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코리아 알렉스 시공주니어 문고 2단계 64
류호선 지음, 윤지회 그림 / 시공주니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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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익숙한 말이 아닌 다른 언어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건 아주 강심장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곤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소심한 전 길에서 외국 사람이 지나가는 것만 봐도 경직, 속으로 뜨끔!합니다. 그러니 내 아이만큼은 더욱 더 잘 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되는 거겠죠. 

현서네 엄마도 그랬나봐요. 자연스럽게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게 되기를 말이죠. 그래서 "홈스테이"를 신청했대요. 우와~ 그 옛날 한창 88올림픽을 유치하던 그 때부터 홈스테이가 아주~ 유행했었죠. 집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다보면 확실히 다른 언어에 대한 불안감과 무서움증은 사라질 듯해요. 특히 현서에겐 자꾸 까불고 말 안듣는 동생이 아닌, 멋진 형아가 온다니 얼마나 기대했을까요? 


현서네 집으로 온 알렉스 형은... "알렉스 조지아 리 커버힐 주니어"라는 긴~ 이름을 가졌어요. 엄마가 한국 사람인 알렉스는 치매에 걸려 더이상 영어로 대화할 수 없는 엄마와 알콩달콩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엄마의 고향인 한국을 찾아 한글을 배우러 왔대요. 

"하버드 같은 최고 학교를 나와서 뭐하러 고생하며 한국말을 배우는지 이해가 안 간다. 형은 엄마랑 한국말로 얘기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고 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곳에 엄마를 위해 왔다고 하니 알렉스 형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35p

알렉스를 차지하기 위해 동생과 싸우고 잘 떨어지지 않는 영어를 배우겠다고 애쓰는 현서에게 알렉스는 너무나 신기하고 대단한 형처럼 보였을 거에요. 한글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새벽마다 미국에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엄마에게 외치는 알렉스를 보며 현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난 아프고 나서 좀 달라졌다. 청개구리 마음도 사라지고, 엄마 말을 부쩍 잘 듣는 '착한 어린이 문현서'가 됐다."...71p

이렇게 현서가 조금씩 무언가를 깨닫고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아프고 나서라기보다는 알렉스를 보고 배운 게 많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알렉스를 통해 영어를 배우려고 했지만 오히려 "한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음을, 한글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우수한 글자임을 알게 되죠. 이렇게 현서를 쑥~쑥 크게 해 준 알렉스 형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니, 얼마나 슬플까요? 



여기저기 작고 사소한 사건들이 연달아 이야기되면서 <<웰컴 투 코리아, 알렉스>>는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과 바르게 사용하는 방법들, 가족의 소중함, 아주 사소하지만 "정"으로 연결된 매일의 행복..같은 것들이죠. 그런 것들을 몸소 겪고 체험하면서 현서는 알렉스와 함께 했던 시간 동안 아주 많이 자랐을 것 같습니다. 

"모두가 행복해 보여서 내 마음이 떨어지지 않는다."...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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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아서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26
박재형 지음, 이정규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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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라는 곳은 그 어떤 곳보다 더욱 신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말도 낯설고 아는 것이 가장 적기 때문일까요? 나라마다, 지역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역이 가까울수록 시대가 비슷할수록 이야기는 서로 닮아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찾아서>>는 제주도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옛이야기래요. 잘 알지 못하는 그곳의 옛이야기는 마냥 처음 듣는 것처럼 낯설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 옛날 우리의 이야기며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 있는 이야기지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저승을 오갔던 '바리데기'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해요. 

아버지는 "꽃"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아버지가 돌보는 꽃들은 푸릇푸릇, 알록달록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싱싱하게 자신의 자태를 자랑했지요. 아버지는 그런 꽃들을 그저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임금님이 행차하니 마을 길에 꽃을 옮겨 심자고 해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뉴월에 옮겨심을 수가 없었죠. 그러고나면 꽃들이 모조리 시들어 죽어버릴까봐요. 

꽃을 사랑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저 바라보는 꽃이 "예쁘다~"하고 느끼는 감정과 한 잎 한 잎 닦아주고 매일 물을 주며 대화를 속삭이고 아침저녁 식물들의 무엇이 바뀌었는지 바라보는 마음은 분명 다릅니다. 꽃들과 진정으로 교감을 할 줄 알았던 아버지는 그래서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초청받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라야하죠. 그렇게 아버지는 사라집니다. 산에 꽃을 캐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아버지를 기다리는 누리와 어머니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아버지를 찾아서>>는 꽃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아버지를 찾아 나선 용기 있고 효심 깊은 누리의 모험담이기도 합니다. 이승이 아닌, 죽어서야 갈 수 있는 곳까지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누리의 모험담은 그야말로 깊은 효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 칼선다리는 스스로 건너야 해. 남의 도움으론 건널 수 없어."...85p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아버지를 만나 돌아오지만 누리에겐 또 한 번의 고난이 남아 있습니다. 누리는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하늘나라에 존재한다는 살살꽃, 피살꽃, 도환생꽃, 멸망꽃까지... 이 비밀의 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하늘나라 꽃밭을 저도 구경하고 싶어요. 큰 용기로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누리가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꿈꿉니다. "오름"을 넘고 넘어 제주도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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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원숭이가 아니란다 - 지혜를 쑥쑥 키워 주는 이솝이야기 노란상상 동화 1
안토니 슈나이더 엮음, 알로샤 블라우 그림, 김경연 옮김 / 노란상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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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이솝 이야기"입니다. "이솝"이라고 작가 이름이 버젓이 씌여있는데도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온 이야기인지 모를 때가 있는 건 그만큼 이 이야기들이 우리들에게 익숙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이솝 이야기가 선택되는 건 이 이야기들이 간단하면서도 교훈이 있고 지혜가 담겨있기 때문일 겁니다. 때로는 조금 길게, 때로는 아주 짧게, 길이뿐만 아니라 한 이야기가 아주 다양한 버전으로 재탄생되기도 하죠. 

<<낙타는 원숭이가 아니란다>>는 또다른 스타일의 이솝 이야기에요. 그 어떤 이솝 이야기들보다 짧지요. 그만큼 아주 명쾌하면서도 핵심을 콕콕 찌르도록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 일러스트가 아주 독특합니다. 마치 현대 미술에서나 볼 수 있을듯한 음울하면서도 이야기를 아주 잘 표현하는 그림들이 이야기 하나에 한 페이지씩 할당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이 적혀있어요.



이야기가 굉장히 짧지만 오히려 그 명료함이 머리에 찡~하고 울립니다. 마치 선문답을 읽고있는 듯한 느낌이죠.^^ <욕심쟁이 개>나 <토끼와 거북>, <목동과 거짓말>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도 있지만 <갈가마귀와 깃털>이나 <꼬리 잘린 여우>처럼 낯선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원서로 읽어보아도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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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친구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1
엘렌 몽타르드르 지음, 김주경 옮김, 김보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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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사춘기라고 부르는 중 고등학교 시절 마음에 드는 시나 말들을 잔뜩 적어놓은 공책이 말이죠. 따로 수첩을 이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두꺼운 노트에 하나 둘씩 발견한 것들을 색색의 펜으로 적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곤 했죠. 제 마음의 위안이었다고 할까요? 그 노트는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가 되어도 그 시절의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했죠. 아마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권씩 그런 역할을 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체할 수 없는 감수성을 담아놓을 그릇이 필요했겠죠. 



<<종이 친구>>는 바로 그런 "초록색 수첩"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남자 아이인 제레미는 도서관의 텅 빈 간행물실에서 그 수첩을 발견하죠. 처음엔 수첩의 주인을 찾아 곯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수첩 그 어디에도 이름이 씌어있지 않고 자신의 수첩과는 너무나 다른 그 수첩에 조금씩 빨려들어가기 시작해요. 

"나와 다르다"는 건 굉장한 매력입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을 거에요. 초록색 수첩의 주인은 무척이나 인기가 많은 듯 친구들의 글이나 쪽지가 가득~ 했고 아기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감정들, 예쁜 시들이 적힌 그 엄청난 수첩은 마치 보물상자처럼 보이죠. 제레미는 점점 수첩에 빠져들며 이 수첩의 주인이 누구일까...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리해 나아가요. 이야기는 마치 미스테리처럼 흐르죠. 그리고 그에 따라 제레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닌느의 수첩은 내 생활을 변화시켰다. 아니, 수첩이 변화시킨 건 내 생활이 아니라 바로 나다. 수첩이 지금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그것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67p



보라색 잉크로 쓴 글이 등장하면서 제레미의 분위기도, 수첩의 주인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 바뀝니다. 제레미는 천방지축 장난꾸러기의 보통 남자애들과 같은 성격을 가진 아이였죠. 하지만 이 보라색 잉크의 글을 읽으며 조금씩 수첩의 주인에게 공감하고 같은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합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 감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한 쌍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뒤쪽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라는 제목을 가지고 다른 색으로 입힌 페이지를 접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그 수첩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제레미는 진실만을 이야기한 걸까요? 

작가의 노련함에 놀랍니다. 전반부와 중반부, 후반부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죠. 그 중압감에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그동안 제레미의 감정을 놓친 것은 없나...하고요. 

"글 쓰는 일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고 한다. 그게 정말인지는 글을 써 보면 알겠지."
글을 쓰는 것, 그때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153p

우연히 누군가의 수첩을 발견하고 그 수첩으로 인해 자신을 버티게 해줄 무언가를 만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면 그 자체로도 행운일 겁니다. 그 어두운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친구가 제레미에겐 수첩이고, 로라이며, "글"이 되겠죠. <<종이 친구는>> 무척이나 미스테리하고 즐거우면서 학창 시절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아픔도 보듬어주는 성장 소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딱 알맞게 조합되어 완벽한 한 권으로 탄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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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무락 꼬무락 동심원 17
노원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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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을 때에는 나도모르게 이 안에서 무얼 찾아야 하나~ 하고 인상을 쓰게 되는데(아직도 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듯...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무언가가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동시"를 읽을 때에는 나도모르게 슬며시 웃음 짓게 된다. 그동안 몰랐던 아이들의 마음, 혹은 모른 척하고 싶었던 아이들의 마음을 슬며~시 들여다보게 되어 그런 것 같다. 

동심원의 17번째 동시집 <<꼬무락꼬무락>>도 그렇다. 아주 간결하지만 솔직하고 예쁜 아이들의 마음으로 꽉~ 채운 동시집이다. 아이들은 너무나 순진하여 때로는 어른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마음 속에는 이기심이라든지 배타심, 다른 누구와의 경쟁심 때문이 아닌 그저 하얗고 하얀 자신들의 마음에 아주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엄마인 난 아이와 대립하려 하고 아이의 마음을 무시하고 비난하지는 않았는지. 

<<꼬무락꼬무락>> 속 아이들은 숙제, 학원에 치어 힘든 일상을 내뱉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와 동생들의 행동에 답답하다고 하소연도 하고 하지만 모두를 조용~히 포근하게 포용할 줄도 아는 기특한 아이들이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인 것. 뭐든지 "그래그래"라고 말하는 엄마를 표현한 <그래그래>를 읽고나자 한 일화가 떠올랐다.

아이와 전시회를 보러 간 길... 난 표를 끊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가 뭐라고 옆에서 물어보는 말에 "응, 그래"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한참 후 표를 가지고 아이를 찾으니 눈장난이 한창이다. 뭐하냐고 화난듯이 물으니 아이는 황당한 얼굴로 "아까 해도 된다며~"란다. 아 맞다...내가 그랬지...ㅋㅋ <그래그래>를 읽고 평소 얼마나 아이의 말을 무심하게 듣고 대충 대답했는지 마구마구 반성이 된다. 미안하다, 아이야~!

<<꼬무락꼬무락>>에서 아이들은 마음껏 바깥 풍경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바람, 낙엽, 별이나 나무 등에게. 우리 아이들은 이런 바깥의 풍경을 하루에 얼마나 보고 있을까. 사실 중요한 건 학원이나 숙제 같은 것들이 아닐텐데. 짧은 시 안에 참으로 예쁜 마음이 꼬무락꼬무락 피어오르게 만드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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