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미래,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지구는 멸망 위기를 맞고 있다. 끝없는 패배의 행진 속에 단 한번의 승리를 이끌어낸 지구인들은 사기가 충전해 이제 전세를 바꾸어 놓을만한 총 공세를 펼치기로 한다. 아군의 활약상을 홍보하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온 미군 공보관 빌 케이지는 최전선에 가서 홍보물을 찍어 오라는 장군의 명령에 식겁한다. 다니던 직장이 망하는 바람에 백수보단 낫겠지 싶어 택한 직업이 군인이었을뿐, 싸움이라면 질색인 그에게 전쟁터 근처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뜩했기 때문이다. 결국 장군을 협박해 어떻게 해서든 최전선에 가는 것만은 막아 보려던 그의 잔꾀는 곧바로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전장에 투입되게 시나리오로 막을 내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모른 채 전쟁터에 내린 케이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계인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이상한 것은 정신을 잃은 그 다음 그가 깨어난 곳이 바로 신병으로 차출된 그곳이라는 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어제로 돌아간 그는 죽을때마다 다시 전투에 투입되는 상황을 무한반복하게 된다. 처음엔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살려 보려 애를 쓰던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나 여성 전쟁 영웅인 리타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는걸 본 케이지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살리려 애를 쓰나 여의치 않다. 오늘도 여느때처럼 리타를 구하던 케이지는 그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내일 깨어나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데...

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내일이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놀라웠었다. 신선한 전개이지 않는가. 전쟁터에서 죽고나면 다시 어제로 리셋되는 능력이라니...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서도, 문제는 이 능력을 소유한 케이지 중령이 무뉘만 군인이지 전혀 군인다운 점이라고는 없다는 점. 해서 그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하염없이 내일이라는 무한반복속에서 죽고 살고를 되풀이 하게 된다. 다행이라면 그가 영리한데다 전투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처지라 이것저것 잴 여력이 없다는 것. 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 동료들을 구하고 외계생명체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졌었던 리타를 만나게 된 케이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이 영화를 보는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되겠다.
기대도 하고 우려도 했는데, 일단은 재밌었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의 활약이 눈부셔서, 도무지 이런 영화에 저런 설득력을 가지고 연기를 할만한 배우가 그말고 다른 누가 있을까 싶었다. 똑같은 하루를 지겹게도 반복하는 과정속에서 그가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과정들을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감탄스럽더라. 자칫 잘못하면 반복이라는 패턴에 갇혀 지루해지기 쉽상일텐데도, 하루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혈안이 된 그의 연기가 너무 진지하고 리얼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말았다. 이런 무한반복된 하루라는 소재는 오래된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에서 활용된 적이 있는데, 그 영화만큼이나 인상적으로 잘 연출했지 싶다. 특히나 무한 반복이 계속되면서, 자신을 전사로 키우는 리타에게 서서히 연정을 갖게 되는 케이지와는 달리 늘 케이지가 처음 보는 사람인 리타의 관계의 온도차가 참 재밌게 다가왔다.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마냥 리타가 한없이 사랑스러운 케이지와 달리, 저 녀석은 뭐야? 라는 표정으로 냉정하게 거리를 두려는 리타의 모습이 비교되서 말이다. 해서 처음엔 스승 같은 존재였다가 나중에는 보호하고픈 상대가 된 리타를 위해 케이지가 애를 쓰는 모습이 긴박감 넘치는 이 영화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었지 않나 한다.
둘째는 톰 크루즈와 리타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와의 캐미가 상당히 좋았다. 영화가 둘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데, 톰에게 밀리지 않는 에밀리 블런트의 모습이 매력적이기 그지 없어서 말이다. 화려한 외모에 연약하고 속물적인 여성상이 어울릴 것 같은 그녀에게서 이렇게 강인한 모습이 뿜어져 나올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꽤나 잘 어울렸다. 전투씬이 많고, 입고 있는 것이라곤 군복에 얼굴에는 검댕이 칠을 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출연한 어떤 영화속 모습보다 아름답더라. 톰 크루즈 역시 오십이 넘은 나이에 신병 연기를 한다고 해서 욕심이 과한것 아닌가 했는데, 초반을 지나고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눈에 뜨이는 것은 톰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신병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연기하는 톰의 진정성이었다. 사생활에 관한 이런 저런 소문이 들려올때마다 그에 대한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서도, 다른건 몰라도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감히 나 같은 사람이 뭐라 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었다. 오히려 궁금하더라. 그는 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는 것일까 하고. 도대체 어떤 동력이 그를 이렇게 영화판에 밀어붙이게 하는 것일까?
해서 결론은 재밌게 볼만한 영화였다는 것. 원작과 결말이 바뀐 것에 대해 아마도 원작 지지자들은 불만이 있겠지만서도, 난 오히려 원작과 결말이 달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면의 톰 크루즈를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게 뭔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