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을 밝히는 사람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6
아리네 삭스 지음, 안 드 보더 그림, 최진영 옮김 / 지양어린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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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표지부터 다릅니다. 길다란 그림책은 기존의 그림책 판형과 다른데, 그 긴 모양 안에 죽마를 탄 가로등 밝히는 사람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무척 고전적인 느낌인데 이런 느낌의 그림책이 오랫만이라 반갑네요. 하지만 귀엽고 선명한 그림들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겐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오히려 이 그림책의 아름다움에 푹 빠질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어두운 밤이 오면 "또각, 또각"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이지요. 

가스등의 유리를 들어올리고 심지에 불을 밝히며 어두운 도시에 불을 밝힙니다. 


요즘 아이들은 콘센트만 누르면 딸깍 하고 켜지는 전등에 익숙할텐데, 가스등은 무엇인지 왜 켜고 다니는지 궁금해 할 거예요. 사실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우리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라 엄마도, 아빠도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역사의 한 장면을 읽는 기분도 드네요. 아이와 함께 그 시대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을 거고요.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죽마를 타고 있기 때문에 높은 위치에서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즐겁거나 행복한 가족의 모습도 보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혼자 있는 사람들도 저절로 알게 됩니다. 


창가에 서서 자신이 보낸 편지의 답장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가씨, 일터 나간 엄마 아빠를 밤 늦도록 기다리는어린 여자아이, 아파 항상 누워있는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남편과 외국에서 왔지만 아직 친구도 이 나라의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인, 아이를 잃은 노부부까지.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은 이 사람들을 보며 안타까워 합니다. 눈이 오는 어느 추운 날, 사람들은 따뜻한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을 테지만 예의 외로운 혼자 있는 이들은 더욱 추울테지요.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만 아는 이들은 이 추운 날을 어떻게 견뎌나갈까요? 


어쩌면 가로등을 밝히는 사람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는 오지랖으로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어요. 특히 요즘처럼 이기적인 사람들로 가득하고 남의 일에 신경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의 충고나 의견이, 의도가 참견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알지 못하는 사람의 편지를 따르거나 믿지도 못하겠지요.


그렇기에 이 그림책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누군가의 낯선 편지이지만 외로운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이로 만들었으니까요. 그림책을 읽고나면 그래서 마음이 무척 따뜻해집니다. 아이도 이런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 가득하길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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