미지 멤버, 건강식 고급스런 단맛)
*병아리콩 (중동출신 국민아이돌 멤버, 가성비 갑, 포슬, 고소, 이국적인 맛)
*렌틸콩 (마른근육 삭발 멤버, 먹어도 공허한맛)
*완두콩 (막내포지션 멤버, 귀엽고 애기같은 이미지, 달큰, 고소, 부드러운 맛)
3. '계란'은 식탐과 몸무게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는 저렴한 식단
-계란의 장점: (디자인이) 완벽하다. 완전식품이다. (우리말로는 사실'달걀'이다.)
-계란의 단점: 쿠키가 아니다. 고기가 아니다. 계란은 계란일 뿐.
4. 완전 식품인 '우유' (유지방)
-완전식품(계란, 콩, 우유 등):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대부분의 필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식품. 요리할 필요없고 살생에서 자유로운 저렴한 영양식.
-우유파생상품 4대장: 너무맛있다.BUT,동물성포화지방산 과다섭취는 몸에나쁘다.
*요거트: 크리미한 질감과 적당한 신맛, 단맛, 고소함이 매력적인 농후 발효유
*치즈: 소금기와 만난 응축된 유지방의 깊고 중후한 맛.
*크림: 천사의 날개같이 생긴 휘핑크림 스프레이는 마치 꿈꾸는 맛.
*버터: 신의 축복, 압도적 행복, 불타는 사랑의 결말은 다량의 지방섭취와 비만.
*단, 유해성논란(성장호르몬, 행생제, 칼슘, 암, 당뇨, 심장병, 골다공증 유발인자)
-결론: 유지방 free 그릭요거트 만들어 먹기
5. 몸에 좋은 '견과류'
-견과류의 장점: 매혹적인 군것질. 견과류의 불포화지방산은 잘 산패되고 산패된 기름은 건강상 안 먹으니만 못하니 적은 양을 자주 사먹으면 좋다. (냉동 보관도 4년까지 가능!)
-견과류의 단점: 종류에 따라 비싸다. 배가 부르지 않다. 식물성 불포화지방산의 비리고 씁쓰름한 기름맛은 동물성 포화지방산의 치명적인 고소함에 비해 안섹시하다.
-견과류 가격비교: 비싸다고 꼭 맛잇는건 아니다.
*(높은순정렬) 잣>마카다미아>피스타치오>캐슈너트>호두>아몬드>땅콩(수입)>호박씨>해바라기씨.....(열외) 브라질 너트, 피칸, 헤이즐넛, 사차인치.
6. #다이어트#건강식#지중해#북유럽#채식 대명사 '아보카도'
-아보카도의 장점: 존재만으로도 흥미롭고 예쁘다.
-아보카도의 단점: 무미. 적당히 익은것을 먹기 힘들다.(죽어라 딱딱하거나 썪음).
7.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고구마'
-고구마의 장점: 주식, 간식, 식이섬유 풍부하고 맛도 좋은 건강 탄수화물로 숙성해야 가장 맛있지만 구워먹든 쩌먹든 생으로 먹든 다 질감이 좋다.
-고구마의 단점: 형태(크기)가 대개 균일하지 못하다.
8. 한국인이라면 '밥과 김치'
-밥: 비싼 곡물
-김치: 노동집약적 발효요리
-밥과 김치: 장기간 해외여행시 간절히 생각나는 한식, 정제탄수화물과 염분과다
9. 쾌락의 음식 '빵과 고기'
-빵: 밀가루, 설탕, 버터의 혼합물로 음식이 아니라 상품이자 마약같은 존재
-고기: 재료 생전의 살아있는 것을 굽고, 찌고, 삶아 먹어 솜씨를 부리지 않는 먹이
10. 영양학적 가치는 없지만 합적적이고 매혹적인 마약 '술'
- 국룰적 정서 : 삼겹살에 소주, 치킨과 맥주, 파전에 막걸리는 먹어 '줘'야 하는 메뉴조합이 존재
- 술김, 술자리 등 유대감과 신체 접촉을 동반. 이성 마비.
책이 마음에 들었던건 웃겼던 입담보다 처지에 대한 자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비관은 아니다. 비관했다면 이런 글은 쓰지도 못했고 쓰려는 생각도 하지 못했겠지.
푸념이라고 해야 하나 한탄이라고 해야하나 생각하다가, 그냥 특정짓지 않은 상대를 두고 하는 수다 정도라고 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잖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말이지, 하는.
나만 뒤쳐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소한 상황에도 누군가가 늘 부럽다. 누군가의 축하만 해주고, 호응만 해주는 느낌이다. #나의먹이 서평단을 신청하게 된 꿔보탄생일기를 보고 나는 울기까지 했다.
'방청객'인생을 살기위해 '#저전력모드'로 살기로 했다는 말이 너무 와닿아서.
누구도 그렇게 취급하지 않았는데 지레 자기혼자 꿔보라고 생각하는것도 공감되서.
꿔보는 (저전력모드로 살아야해서) 필요 이상의 돈과 시간과 정성을 쏟지 않습니다.
어쨌든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살아남기 위해서는..하고 물꼬를 튼 서두와 끝까지 꿔보의 역할에 충실했던 식재료 소개는 참신한 책인것 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