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 생활 속 단어로 풀어낸 역사 한 편! 단어로 읽는 5분 역사
장한업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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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는 건 계속해서, 끊임없이 복습하지 않으면 정말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다행히 내가 살아온 과거 모두가 역사이므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역사도 있지만 내게서 멀고, 오래 전 일이라면 그저 자꾸 반복해서 자연스럽게 몸에 베개 하는 것이 제일 좋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다양한 책을 읽으려고 한다.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생활 속 단어를 통해 그 단어가 생겨난 배경, 어원의 의미에서 그 시대 문화로 인해 바뀌게 된 원인까지 거슬러올라가 설명해 준다. 때문에 저절로 그 시절의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그렇게 세계사와 연결된다. 그런 의미를 지닌 책이기 때문에 책은, 시간 순 그러니까 역사 순을 따른다. 서양 문명의 기초 그리스 세계에서부터 로마 제국과 중세 봉건 시대를 거쳐 르네상스, 절대 왕정 시기와 프랑스 혁명, 산업화 시대와 현대 세계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 별로 나누어 각 단어가 가진 역사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신혼 여행"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놀라웠던 것 같다. 고대 스칸디나비아 근처에서 널리 행해졌던 약탈혼이 신혼여행의 역사란다. 이 지방에서 남자들은 여자들을 말 그대로 약탈하는데 신부 측 가족들이 찾으러 올 것을 대비하여 한동안 멀리 이동해 숨어있어야 했고 그것이 바로 신혼여행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신부가 쓰는 베일 또한 이 약탈혼의 보쌈 천이라니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결혼 생활의 가장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신혼 여행이 어쩌면 예전의 여성에겐 눈물의 하루하루일 수도 있다니 말이다.

 

"악수"에 대한 이야기도 신기했다. 무기를 지닐 수 있었던 중세 시대에는 낯선 사람을 길에서 만나면 상대방을 공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는 것이다. 반가움과 친근함을 의미하는 악수가 사실은 "불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니 말이다.

 

어떤 단어들은 원래 알고 있었던(그냥 알고 있던 기초 상식이었는지, 비슷한 책들을 읽어서 알게 된 내용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던 내용이 나오면 조금 식상했던 건 사실이다.) 것도 있고 완전히 새로 알게 되어 정말 신기했던 것들도 있다. 저자는 글 속에 출처를 밝히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 속에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파스타"가 그 경우이다. 파스타는 사실 중국에서부터 전래되었고 그것을 가져와 알려준 이는 <동방견문록>의 마르코 폴로라고. 하지만 오늘날 학자들 중에는 마르코 폴로가 진짜 여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니, 이 단어의 경우 두 가지가 상충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도 굉장히 많은 단어들을 통해 각 시대를 나타내는 문화와 배경을 알게 되어 좋았다. 특히 저자는 간혹 그러한 사실들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기도 하는데 저자의 생각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실들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다지 교훈 삼아 행동 교정을 잘 하는 것 같지 않을 때가 있다. 약한 이들을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조금 더 교양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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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책읽기 - 독서, 일상다반사
가쿠타 미쓰요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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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책은, 언제나 좋다. 처음 책에 대한 책을 읽었던 건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도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몇 권을 거친 지금은, 남들(유명한 작가이거나 평론가이거나 전문가들 그 누구거나)은 어떤 책을 재미있게 읽었는지 내가 읽었던 책은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를 읽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따마다 찾아 읽게 된다. 때로는 엄청난 감동을 하며 즐거운 책읽기가 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거의 공감하지 못한 채 한 권이 끝나버릴 때도 있지만 새로운, 내가 전혀 관심을 가져보지 못할 만한 책을 한 권이라도 발견한다면, 그 책은 성공이다.

 

<보통의 책읽기>는 가쿠타 미쓰요가 쓴 책에 대한 에세이와 감상문을 엮은 책이다. 사실 가쿠타 미쓰요...라는 이름은 잘 모른다. 약력을 보다가 깜작 놀랐다. 몇 년 전 읽었던 <8일째 매미>의 작가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단 한 권으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책이다. 추리 스릴러였지만 무언가 묵직함을 남겨주던, 그런 책이었다. 그런 작가가 읽은 책은, 책에 대한 감상은 어떨까.

 

사실 <8일째 매미>를 기억하고 이 책을 읽자니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다. 보통의 작가들이 수필과 소설은 많이 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는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그 간극이 너무 커서 말이다. 무서워서 다음 장을 넘겨야 할지 넘기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소설과 달리 작가의 책에 대한 책은, 굉장히 편안하다. 편안하다 못해 가끔은 '이 사람 정말 작가 맞나...' 싶을 정도로 가식 없이 간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감상문은 다소 짧게 느껴져서 아쉽기도 하고 2권을 하나로 묶어 이야기하는 것도 많아서 다소 깊이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이 작가는 참 많은 책을 읽는구나... 좋아하는 장르나 특별한 작가 없이 정말 많은 책을 읽는구나...하는 것이었다.

 

 

작가가 읽은 이렇게나 많은 책들 가운데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은 책들이 훨씬 많아서 다소 공감되지 않는 면도 있었다. 다양한 작가의 책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일본 작가의 책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반 이상은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보니... 일본의 출판 시장은 엄청난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든다.

 

<<탐독>>에서 은희경 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인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 이 책에서도 소개되고 있어 나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너무나 애정하는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에 대한 책도 몇 권 소개하고 있어 그녀의 수필도 모조리 읽고싶어졌다.

 

책에 대한 책은, 그래서 읽는다. 가끔 내가 지금껏 읽었던 책을 정리하기도 하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작가를 리스트화 하기 위해서. 더불어 이런 책을  쓴 작가의 생각 속에 들어가보고 싶어져서. 오늘도, 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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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올린 제철밥상 - 구황작물로 만드는 윤혜신의 101 건강 레시피 행복한 삶을 위한 건강한 레시피북 시리즈 3
윤혜신 지음 / 영진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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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올린 제철밥상>이라는 책을 선택했던 건, 요즘 일 한다고, 늦둥이 육아에 지쳤다고 변명해가며 자꾸만 인스턴트나 간편식을 밥상에 올리기 시작한 나를 반성하기 위함이었다. 아직은 어린 아이가 있는데도 양심이 어디 간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외식이며 배달음식이 잦아지기도 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가족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부지런"은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자연을 올렸다는 제철밥상 레시피를 들춰보면 무언가 해답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다.

 

 

 

책의 부제목은 "구황작물로 만드는 101 건강 레시피"이다. 구황작물...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막연하게 고구마, 감자...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 밖에는. 책에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비교적 생육 기간이 짧고, 산과 들, 논밭, 호숫가 등 땅이 거칠어도 자랄 수 있는 작물" 그래서 흉년이 들거나 먹을 것이 없을 때 바로 이 구황작물로 날 수 있었다고 한다.

 

왜 구황작물이어야 할까? 그냥 제철에 나는 과일, 채소, 잡곡 등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작가는 "다소 거칠면서 단단하고 거무스레한 구황 음식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오래 묵히지 않고 조리해 먹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손질과 보관법에 대한 설명이 있어 좋았다. 주부이지만 주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라 장을 봐 오면 그저 냉장고에 때려 넣기만 하는 나로서는 더욱 부지런해져야 하는 이유를 준다. 감자, 고구마 같은 경우 금방 먹을 것 같으면서도 잠깐만 잊어도 싹이 나고 줄기를 뻗어가니 말이다. 고구마는 맛이 없어지고  감자는 독이 생기니 가족의 건강이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한 장 복사해 냉장고에라도 붙여놔야겠다.

 

책은 크게 계절별로 나뉘어 있다. 제철 나물이라고 해도 요즘엔 비닐하우스나 생육 조건이 좋아 다양한 계절에 맛볼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목차가 나뉘었다고 해도 한 계절에 한 재료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좋았다. 한 가지 재료로 다양한 조리법을 볼 수 있어서.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여름엔 시원하게 얼갈이를 가지고 무침을 할 수 있다. 왼쪽 페이지에는 정갈하게 만들어진 사진이 차지하고 오른쪽 페이지엔 레시피와 만드는 시간, 재료와 양념 뿐 아니라 재료의 좋은 점이나 주의할 점 등이 소개된다. Tip을 통해선 손질법이나 보관법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얼갈이를 사본 적이 있던가. 한 번도 없다. 결혼 이후 항상 이용해 온 재료만 사서 만들던 음식만 만들었다. 김치 종류나 뭔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봄동 무침이나 얼갈이 무침, 겉절이는 재료만 다를 뿐 만드는 법도, 양념도 어렵지 않다. 그동안 내가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귀찮아서다. 여름 얼갈이 무침이 참 싱그러워 보인다. 이번 여름에는 얼갈이를 사다가 꼭 얼갈이 무침을 만들어봐야겠다.

 

 

우와~~~ 여름 얼갈이 무침이 가을이 되면 우거지지짐으로 해먹을 수 있단다. 우거지는 항상 무청을 말려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우거지가 아니라 시래기라고 한다. 우거지와 시래기가 같은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그냥 얼갈이를 가지고도 이렇게 데쳐 우거지지짐을 만들 수 있다니! 요리 혁명 같았다. 음식점에서 맛있게 먹었던 요리들을 나도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이 조금 생겼다고 할까.  

 

<자연을 올린 제철밥상>에는 어떤 특별한 요리를 소개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항상 집에서 해먹는 반찬들, 시골에 가면 할머니들이 해주실 것 같은 반찬이나 죽,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 요리에 자신있는 주부들은 이 요리책을 보고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조깍두기나 묵전 같은 특별 요리도 있지만 대부분은 평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함"을 먹으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요리책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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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비 최익현
이승하 지음 / 나남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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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유학자로서 급변하는 조선의 격동 속에서 끝까지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인물로서 몇 번 언급되기 때문이다. 을미개혁으로 단발령이 내려지자 가장 먼저 궁으로 달려가 부복하고 옳지 않다며 읍소하였고 의병 봉기 후 대마도로 끌려가 있을 때에는 일본 땅에서 난 음식은 먹지 않겠다며 단식 투쟁 끝에 목숨을 거둔다.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그당시 모두에게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목숨을 걸고 나서 자신의 뜻을 끝까지 관철시키기는 쉽지 않다. 비록 몇 줄 뿐이지만 최익현의 이러한 모습들은 그가 얼마나 곧은 의지를 가지고 나라를 지키고자 했는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뿐이다. 역사책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 뿐 그의 일생을 알 길이 별로 없다. 유명인들로 가득한 위인들에 대한 책 시리즈 속에도 최익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마지막 선비 최익현>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읽는 <마지막 선비 최익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최익현에 대한 삶을, 자신에게 유난히 큰 울림을 주고 감동을 주는 이의 이야기를 직접 쓰기로 하고 출판하는 과정 자체가 결코 쉽지 않았음을 밝히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근대화에 방해가 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역사를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부분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느 시기이건 진보와 보수는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둘이 서로 균형을 이룰 때에야 나라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단지 근대화에 반대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일생을 책으로 낼 필요가 없다니, 이것은 또 얼마나 진부한 생각인가. 작가가 본 최익현은 그가 배운, 생활해 온 환경에서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가치관대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이다.

 

"그가 늘 힘없는 백성들 편에 선 양반이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우국충절이라는 유학의 정신을 끝까지 지킨 사람으로도 기억되어야 한다."...7p

 

작가는 무려 10여년을 이 한 사람에게 빠져 있었고 그렇기에 그의 흔적을 쫓아 한국에서 일본까지 가서 확인했다. 그만큼 많은 자료가 함께 했을 터이고 그렇기에 이 책은 최익현과 그당시 사회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풍부한 자료와 함께 한다. 작가가 최익현이라는 사람에 무한 공감하며 마음을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최익현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는 자세히 알 수 없던 최익현에 대한 많은 것들을 객관적으로 알아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

 

스승 이항로와의 만남으로 최익현의 세계관이 어떻게 유학으로 다져지게 되었는지, 주위 눈치 보지 않고 써낸 많은 상소문들로 인해 그가 어떤 이미지를 쌓아가게 되었는지, 이것저것 보기 싫어 고향에 내려가 있으면서도 얼마나 세계 정세와 일본과의 관계를 눈여겨보고 있었는지 말이다. 다만 내가 읽은 최익현의 아쉬웠던 점은, 그렇게 자신의 주장이 뚜렷하고 나라가 답답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면 왜 먼저 나서서 직접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몇 번의 상소문으로 유배를 가 무척 힘든 생활을 하고 머리가 허옇게 세는 고통을 겪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 생을 보았을 때 말 뿐만 아니라 미리 행동으로도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최익현의 삶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인생을 통틀어 자신의 가치관대로 산 이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힘, 그것이 바로 최익현의 힘일 것이다. 그러므로 그를 조선의 마지막 선비라고 부르는 것일 게다. 책 제목에서처럼 "어린이와 청소년이 함께 읽는" 책이 되도록 조금은 쉽게 풀어 썼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지만 역사 공부를 위해서도, 최익현이라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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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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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후 다시 책에 슬슬 취미를 붙이기 시작할 무렵,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엔 "책에 대한 책"을 처음 읽었을 때였고 내가 읽은 책이 많지 않아 거의 대부분의 책은 읽어보지 못한 책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꾼 책이 어떤 책이고 남들은 어떤 책을 읽는지가 궁금해진 것이. 그리고 "책에 대한 책"을 읽고 나면 그 책 속에 나온 책을 다시 리스트로 만든다. 결국 다른 일에 쫓겨 그 리스트의 대부분을 읽지 못하고 지나간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 만으로도 행복하다. 이상한 편집증인가?^^

 

얼마 전 읽었던 제임스 A. 미치너의 <작가는 왜 쓰는가>가 너무나 큰 행복을 준 덕분에 다시 "책에 대한 책"을 집어들었다. 남들은 책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애정하며 어떤 책을 읽고 큰 감정을, 큰 변화를 겪었는지 다시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탐독>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다. 나는 잘 모르지만 이미 넓은 마당발에 탄탄한 지식을 담고 있는 작가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한 권의 책을 물어보고 그들의 인생과 함께 엮어본다.

 

"책을 통해 '진짜 사람들'을 찾고 만나는 일. 이 책의 목적은 그 지점에 있다."...8p

 

어떤 이에게 영향을 끼친 책 자체에도 관심이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들의 인생 자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살아온 길 위에 어떤 책이 더해져서 더욱 확고하게 어떤 길로 뻗어나오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일. 그러므로 이 책은 엄밀하게 "책에 대한 책"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10인의 전문가들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보다는 조금 더 깊고 진지하지만 한 사람의 책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이었다.

 

<탐독>에는 우리가 잘 아는 한국 작가 김영하, 은희경, 정유정, 김중혁에서부터 외국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와 조너선 프랜즌, 무용가 안은미와 영화감독 김대우, 사회학자 송호근, 요리 연구가 문성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작가들의 인생 이야기도 조금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올해 초 세상을 떠 너무나 놀라게 했던 움베르토 에코의 인터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조너선 프랜즌의 인터뷰를 읽고는 그의 소설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다짐도 해본다.

 

"무엇이 한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하는가? 우리는 왜 죽음 이후의 세계로 자발적으로 넘어가는가? 그리고 그 이후의 세계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 무엇이 있는지 모르면서도 단지 지금 여기에 살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향해 출발할 수 있는 것일까?"...28p

 

소설가 김영하가 꼽은 <달과 6펜스>를 이런 식으로 읽지 않았다. 그저 고갱을 소재로 썼다는 그 소설을 읽으며 예술가이기 때문에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며 읽었을 뿐. 어쩌면 김영하는 자신과 같은 열정을, 아무리 버리려 해도 버려지지 않던 그 꿈틀거림을 그 책에서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책은 사람마다 다르게 읽힌다. 누군가에겐 내 인생의 책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전혀 공감할 수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시간 낭비의  책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읽을 책을 고를 땐 남들이 많이 읽었다는 베스트셀러도, "책에 대한 책" 속 추천 도서로 무조건 고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책에 대한 책"이 끌리는 이유는, 사람을, 동시에 책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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