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되어줄래? - 십 대들의 관계 맺기와 감정조절을 위한 따뜻한 심리학 교실
노미애 지음 / 팜파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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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십대는 참 힘든 시기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를 정도로 누구나 인정하는 힘든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의 행동이나 언어가 어른들의 비위를 거슬리고 갈등을 일으킨다. 비단 어른들과의 관계에서만이 아니다. 그들끼리도 충돌하고 어른들이 봤을 때에는 별것 아닌 것들로 다툼과 왕따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들에게는 그 누구에게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들이다. 부모는 너무 가까이 있어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고 친구들도 각자의 문제로 고민할 때이니 누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해 줄 것인가.

 

 

<내 편이 되어줄래?>는 10대들의 관계 맺기와 감정 조절을 위한 심리학 책이다. 노미애 작가는 심리학을 공부한 교사로 그동안 많은 청소년들의 고민을 듣고 나누며 그들이 성장하도록 도왔다고 한다. 책에는 작가가 직접 상담을 해 주면서 알게 된 10대들의 고민 중 겹치는 고민들을 크게 네 파트로 나누어 아이들이 직접 자신과 비슷한 고민들을 보고 자신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파트 1은 "친구, 너는 나의 편이 맞니?"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사례와 그 사례에 적합한 충고와 조언이 뒤따른다. 우선 고민의 대상자를 제대로 이해해 주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꼬집는다. 그러고 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중요 포인트엔 좀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도록 줄도 쳐 있다. 하지만 심리학 용어들이 너무 많다. 물론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과연 이 어려운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작가가 해 주는 말을 제대로 100% 이해하는 아이들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그보다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파트 2는 "부글부글, 지금 이 감정이 너무 힘들어!"로 여러 이유로 갑자기 화가 폭발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파트 3에서는 "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요..."로 이성관계에 대한 여러 문제점을, 파트 4에서는 "나는 왜 이 집에서 태어났을까?"로 가족들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례들은 정말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대들의 진솔한 고민이다. 파트마다 사례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상담이 끝나고 나면 "관계 맺기를 위한 심리학 교실"이라는 페이지를 통해 좀 더 근본적인 청소년기에 대한 설명과 대처법을 알려주고 있다.

 

 

나는 사실 이 페이지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례들 중간 중간 거기에 맞는 책이나 사상, 일화 등을 소개하며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설명하고 있는데 오히려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이 페이지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사실 심리 상담 설명은 내가 읽기에도 좀 어렵고 반복되는 설명과 너무나 쳔편일률적인 뻔한 해답에 너무나 지루했기 때문이다. 과연 조금이라도 지루한 것을 참지 못하는 10대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어낼 수나 있을런지.

 

체육 선생님과의 문제가 있었던 학생의 사례에서는 거부감까지 들었다. 학생은 선생님의 너무한 행동에 대해 큰 충격을 받고 괴로워 하는데 말로는 이해한다고 하면서 선생님을 두둔하고 똑같은 "대인관계"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서 '~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비합리적 사고에 속합니다. '~ 해야 한다.'란 생각은 상대방에게 내 기준의 완벽을 요구하기 때문에 관계를  힘들게 합니다. '~해야 한다'가 아니라, '~할 수도 있다,'~하면 좋다'가 '합리적인 사고'랍니다."...88p

 

선생님과의 관계가 어째서 일반적인 대인관계인지, 선생님이 왜 실수할 수도 있고 실수를 하지 않으면 좋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특성 때문이라도 성실하고, 언제나 올바르려 노력해야 하며 학생들에게 본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지 못한 처사로 학생들을 괴롭게 한다면 그건 이쪽이 그쪽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안그래도 반항심으로 가득찬 아이들이 과연이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싶다. 심리학적으로 해답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빈 말처럼 '이해한다'고 하지 말고 정말로 이해하며 진실된 상담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책보다는 눈을 마주보며 직접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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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디와 폴리 : 할머니의 생신 잔치 폴디와 폴리
크리스티안 예레미스, 파비안 예레미스 지음, 유진아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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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유명한 "찾아봐" 그림책은 아마 <윌리를 찾아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희 집에도 "윌리" 시리즈 한 권, "찾아 봐 찾아 봐" 한 권이 있네요. 찾아봐 그림책은 숨은 그림 찾듯이 복잡한 그림 속에 미션 그림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작은 그림으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때론 찾다가 눈이 아프기도 하고 찾을 수가 없어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이번에 새로운 찾아봐 그림책을 만났는데 적당한 크기의 그림이라 조금 어린 아이와 함께 찾는 연습을 해도 전혀 눈이 아프지 않네요~ㅋㅋ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그냥 미로찾기나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이야기를 따라가며 미션을 해결하는데 있어요. 뒷표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처음엔 이 설명을 읽지 않고 일단 페이지부터 펼쳤더니 다른 책과 같은 찾아봐 그림책이 되더라고요.

 

 

 

첫페이지를 넘기면 인물 소개가 나와요. 책 제목이 [폴디와 폴리]인 것처럼 폴디, 청소기 로봇 고블과 폴리, 에스메랄다 숙모와 찰리 삼촌, 할머니도 소개되어 있어요. 이 부분도 허투루 읽으면 낭패에요~! 힌트가 숨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의 미션은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어요.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는 할머니를 찾아야 하죠. 할머니 곁에는 할머니가 입으시려는 옷 찾기를 도와주는 폴리와 폴디도 있어요. 그리고 에스메랄다 숙모도 찾아야지요. 모두 다 펭귄이라서 처음엔 누가 누구인지, 혹은 할머니 옷에만 집중하느라 그 옷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 보지도 않고 그저 찾는데만 급급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 없다는 사실!

 

 

자~! 첫 시작이에요! 현관문이 열리고 폴리가 우편물을 들고 있어요. 할머니와 폴디는 현관 앞에서 할머니의 줄무늬 원피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죠. 첫 번째 미션은 바로 할머니의 줄무늬 원피스인 것이지요.

 

 

오른쪽 페이지 위를 보니 에스메랄다 숙모가 할머니의 원피스를 풍선 삼아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네요~^^ 줄무늬 원피스를 찾든지, 에스메랄다 숙모를 찾든지 그것은 맘대로이지만 잊지 말 것은 천천히~ 즐기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각 장에는 할머니의 90번째 생신 파티에 입고 가실 옷을 찾는 이야기가 조금씩 미션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또한 할머니의 수많은 친척들 중 찾아야 하는 다양한 펭귄들이 두 번째 미션으로 나와있지요~

 

조금 어린 아이들과는 그냥 단순하게 누가 먼저 찾나 시합을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조금 큰 아이들과는 함께 책을 읽고 할머니를 따라가는 미션과 친척들을 찾는 미션 두 가지를 함께 진행하면 정말 재미있겠죠. 수업 온 7세 아이들과 함께 해봤는데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저보다 빨리 찾는 친구들도 있고~ 같은 펭귄이지만 조금씩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어서 같아 보여도 누구나 조금씩 다른 것이 개성이라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좋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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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즐기는 취미 52 - 이 계절 마침 맞은 꾸미기와 선물 만들기
클레어 영스 지음, 서나연 옮김 / 니들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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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무런 취미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무언가로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취미를 가지고 있다. 취미가 자주 바뀌기도 하고 아주 조금씩 밖에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아주 오랫동안 취미를 갈고 닦아 결국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취미에 한계는 없다. 좀 더 좋은 취미를 즐기기 위해 노력할 뿐.

 

<일 년 내내 즐기는 취미 52>는 집안을 가꾸는 것과 연결된 취미이다. 처음 제목에서 유추했던 것은 '일 년 내내 즐겨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책의 내용은 일 년 내내 다양한 취미를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있다.

 

 

목차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1월에서부터 시작하여 3월, 4월의 부활절, 12월의 크리스마스 장식까지 정말 다양한 취미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만드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대부분 집안을 장식하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만들기를 좋아하시는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좋다는 말을 들어서인지 그림은 잘 못 그려도 바느질이나 엽서 꾸미기, 공작 등은 아주 좋아했다. 학교를 다니며 바느질 전공을 했고 임신 해서는 십자수를 몇 년, 아이가 유치원 다니며 조금 한가할 때는 퀼트까지. 조그만 아이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바느질은 내게 꽤 매력적인 취미이다. 하지만 중간 중간 손을 놓는 걸 보면 아주 푹~ 빠질 수 있는 취미는 아닌 것 같다.

 

처음 책을 보며 즐거웠던 이유는, 한 가지에만 매진하지 않고 다양한 취미를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게 해주니 참 좋다, 라는 생각이었다. 아이와 함께 해볼 만한 것들도 눈에 띄고 아이가 잠들고 나면 즐길 만한 취미도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깊게 들여다 보고 읽어보니 조금은 실망스럽다. 바느질 종류야 내겐 익숙한 것들이라 괜찮지만 공작 종류들은 전문 도구들이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시간만 내면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는 한 번 따라해 보고 싶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정말 탐이 나고 꼭 만들어서 큰딸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막상 따라 해보려니 크라프트 종이니, 투사지니 하는 내가 잘 모르는 재료들과 함께 설명을 잘 이해할 수 없어 당황했다. 직접 따라하지 않고 읽어서 이해가 안되는 건지, 번역상의 문제인 건지... 아니면 원래 이 책이 이미 익숙한 사람들을 위주로 씌어진 건지, 잘 모르겠지만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재활용을 이용한 작품보다는 새로 구입해야 하는 재료들이 많은 것도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꼭 따라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몇 가지는 모두 바느질을 이용한 것들이다. 아무래도 내게 익숙한 재료와 방법이라서 그런 가보다.

 

 

특히 표지에도 소개된 이 블랭킷, 무릎 덮개는 정말 마음에 든다.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재봉틀만 있으면 그냥 득득~ 박으면 되니까. 아~ 하지만 또 저렇게 예쁜 손수건이 12장이 없다. 전혀 다른 풍의 손수건을 이용하기도 좀 애매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은 이 무릎 덮개 방법을 활용한 쿠션 만들기이다. 예쁜 꽃무늬 손수건이 12장은 없지만 1, 2장 정도는 있으니까~^^

 

 

또 우리 둘째를 위한 강아지 쿠션도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책 뒤쪽엔 이 책에 필요한 도안들을 한데 모아 페이지를 따로 구성해 놓았다. 축소해 놓은 도안은 확대가 필요하겠지만 도안이 있으니 일단 어떻게든 만들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긴긴 겨울밤 바느질을 잡으면 즐겁다. 딸이고 아빠고 엄마고 온가족이 마루에 앉아, 각자 방에 들어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데서 벗어나 각자 취미를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작년엔 딸과 함께 긴긴 목도리를 떴는데 올해는 바느질로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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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보낸 하루 라임 틴틴 스쿨 3
김향금 지음 / 라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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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때는 언제일까. 당연히 가장 가까운 조선시대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조선의 모습 그대로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여러 사건들이 있고 그 사건들에 영향을 받아 생활 모습이 바뀌고 그렇게 정착된 것들 중 많은 것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이란 아마도 조선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임진왜란, 병자호란이 될 것이고. 따라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생각, 풍습 등이 조선 후기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여행기이기는 해도 이 책은 어엿한 역사책이다. 굳이 분류해 보자면, 조선의 생활사나 풍속사에 관한 책에 속할 것이다. 하고많은 역사책 중에서 왜 하필 생활사냐고? 크고 작은 건물, 거리 풍경, 다양한 사람들 등 220년 전 한양의 소소한 일상을 만나 본 경험이, 조선의 역사를 큰 그림으로 바라볼 때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이다.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 중 위의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 놓은 글인 것 같다. 우선 이 책은 우리가 관중이 되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조선의 곳곳을 관찰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때론 위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도 하고 때론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 보거나 맛을 보고 듣기도 하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을 여행기라고 했다. 한양이라는 한정된 공간이기는 하지만 인왕산 기슭에서부터 시작한 여정이 남촌의 경화세족의 사랑채와 안방에서 육조거리로 나와 시전과 여러 시장을 돌고 성균관을 거쳐 마포나루로 향한다. '하루'라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한양의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거기에 맞는 설명과 느낌들을 나누니 여행기이다.

 

또한 정조 시대의 어느 하루를 정해 놓기는 하였으나 이곳저곳을 돌며 조선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생활을 하는지가 신분에 따라 잘 설명되어 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먹고 배설은 어떻게 하며 시장에서는 무엇을 팔고 거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여가를 즐기고 어떤 옷이 유행이었는지 등등 그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다양한 지도나 그림들이 많이 곁들여져 있다. 책을 읽으며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중간중간 많은 한양의 지도와 생활사 등이 그려진 그림들이 덧대여져 상상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한번에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보기도 힘들거니와 위로 아래로, 멀리서 가까이서 설명과 함께 들여다 볼 기회도 흔치 않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과거를 통해 우리를 반추해 보고 더욱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을 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배운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엄청난 대식가여서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로 골머리를 앓고 장원 급제를 하고 좋은 벼슬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조선 시대 사람들을 보며 지금의 우리를 떠올린다. 이렇게 보니 그동안 별반 나아진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아주 조금씩이라도 우리는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 본다.

 

재미있는 역사책은 흔치 않다. 아니 사실 관심만 있으면 역사는 재미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방대한 자료와 다양한 그림, 지도 등으로 흥미를 끌 수 있고 따분한 시대적 나열이 아닌 생활사를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일단 아이들에게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하지만 결코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은 역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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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리스트
리처드 폴 에반스 지음, 허지은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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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은 우리에게 매년 한 번씩 시상하는 각종 노벨상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화학자이다. 각종 공사 등에 사용되어 편리함을 선사한 다이너마이트였지만 결국 전쟁에도 이용되고 사람들은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동생 대신 난 부고 소식에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노벨은 자신이 번 돈을 기부하여 "노벨상" 제도를 만들게 된다. 노벨이 이런 잘못된 기사로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면 인류의 평화와 진보를 위한 노벨상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알프레드 노벨은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리스트>는 노벨의 이런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 제임스 키어는 무척 공격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선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냉혹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밀애를 위해 눈폭풍이 불던 날 한 지방의 호텔에서 지낸 다음 날, 자신에 대해 잘못된 부고 소식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엔 그냥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기 보다는 기뻐하며 그 사실조차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 제임스 키어. 그는 자신의 비서에게 그동안 자신이 가장 잘못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 키어는 이들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일까. 보통은 굉장한 업적을 세운 사람이나 유명한 사람 등을 떠올리기 쉽다. 평범하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한 직업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제임스 키어라는 동명이인, 진짜 죽음을 맞이한 제임스의 장례식에 참석한 제임스 키어는 단지 "평범한 버스 운전사였을 뿐인"(...98p) 고인의 주변인들을 만나며 자신의 인생과 어디가 다른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든 이들에게 친절했던, 최선을 다했던 제임스 키어. 언제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항상 지지를 해주었던 제임스 키어.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가 "성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루기 위해 포기했던 것들이 이 제임스 키어에겐 너무나 중요한 것들이었던 것이다.

 

비서 린다가 작성해 준 리스트에는 모두 다섯 사람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한 사람씩 찾아가며 때론 문전박대에 폭행까지 당하고 때론 속죄할 수 없을 만큼 흐른 시간 때문에 키어는 무척 당황한다.

 

"난 정말 구제 불능이야. 바보 천치라고.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나는 내가 무슨 성인이라도 되는 양 착각을 했지. ...(중략) ... 하지만 난 그저 위선자일 뿐이었어. 그 사람들을 위해 이 일을 계획한 게 아니었거든. 내가 세상에 남기고 갈 흔적 때문이었지. 난 실패했어. 모두를 실망시켰어. 아무것도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가 없어. 내 자신조차도."...244p

 

분명 처음엔 자신의 명성을 되돌리기 위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임스 키어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깨달아 간다.

 

책을 읽는 속도감에 가슴이 졸이며 제임스 키어가 옳은 삶으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기도하게 된다. 그래야 왠지 나 또한 옳은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완벽핸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좋다. 때론 현실 속의 교훈이 항상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심리 프로그램에선 종종 자신의 유서를 써보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의 행동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내게 시간이 얼마 없다면 난 무엇부터 변해야 할까. 무심함, 귀찮음, 표현들. 변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지금 바로 변해야겠다는 교훈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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