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 만점의 각본과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으로 100% 공감하면서 본 작품으로 한 편의 훌륭한 소설을 보고 난 듯한 기분이 들게하던 수작이다. 줄거리는 이혼녀 에바는 딸이 대학 갈 시기가 되자 마음이 심난해진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이제 서서히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날 것이라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파티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혼남 알버트를 만나게 된 에바는 데이트에 나서게 되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가 괜찮은 사람이란걸 알게 된다. 중년에다 날씬하다고는 할 수 없는 몸매를 가진 알버트가 그다지 매력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에바 역시 까다롭게 굴 처지가 아니긴 마찬가지. 오히려 알버트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진국이라 간만에 괜찮은 상대를 만난다는 것에 에바는 마음이 들뜬다. 에바의 직업은 마사지사, 여러 고객들을 만나면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게 되는건 그녀의 직업상 자연스러운 것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같은 파티에서 만난 고객 마리안에게 털어놓는다.에바가 뚱뚱한 남자와 사귄다는 말에 마리안은 자신의 전남편도 뚱뚱했다면서, 자신은 그를 견딜 수 없었다고 말한다. 시인인 자신의 우아하고 고상한 생활에 전남편이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면서 경멸감을 숨기지 않는 마리안, 진절머리 치는 그녀의 모습에 에바는 그녀의 남편이 정말로 끔찍한 사람이었나 보다 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문제는 마리안의 결점 투성이 전남편이 알고보니 그녀가 현재 사귀고 있는 사랑스런 알버트라는 것! 에바는 혼란에 휩싸인다. 과연 엘버트는 어떤 사람인것일까? 자신이 보는 그런 듬직하고 사랑스런 사람이 맞는 걸까? 아니면 마리안이 알고 있는 혐오스런 인물이 그인 것일까? 결혼생활이 두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한번 겪어봤던 에바는 자신의  느낌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시간이 지나면 마리안처럼 생각하게 될 것인지 두려워지게 된다. 과연 그녀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탁월한 각본에 50점, 그걸 재치있게 표현해준 배우들에게 50점, 만점을 주고 싶었던 영화였다. 중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긴 하지만, 아무래도 등장인물들의 나이가 나이다 보니 그와 더불어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력있는 답을 보여주고 있었지 않는가 한다. 멍청하지 않는 로맨스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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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섬에 살고 있던 히라야먀 부부는 자식들을 보기 위해 처음으로 동경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 동경 변두리에서 개업의를 하고 있는 장남 코이치, 미용실을 하고 있는 장녀 시게코, 그리고 언제 사람 구실 할지 알 길이 없는 막내아들 쇼지까지...장성한 아이들이 독립해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걸 보는 것만큼 부모에게 흐믓한 광경이 있을까, 히라야마 부부는 그래도 자신들이 비교적 운이 좋은 편이라고 , 그렇게 생각한다. 부모의 첫번째 동경 나들이를 하는 반기는 자식들, 하지만 하루가 지나지 않자 다들 각자의 스케줄로 부모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동경 구경 한번 시켜드리겠다고 나선 장남은 갑작스런 환자의 호출에 서둘러 불려 나가고, 둘째 딸은 가뜩이나 좁은 집에 미용실 운영과 이런 저런 일정으로 챙겨드릴 여유가 나지 않자 짜증이 난다. 교사인 아버지로부터 뭘 해도 안 될 놈으로 어렸을 때부터 찍한 막내 쇼지는 눈만 마추지면 요즘 뭘 해 먹고 사냐고 다그치듯 물어보는 아버지가 영 불편하다. 자식들 보겠다고 큰  맘먹고 나선 길이건만, 얼마되지 않아 눈칫밥 신세로 전락한 히라야마 부부는 자신의 처지가 서글퍼진다. 자식들이 살아가느라 바빠서 그럴 수 밖엔 없다는걸 어른답게 이해한다고 해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다들 제자리를 찾아 잘 살아가고 있는걸 봤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홀가분하다고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고비를 맞이하게 되는데...

일본 영화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영화보다 일본적인 색채가 두드러진 영화였다. 절제된 감정과 대사, 흐트러짐이 없이 정갈한 배경,  한편의 화보 모음 같은 영상, 조곤조곤 언성 높아지는 법 없이 상대의 감정을 추하지 않게 정리하는 그들만의 대화법, 감사하다거나, 다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아무리 바쁘고 슬퍼도 절도 있게 절하는 것만은 포기하는 법이 없는 일본인 특유의 미학을 광고하는 듯 보였으니 말이다. 일본의 문화는 이렇다고, 만약 일본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심 된다고 말이다. 아직은 끈끈한 부모 자식간의 정, 부모 자식 세대간에 존재하는 갈등을 그래도 이해하는 시선에서 바라보려 하고, 과거의 관습과 현대의 편리한 삶 속에서 그들이 지키려 하는 것과 그럼에도 흘려 보내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들이 열심히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점들은 정말 훌륭한 유산 아닌가요?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하지만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선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라는 현재의 모습을 잘 포착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거기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않은 채 현재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일본 특유의 관조적인 태도랄까, 그런 것이 반영된 듯하다. 과거 인기 있었던 작품을 현대에 와서 다시 만들은 것이라고 하던데, 그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받던 작품이라고 말이다. 보니 이해가 간다. 우리가 보기엔 한없이 심심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들에겐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은...엄하고 이해심이 부족한 남편을 다독이면서 자식들에게 헌신한, 그래서 자식이 잘 살아가는 모습에 이보다 더 다행일 순 없다고, 자신의 모든 행복이 다 실현된 듯 미소짓던 할머니의 모습 말이다. 아마 일본인들이 그리워 하는건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은 그 어머니의 사랑 아니었을런지...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궁금해졌다. 영화속 배우들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듯 보이는 극도로 절제된 연기를 펼치던데, 하나도 힘들어 보이지 않아서 놀랐던 것이다. 과연 어느것이 더 힘들까? 미국처럼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이 더 어려울까? 아니면 일본처럼 어떤 틀 안에서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더 어려울까? 분재를 보는듯하던 일본 배우들의 연기가 더 힘든 것이라면 나는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정말로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연기를 해냈으니까. 부자연스러운데도 그게 하도 흔연스러워서 자연스러운 것을 보는 듯 착각이 일어났다고나 할까.  해서 정작 보는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연기하는 당사자는 힘들어 보이지 않는, 과연 어느게 진짜일까 싶은...얼핏 보기엔 하도 리얼해서 현실과 구분이 가지 않는 미국 배우들의 연기가  훨씬 더 잘 하는 듯 보이지만서도, 어쩜 연기 하기는 일본 배우들이 더 힘든게 아닐까 싶었다. 그러니까,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틀 안에서 연기 하는 것이 더 힘들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틀은 아마도 가부끼인가 그런 전통의 영향을 받은 듯하고. 거기에 생각이 미치다보니, 과연 30년 뒤엔 일본인들은 어떤 연기를 펼치려나 궁금해진다. 그들은 그때도 여전히 이런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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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지 않은 미래, 외계 종족의 침략으로 지구는 멸망 위기를 맞고 있다. 끝없는 패배의 행진 속에 단 한번의 승리를 이끌어낸 지구인들은 사기가 충전해 이제 전세를 바꾸어 놓을만한 총 공세를 펼치기로 한다. 아군의 활약상을 홍보하기 위해 런던으로 날아온 미군 공보관 빌 케이지는 최전선에 가서 홍보물을 찍어 오라는 장군의 명령에 식겁한다. 다니던 직장이 망하는 바람에 백수보단 낫겠지 싶어 택한 직업이 군인이었을뿐, 싸움이라면 질색인 그에게 전쟁터 근처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뜩했기 때문이다. 결국 장군을 협박해 어떻게 해서든 최전선에 가는 것만은 막아 보려던 그의 잔꾀는 곧바로 이등병으로 강등되어 전장에 투입되게 시나리오로 막을 내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모른 채 전쟁터에 내린 케이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외계인에 의해 살해되고 만다. 이상한 것은 정신을 잃은 그 다음 그가 깨어난 곳이 바로 신병으로 차출된 그곳이라는 점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어제로 돌아간 그는 죽을때마다 다시 전투에 투입되는 상황을 무한반복하게 된다. 처음엔 죽어나가는 동료들을 살려 보려 애를 쓰던 그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걸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나 여성 전쟁 영웅인 리타가 자신의 눈 앞에서 죽는걸 본 케이지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살리려 애를 쓰나 여의치 않다. 오늘도 여느때처럼 리타를 구하던 케이지는 그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면서 내일 깨어나면 자신을 찾아오라는 말에 어리둥절해 하는데...

 

 

 

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내일이 무한 반복된다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때, 도대체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왔을까 놀라웠었다. 신선한 전개이지 않는가. 전쟁터에서 죽고나면 다시 어제로 리셋되는 능력이라니...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어떤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 같지만서도, 문제는 이 능력을 소유한 케이지 중령이 무뉘만 군인이지 전혀 군인다운 점이라고는 없다는 점. 해서 그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하염없이 내일이라는 무한반복속에서 죽고 살고를 되풀이 하게 된다. 다행이라면 그가 영리한데다  전투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처지라 이것저것 잴 여력이 없다는 것. 해서 그는 어떻게 해서든 동료들을 구하고 외계생명체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을 하게 된다. 그 과정속에서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졌었던 리타를 만나게 된 케이지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은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걸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이 영화를 보는 주요 관람 포인트가 되겠다.

 

기대도 하고 우려도 했는데, 일단은 재밌었다. 무엇보다 톰 크루즈의 활약이 눈부셔서, 도무지 이런 영화에 저런 설득력을 가지고 연기를 할만한 배우가 그말고 다른 누가 있을까 싶었다. 똑같은 하루를 지겹게도 반복하는 과정속에서 그가 미묘하게 다르게 반응하는 과정들을 차근차근 보여주는데, 감탄스럽더라. 자칫 잘못하면 반복이라는 패턴에 갇혀 지루해지기 쉽상일텐데도, 하루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혈안이 된 그의 연기가 너무 진지하고 리얼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고 말았다. 이런 무한반복된 하루라는 소재는 오래된 영화인 <사랑의 블랙홀>에서 활용된 적이 있는데, 그 영화만큼이나 인상적으로 잘 연출했지 싶다. 특히나 무한 반복이 계속되면서, 자신을 전사로 키우는 리타에게 서서히 연정을 갖게 되는 케이지와는 달리 늘 케이지가 처음 보는 사람인 리타의 관계의 온도차가 참 재밌게 다가왔다. 주인을 바라보는 강아지 마냥 리타가 한없이 사랑스러운 케이지와 달리, 저 녀석은 뭐야? 라는 표정으로 냉정하게 거리를 두려는 리타의 모습이 비교되서 말이다. 해서 처음엔 스승 같은 존재였다가 나중에는 보호하고픈 상대가 된 리타를 위해 케이지가 애를 쓰는 모습이 긴박감 넘치는 이 영화에 숨통을 트여주고 있었지 않나 한다.

둘째는 톰 크루즈와 리타로 나오는 에밀리 블런트와의 캐미가 상당히 좋았다. 영화가 둘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던데, 톰에게 밀리지 않는 에밀리 블런트의 모습이 매력적이기 그지 없어서 말이다. 화려한 외모에 연약하고 속물적인 여성상이 어울릴 것 같은 그녀에게서 이렇게 강인한 모습이 뿜어져 나올 줄이야. 그리고 그것이 꽤나 잘 어울렸다. 전투씬이 많고, 입고 있는 것이라곤 군복에 얼굴에는 검댕이 칠을 해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가려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출연한 어떤 영화속 모습보다 아름답더라. 톰 크루즈 역시 오십이 넘은 나이에 신병 연기를 한다고 해서 욕심이 과한것 아닌가 했는데, 초반을 지나고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눈에 뜨이는 것은 톰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그의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성장해 나가는 신병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연기하는 톰의 진정성이었다. 사생활에 관한 이런 저런 소문이 들려올때마다 그에 대한 의문이 생기긴 하지만서도, 다른건 몰라도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감히 나 같은 사람이 뭐라 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었다. 오히려 궁금하더라. 그는 왜 오늘도 이렇게 열심히 영화를 찍는 것일까 하고. 도대체 어떤 동력이 그를 이렇게 영화판에 밀어붙이게 하는 것일까? 

 

 해서 결론은 재밌게 볼만한 영화였다는 것. 원작과 결말이 바뀐 것에 대해 아마도 원작 지지자들은 불만이 있겠지만서도, 난 오히려 원작과 결말이 달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지막 장면의 톰 크루즈를 볼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게 뭔 말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관에 가서 직접 확인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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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가 길어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짧게만 언급하자면, 이 영화를 전적으로 배우가 살린 영화여요. 평범하게 묻혀버릴 수도 있었을 작품인데, 너무도 탁월하게 연기한 매튜 매커너히와 자레드 레토 때문에 그나마 이렇게 사람들의 입에 오를내릴 수 있는 영화가 되었지 않나 싶거든요. 이야기는 하층 화이트 트래쉬(white trash=백인 쓰레기)로 살아가던 론이 에이즈에 걸리면서 시작되요. 병원에선 그에게 한달 안에 죽을 것이라고 선언하지만, 론은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죠. 영화는 론이 그의 결심대로 에이즈 발병이후로 장장 7년동안 어떻게 투쟁하면서 살아갔는가를 보여줘요. 안스러운 것은 그의 궁극적인 투쟁 상대가 에이즈가 아니라 미국 관료주의였다는 사실이죠.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처구니 짝이 없는 일이지만서도, 80년대 말이었던 당시론 에이즈 환자인 론이 자신의 입장을 관철해내기가 정말 어려웠겠다 싶어요.하지만 그런 아쉬움보단 론이 투병과 투쟁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가는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에 촛점을 맞춘 것이 영화가 공감을 사는데 일조하지 않았는가 해요. 두 배우들의 연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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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부모가 자식의 인생을 어떻게 망치는지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궁금해하던 영화랍니다. 원래 연극으로 상영된 것이라고 하는데, 워낙 스토리가 진실성이 있어서 인기를 얻었나 보더라구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라는 점이 미국에선 특히나 센세이션을 일으켰었고, 연극의 인기에 힘입어 이렇게 영화로도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해요. 원작가가 각색을 했다고는 하나 원작이 극본이라 그런지, 역시나 연극적인 요소가 다분하더군요.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 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게, 연기력 없는 배우들이 읊었더라면 어색했을 연극적인 대사들이 평범하게 주고받는 지극히 현실적인 대화들로 들리게 하는데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메릴 스트립이야 말해봤자 입만 아플 것이고, 줄리아 로버츠는 그간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연기도 잘한다 싶더군요. 아카데미 주연상을 오래전에 꿰찬 배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게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닌 이런 정극에서 대배우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흔연스런 연기를 펼친다는게 놀라웠습니다. 그외 다른 배우들도 다들 제 이름값을 하는 통에, 오히려 요즘 가장 핫한 배우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작품속에서는 가장 연기를 못하는 듯 보이더군요. 미스 캐스팅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겉돈다는 느낌이었어요. 역 자체가 그런 배역이라서 더 그렇게 느꼈는가는 모르겠지만...하여간 배우들의 명불허전 연기며, 완성도 높은 각본이며, 말랑하지 않은 인생의 진실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하는 태도등이 그저 이 영화가 소문만 요란한 작품이 아니었다는걸 알게 해주었어요. 한마디로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 작품입니다. 막장 가족의 징글징글한 가족사라고 해서 보면서 저건 말도 안 되지, 저런 가족이 어디 있나? 라면서 분개하지 않을까 했는데, 정말로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막장 가족이 맞긴 한데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군요.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 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젠 하도 세상에 치이다 보니 왠만한 막장에는 놀라지 않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이 작품이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 억지로 꾸며낸 흔적이 없어서 그런가는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 모든걸 합해서 그만큼 설득력 있었다는 말이 되겠죠.


영화는 한 사내의 독백으로 시작해요. 인생이 너무 길다는 엘리엇의 시구절을 우리에게 들려주죠. 그는 아내의 약물 중독을 , 아내는 그의 알콜 중독을 봐주면서 그들의 부부 관계가 이어져 왔다고 고백을 하죠. 우리는 상대를 어디까지, 그리고 언제까지 참아낼 수 있는 것일까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참아주던 이 가족은 아버지의 기권 선언(=자살)으로 인해 균열이 가기 시작한답니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온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족들의 인내는 마침내 폭발하고 말죠. 과연, 이 가족은 멀쩡할 수 있을까요? 약물 중독에 독설가인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닌 아버지, 그런 부모가 끔찍해 일찌감치 달아난 큰 딸, 그런 부모에게서 달아나지 못해 인생이 망가져 버린 둘째 딸, 나쁜 남자에게만 끌리는 희한한 안목을 지니고도 행복하길 바라는 세째딸, 그리고 그들의 주변을 빙빙 도는 이모...이들이 아직까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중반 이후에 나올 폭탄 하나를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이후로 이 가족을 보는 눈빛이 달라질테니 말여요. 막장의 끝을 보여주시는 가족들이라서, 과연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오히려 몇 몇 장면에서는 너무도 공감이 되서 마음이 짠했네요. 누구에게나 할 것 없이 못되게 구는 엄마 메릴 스트립이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지 짐작하게 만들던 크리스마스 일화나, 이모가 자신의 아들을 그렇게 구박하는 이유를 들려줄때, 그리고 첫째 딸이 별거하고 있는 남편에게 난 결코 당신이 왜 나를 떠났는지 알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장면에서요. 이 영화가 그저 한 가족의 막장을 다룬 것이라고 폄하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보석같은 진실이 곳곳에 박혀 있기 때문일겁니다. 극적인 요소만을 위해 막장을 집어넣는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죠. 인생을 이해하고,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고뇌가 담겨져 있는 작품이니까요. 이 작품속에서 큰 딸 바바라는 재능은 있지만 그걸 포기한 작가로 나와요. 아마도 그녀가 바로 이 작품의 원작을 쓴 저자가 아닐까 추측이 되더군요. 역시나 아버지의 눈은 정확한 것이었구나 했네요. 글이 하염없이 길어지는 관계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왜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넌 나보다 행복한 줄 알아, 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불행했다는 것이 자식에게 못되게 굴때마다 당당하게 내미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걸, 이 영화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네요. 적어도 난, 그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 겠다, 다짐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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