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심리 - 행복한 교실을 만드는 희망의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에듀니티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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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같은 사람에 대해 드는 생각은 주로 부정적일 때가 많다. 폭력적인 사람, 교활한 사람, 거드름 피우는 사람 등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들로 인해 세상을 더욱 부정적으로 보고 인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비단 ‘사회’라고 하는 거시적 차원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학교’ 또는 ‘교실’과 같은 미시적 차원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다. 이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도 해당한다. 나 역시도 그런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교실 심리>의 저자인 김현수 선생님은 예외다. 그의 저작을 몇 권 더 읽고 다시 만난 이 책에서도 그는 학생과 교실에 대해서 무한히 긍정적이다. 막다른 상황에서도 그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에 공감한다. 왜 학생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어려움에 처하는지 교사보다 더 파악하고 그들의 아픈 속내를 보듬는다. 아울러 그는 교실 속 분위기를 교사보다 더 잘 분석하고 파악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라는 그의 직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의 부드럽지만 예리한 시선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교실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들 가운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다.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교과 과정’에 해당한다. 교사들은 대개 가르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은 것에서도 배운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지 않은 것에서 더 많이 배운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60쪽)

그렇다고 저자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교실 심리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번아웃(소진)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한다. 교사가 스스로 자신을 가득 채우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학교 관리자와 상부 관청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교사가 ‘배부르도록’ 해야 한다. 교사가 배고프면 학생들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금전적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 배불러야 그것이 학생들에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직을 성직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이제 물리쳐야 한다. 직업적 소명 의식을 스스로 질 수 있겠으나 그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교사로 사는 일이 재미없어지고 지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안에 없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의를 모르는데 정의를 얘기해야 할 때, 수학적 정리를 모르는 데 문제만 풀 때 교사는 소진된다. 이것이 바로 파커 파머가 내린 소진의 정의이다. 가르치는 자, 배움을 나누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꽉 차 있어야 한다. 내 안이 가득 차 있어야 남에게 줄 수 있다.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매번 수업에 들어가는 행위를 반복해야 한다면 교사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교실 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교사는 자신에게 난 화를 쉽게 아이들에게 돌리게 된다.”(220쪽)

책을 덮자니 지금이 학기말이란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느낀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학생들이 있는 그곳, 교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강하게 말한다.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고. 그들이 숨 쉬고 행복해야 할 교실이 어떤 분위기인지 교사들은 잘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은 조치를 취하자고 주장한다. 어서 학급을 맡아 모두 웃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아울러 이런 교실이 되려면 작금의 행정 중심 학교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 학교는 학생 중심이어야 하지 더는 상부의 명령에 복종하는 시스템이어서는 안된다. 교사들을 학생들에게 보내야 한다. 교무부, 연구부, 학생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고 승진하는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수업하는 교사들을 길러야 한다. 그들이 함께 웃어야 행복한 교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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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김현수 선생님은 대체 어떤 분일까 궁금하다. 비유를 통해 교사의 역할을 일깨워주는 것은 물론 교실은 교사에게 자신의 삶 최대의 진보를 이루는 공간이라는 혜안을 일러준다. 당연한 얘기지만 당연하지 못한 삶을 산 내가 절로 고개 숙여진다. 얼른 교실에서 담임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

끝으로, 의사가 환자에게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치료하기 위해진료실에 있는 것처럼 교사가 학교에 있는 것, 교실에 서 있는 이유는아이들을 돕기 위함이지 아이들에게 군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 자신에게 자주 일깨워주자. 교실, 이곳은 내 삶 최대의 진보를만드는 곳이다.
김현수, 《교실심리》, 에듀니티, 2019.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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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2 0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knulp 2021-01-02 08:14   좋아요 0 | URL
단어 자체는 잘못이 없잖아요. 그 속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는 인간이 결정하니까요. 여튼 좋은 의사인 듯합니다. 감사합니다. cyrus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웃으며 읽다 너무 깊이 공감이 되어 밑줄긋기에 남기고 싶어졌다. 탁상공논보다 역시 현장이 중요하다.

"교사를 먹이지 않으면 교사는 아이들을 잡아먹는다." 미국에서 나온교장 매뉴얼의 제목이다. 교장, 교육 기관, 교육청의 역할은 교사를 먹이는 것이다. 상급 관리자가 교사를 풍요롭게 먹이지 않으면 교사는 교실에서 아이를 잡아먹게 된다. 이 말은 상급 기관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잘 살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지만, 교사들 스스로 소진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를 말해주기도 한다. 비유적 표현이지만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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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성장 없는 교사의 성공 없다. - 셀레스탱 프레네

무릎을 치게 하는 명언이다.
아니다.
당연한 말을 내가 너무 높였다.
한국의 현실은 어떨까?
교사의 성공을 무엇으로 가늠할까?
그것은 승진 뿐이다.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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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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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묵직함과 두려움이 있는 책이다. 그렇게 망설이다 읽어야 할 상황에 처해서야 주저하며 책장을 넘겼다. 왜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해야 할까? 그런 직업이 따로 있단 말인가?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을 할까? 하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의문 속에 책읽기는 그렇게 속도를 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문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글이 예리하고 느린 듯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풀어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문학적 통찰력은 눈에 확 들어온다.

집을 치우며 지독한 고독을 보았다면 그것은 결국, 내 관념 속의 해묵은 고독을 다시금 바라본 것이다. 이 죽음에서 고통과 절망을 보았다면, 여태껏 손 놓지 못하고 품어온 내 인생의 고통과 절망을 꺼내 이 지하의 끔찍한 상황에 투사한 것일 뿐이다. 젊은 나이에 미쳐서 스스로 돌보지도 못하고 죽어버린 한 불행한 남자를 보았다면, 마치 인생의 보물인 양 부질없이 간직해온 내 과거의 불행함을 그 남자에게 그대로 전가하고는, 나는 결백하답시고 시치미 떼고 있을 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 자신을 바라보듯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이 지하 방에 관해 알게 된 유일한 진실이다.(101쪽)

이 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은 간단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직업으로 다가가는 것이지 무슨 엄청난 사명감이나 죽음에 대한 고귀한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그런 추측한 것은 독자의 착각이거나 섣부른 예상에 불과했다. 이것은 어쩌면 남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부담을 지워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어쩌면 유치하기 짝이 없는 그런 질문들도. ˝귀신 본 적 있으세요?˝

책에는 왜 이 직업을 가지게 되었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저자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목도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건 사고의 현장을 분석하고 파헤치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일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해는 것이 아니라 죽음 이후의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오는 현실은 아픈 것이었다. 그가 맡아 일하는 죽음의 현장은 대체로 가난한 자들, 고독한 자들, 고립된 자들이 주인공이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 죽음의 현장에서 그는 뒷그늘에 가려진 사회의 단면을 본 것이다.

혼자 죽은 채 방치되는 사건이 늘어나 일찍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독사 선진국 일본. 그 나라의 행정가들은 ‘고독’이라는 감정 판단이 들어간 어휘인 ‘고독사孤獨死’ 대신 ‘고립사孤立死’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쓴다. 죽은 이가 처한 ‘고립’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더 주목한 것이다. 고독사를 고립사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죽은 이의 고독이 솜털만큼이라도 덜해지진 않는다. 냉정히 말해서, 죽은 이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자 편에서 마음의 무게와 부담감을 덜어보자는 시도이다.(190쪽)

무겁게 시작한 책읽기는 중반을 지나면 어느새 저자의 따뜻한 마음에 동화된다. 그는 죽음 이후를 다루는 직업을 가졌지만 결코 죽음에 동화되거나 그 속에 매몰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글과 청소를 통해 죽은 자의 마음을 다독이며 그를 위로한다. 한걸음 나아가 이웃을 염려하고 자살하려는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힘쓴다.

이곳을 치우며 우연히 알게 된 당신의 이름과 출신 학교, 직장, 생년월일이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어떤 진실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집을 치우면서 한 가지 뚜렷하게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당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향한, 이곳에 남은 자들의 마음입니다(128쪽)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지인은 결국 이 책을 포기했다. 죽음이라는 단어에 경도되어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나 역시도 그런 제목만 눈에 들어와 책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넘기며 오히려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지길 원했다. 직업관도 사회에 대한 혜안도.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누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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