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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 - 여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친구들 이야기, 개정판
조정연 지음, 이경석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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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에 지인 한 분이 NGO활동의 일환으로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들 중 몇 곳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그중  캄보디아의 프놈펜에 있는 한 작은 학교에 들렀는데 그곳의 학생들은 동화책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교과서를 하나씩 갖는 것조차 어려운 이들에게 동화책은 사치일 수 만큼 교육의 기회에 있어서도 가난은 혹독하게 아이들의 꿈을 짓밟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세계구호기구에서 보내주는 책들은 대부분이 영어로 쓰여진 책인지라 이들에게는 캄보디아어로 쓰여진 동화책을 구하는 일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베트남에 있는 라오스의 시골 학교 학생들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무슨 종류의 책을 좋아하느냐는 지인의 질문에 책에 어떤 종류가 있는지 몰라 학생들이 눈만 깜박였다는 일화나 베트남어로 된 동화책이 거의 없어 한국에서 아예 베트남어로 동화책 5권을 번역해 만들어갔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리 멀지 않은 이웃나라이건만 삶의 질적 차이는 너무도 크게 다가오기에 '정말?'이라는 확인 단어를 재차 뱉어내게 되었답니다.

 

을 것이 넘쳐나 음식쓰레기를 걱정해야 하는 오늘의 이 배부름이나 아직 쓸만한 새 제품임에도 신상품에 대한 유혹으로 핸드폰을 바꿔 사용하는 오늘의 이 풍요로움, 학원이며 과외, 인강 등 넘쳐나는 교육 컨텐츠들로 인해 선택이 어려울 정도인 대한민국 청소년의 오늘 모습과는 극단적으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지구촌의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지구촌의 다른 편에서는 여전히 지독한 가난과 질병, 기아 속에서 생존을 위해 자식을 몇 푼 돈에 넘기는 부모와 구걸로 살아가는 아이, 쓰레기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소녀, 하루 열 시간이 넘는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어린아이들, 부모가 진 빚독촉을 견디다 못해 나이많은 사내의 노리개로 팔려가는 어린 딸 등 상상만으로도 끔직한 일들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작가 조정연이 들려주는 제3세계 아이들의 이야기인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는 기본적인 아동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 채 거리로, 전쟁터로, 일터로 내몰린 9명의 아이들의 비참하고 슬픈 생활을 들려주고 있는 책입니다. 학교라고는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당장의 먹을거리와 잠잘 곳을 해결하기에도 급급한 지독한 가난과 오래도록 굳어져 단단해버린 관습의 굴레와 합당한 명분도 없이 이어지는 전쟁의 상처 속에서 꿈을 잃고 살아가는 수천 수만 명의 어린 영혼들이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또한 전쟁의 폐허가 가시지 않은 가난 속에서 입 하나 덜기 위해 어린 자녀를 식모살이로, 공장시다로 보내며 눈물 짓던 부모들이 있었듯 이들의 삶도 그러합니다. 미군트럭을 보면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하던 아픈 시대가 있었듯 이들의 삶 또한 별잔 다르지 않습니다. 이 책에는 가난 때문에 현대판 하녀나 노예가 되어 힘겹게 살아가는 어린이들, 내전으로 인해 펜 대신 총을 쥐고 전쟁터에 총알받이로 나가 살인병기로 이용되는 아이들, 쓰레기더미에서 하루 양식을 구하는 아이들, 홍수로 집을 잃고 도시로 이주해와 길거리에서 신문지에 의지해 잠을 자고 구걸로 연명해가는 아이들, 인신매매단에게 납치돼 끌려와 카카오 농장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줍니다.    

 

냐의 빈민촌이자 매립지이기도 한 고로고초(쓰레기라는 뜻)에 사는 소피아는 매일 아침 트럭이 오는 소리를 듣고는 더 많은 음식 쓰레기를 구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갑니다. 에이즈로 부모님을 잃고 졸지에 할머니와 남동생을 책임져야만 하는 12살 어린 소녀에게 비가 오면 줄줄 세는 텐트 속에서의 고단한 삶은 생활이라기보다 전쟁에 가깝습니다. 주운 쓰레기를 두고서도 싸움을 해야하는 이곳은 끔찍하고 흉악한 범죄도 자주 일어나 저녁 7시가 넘으면 통행금지령이 울리는 세계 최대의 빈민가이기도 합니다. 나누기보다 빼앗는 삶으로 하루를 연명해야 하는 무법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소피아와 같은 어린아이들은 최대 피해자요, 약자이기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쓰레기더미 위에서 어린 영혼이 신음하다 영원히 잠들기도 하는 곳입니다.

 

리에게 킬링필드 학살로 잘 알려진 캄보디아 역시 잦은 내전과 급속한 에이즈 확산으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이 무척이나 많다고 합니다. 소피아처럼 쓰레기마을에 살고 있는 라타, 포, 미네야는 말라리아에 걸려 누워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대신해 온종일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벌이를 충당해야 합니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일할 시간이 줄어드니 아쉽게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곳 매립지는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태울 때 생기는 유독가스로 인해 호흡기질환, 폐질환, 뇌세포 손상 등을 가져오기도 한다니 총알 없는 전쟁터나 다를 바가 없겠지요. 

 

'동의 파리'라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도시 두바이(아랍 에미리트)에서는 낙타 경주가 현지인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석유(두바이유)로 부자나라가 된 이 지역 사람들에겐 유목민으로 생활해왔던 전통적 흔적으로 낙타경주가 남아 있는데, 이는 이들에게 흥미진진한 오락거리이자  수백 억원이 오가는 도박장이기도 합니다. 경마의 기수에 해당하는 낙타몰이꾼들은 4세~15세 가량의 몸무게가 가벼운 남자아이들이며 이들은 대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등 주변 가난한 나라에서 유괴나 인신매매, 또는 부모에 의해 팔려온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경주용 낙타의 속력을 내기 위해서는 낙타몰이꾼의 몸무게를 가능한 한 줄여야 하기에 평소에도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아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이 태반인 데다가 경기 전에는 물조차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안장을 얹는 등까지의 높이가 대략 2.5m는 되기 때문에 어린이 혼자서는 올라탈 수 없으며 자칫 실수로 떨어지는 날에는 장애인이 되거나 시속 65km로 달리는 낙타들에게 짓밟혀 죽기까지 하는 끔직한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알스하드는 네 살 때 아빠 친구가 저지른 인신매매에 의해 낙타몰이꾼이 되었으며 아버지의 끈질긴 추적과 집요한 노력으로 인해 5년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나 불행히도 너무 오랫동안 굶주린 탓에 뇌세포가 죽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고 합니다.

 

거 미국으로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던 흑인들이 노예 해방을 맞이한 후 돌아와 세운 나라인 시에라리온은 선조들이 일군 자유를 마음껏 누리기도 전에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내전으로 인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난민이 된 불행한 나리입니다. 반군에게 부모님이 학살당한 채 얼떨결에 반군에게 끌려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에 총을 쥐고는 똑같이 사람을 죽이는 살인기계로 키워지고 있는 소년병들. 술과 마약으로 몸을 병들게 하고 세뇌교육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해 마약을 얻기 위해서라도 손에 총을 들게 만드는 간악한 어른들의 싸움에 아이들은 점점 흉악하고 잔인한 살인병사가 되어 갑니다. 무고한 양민을 학살하는 데 앞장서기도 하고 불을 질러 마을을 태우거나 달아나는 사람들의 사지를 무자비하게 잘라내 장애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름도 과거도 잊게 만드는 끔찍한 현실 앞에서 이들은 사람으로서의 존엄성을 잃고 무기로 훈련되는 소년병입니다.   

 

쟁과 테러의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에는 부모나 가족이 진 빚을 갚지 못해 빚 대신으로 끌려가는 어린 소녀들이 많다고 합니다. 집집마다 빚이 늘어난 데에는 양귀비 재배에 관한 법제도와 정권 변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는데요. 전 세계 아편의 3/4을 수출하는 나라인 아프가니스탄은  한동안 정부 주도로 이루어져 오던 양귀비 재배를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허용, 탈레반 정권에 의해 아편으로 만들어져 중개상에게 팔려나간 수입을 전쟁자금으로 쓰던 나라였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물러난 이후에는 일반인의 양귀비재배가 불법으로 바뀌자 그동안 양귀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던 많은 사람들이 큰빚을 지게 됐으며, 결국에는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자 눈물을 머금고 어린딸을 빚대신으로 늙은 남편감에게 신부로 보낸다고 합니다.   

 

러한 모든 것들이 선택이 아닌 강요된 삶이라면,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삶이라면, 구걸 외에는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는 삶이라면 이 아이들은 과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과거 우리가 잘 사는 이웃 나라에게 도움을 받아 경제 발전의 밑바탕을 만들었듯 이제는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보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이 모여있는 따뜻한 집에서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고 꿈을 키우며 내일을 열어갈 이 아이들이 어린아이로서 누릴 최소한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먼나라 이야기로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눔의 범위가 확대되어 더 이상 학대받는 아이들이 없도록 저자가 던진 질문에 '난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너희들에게도 이 행복을 알려주고 싶다. 돕고 싶다' 답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 국제적 인권 조약 중 하나인 UN아동권리협약 은 1989년 UN총회에서 채택된 것으로  아동의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를 규정해 놓고 있다.

 

1. 생존의 권리 :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안전한 주거지에서 살아갈 권리,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기본적인 보건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기본적인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권리

2. 보호의 권리 :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 차별, 폭력, 고문, 징집, 부당한 형사처벌, 과도한 노동, 약물과 성폭력 등 어린이에게

  유해한 것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3. 발달의 권리 : 잠재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데 필요한 권리(교육받을 권리, 여가를 즐길 권리, 문화생활을 하고 정보를 얻을

  권리,  생각과 양심, 종교의 자유를 누릴 권리)

4. 참여의 권리 : 자신의 나라와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권리(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문제들에 대해 발언권을 지니며, 단체에 가입하거나 평화적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  

 

넌네가 얼마나행복한지모르는것같다.와이즈만.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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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의 크리스마스 미니 미니 4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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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들녀석이 초등학교1학년 때 내 생일 선물로 준비한 것은 만화영화에나 나올 법한 커다란 시계 반지였다. 검지 손가락에 끼울 만큼 넉넉한 사이즈에 큐빅 대신 소형 시계가 달린 것으로 학교 문방구에서 파는 일종의 초등학교 여학생을 위한 소품이었던 것이다. 평소 시계 볼 일이 많아 시간 체크를 해야만 하는 내 일의 특성을 고려해 아들녀석이 고심 끝에 선택한 시계 반지였건만, 정작 그 반지를 끼고 외출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만큼 몹시 우스꽝스럽고 부자연스런 조화로밖에 안 보였다. 그래도 엄마를 생각해 문구점 안에서 이것저것 둘러보고 만져보며 어떤 것이 좋을지 고심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내 입에서는 과장적인 탄성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었으며, 4년이 지난 지금도 그 특별한 선물은 여전히 내 보석함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미니 시리즈 4편 『 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에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발생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실용적이고 유용한 것을 선호하는 어른들의 기대 심리와 달리 아이들은 그 사람만의 독특한 이미지나 개성을 잡아내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듯 가끔씩 포장을 뜯어보면 예상치 못한 선물에 깜짝 놀랄 경우가 있다. 어려서는 엄마가 준비한 선물에 포장 글씨만 본인이 써서 전달식을 거쳤을 법한 선물의식이 점차 성장해가면서는 오로지 자신만의 이벤트로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도 아이 키우는 재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인공인 미니 또한 한때는 할머니의 경제적 지원과 참견으로 그저 할머니가 일러준 '실용적인' 물건 고르는 일에만 참여해 선물을 마련하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인생을 좀 아는 친구로 미니가 신뢰하는 막시의 조언을 받아 진정한 선물은 자신의 용돈을 모아 각자의 취향과 개성에 맞춘 선물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아무 쓰잘 데 없는 것'을 사기 위해 즐거운 실행을 한다. 마치 수학여행에서 아이들이 사오는 '아무 쓰잘 데 없는 것(실용성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기준에서)'을 아이들은 흥미롭게 고르고 선택하는 것처럼 미니는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그들만의 행동 특성과 취미, 습관 등을 고려해 따뜻한 속바지나 양말, 냄비 대신 재떨이(아빠), 머리핀(엄마), 말채찍(오빠)을 준비한다. 오랜 시간 동안 용돈을 모은다는 것은 어른으로서도 참 견녀내기 어려운 일인데 고작 일곱 살인 미니가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오로지 진정한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비밀스런 기쁨을 간직한 채 생활한다는 것은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숏커트로 머리스타일을 바꾼 엄마, 너무 크고 위험해 다시는 말을 타지 않겠다고 선언한 오빠,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기로 결심한 아빠 등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 생겨 애써 준비한 선물이 무용지물이 돼버려 속상한 미니는 잠시 슬픔에 젖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씩씩하고 긍정정인 마인드 전환으로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새로운 선물을 준비한다. 물론 절친한 친구 막시와 막강한 지원자인 막시의 언니 도를리의 도움을 받아서 말이다. 돈을 다 써 버려 새로운 물건을 살 수 없게 된 미니는 생활 속 재활용을 통해 아빠에게는 서류철을, 엄마에게는 스카프를, 오빠에게는 열쇠고리를 직접 만들어 준다.

 

치 오 헨리의 단편 소설 <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서로에게 더 이상 필요없게 된 물건도 정성스럽게 준비한 마음만큼은 영원히 가슴 속에 살아있듯 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 과정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심 속에서 유쾌하게 그려나간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서서히 작은 실천으로 옮겨가는 미니의 성장과 좌충우돌 갈등을 풀어가는 모습, 미니의 마음을 헤아려 작은 선물도 큰 기쁨으로 선물을 나누는 가족 간 이해의 소통을 통해 한 아이의 성장기에서 누구나가 겪을 법한 일상의 잔잔함을 따뜻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잃어버린 쇼핑백을 대가없이 돌려준 한 남자의 방문은 미니로 하여금 더 이상 상상 속에 빨간 옷을 입고 찾아오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닌, 우리가 사는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진정한 산타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색다른 경험까지 맛보게 하니 일곱 살 미니의 크리스마스는 진정 사랑과 축복이 넘치는 크리스마스로 기억될 듯 싶다.

이들의 일상 생활 속 사소한 장면까지도 예리하게 포착해 유쾌하게 표현해내는 저자의 재능은 인물의 특징을 복잡한 배경 없이 간결한 표정에 담아내 상황을 구체적으로 연상시키도록 도와주는 딸의 그림과 만나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낸다. 독일의 유명한 아동작가로 안데르센 상을 비롯해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저자의 경력이 그저 부풀린 인지도에 기인한 것이 아님을 책을 읽다보면 곧 공감하게 될 것이다. 미니를 한 번이라도 만나 본 독자라면 서점 어딘가에 꽂혀있을 성장한 미니의 모습을 만날 때마다 "안녕, 미니! 다시 만나 반가워~!" 가볍게 마음 속 인사를 나누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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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타가 되다 미니 미니 3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1.

 

'꿈의 획일화'라고 규정하기엔 억지스런 면도 있습니다만, 요즘의 십대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 사항'으로 압도적인 지지와 동경을 받고 있는 대상은 단연 인기 많은 유명 연예인이 되는 길이라고 합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한류문화의 중심 기둥으로 아이돌 스타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만큼 십대들이 닮고 싶은, 하고 싶은, 되고 싶은 분야의 일인자는 여전히 그들에게 우상이 되고 있는 '스타'들이겠지요.

 

유명 연예인이 되어 수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신의 예술적 끼를 발산하는 것이 무에 나쁘겠습니까마는, 염려되는 것은 자신만의 독창적이고도 개성적인 능력을 신중하게 탐색하는 기회도 없이 동경과 희망을 그대로 '꿈'으로 뭉쳐가는 획일적 모습 속에서 정작 '남의 꿈'이 '나의 꿈'으로 탈바꿈되어 버리는 점입니다. 과거 전통사회보다 사회 각계 각층의 모습이 다양화, 세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독 장래희망만큼은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나'를 알아가는 기회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남과의 비교 속에서 초라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덮고자 공동의 꿈에 자신을 맞춰가거나 화려한 표면만 보고 고달픈 이면은 보지 못하는 평면적 사고로 인해 막연히 스타를 꿈꾸는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비교 속 '타인'의 재주가 아닌, 성찰을 통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남과 다른 나만의 특성과 재주는 무엇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남과의 비교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그 속에서 서서히 자신만의 꿈의 색채를 선명하게 색칠해 나가는 것이 다양한 구성원들이 다양한 일에 분포되어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나가는 가운데 조화와 균형이라는 아름다운 사회가 형성되는 것이겠지요.

 

2.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의 <미니, 스타가 되다> 속 미니 역시 처음에는 남과의 비교 속에서 내세울 것 없이 초라한 자신의 모습에 풀이 죽어 엉뚱한 방법으로 자신을 돋보이고자 노력합니다. 노래를 굉장히 잘 하는 막시, 그림을 엄청나게 잘 그리는 크산디, 근사하게 춤을 추는 가비, 수영에서 메달을 두 개씩이나 딴 미키와 베르티, 피아노를 무척이나 잘 치는 다니를 보며 뭐든지 조금씩 할 수 있는 미니는 특별하게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의 능력에 소심해집니다. 자신도 남들보다 특별하게 잘 하는 것이 있어 다른 아이들이 감탄해주기를 바라는 상상을 하면서도 그 꿈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데, 어떤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잖아.(p.21)'라는 미니의 독백은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근원적인 불평 중 하나일 겁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숫자 암기에 매우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 미니는 며칠 동안 숫자를 외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특별함을 과시하고자 아무 때나 숫자를 적용한 계산 능력을 과시합니다. 하지만 이런 미니의 피나는 노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채 오히려 코웃음으로 끝나고 맙니다. 미니가 새로운 꿈으로 연극배우를 상상하며 보내던 중 절묘하게도 학교에서 연극 공연을 준비하게 됩니다. 모두가 주연 배우를 꿈꾸듯 미니 역시 대사가 제일 많은 토끼 역할을 탐내지만 미니는 아쉽게도 아주 간단한 대사를 말하는 벌레 역할을 맡게 됩니다. 헌데 공연이 열리는 날, 주인공 막시가 엄지손가락에 깁스를 하는 바람에 준비한 모든 것이 수포로 끝나버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미니의 진정한 재능은 이때 통쾌하게 발휘됩니다. 숫자를 잘 외우는 것만큼 대사 암기에도 능한 미니는 연극을 준비하면서 주인공의 대사까지 완벽하게 외워버렸으니까요. 위기의 상황을 미니 덕에 넘긴 친구들과 선생님은 미니에게 모두 감탄하며 "미니 최고!"를 외칩니다. 미니가 진짜 스타가 되어버린 셈이죠.

 

3.

 

누구나 한 번쯤은 주목받는 인생이기를 원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올라 수많은 객석의 갈채를 받기를 기대합니다. 남이 가진 재능을 동경해 부러움만으로 모방에만 그치거나 남과의 비교 속에 주눅들어 아예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미니가 보여준 깜찍한 도전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쯤은 남보다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태도에서부터 자신의 재능을 알아볼 밝은 눈이 떠지는 것이 아닐까요? 건강하고 유쾌한 미니의 생활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 아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교육은 무엇에서부터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힌트를 넌지시 알려주는 책, 작가의 <미니 시리즈>가 계속해서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다음 시리즈에서 미니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요? 어떤 기발함과 엉뚱함으로 독자를 매료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도 미니처럼 자신만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가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모두가 스타요, 주목받는 주연배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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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선생님과 함께 큰 소리로 읽어요 - 자신감.언어 감각.상상력이 자라요! 토토 생각날개 23
안도현 엮고 씀, 한상언 그림 / 토토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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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엄마 손맛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습니다.

별다른 재료 준비없이 냉장고에 있는 신김치만 송송 썰어 넣었을 뿐인데도

엄마가 해주는 김치전은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의 그것보다 입에 찰싹 달라붙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간단한 김치전 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후딱 해낼 수 있지만,

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40이 넘은 다 큰 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가 해주신 김치전을

여럿이 모여 젓가락으로 북북 찢어먹는 그 생생한 꿀맛은 가끔씩이나마 제가 누릴 수 있는 호사스런 경험입니다.

 

읽기를 통한 아이들의 호사스런 경험으로 큰소리로 함께 읽기만큼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글자를 깨우쳐 스스로 읽기가 가능한 나이일지라도 누군가가 목소리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요리를 할 수 있음에도 가끔씩 엄마가 해주는 요리가 그리워지는 이치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눈으로 읽는 것보다 귀로 듣는 것이 우리 몸의 다양한 감각 기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더욱 더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단순히 문자의 의미망 연결로 끝나는 줄거리 파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의 구체화된 밑그림으로서 다양한 반응과 정서 공유, 기억력의 증대 등을 가져옵니다.

게다가 읽는이의 음색과 어조, 목소리의 크기와 말하기의 속도, 강약의 조절에 따라 인상깊은 장면을 연출해냄으로써

상상력의 극대화를 가져와 상황에 따른 인물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굳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골고루 갖출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본인의 목소리 그대로 아이와 함께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책읽기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저 김치만 넣었을 뿐인데도 훌륭한 맛을 내는 어머니의 손끝맛처럼요.

 

도현 시인이 엮은 『큰 소리로 읽어요』는 큰 소리로, 실감나게, 또박또박, 떠올리며, 이해하며

온몸으로 책을 읽는 방법을 동시, 그림책, 동화, 일기, 희곡 등 다양한 종류에서 가려 뽑은 글을 예로 들어가며

소개해 줍니다.

이 책에 소개된 50여 편의 좋은 글들을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아이와 함께 한 작품씩 읽다보면,

목소리의 변형 하나만으로도 어느 새 서로를 바라보며 까르르 웃음이 터지곤 합니다.

일관된 목소리와 빠른 호흡으로 빨리 책 한 권을 읽어겠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저자의 의도를 생각해보고 작품의 상황 속에 간접적으로 뛰어들어 마음 속 대화를 나누다보면

등장인물의 감정에 서서히 이입돼 천천히 스며드는 독서법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신호등이 켜진 횡단보도를 빨리 건너야 한다는 촉박함에 앞만 보고 바삐 걸었던 발걸음에서

꽃과 풀과 나비와 벌레와 돌멩이가 오밀조밀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는 시골길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걷는 발걸음으로의 변화랄까요?

 

독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시대에 책 읽기의 성숙한 관문으로 낭독하는 법을 들려주는 저자의 의도가 궁금해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미셀 투르니에의 "작가가 쓴 글은 독자가 낭독을 함으로써 완성된다."(p.5)는 말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저자가 소개하는 낭독의 다섯 가지 방법을 글 내용에 맞게 익살스럽게 그려진 그림과 더불어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정말 새로운 느낌, 새로운 재미가 있네요.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한 번 따라해보세요.

1. 씩씩하게 소리내어 읽으면 자신감이 쑥쑥 자라요.

2. 몸으로 책을 읽으면 새로운 말을 만나도 두렵지 않아요.

3.'만약에 나라면~'하고 상상하면서 읽으면 친구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돼요.

4. 또박또박 읽기를 습관 들이면 내 생각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5. 탐정이 되어 글의 속뜻을 찾아 읽으면 책 읽기가 재미있어요.

 

책이 도착하자마자 초등 5학년인 아들 녀석과 무작위로 아무 곳이나 펼쳐 함께 읽고 있는 요즘,

책 읽기가 그대로 놀이가 되고 학습이 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 책의 내용은 이렇고 주인공은 누구야' 식이 아닌, 바르게 읽을 때와 제 멋대로 읽을 때의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상대방 읽어주는 내용을 경청할 때와 흘러들을 때의 차이는 어떠한지, 호호호와 하하하의 어감에는 어떤 목소리톤이 느껴지는지,

시를 읽을 때와 동화를 읽을 때의 호흡 조절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책 뒷이야기가 궁금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등

아들 녀석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무척이나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들이 되었습니다.

책의 구성 및 편집 형태만 훑어보면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 같지만,

초등 고학년이나 부모들이 읽기에도 괜찮습니다.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낭독의 즐거움을 누려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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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와 고양이 마우츠 미니 미니 2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니 지난 봄, 아들 녀석의 충동적 동심에 힘입어 얼떨결에 우리집에 오게 된 불청객 고양이 '콩이'가 떠오르네요.

다른 애완 동물과 달리 고양이를 끔찍히 꺼려하는 제 혐오감을 누르고 아들 녀석의 순수한 동심이 승리해 기어히 우리와 함께 살게 된 새끼 고양이가 있었답니다.

생후 한 달 남짓 되었나본데 주인이 더 이상 키울 수 없게 됐는지 박스에 담아 아파트 입구에 내놓았다더군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박스 채 안고 온 아들녀석에게

"좁은 집에서 고양이까지 키우자면 엄마가 일하랴, 너 돌보랴, 너무 힘들지 않겠니? 게다가 엄마가 평소에 고양이 보면 피해다니는 거 너도 알잖아. 엄마는 못 키워~~~!"라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펼쳤지요.

"엄마, 일주일만! 제발요~! 만일 다시 갖다놔도 아무도 안 데려가면 얘는 그냥 죽잖아요. 내가 잘 돌볼게요. 제발~~~!"

가는 곳마다 매달리며 사정 사정을 하더니 급기야 삼촌과 짜고서는(?) 그날밤에 고양이용품을 모조리 주문해버려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됐던 경험이 있습니다.

외아들로 자라 늘 외로움을 호소하던 녀석이 그날부터는 막둥이 동생을 돌보듯 학교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곧장 달려와서는 "콩아~! 콩아~!" 노래를 부르듯 불러대며 털을 쓰다듬어주고 무릎에 앉혀놓고 우유도 먹이며 잘 돌봐줬답니다.

처음에 고양이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게 끔찍하고 징그러워 멀찌감치 지켜보거나 피해다니던 저도 어느 새 콩이의 장난스러운 애교에 빠져들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고 말을 걸게 되더니 급기야 무릎에 올려놓고 장난칠 정도로 관계가 급호전되더군요.

퇴근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콩아~~! 효석아~~~!" 부를 만큼 새끼 고양이 '콩이'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뜨거운 사랑과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달리 구석에서 웅크린 채로 영 움직이질 않아 동물병원에 데려가보니 원인과 병명을 알 수 없으나 뇌에 이상이 있어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통곡을 하며 부르짖는 아들 녀석을 달래 기어히 안락사로 짧은 만남의 인연을 정리했습니다만, 그 시간 덕분에 애완동물에 대한 제 편견이 많은 부분 수정될 만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콩이'랍니다.

 

 

책에 나오는 후버 부인의 고양이 '마우츠'처럼 우리 가족에게도 '콩이'의 존재는 단순히 키우는 재미를 안겨주는 애완동물이 아닌, 외로움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평생을 책임질 마음을 갖게 만드는 반려동물인 셈이었죠.

사랑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미니의 이웃인 후버 부인은 독거 노인인데다 병세가 깊어져 병원에 당장 입원해야 할 처지임에도 고양이를 돌볼 수 없게 된 상황을 염려해 병원에 가기를 꺼려합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엄마, 아빠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후버 부인의 고양이 '마우츠'와 잠깐씩 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미니는 집에 오는 길이면 매일같이 후버부인 집에 들러 심부름도 해주고 고양이 밥도 챙겨주는 등 어려움에 처한 후버 부인과 마우츠를 돌봐줍니다.

급기야 병세 악화로 돌아가신 후버 부인을 대신해 미니는 고양이 마우츠를 집으로 데려오고 말지요.

보통의 부모들 반응처럼 미니의 엄마,아빠도 마우츠를 돌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미니가 마우츠를 키우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결벽증이 있고 까다로우며 삐치기 잘하는 할머니댁에서 며칠이 지나도록 집으로 오지않자 결국에는 항복을 선언하게 됩니다.

"우리 미니가 없는 것보다는 고양이가 있는 편이 더 낫겠더라"(p.62)는 엄마의 고백은 제 혐오감을 이긴 아들 녀석의 동심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인 것 같아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만 엄마, 아빠의 반대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후버 부인의 고양이 '마우츠'와 잠깐씩 노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미니는 집에 오는 길이면 매일같이 후버부인 집에 들러 심부름도 해주고 고양이 밥도 챙겨주는 등 어려움에 처한 후버 부인과 마우츠를 돌봐줍니다.

급기야 병세 악화로 돌아가신 후버 부인을 대신해 미니는 고양이 마우츠를 집으로 데려오고 말지요.

보통의 부모들 반응처럼 미니의 엄마,아빠도 마우츠를 돌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지만, 미니가 마우츠를 키우기 위한 최후 수단으로 결벽증이 있고 까다로우며 삐치기 잘하는 할머니댁에서 며칠이 지나도록 집으로 오지않자 결국에는 항복을 선언하게 됩니다.

"우리 미니가 없는 것보다는 고양이가 있는 편이 더 낫겠더라"(p.62)는 엄마의 고백은 제 혐오감을 이긴 아들 녀석의 동심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인 것 같아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고양이를 싫어하던 엄마는 마우츠가 엄마를 따르며 무릎에 앉아있고 싶어하면 가족들 보는 데서는 싫은 척 행동하면서도 내심 싫지 않은 듯, 미니의 눈에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면 마우츠를 쓰다듬어줄 것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아빠 역시 마우츠가 아빠 침대로 뛰어들어 미니가 내려놓으려 하면,

"그 멍청한 녀석, 그냥 여기 둬라! 녀석 갸르릉 소리를 들으니 잠이 잘 오더라!!"(65)라며 친밀감을 보이게 됩니다.

 

 

책은 미니미니 시리즈 2편으로 1편인 『미니 학교에 가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가족 구성원에 대한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은행원인 아빠와 여행사에서 근무하는 엄마, 2년 전에 은퇴한 할머니, 그리고 미니와 키가 똑같은 두 살 위인 오빠 모리츠가 미니네 집 구성원입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고 집안에서 아이들끼리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애완동물의 존재와 의미는 무엇인지, 화목한 가족의 웃음 넘치는 생활과 달리 찾아오는 이 없이 병 들고 외로운 이웃에 대한 관심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동화 속 철학처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 책입니다.

저자인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안데르센 상을 비롯해 권위 있는 어린이 문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유명 작가로, 아이들의 실제 생활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몸짓과 심리 하나까지도 잡아내 재치있는 유머와 깊이 있는 의미로 맛깔스럽게 버무려 국적을 떠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어린이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림을 그린 '크리스티아네 뇌스틀링거'는 저자의 딸로서 어머니의 작품에 여러 차례 삽화를 그려 함께 발표했다고 하네요.

엄마와 딸이 공동작업으로 내놓은 책이라니 이것만으로도 정말 멋지지 않아요?

책을 읽어보게 되면 더욱 더 멋진 세계가 여러분을 유쾌하고 따뜻한 곳으로 안내해 줄 겁니다.

최근에 읽어본 동화 중에는 단연 최고예요. 전 1편보다 2편이 더 재미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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