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로 만나는 세계 문명
김일옥 지음, 배철웅 그림 / 스푼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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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부분이 아마 4대 문명일 것이다. 한국사를 공부할 때에도 그렇지만 끝까지 열공을 유지하지 못하고 앞부분만 반복의 반복, 또 반복하다 보면 뒷부분은 잘 몰라도 여러 번 반복했던 앞부분은 너무나 잘 알게 된다. 세계사도 비슷하다. 4대 문명을 지나고서는 너무나 세분화 되고 어려워지기 때문에 재미있어하고 흥미있던 부분이 줄어든다. 4대 문명만큼은 어느 정도 잘 알게 되는데, <신화로 만나는 세계 문명>을 읽고 나니 너무 지식적으로만 접근해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로 만나는 세계 문명>은 제목 그대로 세계 4대 문명에 얽힌 신화를 소개한다. 그 신화 속에는 그저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최초의 문명이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가 숨겨져 있다. 신화 속에 담기 이야기를 헤아리기가 아이들에게는 사실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신화 이야기를 통해 4대 문명을 접한다는 느낌이라면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충분할 것 같다. 


보통 우리가 아는 신화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그리스 로마 신화 정도가 다가 아닐까. 어쩌면 <신화로 만나는 세계 문명>의 신화가 굉장히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다 보면... "어, 이거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인데? 이건 내가 아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신데렐라 이야기와 콩쥐팥쥐 이야기가 닮아있듯 신기하게도 세상에서 만들어진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이야기들은 서로 닮아있기도 하다. 그런 이야기를 찾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더불어 신화 속에는 문명이, 나라가 세워진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도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


"신들은 인간이  반드시 죽는다고 말하지만, 이름을 남길 수만 있다면 그 인간은 영원히 사는 게 아닐까?"...33p

"길가메시야, 너는 어찌 인간의 운명을 한탄하느냐? 너의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낮이고 밤이고 춤추고 즐겁게 놀아라. 깨끗한 몸과 아름다운 옷으로 인생을 즐겨라. 네게 다가오는 아이를 안아주고 네 아내를 기쁘게 해 주어라. 이것만으로도 네게 주어진 모든 날들이 헛되지 않으니 삶이 충만하지 않겠느냐?"...46p


흔하게 읽을 수 있는 신화가 아니어서 무척 재미있었다. 짧아서 흠뻑 젖어들 수 있고 이미 세계사를 공부해서 4대 문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공부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책에서 신화와 4대 문명 지역을 좀더 잘 연결시켜주고 있지는 않아서 조금 아쉽다. 단군신화 속 이야기들이 의미하는 것들이 풀이되듯 각 문명의 신화에 담긴 이야기들을 풀어주거나 역사적 사실로 연결시켰다면 아이들에게 좀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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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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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역사 강좌를 듣다가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영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대, 귀족들이 최고 전성기를 누리며 자신들의 쾌락과 향락을 위해 기형적인 아이들을 마치 자신의 장식처럼 데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를 위해 납치도 이루어지고 좀 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아이들을 더 많이 변형시키고 기괴하게 만들었다고.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지만 어쩌면 비슷하게 지금도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 중 <웃는 남자>는 세 번째로 접한 작품이다. 편집본 <레 미제라블>을 시작으로 <파리의 노트르담>을 거쳐 <웃는 남자>까지 왔다. 하지만 사실 <웃는 남자>라는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 최근 뮤지컬을 통해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나 아는 지식 없이 시작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도 그렇지만 초판본 표지가 주는 즐거움이 책을 읽기 전부터 무척 즐거웠다. 


<레 미제라블>을 읽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페이지를 약 600페이지로 줄인 소설을 읽었기에(물론 600페이지도 짧진 않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했다. <파리의 노트르담> 또한 19세기에 청소년용으로 출판된 책을 번역한 530페이지짜리 책이라 서사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줄일 수밖에 없는지를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 깨달았다고 해야겠다. 파리 시내의 모습 하나하나를 묘사한 부분과 군대와 시민군의 싸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읽다 보면 빠져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왜 이 설명이 이렇게 중요한지에 대한 회의가 살짝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는 250페이지까지가 조금 힘들었다고 고백하겠다. 1000페이지 중에서 250페이지면 1/4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그윈플렌의 상황에 조금의 전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설명이 계속된다.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제 1편 바다와 밤 중 "예비 이야기"를 통해서, 버려진 그윈플렌과 이미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그윈플렌을 버린 우르카의 뒷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200페이지 정도 이어진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버려질 부분은 거의 없다. 조금 지루하다 할지라도 빅토르 위고가 설명하고 묘사하는 그 모든 이야기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소설 속 밑바닥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콤프라치코스... 자신들을 위해 아이들을 변형시킨 이 사람들의 상황이 변하면서부터 <웃는 남자>는 시작된다. 어둠에서, 밑바닥에서 조용히 누군가의 장식품이었어야 할 변형된 아이는 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다가 다시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가 욕망과 순수 속에서 갈등한다. 


밑바닥엔 그 당시 사람들, 귀족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모습 자체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웃는 남자>는 하지만 그 존재로 시대의 아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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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ㅣ 허밍버드 클래식 M 3
가스통 르루 지음, 신소영 옮김 / 허밍버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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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 때인가... 한창 명작을 빌려읽던 시기에 잠깐 스치듯 읽었던 편집본이 내가 읽은 <오페라의 유령>이다. 아마도 짧은 책으로 대강 읽었기 때문인지 전체 내용은 커녕 단편적인 이미지만 기억하고 있다. 호수 같은 곳, 어둡지만 잔잔한 물결 위 보트 같은 배 위의 검은 망토의 사나이가 긴 노를 잡고 서 있는 모습, 그 남자의 얼굴엔 가면이 씌워져 있다. 하지만 이 단편적인 이미지도 어쩌면 수많은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포스터나 수많은 원작 책의 단편적 표지들이 얽혀 내가 만든 이미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아주 오랫동안 해 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내게 숙제 같은 책이다. 


허밍버드 출판사의 허밍버드 클래식 M 시리즈는 뮤지컬과 오페라의 원작소설을 예쁜 패턴 표지로 엮어 만든 감각적 문학 시리즈이다. 보통의 유명한 뮤지컬이나 오페라 작품의 원작들은 유명세를 따라 가장 유명한 장면을 표지로 사용하는 편인데 이 클래식 M 시리즈는 매우 감각적인 표지를 내세워서 오히려 차별점을 둔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다양한 버전의 책을 소장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을 테이고 남들과 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분명한 차별점이 된다. 제법 두껍지만(496페이지) 양장도 아니고 종이도 가벼워서 곁에 두고 틈틈이 읽기 좋다. 


본격적으로... 사실 어렸을 때 읽었다는 기억만 있을 뿐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고, 뮤지컬도 본 적이 없으므로... 처음 읽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봐도 되겠다. 뮤지컬을 찾아본 적도 없어서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새로운 사건(한 남자의 죽음)에 로맨스까지 등장하니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다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보니 조금 정리가 안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이 작품의 배경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 것만 빼면, 가독성도 무척 뛰어나고 끝도 없는 사건과 로맨스, 미스테리 속에 푹 빠져 들어갔다 나올 수 있다. 


서사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힘, 공간을 이용한 장치 등을 생각한다면 뮤지컬로 대박이 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유명해서 다들 들어본 음악들이 어느 장면의 노래들인지 궁금해서 책을 읽어나가며 하나하나 찾아 듣는 노래의 재미도 쏠쏠했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도 무서울 정도로 기괴하게 태어난 아이, 그 아이가 살아남기 위해서 익힌 기술들은 그를 정점에 세우기도 하고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가 원한 건, 그저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외모로선 그런 흔한 평범은 거부된다. 그렇다고 에릭을 동정할 수만은 없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건 공간적 배경의 이미지화일 것 같다. 신기한 무대장치로 인간을 유령처럼 속이게 만든 것들이나 오페라 하우스 지하의 호수, 고문실 같은 것들, 통로에서 통로로 이어지는 미궁을 어떻게 이미지화 하느냐에 따라 지루하게도, 재미있게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리 코뮌이라는 단어를 아무것도 모른채 지나갈 수도 있었을 것을, 얼마 전에 읽은 <라 벨르 에뽀끄> 덕에 더욱 풍부한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어쨌든, 숙제 하나를 잘 끝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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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을 밝히는 사람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6
아리네 삭스 지음, 안 드 보더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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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표지부터 다릅니다. 길다란 그림책은 기존의 그림책 판형과 다른데, 그 긴 모양 안에 죽마를 탄 가로등 밝히는 사람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무척 고전적인 느낌인데 이런 느낌의 그림책이 오랫만이라 반갑네요. 하지만 귀엽고 선명한 그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오히려 이 그림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어두운 밤이 오면 "또각, 또각"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지요. 

가스등의 유리를 들어올리고 심지에 불을 밝히며 어두운 도시에 불을 밝힙니다. 


요즘 아이들은 콘센트만 누르면 딸깍 하고 켜지는 전등에 익숙할텐데, 가스등은 무엇인지 왜 켜고 다니는지 궁금해 할 거예요. 사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라 엄마도, 아빠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역사의 한 장면을 읽는 기분도 드네요. 아이와 함께 그 시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죽마를 타고 있기 때문에 높은 위치에서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즐겁거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혼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창가에 서서 자신이 보낸 편지의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가씨, 일터 나간 엄마 아빠를 밤 늦도록 기다리는어린 여자아이, 아파 항상 누워있는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과 외국에서 왔지만 아직 친구도 이 나라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아이를 잃은 노부부까지.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은 이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 합니다. 눈이 오는 어느 추운 날, 사람들은 따뜻한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을 테지만 예의 외로운 혼자 있는 이들은 더욱 추울테지요.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만 아는 이들은 이 추운 날을 어떻게 견뎌나갈까요? 


어쩌면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는 오지랖으로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특히 요즘처럼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하고 남의 일에 신경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충고나 의견이, 의도가 참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알지 못하는 사람의 편지를 따르거나 믿지도 못하겠지요.


그렇기에 이 그림책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누군가의 낯선 편지이지만 외로운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이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림책을 읽고나면 그래서 마음이 무척 따뜻해집니다. 아이도 이런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 가득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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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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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자란 파비오의 이야기를 읽는데, 내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현재의 나도. 지금 한창 자라고 있는 우리 아이들도. 진정한 성장소설이 아닐까 싶다. 전혀 다른 환경 속의 이야기지만 그 안의 내면의 생각과 걱정, 성장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더 와 닿고 파비오의 상황에 더 공감하고 더 마음 아프고 더 뿌듯해진다. 정말 오랫만에 완소 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너무 소중해서 빨리 읽어버리는 게 싫을 정도였다.


파비오는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워낙 동떨어진 동네였고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라곤 파비오네 가족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형제들 뿐이라서다. 그래도 심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10명이나 되어 서로 파비오를 차지하기 위해 바쁜 삼촌 할아버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파비오는 학교에 들어가 지금까지 자신이 즐겼던 놀이라든가 아는 지식들, 자신이 알아왔던 모든 세계가 전혀 쓸모 없었음을,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음을, 진짜 알아야 하는 세상을 이제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비록 삼촌 할아버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굳이 이런 삼촌 할아버지들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으라면 내겐 시댁을 들 수 있겠다. 애정 표현이 거침없고 빈말이 난무하며 가족들끼리의 화합을 중요시한다. 함께 있어도 별 말이 없고 말이 없어도 당연히 알아주겠거니 생각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하는 우리 가족과는 너무나 달랐다. 결혼해서 한동안은 얼마나 힘들었던지. 내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알아간다는 건 정말 너무나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파비오는 자신의 속도대로 천천히 그들의 세계로 나아간다. 비록 자신에게는 삼촌 할아버지들이 겪은 엄청난 저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간다. 


"어쩌면 세상 한가운데에서 우리 가족은 어수선하고 소란스럽기 그지 없고 미치광이들로 가득할지 모른다. 그러나 내 생각엔, 주변 세상이 존재하지 않고 외부에서 우리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만 없다면 그야말로 멋지고 놀라운 것들이 넘치는 가족일 것이다."...120


파비오에겐 너무 과도한 삼촌 할아버지들을 통제하는 할머니도, 그의 순수함을 지켜주려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엄마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사랑과 애정을 드러내는 아빠도 있었기에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가족에게 어려움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빠 곁에 머물며 책을 읽어주고 사랑을 표현하는 파비오를 보면 말이다. 


성장 소설을 읽을 때, 그 아이가 겪는 사건들과 그 아이의 변화가 주를 이루고 감동을 주게 되지만 <물이 깊은 바다>는 그런 파비오의 성장뿐만 아니라 파비오의 생각 한 줄, 한 줄 모두 보석이 되어 가슴에 박힌다. 내 아이들도 그렇게 흔들리지 않고 가슴 가득 세상을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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