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라는 곳은 그 어떤 곳보다 더욱 신비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말도 낯설고 아는 것이 가장 적기 때문일까요? 나라마다, 지역마다 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역이 가까울수록 시대가 비슷할수록 이야기는 서로 닮아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를 찾아서>>는 제주도에서 예전부터 내려오는 옛이야기래요. 잘 알지 못하는 그곳의 옛이야기는 마냥 처음 듣는 것처럼 낯설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 옛날 우리의 이야기며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느낌이 있는 이야기지요.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저승을 오갔던 '바리데기'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해요. 아버지는 "꽃"을 정말로 사랑했습니다. 아버지가 돌보는 꽃들은 푸릇푸릇, 알록달록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싱싱하게 자신의 자태를 자랑했지요. 아버지는 그런 꽃들을 그저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분이었습니다. 때문에 아무리 임금님이 행차하니 마을 길에 꽃을 옮겨 심자고 해도 뙤약볕이 쨍쨍 내리쬐는 오뉴월에 옮겨심을 수가 없었죠. 그러고나면 꽃들이 모조리 시들어 죽어버릴까봐요. 꽃을 사랑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저 바라보는 꽃이 "예쁘다~"하고 느끼는 감정과 한 잎 한 잎 닦아주고 매일 물을 주며 대화를 속삭이고 아침저녁 식물들의 무엇이 바뀌었는지 바라보는 마음은 분명 다릅니다. 꽃들과 진정으로 교감을 할 줄 알았던 아버지는 그래서 하늘나라 꽃밭지기로 초청받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라야하죠. 그렇게 아버지는 사라집니다. 산에 꽃을 캐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진 아버지를 기다리는 누리와 어머니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요? <<아버지를 찾아서>>는 꽃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았던 아버지의 이야기인 동시에 그 아버지를 찾아 나선 용기 있고 효심 깊은 누리의 모험담이기도 합니다. 이승이 아닌, 죽어서야 갈 수 있는 곳까지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누리의 모험담은 그야말로 깊은 효성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 칼선다리는 스스로 건너야 해. 남의 도움으론 건널 수 없어."...85p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아버지를 만나 돌아오지만 누리에겐 또 한 번의 고난이 남아 있습니다. 누리는 이 모든 고난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하늘나라에 존재한다는 살살꽃, 피살꽃, 도환생꽃, 멸망꽃까지... 이 비밀의 꽃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하늘나라 꽃밭을 저도 구경하고 싶어요. 큰 용기로 가족을 위해 동분서주 했던 누리가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꿈꿉니다. "오름"을 넘고 넘어 제주도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