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걸자, 란이 얇은 이불 위에 둥글게 몸을 말았다. 익숙하지 않은 병원의 우리 속에서는 편하게 자지 못했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전처에게는 이런 말도 건네본 적 없었다고 또다시 생각했다. 보통은 아내와 자식에게 할 말을고지는 지금 개들에게 한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배려심가득한 말을 하게 하려고 고지 곁에 와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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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 - 한쪽 눈만 뜨고 학교에서 살아남기 미래주니어노블 12
롭 해럴 지음, 허진 옮김 / 밝은미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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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표지와 제목, 부제 등을 보고서는 뭔가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그저 슬쩍 참고 넘어가는 기술 같은 내용들이 담긴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윙크는 상징이나 비유 등이 아니었고 어쩔 수 없이 진짜로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로스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소설이 아닌 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 본인이 겪었던 병을 주인공 로스에게 투영하였고 작가 친구의 딸이 겪었던 상황을 함께 녹여내었기 때문에 훨씬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로스가 한 쪽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름도 어려운 눈물샘 어쩌구 희귀암에 걸렸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 이제 중학생이 겪어야 하는 일로는 너무나 험난한 일이다. 그저 조용히 학교 생활을 하기를 바랐던 로스는 어쩔 수 없이 관심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그리고 그 관심은 처음엔 배려나 위로였지만 점점 참을 수 없는 형태로 이어진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이 소설은 작가 롭 해럴이 자신이 겪었던 암 치료 과정을 로스에게 그대로 투영했다. 반면 자신이 이런 일을 겪었을 때는 37살로 어느 정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나이였고 항상 곁에서 든든히 받쳐 줄 부인도 있었지만 친구 딸의 경우, 아직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했을 어려움과 "학교"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어릴수록 더 잔인해질 수 있는) 헤쳐나가야 하는 외로움이 있었다. 먼저 경험했던 선배로서 작가는 같은 병을 겪는 친구 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소설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때문에 소설은 무척 현실적이다. 나 또한 2년 전 엄마를 뇌종양으로 잃어 그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로스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과정을 읽고 있으니 저절로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로스에게 더욱 감정이입될 수밖에. 작가의 의도대로 로스에겐 가족 외에도 절친 애비도 있고 새로운 길을 알려 줄 멘토같은 어른 프랭크도 있다. 비록 학교에선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그게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응원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신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힘들 때 누군가는 힘을 내라고 말해주는 게 그렇게 싫다고 하던데, 나는 그럼에도 힘 내라고 말해주는 게 관심이 없는 것보다, 장난거리나 웃음거리, 수다거리로 삼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치료 과정 중에는 그 무엇보다 힘을 낼 필요가 있을테니. 스트레스 훌훌 털어버리고 힘 내서 완치될 수 있기를~ 아픈 모든 이들이 힘 낼 수 있기를!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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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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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만 읽으면, 영락없이 추리 소설이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고 마사 헤일을 따라 사건이 일어난 집으로 향하면 조금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여느 추리 소설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모인 남성들과 범인으로 유추되는 여인의 옷가지를 챙기러 온 여인들의 대화를 읽다 보면 조금씩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을 전면에 내세운, 전혀 다른 뜻이 담긴 소설이구나~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다. 그저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의 행동과 대사, 눈빛을 통해 우리는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어째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 내가 바로 "여성"이자 "부인"이기에 피터스 부인과 헤일 부인이 느끼는 그 "마음의 연대"를 함께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망이 거듭되면 상심하게 돼요. 말 그대로, 마음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마는 거예요."...83p

"시선이 마주쳤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반짝이며 터져 나왔다. 어떠한 연대감이 둘 사이에 생겨난 것이다."...89p


이 책은 참으로 오래 전에 나온 작품임에도,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되는 순간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떠오를 수밖에 없고 이렇게 세월이 흘렀음에도 어째서 이렇게 진전은 하나도 없는지 한탄스럽다. 작가 수잔 글래스펠은 신문 기자였다는 사실과 이 작품의 시작에는 어떤 한 사건이 있었음을, 또한 작가가 그 사건을 얼마나 열심히 다루었는지를 책의 뒷부분을 통해 확인하고 나면 이 소설이 더욱 애틋하고 마음 아파진다.


여성으로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리라 생각한다. 연대감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읽고 같은 연대감을 남성들과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쪽저쪽 편가르기는 그만하고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을까.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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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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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 출판사의 책은 이제 무조건 믿고 읽게 된다. 특히 이번에 만나게 된 두 권의 책이 훨씬 더 믿음이 가게 했다. 책의 선정에서부터 구성까지 단편이지만 한권을 통해 꼭꼭 씹어먹게 한다. 그러니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충격에 빠지고 마음이 쿵! 가라앉는다.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을 만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니 계속해서 출판사의 작품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느 개 이야기>는 마크 트웨인의 단편이다. 마크 트웨인은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통해 익히 잘 아는 작가이지만 이렇게 단편을 통해서도 당시 현실을 비판하고 이렇게 놀라운 작품을 썼는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소설은 개의 시점에서 서술된다. 어린 강아지로서 언어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던 훌륭한 엄마를 둔 이야기, 그런 엄마에게서 배운 가르침, 너무나 그리운 엄마와 헤어져 만난 주인들과 그곳에서 보냈던 ...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그리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까지.


이 어느 개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처음에는 싱긋 미소짓다가 나중에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이게 말이나 되나....싶었는데 책의 뒷장에 구성된 실화 이야기를 읽은 뒤에야 작가가 왜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는지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만약 이 책의 뒷부분에 자리잡은 다양한 이야기들까지 읽지 못했다면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불어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니 역시나 좋은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고 잃히는 것이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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