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내내 즐기는 취미 52 - 이 계절 마침 맞은 꾸미기와 선물 만들기
클레어 영스 지음, 서나연 옮김 / 니들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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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무런 취미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무언가로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취미가 자주 바뀌기도 하고 아주 조금씩 밖에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아주 오랫동안 취미를 갈고 닦아 결국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취미에 한계는 없다. 좀 더 좋은 취미를 즐기기 위해 노력할 뿐.

 

<일 년 내내 즐기는 취미 52>는 집안을 가꾸는 것과 연결된 취미이다. 처음 제목에서 유추했던 것은 '일 년 내내 즐겨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은 일 년 내내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있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1월에서부터 시작하여 3월, 4월의 부활절, 12월의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정말 다양한 취미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만드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대부분 집안을 장식하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만들기를 좋아하시는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그림은 잘 못 그려도 바느질이나 엽서 꾸미기, 공작 등은 아주 좋아했다. 학교를 다니며 바느질 전공을 했고 임신 해서는 십자수를 몇 년, 아이가 유치원 다니며 조금 한가할 때는 퀼트까지. 조그만 아이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바느질은 내게 꽤 매력적인 취미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손을 놓는 걸 보면 아주 푹~ 빠질 수 있는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처음 책을 보며 즐거웠던 이유는, 한 가지에만 매진하지 않고 다양한 취미를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게 해주니 참 좋다, 라는 생각이었다. 아이와 함께 해볼 만한 것들도 눈에 띄고 아이가 잠들고 나면 즐길 만한 취미도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깊게 들여다 보고 읽어보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바느질 종류야 내겐 익숙한 것들이라 괜찮지만 공작 종류들은 전문 도구들이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시간만 내면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정말 탐이 나고 꼭 만들어서 큰딸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막상 따라 해보려니 크라프트 종이니, 투사지니 하는 내가 잘 모르는 재료들과 함께 설명을 잘 이해할 수 없어 당황했다. 직접 따라하지 않고 읽어서 이해가 안되는 건지, 번역상의 문제인 건지... 아니면 원래 이 책이 이미 익숙한 사람들을 위주로 씌어진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재활용을 이용한 작품보다는 새로 구입해야 하는 재료들이 많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꼭 따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몇 가지는 모두 바느질을 이용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재료와 방법이라서 그런 가보다.

 

 

특히 표지에도 소개된 이 블랭킷, 무릎 덮개는 정말 마음에 든다.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재봉틀만 있으면 그냥 득득~ 박으면 되니까. 아~ 하지만 또 저렇게 예쁜 손수건이 12장이 없다. 전혀 다른 풍의 손수건을 이용하기도 좀 애매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이 무릎 덮개 방법을 활용한 쿠션 만들기이다. 예쁜 꽃무늬 손수건이 12장은 없지만 1, 2장 정도는 있으니까~^^

 

 

또 우리 둘째를 위한 강아지 쿠션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책 뒤쪽엔 이 책에 필요한 도안들을 한데 모아 페이지를 따로 구성해 놓았다. 축소해 놓은 도안은 확대가 필요하겠지만 도안이 있으니 일단 어떻게든 만들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긴긴 겨울밤 바느질을 잡으면 즐겁다. 딸이고 아빠고 엄마고 온가족이 마루에 앉아, 각자 방에 들어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데서 벗어나 각자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작년엔 딸과 함께 긴긴 목도리를 떴는데 올해는 바느질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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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보낸 하루 ㅣ 라임 틴틴 스쿨 3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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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때는 언제일까. 당연히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조선의 모습 그대로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여러 사건들이 있고 그 사건들에 영향을 받아 생활 모습이 바뀌고 그렇게 정착된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이란 아마도 조선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생각, 풍습 등이 조선 후기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여행기이기는 해도 이 책은 어엿한 역사책이다. 굳이 분류해 보자면, 조선의 생활사나 풍속사에 관한 책에 속할 것이다. 하고많은 역사책 중에서 왜 하필 생활사냐고? 크고 작은 건물, 거리 풍경, 다양한 사람들 등 220년 전 한양의 소소한 일상을 만나 본 경험이, 조선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바라볼 때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 중 위의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놓은 글인 것 같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관중이 되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조선의 곳곳을 관찰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때론 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도 하고 때론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거나 맛을 보고 듣기도 하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여행기라고 했다. 한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기는 하지만 인왕산 기슭에서부터 시작한 여정이 남촌의 경화세족의 사랑채와 안방에서 육조거리로 나와 시전과 여러 시장을 돌고 성균관을 거쳐 마포나루로 향한다. '하루'라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한양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거기에 맞는 설명과 느낌들을 나누니 여행기이다.

 

또한 정조 시대의 어느 하루를 정해 놓기는 하였으나 이곳저곳을 돌며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생활을 하는지가 신분에 따라 잘 설명되어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먹고 배설은 어떻게 하며 시장에서는 무엇을 팔고 거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어떤 옷이 유행이었는지 등등 그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다양한 지도나 그림들이 많이 곁들여져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많은 한양의 지도와 생활사 등이 그려진 그림들이 덧대여져 상상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한번에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보기도 힘들거니와 위로 아래로, 멀리서 가까이서 설명과 함께 들여다 볼 기회도 흔치 않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과거를 통해 우리를 반추해 보고 더욱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엄청난 대식가여서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장원 급제를 하고 좋은 벼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조선 시대 사람들을 보며 지금의 우리를 떠올린다. 이렇게 보니 그동안 별반 나아진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본다.

 

재미있는 역사책은 흔치 않다. 아니 사실 관심만 있으면 역사는 재미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그림, 지도 등으로 흥미를 끌 수 있고 따분한 시대적 나열이 아닌 생활사를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일단 아이들에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하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은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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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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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은 우리에게 매년 한 번씩 시상하는 각종 노벨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화학자이다. 각종 공사 등에 사용되어 편리함을 선사한 다이너마이트였지만 결국 전쟁에도 이용되고 사람들은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동생 대신 난 부고 소식에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노벨은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여 "노벨상" 제도를 만들게 된다. 노벨이 이런 잘못된 기사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류의 평화와 진보를 위한 노벨상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리스트>는 노벨의 이런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 제임스 키어는 무척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냉혹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밀애를 위해 눈폭풍이 불던 날 한 지방의 호텔에서 지낸 다음 날, 자신에 대해 잘못된 부고 소식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엔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기뻐하며 그 사실조차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 제임스 키어.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그동안 자신이 가장 잘못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키어는 이들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까. 보통은 굉장한 업적을 세운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 등을 떠올리기 쉽다. 평범하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제임스 키어라는 동명이인, 진짜 죽음을 맞이한 제임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제임스 키어는 단지 "평범한 버스 운전사였을 뿐인"(...98p) 고인의 주변인들을 만나며 자신의 인생과 어디가 다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이들에게 친절했던, 최선을 다했던 제임스 키어. 언제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항상 지지를 해주었던 제임스 키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이 이 제임스 키어에겐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었던 것이다.

 

비서 린다가 작성해 준 리스트에는 모두 다섯 사람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한 사람씩 찾아가며 때론 문전박대에 폭행까지 당하고 때론 속죄할 수 없을 만큼 흐른 시간 때문에 키어는 무척 당황한다.

 

"난 정말 구제 불능이야. 바보 천치라고.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무슨 성인이라도 되는 양 착각을 했지. ...(중략) ... 하지만 난 그저 위선자일 뿐이었어.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일을 계획한 게 아니었거든.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갈 흔적 때문이었지. 난 실패했어. 모두를 실망시켰어. 아무것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가 없어. 내 자신조차도."...244p

 

분명 처음엔 자신의 명성을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임스 키어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책을 읽는 속도감에 가슴이 졸이며 제임스 키어가 옳은 삶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게 된다. 그래야 왠지 나 또한 옳은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완벽핸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좋다. 때론 현실 속의 교훈이 항상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 프로그램에선 종종 자신의 유서를 써보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내게 시간이 얼마 없다면 난 무엇부터 변해야 할까. 무심함, 귀찮음, 표현들. 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지금 바로 변해야겠다는 교훈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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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 너를 - 화가가 사랑한 모델
이주헌 지음 / 아트북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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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자오정의 <로빙화>에서 주인공 곽운천은 자신이 가진 심성과 가치관대로 행동하려고 하지만 결국 사회의 파벌 싸움에 밀려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제자를 그자리에 둔 채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젊은 미술대학생 곽운천은 사랑하는 이, 임설분에게 편지를 보내 그동안 못 다한 사랑의 말을 전한다.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화가에게 있어 모델이란 단지 하나의 피사체가 아닌 자신이 담고 싶은 영감과 영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피사체로서의 모델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그리고, 또 그리고 싶은 이는 화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 책은 사람이라는 우주를 그린 화가들과 그 화가들의 우주가 된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그 가운데서도 '뮤즈'로 불리는, 화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모델들에 대한 책이다. "...4p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학예와 예술의 아홉 여신, '뮤즈' 후에 작가나 화가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를 일컫게 된 말이다. 자꾸 그리고 싶고 새로운 창작열을 불러일으키는 이들 존재는 결코 그 자신들의 능력에 따른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아름답거나 모두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나 자신에게만 특별한, 너무나 사랑해서 저절로 영감이 떠오르는 존재일 것이다. 많은 화가들은 그 예술적 섬세함에 따라 순탄치 않은 삶을 산 사람들이 많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다양한 여성들을 사랑한 이에서부터 파멸적인 사랑에 빠진 이들까지. 이 책은 그렇게 사랑하고 사랑해서 그림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많은 화가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1장 "이브의 정원에서"와 2장 "베아트리체의 언덕에서"로 르네상스 이후의 라파엘로와 고야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마도 시대순으로 정열이 된 듯한데 1부와 2부의 차가 크지 않아서 대부분은 미술사를 읽듯,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흔히 잘 알려진 유명한 화가에서부터 작품은 어디선가 보아 낯설지 않지만 이름은 처음 들어본 듯 낯선 화가들까지 두루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19세기에서 20세기에 이르는 화가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아 즐거웠다.

 

 

 

책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1장의 라파엘로에서부터 시작한다. 라파엘로가 그린 <라 포르나리나>(1520)의 그림 설명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그림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이들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로마의 산타 도로테아에서 제빵사 프란체스코 루티의 딸로 태어난 마르게리타는 라파엘로가 로마에서 일한 12 동안이나 함께 한 정부이다. 워낙 성욕이 강해 여러 여인들과 사랑놀이를 한 라파엘로였지만 그 오랜 시간동안 마르게리타와의 관계만은 계속 유지해 왔다고 한다. 

 

 

 화가와 모델 사이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하나로 칭송되어 왔지만 결혼을 하지 못하고 부적절한 관계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역시 신분의 차이 때문이었을 것이다. 약혼녀가 있었음에도 결혼을 미루며 마르게리타를 배려했던 라파엘로는 그가 그린 수많은 그림에 성모 마리아로, 마돈나로 그 부드럽고 자애로운 마르게리타의 표정을 그려넣었다. 그림의 표현에선 라파엘로의 마음이, 그림 속 여인의 표정이나 눈빛에선 마르게리타의 사랑을 읽을 수 있다.

 

 

19세기 화가들의 이야기 중 티소의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마치 사진을 찍어놓은 듯한 그림도 아름다웠지만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과 그녀의 아이들까지 아름답게 화폭에 담은 것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만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을 그의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듯했다. 곧이어 드리운 그녀의 병과 죽음을 앞다고 티소가 느꼈을 괴로움 또한 고스란히 그림을 통해 전해진다. 이야기가 없었다면 그림 만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을 감정들이다.

 

 

<그리다, 너를>은 내게 미술에의 관심을 끌어올렸다. 특히 19세기의 다양한 화가들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 좋아했던 클림트의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또한 그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몰랐다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그림들. 특히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그린 누드나 특이한 그림들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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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코트 ㅣ 철학하는 아이 5
짐 아일스워스 글, 바바라 매클린톡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 이마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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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습관이 있다. 신발 벗어 제자리 놓기, 치약 제대로 꼭~ 짜는 법, 물 절약, 전기 절약하는 법 등이 쌓여 가치관까지. 이런 것들은 나 스스로 쌓고 만든 것들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그들이 행동하시는 것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라 할 수 있다. 부모님, 조부모님이 물려주시는 것들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이렇게 정신적인 것, 인생을 살면서 크게 도움 되는 것들이 훨씬 많다.

 

 

<할아버지의 코트>는 할아버지가 아끼시던 코트의 순환을 통해 할아버지의 정신이 딸에게, 손자에게 전해짐과 동시에 우리 삶의 순환이나 자원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아델과 사이먼>의 익숙한 그림체와 마치 만화처럼 그림과 글이 교차하며 쉽게, 즐기며 읽을 수 있지만 사실 쉽지 않은 주제를 담은 그림책이다. 물론 그렇게 심각하게 철저히 파헤치듯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담담히 읽고 흡수되도록 하면 되지만 말이다.

 

 

할아버지가 미국에 이민 와서 재봉사가 되고 할머니를 만나 결혼할 때 할아버지는 멋진 코트 한 벌을 만들었다. 결혼식 때 입었던 그 코트를 아주 좋아한 할아버지는 그 이후로도 날마다 입고 또 입었다. 나중에는 너무 낡고 헤져서 ...

 

 

더이상 못 입을 지경이 되었다. 할아버지는 그 코트를 버리는 대신 자르고 오려서 박고 기워 재킷을 만들었고 그 재킷을 입고 또 입었다.

 

 

 

또다시 낡고 헤진 그 재킷은, 할아버지의 딸이자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엄마의 엄마가 자라고 대학생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조끼로, 넥타이로 변신했다. 다시 그 손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자랄 때, 넥타이는 수명을 다 했고 이젠 버려지는가 싶었지만 ...

 

 

생쥐 인형으로 재탄생했다. 더이상 쓸모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넥타이의 또다른 변신은 굉장히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증조 할아버지의 사랑과 함께.

 

 

 

그 생쥐마저 찢어지고 헤져서 낡을 천 조각이 되어서야... 할아버지는 증손자를 안아주며

"괜찮다, 아가. 그만하면 됐어."라고 말씀해주신다.

 

아낌없이 내어준 할아버지의 사랑에 목이 메어 온다. 여기서 끝난 것처럼 보인 헤진 천 조각은 엄마 쥐가 가져가 새끼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재탄생 하고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때까지 새끼 쥐들의 안락한 둥지가 된다.

 

요즘엔 헤질 때까지 옷을 입는 사람들도 드물다. 유행에 뒤져서 조금 맞지 않아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물건이 버려진다. 아까워 하지도 않고 버리고 새 물건을 사기 급급하다. <할아버지의 코트>를 읽으며 잠시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버렸던 많은 물건들을 생각했다. 단지 그 물건들이 다른 곳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었기를 바랄 뿐이다.

 

제대로 물건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정의내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딸에게, 손자에게, 증손자에게 물려준 이 정신처럼 일상 생활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물려줄 많은 습관들이 올바른 것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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