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노벨은 우리에게 매년 한 번씩 시상하는 각종 노벨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화학자이다. 각종 공사 등에 사용되어 편리함을 선사한 다이너마이트였지만 결국 전쟁에도 이용되고 사람들은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동생 대신 난 부고 소식에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노벨은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여 "노벨상" 제도를 만들게 된다. 노벨이 이런 잘못된 기사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류의 평화와 진보를 위한 노벨상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리스트>는 노벨의 이런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 제임스 키어는 무척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냉혹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밀애를 위해 눈폭풍이 불던 날 한 지방의 호텔에서 지낸 다음 날, 자신에 대해 잘못된 부고 소식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엔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기뻐하며 그 사실조차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 제임스 키어.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그동안 자신이 가장 잘못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키어는 이들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까. 보통은 굉장한 업적을 세운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 등을 떠올리기 쉽다. 평범하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제임스 키어라는 동명이인, 진짜 죽음을 맞이한 제임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제임스 키어는 단지 "평범한 버스 운전사였을 뿐인"(...98p) 고인의 주변인들을 만나며 자신의 인생과 어디가 다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이들에게 친절했던, 최선을 다했던 제임스 키어. 언제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항상 지지를 해주었던 제임스 키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이 이 제임스 키어에겐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었던 것이다.

 

비서 린다가 작성해 준 리스트에는 모두 다섯 사람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한 사람씩 찾아가며 때론 문전박대에 폭행까지 당하고 때론 속죄할 수 없을 만큼 흐른 시간 때문에 키어는 무척 당황한다.

 

"난 정말 구제 불능이야. 바보 천치라고.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무슨 성인이라도 되는 양 착각을 했지. ...(중략) ... 하지만 난 그저 위선자일 뿐이었어.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일을 계획한 게 아니었거든.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갈 흔적 때문이었지. 난 실패했어. 모두를 실망시켰어. 아무것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가 없어. 내 자신조차도."...244p

 

분명 처음엔 자신의 명성을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임스 키어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책을 읽는 속도감에 가슴이 졸이며 제임스 키어가 옳은 삶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게 된다. 그래야 왠지 나 또한 옳은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완벽핸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좋다. 때론 현실 속의 교훈이 항상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 프로그램에선 종종 자신의 유서를 써보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내게 시간이 얼마 없다면 난 무엇부터 변해야 할까. 무심함, 귀찮음, 표현들. 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지금 바로 변해야겠다는 교훈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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