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친구 고학년을 위한 생각도서관 31
엘렌 몽타르드르 지음, 김주경 옮김, 김보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게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사춘기라고 부르는 중 고등학교 시절 마음에 드는 시나 말들을 잔뜩 적어놓은 공책이 말이죠. 따로 수첩을 이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두꺼운 노트에 하나 둘씩 발견한 것들을 색색의 펜으로 적어놓고 시간 날 때마다 들춰보곤 했죠. 제 마음의 위안이었다고 할까요? 그 노트는 꽤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습니다. 20대가 되어도 그 시절의 그 느낌이 너무나 생생했죠. 아마 여자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권씩 그런 역할을 한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주체할 수 없는 감수성을 담아놓을 그릇이 필요했겠죠. 



<<종이 친구>>는 바로 그런 "초록색 수첩"을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남자 아이인 제레미는 도서관의 텅 빈 간행물실에서 그 수첩을 발견하죠. 처음엔 수첩의 주인을 찾아 곯려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수첩 그 어디에도 이름이 씌어있지 않고 자신의 수첩과는 너무나 다른 그 수첩에 조금씩 빨려들어가기 시작해요. 

"나와 다르다"는 건 굉장한 매력입니다. 마치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 같을 거에요. 초록색 수첩의 주인은 무척이나 인기가 많은 듯 친구들의 글이나 쪽지가 가득~ 했고 아기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감정들, 예쁜 시들이 적힌 그 엄청난 수첩은 마치 보물상자처럼 보이죠. 제레미는 점점 수첩에 빠져들며 이 수첩의 주인이 누구일까...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리해 나아가요. 이야기는 마치 미스테리처럼 흐르죠. 그리고 그에 따라 제레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닌느의 수첩은 내 생활을 변화시켰다. 아니, 수첩이 변화시킨 건 내 생활이 아니라 바로 나다. 수첩이 지금 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보다 더 끔찍한 사실은 그것을 막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67p



보라색 잉크로 쓴 글이 등장하면서 제레미의 분위기도, 수첩의 주인에 대한 이미지도 조금 바뀝니다. 제레미는 천방지축 장난꾸러기의 보통 남자애들과 같은 성격을 가진 아이였죠. 하지만 이 보라색 잉크의 글을 읽으며 조금씩 수첩의 주인에게 공감하고 같은 감정을 느껴보려 노력합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 감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한 쌍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뒤쪽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라는 제목을 가지고 다른 색으로 입힌 페이지를 접하는 순간... 이 이야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그 수첩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제레미는 진실만을 이야기한 걸까요? 

작가의 노련함에 놀랍니다. 전반부와 중반부, 후반부가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죠. 그 중압감에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내가 그동안 제레미의 감정을 놓친 것은 없나...하고요. 

"글 쓰는 일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든다고 한다. 그게 정말인지는 글을 써 보면 알겠지."
글을 쓰는 것, 그때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153p

우연히 누군가의 수첩을 발견하고 그 수첩으로 인해 자신을 버티게 해줄 무언가를 만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할 수 있었다면 그 자체로도 행운일 겁니다. 그 어두운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친구가 제레미에겐 수첩이고, 로라이며, "글"이 되겠죠. <<종이 친구는>> 무척이나 미스테리하고 즐거우면서 학창 시절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아이들의 아픔도 보듬어주는 성장 소설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딱 알맞게 조합되어 완벽한 한 권으로 탄생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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