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인가 역사 강좌를 듣다가 굉장히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영국이 가장 번성했던 시대, 귀족들이 최고 전성기를 누리며 자신들의 쾌락과 향락을 위해 기형적인 아이들을 마치 자신의 장식처럼 데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를 위해 납치도 이루어지고 좀 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아이들을 더 많이 변형시키고 기괴하게 만들었다고.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안되는 일이지만 어쩌면 비슷하게 지금도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빅토르 위고의 작품들 중 <웃는 남자>는 세 번째로 접한 작품이다. 편집본 <레 미제라블>을 시작으로 <파리의 노트르담>을 거쳐 <웃는 남자>까지 왔다. 하지만 사실 <웃는 남자>라는 작품이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알았다. 최근 뮤지컬을 통해 많이 알려진 작품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어떤 선입견이나 아는 지식 없이 시작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두께도 그렇지만 초판본 표지가 주는 즐거움이 책을 읽기 전부터 무척 즐거웠다. 


<레 미제라블>을 읽을 때에는 어마어마한 페이지를 약 600페이지로 줄인 소설을 읽었기에(물론 600페이지도 짧진 않지만) 그런대로 읽을 만했다. <파리의 노트르담> 또한 19세기에 청소년용으로 출판된 책을 번역한 530페이지짜리 책이라 서사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줄일 수밖에 없는지를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 깨달았다고 해야겠다. 파리 시내의 모습 하나하나를 묘사한 부분과 군대와 시민군의 싸움을 묘사하는 부분은 읽다 보면 빠져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왜 이 설명이 이렇게 중요한지에 대한 회의가 살짝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웃는 남자>는 250페이지까지가 조금 힘들었다고 고백하겠다. 1000페이지 중에서 250페이지면 1/4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그윈플렌의 상황에 조금의 전진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설명이 계속된다.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제 1편 바다와 밤 중 "예비 이야기"를 통해서, 버려진 그윈플렌과 이미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그윈플렌을 버린 우르카의 뒷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200페이지 정도 이어진다. 하지만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서 버려질 부분은 거의 없다. 조금 지루하다 할지라도 빅토르 위고가 설명하고 묘사하는 그 모든 이야기는 그가 전하고자 하는 소설 속 밑바닥 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콤프라치코스... 자신들을 위해 아이들을 변형시킨 이 사람들의 상황이 변하면서부터 <웃는 남자>는 시작된다. 어둠에서, 밑바닥에서 조용히 누군가의 장식품이었어야 할 변형된 아이는 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다가 다시 자신에 대해 알게 되었다가 욕망과 순수 속에서 갈등한다. 


밑바닥엔 그 당시 사람들, 귀족들 그리고 그 시대에 대한 비판이 깔려있다. 모습 자체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웃는 남자>는 하지만 그 존재로 시대의 아픔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