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의 입학 사정관으로 16년째 일해온 포샤는 대학에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학부형과 학생들의 절박함이 딱히 공감가지 않는 싱글 여성입니다. 같은 대학의 영문과 교수와 10여년 넘게 동거를 하고 있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는 " 거의" 가족 같은 관계야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입학 처장이 은퇴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포샤는 차기 입학 처장이 되기 위해 돋보이는 실적을 쌓기로 결심합니다. 그것이 다른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무명 신생 고등학교로 그녀가 찾아간 이유죠. 그 학교 선생인 존은 이번에 자신의 학교에서 첫번째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다면서 한 명의 학생을 주목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가 바로 제레미야죠. 잡화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둔 그는 독학으로 공부한 내공이 엄청난 학생이었습니다. 그와 몇 마디를 나눠본 뒤 포샤는 제레미야가 인상적이긴 하지만 프린스턴의 재목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레미야의 잠재력을 확신한 존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죠. 포샤는 헛수고 하는 셈치고 지원 서류를 보내 달라고 하고, 그걸 본 순간 다시금 자신의 생각이 옳았다는걸 알게 됩니다. 제레미야의 내신이 엉망이었기 때문이죠. SAT를 거의 만점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것만으로 프린스턴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았으니까요. 그때 존은 포샤에게 폭탄 하나를 터뜨리고 갑니다. 제레미야가 바로 그녀의 아들이라는 것이었죠.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화를 내던 포샤는 존이 가져온 제레미야의 출생증명서를 보고 망연자실하고 맙니다. 자신이 대학 시절 낳아서 입양 보낸 그 아이가 분명했기 때문이죠. 한순간에 입학 사정관에서 학부모가 되어 버린 포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간절하게 원하는 프린스턴의 입학을 허락받을 수 있을까요? 존이 선물로 준 <세계 최고의 엄마>라는 적은 트로피를 쓰다듬으면서 포샤는 한가지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두 주인공, 티나 페이와  폴 러드때문에 본 영화였는데, 두 배우의 이름값을 하던 괜찮은 작품이었다.  인간적인 주제엔 마음이 쏠렸고, 코미디 물임에도 작위적이거나 강요하는 웃음이 아닌 공감가는 상황과 대사로 웃게 만든다는 점도 돋보인다. 이런걸 두고 어깨에 힘을 빼고 연출을 한다고 하는 것이겠지.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이해 되면 웃던가라는 가벼운 뉘앙스가 자신감 있어 보여 좋더라. 현실을 바라보는 지나치게 맹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나가지도 않은 균형잡힌 감독의 시선도 마음에 들었는데, 한쪽에만 치우친 일방적인 견해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 입장을 들려준다는 것도 호감이 간다. 덕분에 대학 입학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짧은 시간안에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이상을 지향하는 흑백식의 지루한 토론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사정이 담긴 이야기들이라서 더 공감이 갔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을 들라하면 주인공 포샤의 심경 변화에 따른 그녀의 행동 변화를 보는 것이었다. 한점의 헛틈도 보이지 않는, 바늘에 찔려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그녀가 말랑말랑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무척 즐거워서 말이다. 처음엔 여자이면서도 아이라면 근처에 가지도 않는 그녀가 당최 이해되지 않더니만, 나중에 자신의 아들을 입양 보낸 아픔이 있다는걸 알고나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 자신의 아이가 어디에서 어떻게 크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남의 아이를 귀엽다고 안고 쓰다듬어 주겠는가? 해서 나중에 찾은 아들 때문에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모성애를 발견해가는 포샤의 모습은 짠하면서도 귀엽기 그지 없었다. 인간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특히나 제레미야가 쓴 성장 에세이를 읽으면서 포샤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너무도 그럴듯해서 나도 울컥했다. 어떻게 그런 장면들을 생각해내고 연기를 하는지,  몇 컷 되지 않음에도 포샤의 아픔과 그리움, 미안함과 대견함등을 순식간에 보여줘서 놀랐다. 코미디물에서 절제미를 논한다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어쩌면 절제미라는 것은 진실의 다른 말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은 시간안에 모든 것을 표현하더라. 어찌나 설득력 있던지, 그 다음에 오는 포샤의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을 정도. 자연스런 상황 전개란 것은 바로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지 싶다.

 

어떻게 보면 그냥 가볍게 볼만한 코미디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닌데, 자세히 보면 그보단 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 웃기는 듯 싶다가도 진지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티나 페이도 그렇고, 폴 러드도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 둘이 이 영화에 출연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더라. 두 배우들에게 실망하지 않아서 무척 다행이었다. 망작이면 어쩌나 불안했었는데 말이다. 그나저나 영화를 보면서 이건 원작이 있을 것 같은데 싶더니만, 역시 그렇단다. 나중에라도 챙겨볼 생각이다. 영화가 딱 내 취향의 작품이라, 아마도 책도 그렇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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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9살 텐진은 못마땅한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난생처음 보는 아버지는 무뚝뚝하기 그지없고, 도시에서 살던 그에게 이제 보이는 것이라곤 지평선까지 펼쳐진 너른 초원뿐이니까요.  어른이라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급격한 변화인데, 혈육라고는 하나 남이나 다를바 없는 아버지와 함께 남겨진 그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런 텐진의 막막함을 헤아리지 못한 아버지는 초원에서의 생존은 강인함에 달렸다며 그가 알아서 적응하도록 방치합니다. 텐진은 초원에서 의사 노릇을 하겠다고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하루 하루를 버텨 보려 애쓰는 그에게 현실은 여전히 퍽퍽하죠. 음식은 맛없지, 양치기는 어렵지, 아버지는 자기 마음대로지, 또래 아이들은 도시에서 온 아이라면서 왕따시키지...재미라곤 하나도 없다고 외치는 그에게 어디선가 황금색 개가 나타나 그를 곰으로부터 지켜줍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횡하니 사라진 황금색 개...텐진은 한순간에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립니다. 그것이 마지막일줄 알았던 황금색 개와의 만남은 양치기 개들과의 영역싸움에서 황금색 개가 다침으로써 이어지게 됩니다. 정성들여 간호를 한 텐진은 황금색 개의 신뢰를 얻게 되고, 그 개에게 도제라는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도제 덕분에 텐진에게도 초원 생활의 황금기가 찾아온 거죠. 도제와 초원을 누비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중, 텐진은 도제에게서 이상한 버릇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가 종종 어디론가 사라져 한참만에 나타난다는 것이었죠. 처음엔 떠돌이 개라서 그런 것이려니 하던 텐진은 초원 주변에 악마라고 불리는 살인 동물이 출몰한다는 소문을 듣게 됩니다. 어른들은 그 괴물의 정체가 도제일거라 확신을 하고, 이제 그를 죽이겠다고 나서는데요, 과연 도제는 그들이 말하는 살인 괴물이 맞는 것일까요? 도제가 사람을 해칠리 없다고 강력하게 믿는 텐진은 과연 어른들에게 그것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리뷰가 길어져봤자 읽기만 지루함으로, 대충 내가 느낀 점들만 추려 보자면...

1.일단 요즘 애니 수준을 상상하시고 들어가신다면 실망하실 겁니다. 일본 애니 필이 충만하긴 한데, 지난 10년간 축적된 일본 애니의 기술력을 수혜받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우리가 말하는 대화체로 풀어 설명해 본다면 약간 후졌어요. 정리를 해보자면 <프란다스의 개>-- <코난> --<초원의 왕 도제>-- <늑대 아이>의 순 정도? 엉성하게 나마 이야기의 집중력을 잃지 않고 풀어나갔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그게 다라는 것. 요즘의 애니를 만들어내는 수준을 생각하면 디테일에 있어서 한참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어요. 티벳의 설화를 바탕으로 애니를 만들은 것 같은데, 소재의 고갈을 그런 식으로 메우려 한 것은 잘 했지 싶습니다. 다소 미심쩍던 부분은 여기에 나오는 몽고인들은 왠지 진짜 몽고인들 같지 않더라는 점. 아마도 진짜 몽고인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 우리가 저렇다고?" 라면서 반문할지도 모르겠어요. 일본인들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몽고인들이라는 느낌? 오래전 미국 드라마에서 서울이라면서 사람들은 아오자이에 고깔 모자를 쓰고 인력거가 다니는 장면이 나와서 실소한 적이 있었는데, 이 영화도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본인들은 타민족을 자기 민족인양 잘도 그려낸 전통이 있었지 싶긴 하네요. < 빨간 머리의 앤>이나 <붉은 돼지>가 일본 애니라는 소리에 놀란 기억이 있으니까요. 하긴 실사도 아니고 상상력으로 그려내는데, 약간의 현실성 없음이 뭐 그리 문제가 되겠나요. 하여간 치명적이라고 할만한 단점은 아니었으니 넘어가기로 하고...

2. 이 영화,  전체 관람가로 판정이 나서 시사회장에 젖먹이 아기까지 안고 들어오는 어머니도 계시던데, 그건 둘 다 아니지 싶어요.  등장인물들의 대화에만 나오긴 하지만 살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잔인하게 괴물에게 살해 당하는 장면도 있고...아직 어린 아이가 감당할만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보는 나조차도 섬뜩했으니 말여요. 적어도 7세 이상 관람가로 정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데 이건 관계청에서 알아서 하기 이전에 부모님들이 먼저 체크하고 들어가심 좋을 것 같아요. 진짜로 이 영화는 7세 이하에겐 무리거든요. 개가 나온다고 해서 프란다스의 개처럼 온화한 이야기가 아니니 새겨 들으시길...

3. 말을 하는 것이 주로 인간이라, 영화는 인간의 입장에서 서술되지만, 내가 흥미롭게 본 것은 도제의 입장에서 바라본 상황이었어요. 그가 어떻게 텐진이 살고 있는 초원에 굴러 들어왔으며, 거기에 정착을 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찾았음에도 왜 수상스럽게 굴게 되었는지 대한 것들. 처음에는 떠돌이 개가 우연히 텐진을 구한 것이라만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그 개는 그런 개였고, 자신의 본분은 언제나 다 하고 있었다는걸 알게 되는 과정들이요. 우리가 누군가를 파악할때는 간간히 본 것만으로 전부를 헤아리게 되잖아요?  이 영화속의 도제처럼, 그를 다 알게 되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을 다 들어본 다음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런지요. 도제의 그런 면이 나에겐 조금은 감동이었네요.

4. 이렇게 딱히 크게 칭찬할만한 구석이 없음에도, 재밌게는 봤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아직도 아이들과 정신연령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싱글거리면서 보는데 전혀 무리가 없더라구요. 특히나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에선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감정잡고 있는데, 함께 관람한 꼬마들이 안돼~~~하고 단체로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웃고 말았어요. 아이들은 울고 어른들은 그게 귀여워서 웃는 참으로 이상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그게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볼때의 좋은 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말도 안되게 어린 아이들을 끌고 와서는 관람 분위기를 왕창 망치는 몰지각한 어른들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도 내내 기분이 불쾌했는데, 그나마 그 기분을 날려 버릴만한 에피소드였어요.

5. 그래서 결론은? 초등학교 아이들이 보기엔 괜찮지만, 어른들이 본다면 싱겁다고 하시지 않을까 싶다는거. 중국과 일본 합작으로 만든듯 하던데, 합작한거 치고 이 정도면 잘 나온 편이죠. 특히나 도제의 위용스런 자태는 모두를 압도하고도 남아서, 실제 도제의 모델 견이라는 견공을 시사회 전에 보고는 조금은 실소를 했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정말 도제같은 황금색 개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굉장히 인기를 끌 것 같은데 말이죠.  이 영화를 보고나선 나에게도 의문이 하나 생겼는데, 난 왜 개가 죽은 장면만 나오면 눈물이 나오는 걸까요.  다른 동물이 죽는것에는 눈물까지 흘려본 기억이 없는데, <프란다스의 개>이어 이 영화까지...영낙없네요. 아마도 내 어린 시절에 나도 모르는 트라우마가 있는가 봐요. 누가 이런걸 연구하는 사람 없으려나요? 흥미로운 주제일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 웃음을 담당하고 있는 귀요미. 다들 도제만 좋아하는게 아니라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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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생을 알콜중독자에 무능한 가장으로 살아온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향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날려대는 엄마, 사이 좋은 부부라고 하기 힘든 둘을 부모로 둔 데이빗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깁니다.  아버지 우즈가  복권에 당첨이 되었다면서 그걸 받으러 직접 네브라스카까지 가겠다고 나선 것이죠. 소위 '행운의 편지' 같은 사기성 농후한 편지 한장에 당첨되었다고 좋아하는 우즈를 본 데이빗은 어이가 없습니다. 알콜중독자에 무능했던 것은 그렇다쳐도 그 나이에 되어서도 세상 물정을 그리 모른다는건 절망스런 일이니까요. 당연히 가족들은 한 목소리로 반대합니다. 문젠 평생 남이 한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담는다고 해도 믿는 이 양반이 고집을 부려댄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를 네브라스카까지 태워다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이자, 우즈는 걸어서라도 가겠다며 가출을 합니다. 결국 친절한 경찰관에 의해 고속도로에서 붙들려온 아버지를 본 데이빗의 마음은 착찹합니다. 딱히 잘해준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아버지가 아버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아무리 황당한 소원이라고 한들, 늙은 아비가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걸 외면하기란 쉽지 않는 법이죠. 아버지의 굳은 결심이 도통 꺽일 것 같지 않자, 데이빗은 하는 수 없이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형과 어머니의 지청구를 뒤로 한 채 떠난 여행, 처음부터 불안하던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요? 아버지가 당첨되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는 백만 달러는 받을 수 있을까요? 삐걱대던 둘의 여정은 우즈가 다치는 바람에 목적지를 바꾸게 됩니다. 중간지인 아버지의 고향으로 가게 된 것이죠. 고향에 가는걸 마뜩찮아 하던 우즈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자 자신이 복권에 당첨됐다고 떠들어 댑니다. 자신의 한마디가 어떤 상황을 몰고 올지 전혀 짐작하지 못한채로요. 우즈가 타향살이 4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늙은이가 아니라  백만달러 상금을 손에 넣을 복권 당첨자라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고향 사람들의 반응은 현저하게 달라집니다. 영낙했음을 감출 길 없던 가난한 마을에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고, 그 소동을 겪으면서 데이빗은 아버지가 떠나온 고향이란 곳에 대해, 평화롭고 목가적으로만 보이는 그곳의 실체를 제대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데요....

 

올해 아카데미상 몇몇 부분에 후보로 올랐기에 호기심에 보게 된 영화다. 볼때는 그냥 괜찮네 하는 정도였는데, 보고 나서 오히려 몇몇 장면들이 생각나면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그러니까, 생각할 거릴 던져주고,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처음에 괜찮네 했던 것은 내가 별로 알고 싶어하지 않는,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고, 보고난 다음에도 생각이 나는 것은 그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진실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정하게 되어서겠지. 얼핏 보면 노망난 노인네가 돈에 환장을 해서 사단이 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따지고 들어가보면 복잡한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던 영화였지 않는가 한다. 우린 상대를 얼마나 얄팍하게 재단하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상대에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가변적으로 변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부모가 40여년전 등진 그들의 고향을 둘러 보면서,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부모의 진짜 모습을 서서히 포괄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데이빗의 심경 변화가 압권이다. 우드네 가족이 보는 것 만으로도 혀를 츳츳하고 차게 되는, 막장에 개판 일보 직전임에도 한 가족이라는 테두리안에서 살고 있는 것이 참으로 용타 싶었는데, 그들의 사연을 쭉 들어보니 가족들의 이야기는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깊은 속내가 있는 것이로구나, 그래서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로구나를 깨닫게 되더라. 가족간의 끈끈한 정이란게 바로 그런게 아닐런지...한국에서나 등장할 법한 진한 가족애를 다룬 이야기가 미국 영화에서도 그려진 것이 이채롭다면 이채로웠던, 그것이 내겐 새삼스럽고 특이하게 느껴졌던 영화였다. 이런걸 보면 장소가 어디건 간에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그닥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영화를 보면서 공감을 하는 것이겠지만서도...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를 적는다면...

 

1. 데이빗의 부모가 떠난 고향은 농사를 주로하는 시골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놀란 것은 미국의 시골과 한국의 시골 모습이 너무도 비슷해서였다.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느른하고 욕심 없어 보이지만, 한꺼풀 벗겨 놓고 보면 한없이 조야하고 뻔뻔하리만치 욕망에 충실하던 그들의 모습은 어찌나 닮았던지, 풍경만 다르고 사람들 사는 모습은 똑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라. 시골은 아름답고, 시골 사람들은 순박하고 천진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길. 어쩜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진심으로 그들과 부딪힌 순간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시리라. 시골은 야생 정글과 도시의 중간쯤 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서인지 도시 사람들이 시골에 가면 문화적 충격에 휩싸이기 쉽상이다. 벌거벗은 욕망과 그걸 합리화하는 그들의 마인드를 이해하기란 도통 쉽지 않으니 말이다.

 

2.  예기치 않게 한국 지명이 자주 나온다. 나 애국심하고는 담 쌓은 사람인데도, 이상하게 외국 영화에서 한국 지명만 나오면 귀가 쫑긋하게 되더라. 이 영화속에서도 우즈는 한국전에 참전한 참전 용사로 , 그리고 우즈의 큰 아들은 기아의 차를 몰고 다니는걸로 나오는데, 뒷꽁무니에 기아라고 선명하게 로고가 찍힌 차가 나오는데 은근 기분이 좋았다. 내가 아는 것이 나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한국이라는 지명을 누가 말해준다는 것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서도, 하여간 뜬금없이 찬조출연해주시는 한국지명에 급 친근감이 느껴졌다는 ...

 

3. 평생 돈이라면 관심도 없던 양반이 왜 이제와서 난리냐고, 그렇게 돈이 좋았으면 진작에 관심을 좀 갖지 라면서 우즈의 아내는 그를 타박한다. 돈을 받으면 뭘 할 생각이냐는 데이빗의 질문에 아버지는 새 트럭을 사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을 흐린다. 하지만 정작 그가 돈을 받고 싶어하는 깊은 속내는 따로 있었으니, 데이빗 조차도 지고만 그의 속내...내가 왜 데이빗이 우즈를 버리지 못하는지, 그리고 왜 그가 우즈의 망상에 동참하게 되는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결코 그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그런 끈끈함 때문이 아닐런지...

 

4. 이 영화를 보면서 부부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정말 부부 사이의 일은 부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이고, 단순히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해서 오랜 세월을 같이한 부부 사이만큼 복잡하게 얽힌 것도 없지 싶던데, 서로가 서로에게 악영향을 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은, 그래도 그나마 그들이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하더라. 알콜중독자에 루저인 아버지와 입만 열었다하면 톡톡쏘는 독설로 귀를 막고 싶게 만드는 엄마, 서로에게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두 사람이 알고보면 서로의 구원자이기도 했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하던지...인간관계의 복잡 미묘함은 정말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것인 듯...

 

현실을 기반으로한 다분히 냉소적인 톤이 두드러진 가족 영화였다.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이 결국은 냉소적으로 비춰진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아마도 그런 점에서 디즈니 식의 감동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하실지도...거기에 딱히 극적인 이야기 없이 전개되는 점도 이 영화를 그리 재밌다고 말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3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흑백 화면에, 등장 배우들의 리얼한 연기는 주제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고, 못난 아비를 그래도 아버지라고 모시고 다니는 착한 데이빗의 변해가는 시선을 따라가는 것은 꽤 극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감동적인 여운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다소 진지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보셔도 좋을 듯...유쾌하거나 명랑하진 않지만, 어쩌면 우리가 외면하고픈 진실 몇 가지를 직시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보고난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로구나 라는 것.  그것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부모일지라도 말이다. 어쩌면 자신의 부모야말로 가장 모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가 우리의 부모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그들이 부모가 된 이후의 일이니 말이다. 한번쯤은 그들의 시각에서 그들의 입장을 들여다 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이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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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출연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한다고 하니 아니 볼 수 없어 보게 된 영화. 보게 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뭘 이걸 또 이렇게 열심히 찍어, 대충 찍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먼저 보신 분이 2013년도 최고의 코미디 작이라고 일갈하시던데,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만약 이 영화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는 말이 없었다면 충분히 코미디로 볼만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실화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코미디라고 했으면 오히려 더 기분 좋게 봤을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런 기괴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정말 기발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 상상력에 그다지 환호를 해줄 생각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을테지만서도... 

그렇다. 이 영화의 최대 문제는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일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22살에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조던 벨포트는 도덕성 제로의 마인드와 거칠 것 없는 입담으로 20대에 억만장자로 등극하게 된다. 일개 트레이더에 불과하던 그가 어떻게  단시간에 사기 기업의 오너가 되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의 주인이 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는데, 코미디처럼 연출했음에도 간간히 역겨움을 감추기가 힘들 정도로 막장이더라. <브레이킹 배드>에서 익히 보아왔듯이, 불법적으로 돈을 벌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골치가 아프다는 것을 이 영화속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넘쳐나는 돈을 감추기 위해 머리에 머리를 쥐어 짜는 그들을 보려니, 도대체 왜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중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에 대한 보고서로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돈이 사람에게 미치는 파괴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한다. 거기에 이토록이나 미친 사람들에게 돈을 맡기는 선량한 사람들은 도무지 어떻게 한단 말이냐, 라는 절망감도 들더라. 아마 그들이 돈을 맡길 적에는 자신의 돈이 이런 곳에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추태 공화국이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 여자가 생각하는 천국과 남자가 생각하는 천국이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누군가는 심하게 부러워할 수도 있는 조던의 생활이 나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욕지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면 깨여있을 수도 없는 생활, 그것이 정상인지 아닌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정신 상태를 과연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자들에겐 혹시라도 그것이 천국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긴 돈으로 지랄을 하는데는 여자 남자 가리지 않으니, 여자에게 불법적인 돈이 그처럼 많이 들어온다면 다른 추태를 부리면서 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라도 다른 무언가로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살겠지. 그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 라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말이다.

하여간 보는 내내 입맛이 썼던, 보고 나서도 입 맛이 썼던 영화가 되겠다. 거기에 레오는 연기도 어쩜 이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하는지 안스러웠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를 해도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배역이 전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열심히 연기하면 연기할 수록 정나미 떨어지게 하는 캐릭터, 해서 진짜로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레오가 불쌍해 보이까지 했다. 어쩌면 레오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마음껏 주인공을 미워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거기에 3시간짜리 드라마, 중간부터 지루하다. 왜 내가 이런 막장을 3시간이나 봐야 하는데 라는 짜증이 슬슬 밀려 오는데, 아마도 그때쯤일 것이다. 왜 이렇게 열심히 찍은 거야 라는 한숨이 흘러 나오는 것은 말이다. 아무리 착한 행동도 반복되면 지루한데, 이 막장 패밀리들의 추태, 3시간은 너무 길다. 하여간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신기하고 이상해,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오를 감옥에 집어 넣은 뒤 FBI 수사관이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장면만은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정신박힌 장면이었지만서도,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사람들은 조던 벨포트의 삶에 비해 그 FBI 삶이야말로 초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뭐, 우리네의 생각이 다 다른 만큼 무엇을 좋게 보는가는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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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4-02-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짜증나고 실소가 터져나왔던 영화죠. 길긴 했지만 딱히 지루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재미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참 이상한 영화였어요. 살색이 난무하는데도 남자들이 영화보다가 자거나 영화관을 나가버리는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근데 또 마틴 스콜세지가 의도한 바라든가, 레오가 왜 이렇게 미쳐서 연기했냐에 대해서는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얄팍하게나마... 아무튼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 맞습니다. >_<

이네사 2014-02-12 10:21   좋아요 0 | URL
딱 맞는 말씀만 하시네요. 맞습니다. 이 영화가 그랬죠. 적어도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먹혔다는 점에서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싶어요.^^
 


  비행기 추락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정글에 남겨진 타잔은 마찬가지로 아들을 잃은 마운틴 고릴라 어미에게 발견되어 그들 무리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애정이 넘치는 고릴라 엄마와 함께 성장한 삼형제 고릴라 친구들까지 그에겐 없는게 없죠. 사고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타잔은 이제 정글에서 당해낼 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고릴라처럼 걷고, 고릴라처럼 말하고, 고릴라와 산다고 해도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할수 없겠죠. 어느날 정글에 놀러온 소녀 제인을 만난 타잔은 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자신이 인간이었던 한때를 기억하게 되죠. 그에게 제인은 첫사랑이자, 그가 인간임을 자각하게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둘의 짧은 만남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끝나 버리고, 제인은 자신이 과연 꿈을 꾼것인지 아니면 실체를 만난 것인지조차 헷갈려 합니다. 하지만 타잔에게 제인은 분명한 현실이었죠. 제인이 떠난 후에도 오랜동안 그녀를 그리워 하던 타잔은 어느날 제인이 일단의 사람들을 몰고 온 것을 보게 됩니다. 제인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거대 기업 사장과 비서로, 그들은 제인에게는 아프리카 동물들을 돕는다는 명목하에 7천만년전에 아프리카에 떨어진 우주 운석을 찾으려 온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어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죠. 제인을 이용해 아프리카를 훼손시키려는 거대 기업 사장과 정글의 수호자 타잔과의 대결은 이제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과연 타잔과 제인은 사장이 끌고온 군대들과 맞서 어떻게 정글을 지켜 낼까요?

어른들 중에서 타잔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본다. 아~~아아아~~~! 라는 함성과 함께 치타에 대한 농담으로 어린 시절 우린 얼마나 즐거웠던지... 난 아직도, 타잔이 지르던 비음 잔뜩 섞인 고함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니까. 위기에 몰린 타잔이 사인을 보낼때면 어디서건 지원군처럼 몰려오던 코끼리 기타등등 동물들은 얼마나 짜릿했던지...하여간 오랜 추억속에 봉인되어 있던 타잔이 다시 컴백한다는데, 아니 가볼 수 없어서 보게 된 영화...과연 어렸을 적 보았을때만큼 재밌으려는지, 어색하거나 유치하진 않으려는지 라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보고난 결론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더라는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배경이 압권이다. 먼저 보신 분들이 다른건 몰라도 아프리카를 그려낸 배경만큼은 두 손 두 발 들 것이라고 하던데, 역시나더라. 도무지 어찌나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생생하게 그려냈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했다. 독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 못지 않게 꼼꼼하고, 했다 하면 해내는 완벽주의자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영상미에서 그런 결벽증이 확인되는 듯했다. 독일 애니라고 해서 얕잡아 봤는데, 이 분들도 만만찮더라. 해서 영화 보는 내내 아프리카 풍경만 나오면, 그저 넋을 잃고 현란한 풍경에 몸을 맡길 수 밖엔 없었다. 배경 화면 만으로도 별 점수 3개는 기본으로 따고 들어가던데,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가 그저 설렁설렁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제작진이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일 완성도에서 무언가 어색한 것이 있었다면 그건 놓친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이겠다 싶었다. 재밌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는 인간들의 움직임은 로봇처럼 어색한 반면, 그보다 표현이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은 , 예를 들면 타잔이 정글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나 고릴라처럼 걷는 것, 그리고 고릴라 기타 동물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정글에서는 훨훨 날면서, 도시로 가면 굼뱅이처럼 굼띠게 걷게 되는건 도무지 뭔 조화속인지 모르겠다니까. 출연하신 배우분들이 걷는 것보다 연기를 더 잘 하신다는 뜻일까? 하여간 실감나는 정글씬 덕분에 관람하는 내내 눈호강하는 기분이었다.

둘째는 이야기가 그래도 매끄러운 편이라는 점이었다. 유치하거나 황당하거나 말이 안 되거나 하면 어쩌나 했는데, 몇 몇 오글거리는 장면과 이건 말이 안 되지 하는 장면 몇 개를 빼면 대체로 재밌었다. 타잔을 보는 어른으로써 그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진짜로 걱정을 했었었기 때문이다. 심하게 유치해서 보는 도중 나오고 싶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하니 나처럼 그런걸 걱정하시는분들이 있다면 걱정을 붙들어 매시길...

세째는 헐리우드 애니와는 다르게 주인공들 모습이 다소 투박하다...는 다른 리뷰어의 지적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건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 미국식 미모가 아니라 독일식 미모라서 그랬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제작진 입장에선 최고의 미모의 타잔과 제인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헐리웃에 비해 떨어지는 외모가 아니라...생각해보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모가 나라마다 다를 것이라는 건 당연한 것임에도, 처음 적응이 되기 전까진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렇게 못생기게 그렸지 싶어서.독일식 미모의 완성은 저렇구나 라는 생각으로 보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애니를 볼때 외국인들은 얼마나 생경함을 느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쉽게 적응이 되진 않겠지?

이렇게 저렇게 종합을 해보면, 요즘 본 애니들 중에서는 합격점을 받아도 좋을만한 작품이었다. 영상미도 좋고, 내용도 괜찮은 편에다, 가끔 진심으로 웃기고, 때론 진심으로 감동시킨다. 거기에 타잔이 정글을 누비는 그 엄청난 활력이라니...왜 그 오랜 시간이 지난뒤 이 사람들이 다시금 타잔을 꺼내 들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영화를 보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 왔는데, 곳곳에서 사내 아이들의 아~~아아아~~~아하! 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라. 아~~아이들이란...이라며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이런식으로 좋은 추억들은 대를 이어 이어지고, 전설이 되고, 대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겠지.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서 좋았던,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의 추억을 만드는 자리에 함께 해서 좋았던 관람이었다. 다만 , 등장인물들 중 치타가 빠졌다는 것은 살짝 아쉬운 점이었다. 타잔하면 제인보다는 치타인데 말이다.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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