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던 작품이지만, 오래도록 볼까 말까를 망서리면서 간만 보고 말던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됐다. 2001년에 나왔다고 하니, 거반 13년 동안이나 망서리다 보게 된 영화지 싶다. 내용은 빚에 몰려 인생이 파탄나기 일보직전인 12명의 사람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모여 자살 관광 여행을 떠나는데, 마지막에 그 사연을 전혀 모르는 아가씨가 버스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 그렇게 오랫동안 망설이다 이제서야 보게 된 이유는 그동안 일본 드라마와 영화를 꽤나 많이 본 탓에, 일본 문화와 배우들에게 낯이 익었다고나 할까? 맨처음 일본 영화를 봤을때는( 제목을 말해보자면 <안경>) 어디서 아마추어 배우들을 참 잘 썼네, 일반인이 연기를 하는데도 어쩜 저리도 연기를 잘 한다냐? 물론 약간은 어색한 점이 있긴 하지만서도, 것도 귀엽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 나오는 배우들이 대부분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연기자들인 것이렸다. 얼마나 무안하던지 말이야. 난 정말로 일부러 섬 사람들을 캐스팅해서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모양인데 했더니만, 알고보니 그게 일본풍의 연기 방식었던 모양이더라. 하여간 그런 저런 시행착오들을 몇 년 거치다 보니, 이젠 일본 배우들에게도 낯이 익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되면 이 배우 저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 이유로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기억하고 있던 일본 영화를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엔 내가 아는 어떤 배우가 나오려나 싶은 호기심과 어떤 재미가 숨어 있을까 궁금했던 것이다. 거기에 자살이라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어떤 이야기가 뻗어나갈 수 있겠는가, 그게 가장 궁금했다. 그래서 보게 된 결과는...

첫번째로는, 그간 왠만한 배우들은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대부분이 낯설었다. 여기 나오는 배우들은 이 한편만 찍고 마신 건지, 아니면 10여년의 세월동안 10여명의 배우들이 다 은퇴를 하신건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아는 배우들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실망이었다. 두번째로는 내 생각이 맞았더라. 정말로 자살을 단호하게 결정한 사람들을 모아 놓아보니 더이상 뻗어나갈 이야기가 없다는 것 말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들이 조금이라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자살과는 전혀 상관없는 아가씨가 등장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영향을 미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자살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너무도 절망적이었기 다른 수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다수의 힘에 밀려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를 줄곧 외치던 아가씨의 목소리는 바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렇담 이제 남은 것은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 11명과 그들때문에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한 한 처자의 죽음뿐인데...이건 살해가 아닌가. 자살까지는 그럭저럭 봐준다고 해도, 살해는 아니다. 그건 타인의 생명권을 짓밟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 거북한 상황에 처해지다보니, 빠져 나갈 구멍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감독이 이걸 어떻게 설득해 나가시려나 저의기 걱정이 되더니만, 알고보니 내가 걱정할 것이 아니더라. 결말에 대해 감독은 그닥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간 것 뿐...해서 이야기 자체로서도 그다지 좋은 점수를 얻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세번째로는, 이 작품 정말로 지루하다. 처음엔 그래도 괜찮은 작품인가 보네 하면서 별 셋 정도를 헤아리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별점이 깍여져 내려간다. 13년간의 기다림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반드시! 결말을 알아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더라면 나 이 영화 끝까지 보지 못했다. 심각할 정도로 재미없어서. DVD표지를 보니, 부산 영화제에서 평론가 상인가 뭔가를 받았다고 하던데, 실소하고 말았다. 줄 영화가 그렇게도 없었단 말인가 싶고, 다시 말하자면 부산 영화제가 그 당시론 그렇게 절박했었는가 싶어서 말이다. 지금은 그나마 명망있는 영화제로 거듭나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더이상은 이런 영화에 상을 줘야 할 필요가 없을테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해서 결론은 이 영화 재미 없어요. 삶이나 죽음에 대해 별다르게 알려 주는 것도 없답니다. 그저 조금은 고약한 취향의 시나리오 작가가 기발한 생각 하나를 가지로 이야기를 꾸며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남은 것은 고약하단 인상 뿐이네요. 더 좋은 영화를 발견하기를 기다려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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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5주년을 맞은 닉 던은 집에 들어가보니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알고는 당황합니다. 단지 에밀리가 사라진 것뿐만이 아니라, 집 곳곳에 남아 있는 침입자의 흔적, 닉은 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을 졸이죠.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에밀리가 모종의 범죄에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이런 저런 조사를 시작합니다. 에밀리의 신상 정보를 캐던 형사들은 5주년을 맞이하는 부부임에도 닉이 에밀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수상하게 여깁니다. 시간이 지나도 에밀리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경찰은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수색을 하기로 하죠. 장인 장모와 함께 에밀리를 돌려 달라는, 혹은 에밀리의 실종에 뭔가 아시는 분들은 정보를 달라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을 포함해서요. 경찰과 에밀리의 부모님들은 아내가 사라졌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여전히 친절하고, 더군다나 기자회견장에선 희미하게 웃고 있는 닉을 보고는 의심의 강도를 높이게 됩니다. 실종된 아내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니는 남편에서 결백을 필사적으로 주장해야 하는 남편이 되어버린 닉은 집안에 남겨진 아내의 수수께끼 카드를 보고는 식겁합니다. 해마다 결혼 기념일에 그녀가 선물로 주곤 하던 수수께끼 카드에 이상한 말이 쓰여져 있었거든요. 결정적으로 ' 아무래도 닉이 나를 죽일 것 같다' 고 쓴 에밀리의 일기를 발견하게 된 경찰은 본격젹으로 닉을 불러다놓고 시체는 어디있냐고 다그치게 되는데요, 자신은 결코 아내 살인범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닉, 과연 그의 말을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요? 닉이 아내를 죽인게 아니라면 에밀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그녀에겐 과연 무슨 일이? 아니 그보단 이 완벽의 표상 같던 이 부부에겐 그간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대체로 리뷰를 쓸때 안 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되는대로 떠드는 편이지만, 이번 영화 만큼은 최대한 스포일러를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왜냐면 나는 이 영화의 원작을 이미 본 상태로 영화를 봐서인가 작품이 조금은 심심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잘 쓴 시나리온데 말이지, 전혀 모른채 봤다면 과연 앞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하면서 흥미진진했을텐데...이미 반전을 알고 보니 그런 긴장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이, 아내가 사라지는 그날로 돌아가 에밀리가 등장해 사건을 설명하는데 나 역시도 소름이 돋더라. 거기에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 내내 지루한 줄은 모르고 봤으니 , 줄거리를 알고 봐도 지루하지 않더라는건 칭찬중의 칭찬이렸다. 오히려 좀더 길게 늘였더라고 상관없었을텐데 싶을 정도로 마지막엔 급작스럽게 끝을 맺는 듯한 기분이었다. 해서, 보고 난 결론은 굉장히 잘 만든 스릴러 물이라는 것,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잘 만들었다고 하니 한번 가서 보자는 심정으로 가 보시라는 것. 일단 믿고 말이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모두 흠잡을 일 없이 출중하고, 설득력은 빵빵하데다, 연출 역시 깔끔하게 넘어가고, 간간히 웃기기까지 한다. 스릴러 물을 보면서 웃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싶으실텐데, 정말로 그런다. 특히 닉의 변호사 역을 맡은 테일러 페리가 마지막에 하는 말엔 박장대소 할 수밖엔 없었는데, 주로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하시던 분이 어째 진지한 스릴러 물에 출연하셨는가 했던니만, 결국엔 한 웃음 주시고 가시더라. 그렇다고 연기가 어정쩡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어찌나 변호사 역이 어울리시던지, 연기자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 사실이군 했다. 하여간 주연 조연을 포함, 배우들의 연기 능력을 한 수 업그레이드 시켜준 듯했던 영화, 역시나 배우가 성공하려면 시나리오를 잘 만나야 하는가보다.  하니, 그저 믿고 보시라고, 그 말 한마디만 알고 계심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더불어 영화를 보실 분들은 원작을 읽지 말고 가시길...책은 나중에 읽어도 되니 말이다.


<다음에 쓸 추신은 스포일러성 단서가 숨겨져 있으니, 영화를 보실 생각이신 분들은 넘어 가시길...>


하여 추신--어떤 리뷰어가 이 영화를 한마디로 <나쁜 남자와 미친 여자의 만남>이라고 하던데, 일리있지 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공분을 사실지 모르는데, 내가 보기엔 어쩌면 모두에게 공평한 결론이 아니었을런지 싶다. 이 작품을 본 분들중 특히나 남성분들이 많이들 경악하시던데, 그 모습이 난 조금 통쾌하더라. 그러니까 ,우리 여자들이 영화속 싸이코패스를 보면서 얼마나 충격을 먹는지 이해가 되시겠지. 그래서 때론 이런 영화도 있어야 겠다 싶기도 하다. 경고용 정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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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 2014-10-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 읽고 있어요. 아직 몇 장 읽지 않아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중간에 책을 놓지는 않을 것 같아요. ㅎㅎ
다 읽은 다음에 영화도 볼 생각이에요.

저 네이버이웃이에요. 호호

이네사 2014-10-16 19:2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한번 잡기 시작하셨음 마지막 페이지를 읽기 전까진 내려놓기 어려울 거여요.
궁금하잖아요? 그죠? 이 여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 진짜 남편은 결백한거야? 라면서 계속 보게 되니 말여요.
안타깝구만요.ㅋㅋㅋ 지금 읽고 계심 영화 보실때 정도되도 기억이 생생하실텐데...
전 작년엔가 읽어서 대충 반전만 알고 봤는데도, 재미가 반감되는 느낌이더라구요.
하~~몰랐으면 더 재밌었을텐데 하면서 아쉬워 했네요.
영화 책보다 재밌습니다. 물론 책도 재밌었지만서도, 잘 만든 영화이니 나중에 꼭 보셔요.

참, 지우님이라고 말씀 안 하셨음 누군가 한참 머릴 굴리고 있었을 거여요.
덧글 다시는 이웃님들은 이름을 말하지 않으셔도 알아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하여간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

헐리웃에서 성공적인 일가를 이뤄낸 바이스 가족들을 중심으로 이상한 나라의 헐리웃을 들여다 보고 있던 영화다. 카리스마 넘치는 심리 상담사이자 성공 카운셀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아버지 샌포드, 출연한 시트콤의 성공으로 국민 남동생으로 불릴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벤지,  아홉살때부터 약물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아들을 건사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는 엄마 크리스틴, 그들의 성공은 일면 난공불락으로 보인다. 샌포드의 고객으로 어릴적 의부에게 당한 성추행을 상담받고 있는 여배우 하바나는 자신보다 더 아름답고 유명했던 죽은 엄마의 환영에 남모르게 시달린다. 거기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그녀를 찾는 감독이 줄어들자 그녀의 불안은 극에 달해 어떻게 해서든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다. 다들 확실하게 정상은 아니지만, 헐리웃이기 때문에, 헐리웃이라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 곳에 <나는 나쁜 베이비 시터였다.> 는 후드 티를 입는 여자가 찾아온다. 어쩌다 여기에 오게 되었냐는 말에 가족을 찾으러 왔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름은 아가사,  예쁘장한 얼굴에 군데 군데 얽은 화상 자국으로 호기심과 두려움을 갖게 하는 그녀는 어쩌다 화상을 입었으며, 그녀가 찾아 간다는 가족은 어디 있는 것일까? 그들이 진짜로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감독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작품답게 초반부터 정신없이 몰아치는데 당해낼 장사가 없어 보이던 영화다. 분명 칼이나 총이 메인으로 등장하지 않는 영화임에도, 그런 것들이 실제로 날라다니는 영화보다 살벌하다. 선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입에서 튀어 나오는 말들이 어찌나 과격하던지 공포물도 아니고 스릴러물도 아니며 피가 난자한 영화도 아닌데 보는 내내 쫄아서 봤다니까. (엄마야, 나 이사람들 무서워 하면서 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이 등장했을때가 떠오르면서, 어떻게 블랙 코미디를 보면서 관객을 벌벌 떨게 하는지 감탄스러울 지경이었다. 배우들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총알처럼 날라다니고, 칼날처럼 허공을 가르는데,  저리도 끔찍한 말을 눈썹 까딱하지 않고 흔연스럽게 해댈까 가히 궁금해지더라. 아름답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 입에서 우리 주변에서는 흔하게 보기 힘든 , 아니 대부분의 드라마나 영화속에서도 목격하기 힘든,  격이 다른 대화를 보게 해준다는 것이 이 영화만의 강점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이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가를 검색한 것이었으니, 그 파괴력과 통찰력에 대해선 짐작이 되실 것이라 본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뭐라 해야 할까? 이상한 나라의 헐리웃을 고발했다고 할 수 있으려나?  아니면 광기와 약물과 가식과 불안에 절을대로 절은 헐리웃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떤 것이든 헐리웃의 진면목이 이런 것이었나 라면서 눈이 튀어나오는 경험을 한 것은 틀림없다. 인기 스타라는 가면 뒤에 감추어진 제 정신 아닌 사람들의 모습을 통렬하게 보여주던데, 어찌나 기괴하던지 추악하다는 단어는 애교겠다 싶더라. 전작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던 감독은 과거의 작품은 이걸 찍기 위한 연습이었어! 라는 듯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고,  시나리오는 그야말로 명불허전인데다, 거기에 더해 배우들의 연기 역시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특히나 불안에 떠는 한물간 스타를 연기하던 줄리엣 무어는 이 영화로 칸느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탔다고 하던데, 당연하다 했다. 연기력이야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배우라, 연기를 떠나 말해 보자면, 이런 역을 해보겠다고 나섰다는 자체로 상을 주어야 한다. 역 자체가 어려운 역이라서 말이다. 신경질적이고, 이기적인데다 , 유아적이고 얄팍한 자아를 가진 여배우 하바나라는 역을 연기하면서 매 장면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하도 자연스러워서 그녀의 실제 성격을 의심하고플 정도였다. 그외 주목해야 할 배우는 미스테리한 소녀 역을 연기한 아가사 역의 미아 와시코브스카인데, 정말 헉소리 난다. 어쩜 그렇게 천진스런 얼굴을 가지고 천연덕스럽게 맛이 간 여자 역을 똑소리나게 하던지 말이다. 경악할만한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와 늘 떠들어 대는 수다와 다를바 없다는 듯 뱉어 내는데, 연기를 참 잘하지 싶더라. 영화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고르라면, 여배우 하바나가 드디어 바라던 배역을 따내고 노래를 부르던 장면과 아가사가 샌포드의 성공학 테이프를 틀어놓고 춤을 추던 장면을 들 수 있는데,  두번째 경우는 그저 아가사가 자신의 방에서 열심히 춤을 추고 있었을 뿐인데 어찌나 기괴하고 섬뜩하던지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었다.  존재만으로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 배우는 그 점에서는 전매특허를 따놓은 듯 싶다.

해서 결론은 수작이란 것. <아메리칸 뷰티> 정도의 급이라고 하면 좋을 듯하다.두 작품 중 어느것이 더 좋냐고 물어본다면 작품성에서보면 아메리칸 뷰티가 완벽하지만,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이 영화가 한 수위란 생각이 들었다. 내년도 아카데미상에 작품상이나 각색상 정도는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던데, 그건 일단 지켜 봐야 겠지.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하여간 참신하고 독특한 영화를 보고 싶다시는 분들에게 추천. 장담하건데 지루하지 않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실거다. 막장도 정도를 넘어가면 예술일 수도 있고, 블랙 코미디도 도를 넘어가면 공포물보다 무섭다는걸 가르쳐 드리리니,  여러모로 정신 확 깨는 듯한 기분이 필요하신 분들에겐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추신> 비슷한 영화로는 <트윈 픽스>+<아메리칸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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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4-10-0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부산영화제 다녀오셨나요? 이거 정말 보고싶었는데 못봐서 정말 아쉬웠거든요. 이거 대신 본 영화가 너무 구려서 더욱 후회스러운 ㅠㅠ 리뷰 보니 개봉하면 꼭 보러가야 할 것 같네요 ㅎㅎ

이네사 2014-10-09 07:14   좋아요 0 | URL
전 이 영화 별로 기대 안 했었거든요. 그냥 줄리언 무어가 나온다길래 , 상을 받았다길래 ...해서 보게 된 영화인데,보니 알겠더라구요. 상받을만한 영화였다는 것을. 저도 다른 영화들 면면을 살펴 봤는데 제가 보기엔 이만한 영화는 없었지 않을까 싶더군요. 물론 다른 영화를 본게 아니라서 자신할 순 없지만서도요.

그런데 전 아주 흥미롭게, 그리고 신선하게 봤는데, 올해 본 영화들 중에서 최고라고 할 정도로요.
다른 분들은 안 그러신 모양이더라구요. 제가 원래 다른 사람들하고 취향이 같지 않아 평이 다른 것에 익숙하긴 한데,
그래도 이번에는 당혹스럽네요. 제 눈에는 분명 수작인데, 아니라는 분들이 더 많아서요. 그것도 자신있게...
하니 뽀님도 넘 기대하진 마시고 영화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요. 나중에 실망하시면 어쩌나 싶어서요.
 



                                                                           ★★★☆☆


장장 12년에 걸친 프로젝트라니... 완성이 된 지금 와서 생각하면 별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기간동안 벌어질 수 있는 변수들을 감안하면 어떻게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지 감독이나 제작자가 대단하다 싶다. 물론 여기에 출연한 배우들도 마찬가지고...다른 기성 배우들에겐 자신이 늙어가는 모습을 찍을 수 있어 특별한 시간이 되었겠지만, <보이후드>의 주인공역인 소년 메이슨역의 엘라 콜트레인이야말로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영화 한 편에 담는낼 수 있었으니 그에겐 각별한 의미가 있겠다 싶다. 12년동안 나오는 배역들이 변경되는 일 없이 마치 한 가족처럼 세월이 흘러가는 모습 그대로 찍은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소년 시절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밉살맞은 누나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여섯살짜리 아이의 눈에서 시작하던 영화는 대학 신입생으로  삶을 시작하는 청년 메이슨의 모습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데, 과연 그 사이 이 소년에겐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12년간의 프로젝트라는 말에 식겁해서는 굉장히 대단한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다는 것이 함정. 그러니까 12년간이란 시간이 무색하게도 그다지 많은 이야기는 담고 있지 않았다. 페트리샤 아퀘트로 분한 엄마가 마지막에 자신의 인생엔 뭔가 더 있을 줄 알았다고 눈물을 흘린던데, 그 말이 그렇게 공감이 갈 수 없더라. 한편으로는 그녀의 나이 즈음에는 보통 그렇게 느낄만하단 생각이 들어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그렇다는 뜻. 이보단 더 재밌는 뭔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냥 평범하게 끝이 났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보이후드란 제목에 걸맞게 딱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서도--그러니까 관객들에게 어필하게 위해 드라마틱한 조미료를 가감하지 않았다는 뜻--다른 한편으로는 참으로 심심하게 12년이 채워지는구나 싶더라. 소년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감독 입장에선 이미 어른이니까, 다른 무언가를 채워 넣을 수 충분히 있었을텐데 왜 안 그랬는지 모르겠다. 창작력이 고갈되어서 그런건지 감독 역시 더이상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할지 감을 못잡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영화가 내내 심심하고 고리타분하게 흘러간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심지어는 이혼한 후 엄마가 만난 두 남편이 다 개자식이여서 그들과의 갈등이 대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어쩜 이 영화가 심심해진 이유는 엄마의 결혼 실패탓이 크겠다 싶다. 만나는 남자마다 보는 눈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운이 없었던 건지 이상한 남자만 만나 살던 엄마. 덕분에 죽어라하고 열심히 산 건 맞는데도 그녀의 인생이 잘 풀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랑이 부재한 집에 홀로 남겨져 울고 있는 그녀를 보니 그런 생각이 더 짙게 들더라. 고생스럽게 아이들을 길러낸 점을 생각하면 딱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세상살이라는 것이 드라마처럼 갑자기 좋은 사람이 나타나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거의 드무니 말이다. 현실이 그렇다는걸 감안하면, 영화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감독을 몰아붙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게 우리네 일상이고 인생이라면 그렇지 라면서 받아 들이는 수밖엔...

결론적으로 한 소년의 성장기, 밋밋하고 심심하다. 일단 주인공이 소년이 그다지 매력이 없어. 어릴적 그렇게 귀여웠던 아이가 왜 저렇게 밖엔 크지 못했을까 싶게, 소년은 별 매력없는 어른으로 성장한다. 한 눈에도 자신없는 걸음걸이에 등을 굽히고 어정쩡하게 걷던데, 설정인지 아니면 배우 자신이 그렇게 걸어다니는가는 모르겠으나, 김C의 어린 버전 같아서 별로더라. 청년이라면 그보단 패기 넘치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보기 좋을텐데 말이다. 12년이라는 이슈 자체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영화 자체로는 그다지 재밌지 않았다. 무엇이건 빨리 결정내리고 빨리 승부를 보는 내 성격상 그 세월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한가지 일을 붙들고 있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지만서도, 작품성은 시간의 길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12년이 충분히 길수도 있다는걸 알게 되었는데, 그건 이 작품속에서 쭉 그 시간들을 지켜 보고 있으려니 충분히 길어서 말이다. 지루해질만큼. 이렇게 보면, 과연 이 영화가 한 아이의 성장하는 모습을 찍어냈다는 외에 어떤 다른 의미가 있을까 싶다. 아이가 이런 저런 시련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보시는 분들에 따라선 굉장히 감동을 받을 수있을지 모르는데, 이미 나는 어른이 되어서 인가 내겐 별로 크게 안 와닿았다. 다만, 이렇게 힘들게 크는데도 한번의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는게 그렇게 어렵다니, 라는 자괴감이 살짝 들긴 했지만서도.  하니 ,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내진  뭘 원하는가에 따라 보실건지 마실건지를 결정하시면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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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은 뒤 20년, 사라는 가족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 소문의 진위를 알아보기로 한다. 그건 바로 사라가 아버지를 전혀 닮지 않았다는 농담에 대한 것. 도대체 어떤 가족이길래 그런 끔찍한 농담을 함부로 하나 싶겠지만서도, 사라의 엄마를 아는 사람이라면 설마! 와 역시~~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신빙성 높은 이야기였다. 다만 정작 당사자인 사라는 어린 시절 엄마를 잃었기에 어느것이 진실인지 파악할 수 없었던 것일 뿐. 해서 어른이 되고 커리어면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사라는 드디어 용기를 내서 자신이 늘 궁금해하던 문제에 정면 돌파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과연 그녀는 아버지의 친딸이 맞을까. 그런 소문을 무성하게 뿌리고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린 그녀의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사라는 엄마가 죽기전 엄마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자신이 궁금했던 점을 물어 보기로 한다. 그녀가 그녀의 후손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 것인가.

끔찍한 농담이 사실로 밝혀지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의문에 최대한 정직하고 비교적 우아하게 답을 내놓고 있던 감독의 자전적 다큐다. 처음엔 놀랍도록 용기있는 한 여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보단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나름 성실하게 그려내고 있던 작품이 아니었는가 싶더라. 아니 왜 이런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라고 보는 내내 꺼림칙하더니만,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문이 풀렸으니 말이다. 과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키운 정이냐 핏줄이냐를 저울질 하면서 정답은 단 하나라고 못박아 대답하길 좋아하지만서도, 어쩌면 거기에 대한 답은 모든 경우에 따라 다 다른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작품속엔 자신만의 답을 내어놓은 딸이 있고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 무자비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답할 것 같은 작가가, 자신의 부모에 대한 남부끄러운 사생활을 끄집어 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서, 최대한 보기 좋게,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을 그려내준 점이 참 대단하다 싶다. 부모이기에 이해는 하려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으로써의 객관적인 시선 역시 견고하게 유지하는걸 보면서 말이다. 감추고 싶은 내 가족의 치부와 모든걸 테이블에 올려내어 보여줘야 하는 감독으로써의 시각을 비교적 충돌없이 잘 엮어냈지 싶다. 가장 재밌고 흥미로웠던 것은, 엄마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인터뷰 하면서도 교묘하게 자신은 어떻게 엄마를 생각하고 있는지 드러내지 않던 감독이 맨 마지막에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어찌나 깜찍하던지...박장대소 하고 말았다. 지인과 친척들이 고인이라는 이유로, 점잖은 성품이라서, 남은 것이 그녀뿐이라서, 엄마이기 때문에, 같은 여자 입장에서, 그리고 내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등 기타 감상적인 이유를 달아 엄마에게 하고픈 말을 못하는 것 같던데, 카메라 뒤에서 아무 코멘트 없이 조용이 듣던 감독이 실은 그녀만의 통찰력으로 엄마를 파악하고 있었더라니...아무도 그녀에게 묻지 않던 엄마는 어떤 사람인가요? 라는 질문에 스스로 묻고 답하는 듯했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엉큼한 점에 있어선 모전여전이지 싶더라. 생전에 거칠것 없이 기세등등하게 사셨을 듯한 엄마도 어쩌면 딸에게만큼은 당해내지 못하셨을지도. 하여간 감독의 작가로써의 역량을 짐작하게 하던 탁월한 피날레던데, 그 장면 때문에라도 난 그녀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듯 싶다. 그녀가 이젠 후손에게 자랑스럽게 들려줄 자신만의 훌륭한 전설을 만들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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